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으... 비겁한...!"
덩치의 사내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몸에는 수십 개의 바늘이 꽂혀 있었고 드문드문 둔탁한 것에 맞은 듯 패인 자국도 보였다.
무엇보다 중독된 피부는 도저히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괴사하고 있어,
비위가 약한 자들은 헛구역질하며 군중 사이로 내빼기도 했다.
자연스레 시선은 덩치의 사내를 쓰러트린, 그의 건너편에 있는 애꾸눈 사내에게로 향했다.
자극적인 혈투를 보기 위해 모인 군중이었지만, 상상 이상의 잔혹함이 그들의 비위를 상하게 만든 듯했다.
비난의 눈초리가 애꾸눈 사내에게 바늘처럼 꽂혔다.
사내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비겁?"
사내가 입을 덩치의 귓가로 가져갔다.
"언제부터 '데스매치'에 비겁이라는 단어가 통했지?"
이미 거품을 물며 축 늘어진 덩치는 듣지 못했겠지만,
사실 이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모든 군중에게 한 말이나 다름없었다.
들어 올린 덩치를 다시 내던진 사내가 자신을 둘러싼 군중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두가 안일해. 마치 애들 장난을 보는 것 같다고."
대놓고 모멸을 들은 군중의 분노는 마침내 끓는 점에 도달했다.
"건방지다!"
"놈을 죽여!"
군중 사이에서 여럿이 제각각 무기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그의 모욕적인 발언을 참을 수 없다는 그럴싸한 핑계로 나오긴 했지만
앞으로 나온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쓰러진 덩치에 돈을 걸었던 자들뿐이었다.
모욕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잃은 돈에 대한 화풀이에 가까웠다.
새로운 데스매치의 개막을 예상한 군중은 너 나 할 것 없이 또다시 돈을 걸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마저 예상했는지 사내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그저 팔을 축 늘어트렸다.
수십 개의 쇠사슬이 거친 마찰음을 내며 흘러내렸다.
갑작스러운 쇠사슬 소리에 군중의 시선이 다시 사내에게로 향했다.
"모두에게 전해."
무표정하던 사내의 얼굴에 그제야 감정이 드러났다.
섬뜩한 사내의 냉소를 목격한 주변이 모두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었다.
"물러터진 뒷골목을 바꾸기 위해 내가 돌아왔다고."
정적을 깨고 사내가 팔을 사납게 휘둘렀다.
쇠사슬은 그의 기분에 동조라도 하듯 주변의 건물들을 채찍처럼 후려쳤다.
종잇장을 가르듯 건물들은 손쉽게 붕괴했고, 건물의 잔해들은 오롯이 군중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비명이 난무하는 참상. 아비규환이었다.
그리고 그 틈에서, 마침내 사내의 얼굴에 광기의 웃음이 피어났다.
사내는 손에 들린 폭탄을 던지며 중얼거렸다.
"살아남는다면 말이지."
자욱한 먼지와 함께 폭발음이 뒷골목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