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천계로 다시 돌아온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고서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만들어진 희생자들의 추모비 앞에 지친 표정으로 서서 한참 동안 바라보더군요.
온종일 미동도 없이 바라보다 어떨 때는 똑같은 표정으로 되돌아갔고, 어떨 때는 슬픈 표정으로 되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분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는 오랜 시간 그 곁을 서성였지만, 애석하게도 단 한 번도 우리를 바라봐주지는 않으셨습니다.
그저 과거의 잔재를 바라보며 고뇌할 뿐이었죠.
그리고 어느 날. 이전과는 다른 표정으로 되돌아간 이후, 오랫동안 보이지 않더군요.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꽤 바빴으니까요.
굴욕적인 날을 되새기며 고된 훈련이 끝날 무렵에는 항상 그분이 계속 이곳에 머무셨더라면...
그렇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겠지 하며 볼멘소리를 하곤 하지만 그건 그저 의미 없는 투정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저 그분에 대한 조금의 아쉬움과 불만이 작게나마 표출되는 것일 뿐이었겠죠.
또 어느 날. 사라질 때처럼 뜬금없이 다시 나타난 그분은 홀가분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단발을 휘날리며, 마치 공기를 밟는 듯한 발걸음만으로도 과연 내가 그분과 같은 이름을 달고 있어도 되는 걸까 하는 걱정 이들 정도였습니다.
이번에 그분이 향한 곳은 추모비가 아니라 우리였습니다.
티 하나 없는 표정으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마침내 이루어낸 결실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눈으로 보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분명 하나의 몸에서 그려지는 몸짓이지만, 결코 하나의 몸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름다운 춤사위였습니다.
그 단 한 번의 춤사위 속에서 우리는 왜 실패했는지, 왜 지켜내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보여준 뒤 홀가분하게 보이는 미소 속에서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그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미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