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숲과 다르지 않고 돌은 바위와 다르지 않으니
작은 미물마저도 모두 거대한 넨을 품고 있더라.
무릇 힘을 자신하는 자가 가장 미약한 법이니
내가 미물이요, 미물이 나일지라.
어린 날 분노에 눈이 멀어 힘만을 추구하였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누구나 겪을 죽음에 사색이 되어 살고자 발버둥 쳤으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제 행동을 후회하며 숲과 들의 힘을 빌어 미약한 목숨을 보전하니
그때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생각하였다.
허나 갓 태어난 아기가 첫 숨을 서럽게 울며 시작하듯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이제야 가늘게 눈이 뜨이는 것이라.
뜬 눈 너머로 보았던 자연경(自然境)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 광경을 다시 보고자 하니
눈에 새겨진 사나운 광휘가 이를 보지 못하게 하더라.
나에게 아직 사나운 광휘가 남아있어 내가 행하고자 하는 것을 행하지 못하니
어린 날 스스로의 생명을 깎아가며 얻어낸 힘도
미물의 목숨을 보전코자 했던 노력도
모두가 부질없어 그저 허탈한 웃음만이 입가에 맴도는구나.
한참을 웃고 난 후에야 선명하게 뜬 눈에는
사나운 광휘 대신 자애로운 금안(金眼)만이 남아 나를 바라보더라.
나 역시 가만히 금안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과연 이것이 내가 보고자 했던 자연경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