"그래서 그 분을 처음 봤을 땐 어땠어요?"
갑작스러운 리테의 질문에 아드라스는 잠시 과거를 살피듯 허공을 바라보다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글쎄... 아무리 설명한들 네가 그 분을 직접 뵙지 않는 이상, 좀처럼 이해하긴 힘들거야."
"힝~ 하지만 궁금한 걸요."
의기소침해진 리테의 모습에 아드라스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아, 나는 죽었구나.' 싶었지."
아드라스의 솔직한 감상에 리테는 재밌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적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이어서요?"
"아니."
과거 한 시점의 기억을 또렷하게 불러오고 있는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힘이 실리고 있었다.
"그 분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어.
만약 우시르께서 누군가의 영혼에 현현(顯現)하신다면 그런 느낌이었을까?
죽음을 따르는 기사로서 한 번도 죽음이 두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알고보니 그건 내가 죽음을 제대로 마주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지."
죽음이 너를 구원하리라.
그녀를 마주한 순간, 아드라스의 귓가에는 죽음의 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그것은 수천 번씩 검을 휘두르며 우시르의 힘을 단련할 때보다 훨씬 선명하고 또렷한 감각이었다.
가까스로 아드라스가 그녀를 죽음의 신과 혼동하지 않은 것은
그녀에게서 단순히 성스러움을 넘어 같은 신을 신실하게 섬기고 있다는 동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아드라스의 감상을 듣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리테가 물었다.
"언젠가 그 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네메시스의 성채에서 일련의 사건이 일어난 이후,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연기처럼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마치, 그녀가 머리 위에 쓰고 있던 죽음의 기운이 담긴 베일처럼...
"물론."
한 치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든 짙은 어둠 속을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나아가며,
어둠이 주는 안락함에 몸을 파묻은 채 아드라스는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항상 그림자 속에서 지고한 부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우시르의 대리자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