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승리에 취해, 망가진 자신을 깨닫지 못했다.
압도적인 패배를 겪고 나서야 우스운 내 꼴이 보였다.
몸을 아끼지 않는 무모함이 나의 힘이었을진데
이 미적지근한 불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사파(邪派)라며 얕잡아본 이들의 의표를 찌르는 자유분방함이 나의 재능이었을진데
이 틀에 얽매여 고착된 동작들은 무어란 말이냐.
부끄럽다.
너무나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투기가 차갑게 식는다.
몸에 두른 불꽃이 꺼져간다.
그리고 모든 불이 꺼졌다고 여길 때가 되어서야
나의 모든 것이 바뀌어 갈때 유일하게 바뀌지 않은 단 하나.
여전히 고동치는 심장의 열기가 느껴졌다.
스스로를 스트라이커라 칭하기 시작했던 그 날을 떠올려본다.
상처로 얼룩진 몸을 이끌고 승리했을 때의 무모함을 떠올려본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심장의 불꽃이 삽시간에 다시 몸을 덥히고 몸 밖까지 작열한다.
무식하다 해도 상관없다.
무모함이 본래의 내 모습이었으니.
볼품없다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애초에 네놈들을 위해 걷는 길이 아니었으니.
단 한 대일지라도 혼신의 일격을 가해라.
혼신의 일격을 두 번, 세 번, 몇 번이고 날려라.
그리하여 연격은 곧 모든 것을 불사르는 일격이 될 것이니,
모든 것을 불사르는 영원불멸의 불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