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어검술.
검사의 의지를 담아 손을 떠난 검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적을 공격하는 이 기술은 검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꿈의 경지로 불린다.
그렇다면 넨은 어떠한가?
무릇 넨이란 시전자의 몸 안에 머물긴 하지만, 결국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기운.
대부분의 넨마스터들은 오랜 시간 이러한 넨을 연구하며 거대한 파괴력을 내거나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하였지만,
시전자의 의지가 대자연의 법칙에 앞설 수 있다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넨의 수련에 있어, 일정한 경지에 이르러 벽에 다다른 이들은 이러한 물음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그 답을 탐구했다.
만약 넨에 의지를 담아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단순히 넨의 크기를 키우거나, 한 점에 집중하는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운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러한 논의들은 넨마스터들과 이를 연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꽤나 오랫동안 회자되었으나, 그 끝은 언제나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일이라는 허탈한 결론뿐.
나 또한 여러 넨마스터들과 만나며 그 이론에 점점 그 살이 붙어나갔으나,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이를 찾을 수 없어 연구에 열의를 잃어가고 있었다.
얼마 전, 그녀가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르침을 주려는 목적이었는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수련생들을 모두 모아 빈 공터로 불러내었다.
시작은 그저 아름다운 넨화처럼 보였다.
넨으로 일가를 이룬 대가(大家)가 피워낸 꽃봉오리는 찬란했고, 일견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대기 중으로 흩어지던 넨화에서 새끼 뱀처럼 얇고 긴 넨수 하나가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넨수는 그녀의 상반신을 휘감듯이 타고 올라가며 점점 한 마리 푸른 용(龍)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몇몇 눈치 빠른 넨마스터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경악하고 있던 순간,
그녀는 보라는 듯 다른쪽 손을 내밀었고 오른손에서 피어난 넨화에서는 또 한 마리의 노란 넨수 용이 나와 그녀의 하반신을 휘감았다.
눈을 감고 양손을 늘어트리고 있는 그녀가 더 이상 넨을 운용하지 않고 있음은 자명했다.
그럼에도 마치 스스로 의지를 지닌 것처럼 그녀를 감싸며 움직이고 있는 두 넨수의 기운.
두 마리의 용에 휘감긴 그녀를 보며 한참을 숨죽이던 우리는 그제야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의지를 담은 넨.
그것은 내게 다시 한번 넨에 대한 열의를 가져다주었으며, 동시에 염제(念帝)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지를 알리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