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람베르쥬."
꺼지지 않는 마력의 불길은 차가워졌던 뺨을 금새 상기시켰다.
그녀는 힘껏 쥐고 있던 플람베르쥬의 손잡이를 살며시 놓고, 보호 장구에 마수의 힘을 집중했다.
불속성의 마검은 두둥실 떠올라 명령을 기다리듯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길라틴."
혹한의 한기가 응집된, 날카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마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효율적인 마력의 사용을 위해서는 여러 속성의 마검을 동시에 부르는 일은 지양해야했지만,
지금 그녀가 다가서려는 영역은 그러한 경지를 넘어선 것이었다.
"스톰 브링어, 바리사다."
곧이어 그녀의 의지에 따라 소환된 '스톰 브링어'와 '바리사다'가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녀는 팔에 장착한 보호 장구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한층 강화된 성능 때문인지 마검들이 이전보다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음에도 마력의 제어가 순조로웠다.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레바테인."
주위를 떠돌던 네가지 속성의 마검이 한 점으로 모여들며 그녀와 맹약을 맺은 궁극의 마검 : 레바테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든 마검들의 정점에 서있는 존재.
한층 강해진 그녀의 마력을 보여주듯, 레바테인은 이전보다 더욱 거대해진 모습이었고
검신에서는 보호 장구를 통해 변환되어 마수의 힘이 끊임없이 넘쳐흘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강화된 레바테인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이전보다 두배는 넘게 커졌음에도, 확고해진 맹약과 마력의 연결로 인해 깃털만큼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깊게 심호흡을 한 그녀는 허공을 바라며 마음 속으로 베어내야할 공간의 한 지점을 상상했다.
있는 힘껏 휘둘러진 레바테인이 검신을 둘러싼 마력들을 떨쳐내며 폭발적으로 쏘아졌다. 마치 그녀가 검을 잡고 가장 먼저 배웠던 발검술처럼.
레바테인에 의해 갈라진 차원의 틈에서 하나둘씩 나타난 마검들이 별처럼 밤하늘을 뒤덮었다.
조금 전 사라진 플람베르쥬, 길라틴, 스톰브링어, 바리사다의 모습도 보였다.
마검들은 명령을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정렬해있었고 그녀는 그것들이 자신의 신호에 맞춰 군대처럼 앞으로 진격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한 수련일뿐인데도, 군대를 이끌고 나간 전쟁터에서나 느낄법한 긴장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가 손에 들린 레바테인을 지휘하듯 휘두르자, 시공간을 가르는 마검의 군세가 유성우처럼 거칠게 땅으로 쏘아져내렸다.
이내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이 아무도 없던 공터를 덮쳤다.
거대한 마력의 후폭풍이 지나가자 공터는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든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자신의 성취를 확인한 그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녀의 시선은 처음부터 팔로만 너머 제국의 심장부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