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많은 싸움이 벌어지고 이야깃거리가 생겨나는 헨돈마이어의 뒷골목.
그 뒷골목의 지하에서도 가장 깊숙한 장소에 유래 없이 모인 사람들의 함성과 열기가 가득 차 있었다.
"행복해서 미칠 것 같다는 표정이네요. 크레이그."
"당연하지, 렉시. 항상 꿈꿔오던 대회가 이렇게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있는데."
꿈결을 헤메는 것 같은 크레이그의 표정에 렉시와 루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 길드를 따라간다며 종적을 감췄던 크레이그는 웨스트 코스트에 갑자기 생겨난 폭풍과 함께 돌아왔다.
그는 마계의 '파이트 클럽'이란 곳에서 어떤 대회를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며, 미친 사람처럼 하나의 대회를 개최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열린 것이 'UFE'(Ultimate Fighting Elimination)라 이름 붙인 대회.
주최자인 크레이그는 성별도, 체급도, 이기기위한 어떤 방법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내건 것은 오직 사각의 링 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만이 승자가 된다는 간단한 규칙.
소문은 빠르게 뒷골목 호사가들의 입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고,
때마침 웨스트 코스트에서 열린 연합군의 회담 덕분에 각지의 실력자 또한 공국의 수도로 몰려들었다.
덕분에 평소라면 무법자들로 가득했을 참가 명단은 수쥬 황실이 여는 무투 대회 못지 않게 쟁쟁한 이름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실력자들을 꺾고, 링 위에 우뚝 선 한 사람.
공국에서 천재 쌍둥이 그래플러로 유명한 루시와 렉시도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서 이 대회에 참전했지만,
두 사람 모두 저 링 위의 그래플러에 의해 손도 써보지 못한 채 링밖으로 던져졌다.
렉시는 무언가에 홀린 듯,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링 위에서 챔피언 벨트를 들어올리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걸로 이 무지막지한 초대 챔피언(Champion)이 결정되었네요."
다시 없을 대회의 끝자락을 보는 것이 아쉬웠는지, 루시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챔피언? 렉시, 제발... 그런 스트라이커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딱딱한 호칭 말고...
으음... 크레이그, 뭔가 생각해놓은 좋은 칭호 없어요?"
크레이그는 버릇처럼 잠시 턱을 긁적이더니, 곧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퀸 오브 더 링 (Queen of the ring)'. 줄여서 '퀸(Queen)'이 좋겠군."
"링 위의 여왕이라..."
크레이그의 말을 듣는 여전히 렉시의 시선은 링 위에서 빛나고 있는, '퀸'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루시, '퀸'을 따라가자!"
갑작스러운 렉시의 말에 루시는 놀란 표정이었으나, 그녀의 가슴 역시 렉시처럼 뛰고 있었다.
"진심이야? 따라가서 뭐하게?"
"친구... 아니, 제자로 받아달라고 할거야!"
"야! 렉시, 기다려! 잠깐...!"
렉시와 루시는 어느새 링 위를 내려오고 있는 '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크레이그는 또 다른 전설의 시작을 예감하듯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