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門主)가 돌아왔다.
이 짧은 한마디는 용독문 문파원들의 입을 타고 삽시간에 뒷골목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호사가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는 그 어떤 소문보다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존경하는 문주와 감격적인 재회는 없었다.
대신 살벌한 대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백사장의 모래 위에 나뭇가지로 선을 긋듯, 문주가 방출한 독기에 일자(一)로 녹아내린 술집 바닥.
그녀에게 다가가려던 문파원들이 새파랗게 질려 쓰러졌다.
"문주, 이게 무슨...!"
쓰러진 문파원들을 등지고 선 남자가 문주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몇 발자국 다가서던 남자는 따끔거리는 피부의 감각을 느끼고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렸다.
문주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독기와 그것이 만들어낸 뱀의 형상...
휘감듯 문주를 감싼 뱀이 만들어낸 독의 영역은 매일 같이 맹독을 다루는 문파원들 마저 강한 중독을 일으킬 정도의 독기를 품고 있었다.
이 모든 걸 알아차린 남자는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독기에 잡아먹히신 겁니까?"
만약 그녀가 독기에 미쳐 독인(毒人)이 되었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핏물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분명했다.
"글쎄..."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문주는 또렷한 음성으로 답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보며 뒤로 물러난 문주는 넘어진 테이블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군."
남자는 그제야 그녀를 살펴보았다.
독기가 퍼진 것이 분명한 반신(半身)과 신체 곳곳에 나타난 중독 징후.
목 아래까지 침범한 독기의 흔적. 그럼에도 오히려 멀쩡하게 움직이는 팔다리.
"정확히는 그 반대의 상황이 일어났다고 해야겠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문주의 말에 남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