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딱히 귀찮아하는 건.... 맞긴 하지만 아, 알았어."
멜빈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건네받았던 메모지들을 넘겼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자기 아이디어를 봐 달라니, 뭐 이전에 도움받은 것도 있으니 딱 이번 한 번만 봐주지.
"무엇이든 꿰뚫는 이 볼트 말이야. 이건 지금 볼트 정도로 안 될 것 같은데? 힘을 버틸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이건... 구상 자체는 좋은데, 변수가 살짝 많아 보이는데?"
기존 사용하던 대형 볼트와 소형 볼트의 개량안, 거기에 크로스슈터의 장력을 키우고 명중률을 보다 높일 보조 스코프 추가.
딱, 거기까지면 이 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해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신발의 기능들까지 살펴보면 도대체 사람 혼자서 이걸 다 다룰 수 있을지...
그런데 이 녀석이라면 또 해낼 것 같단 말이지.
졌다, 졌어.
"그래, 그게 너만의 방식이겠지."
그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멜빈은 더 이상 다른 의견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볼트만큼은 확실하게 손봐두는 게 좋을 거야. 지금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면 말이야."
"모두 문제없다는 거지? 좋아, 그럼 가볼까? 팔케?"
"사실, 너 정도의 전문가라면 더 이상 날 찾아올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말이지."
또 생각해 둔 전투 기술이 있다며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에 대고 멜빈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많은 곳을 모험하며 무엇이든 편견 없이 바라보고 흡수해, 자신만의 기술을 쌓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다른 세계에서 온 그녀가 보여준 새로운 것들, 멜빈은 세상 너머에 또 어떤 기발한 상상력이 실체화되어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