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츠카 가문의 저택으로 두 여인이 걸어 들어온다.
커다란 정원과 고풍스러운 저택을 지난 두 여인은 저택과 어울리지 않는 공방 앞에 멈추어 섰다.
이내 그중 한 명이 공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한 명도 그 뒤를 따라 안으로 향했다.
"마를렌입니다."
마를렌이라 이름을 밝힌 여인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왔느냐."
마를렌의 뒤를 따라 공방으로 들어온 여인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많은 귀족이 황실에 등을 돌렸을 때도 동요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 인물이자, 키츠카 가문의 대표인 '제소벨 키츠카'가 있었다.
"그분은?"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굽어짐이 없이 올바른 길을 걸어온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꼿꼿하게 서 있는 그녀였지만, 쉬어 갈라진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저물어가는 세월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간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일 것이리라.
"모셨습니다."
제소벨의 시선이 마를렌의 뒤에 서 있는 여인을 향해 시선이 옮겨졌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주름진 얼굴이 밝아지며, 평소에 없던 반가운 기색을 내비친다.
평소에 보인 적 없던 표정을 본 마를렌이 놀란 기색을 겨우 숨기는 동안, 제소벨이 여인을 향해 다가갔다.
"이제야 영웅을 뵙는군요."
여인은 제소벨의 손에 이끌려 공방 안쪽으로 정중히 인도되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 저희 가문으로 은밀한 명이 도착했었지요."
제소벨의 말이 끝나자 키츠카 가문의 사람들이 양쪽에서 들어야 할 만큼 커다란 상자를 들고 걸어 들어왔다.
그 크기만큼 범상치 않은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자 상자가 열리며 익숙하지만 새로운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의로운 분이 가장 자유롭게 전장을 누빌 수 있도록 해달라는 특별한 명이었습니다."
여인은 제소벨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자로 다가갔다.
자신의 장비와 유사했지만, 한 눈으로 보아도 비할 바 없이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물건.
이를 보증이라도 하듯이 천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세븐 샤즈의 문양이 작게 새겨져 있었다.
"하늘은 곧 천계를 말함과 같으니 영웅께서 하늘을 자유로이 누벼주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안심될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하늘을 맨몸으로 자유롭게 누비기 위해서는 날씨와 바람은 물론이고 미세한 동작 하나로 인해 생기는 수많은 변수도 예상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이론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 쌓아 올려야 가능한 것이리라.
오랜 세월 동안 황실을 지켜오며 수많은 전장을 해쳐온 경험이 있는 '키츠카 가문'이었기에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었고, 눈 앞의 영웅이 있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이것을 다루기 쉽지 않을 겁니다. 허나,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제소벨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어느 전장, 어느 상황에서도... 확실한 해결책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