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 혹시 안개의 마력 때문이면 주저 말고 바로 말해. 그래야 뭐라도 해줄 수 있어."
내가 너희를 붙잡고 싶어지면 안 되잖아.
그랬다가 만약 너희도 내 형제들처럼 사라지면
가지 말라고 외쳐도 소용없게 되면
"페카토르, 피우. 난 멀쩡하니까 조용히 해."
내가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정직한 픽툼
너는 미끼였다.
사냥꾼들이 놓은 미끼.
아니, 어쩌면 내가 스스로 문 미끼였겠지.
버려진 것.
약한 것.
혼자 있는 것.
나는 그런 것에 약했으니까.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 넌 나와 닮았었다.
세상에 버려졌는데도
끝내 세상을 버리지 못하는 그 눈이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도 결국 인간이었다.
너는 끝내 인간이었고
나는 끝내 요괴로 남았다.
난 네게 속은 게 아니다.
내가 날 속인 거겠지.
넌 다른 인간과는 다를 거라고.
날 괴물로만 보지 않을 거라고.
그런 헛된 바람이 날 속인 거다.
네 숨을 끊어낼 때
내 안의 기대도 끊어냈다.
하지만 이상하다.
아무리 인간들을 죽이고 또 죽여도
넌 사라지지 않는다.
네 기억은 조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미끼가 되어라.
살아서 날 속였듯
죽어서 다른 인간들을 속여라.
네가 남긴 얼굴로 그들을 속이고
네가 남긴 목소리로 그들을 부르겠다.
네가 남긴 슬픔으로 그들을 삼키겠다.
그렇게 영원히 미끼로 남아라.
죽어도 지워지지 않고
삼켜도 사라지지 않는
꺼내려 할수록 더 깊이 파고드는 미끼로 남아라.
눈물짓는 블리스
유리 무덤.
역설의 미궁 깊은 곳에 있는, 무덤이라 불리지만 생명이 탄생하는 곳.
수많은 인간, 요괴, 신수가 관에서 죽고, 다시 관을 열고 나옴으로써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알 수 없다.
관에서 나온 순간, 과거의 기억도 이성도 가진 자는 거의 없으니까.
지금 빌리스가 바라보는 인형도 마찬가지였다.
피눈물을 흘리는 듯 붉게 물든 두 눈.
창백하게 질려버린 피부와 백발의 머리칼.
수많은 실험으로 잘리고 붙으며 선명해진 관절의 이음새까지.
기괴한 아름다움만 간직한 인형이었다.
빌리스는 자신이 마치 인형을 만드는 장인이 된 기분이었다.
관에서 나온 인형은 어린아이처럼 첫걸음마를 떼고 넘어지길 반복했다.
그러다 배시시 웃었다.
처음 피비린내 나던 천막에서 주워 왔을 때
요기로 물든 눈에 가득했던 절망과 슬픔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도와달라던 순진한 눈망울도 마찬가지였다.
"어때, 새로운 삶을 얻은 기분이?"
"......"
인형은 대답 대신 자신의 손을, 팔을, 다리를 움직여 보였다.
허공을 맴돌던 움직임은 이내 박자를 만들고 선을 만들었다.
"흐음. 분명 이전의 기억은 모두 지웠을 텐데?"
실패작인가 했던 것도 잠시.
인형의 움직임을 따라 요기를 대신해 인형의 몸을 채운 검붉은 기운이 일렁였다.
"그래, 너는 천성이 무희였던 거구나."
빌리스는 인형 앞에 앉아 붉게 물든 칼날 다리를 바라보았다.
토슈즈를 신은 것처럼 곧은 선이었다.
"네가 어떤 춤으로 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지 기대가 되는구나."
"종말의 중심에 서서 마음껏... 최후의 춤을 추렴."
신실한 소코르스
#연구 일지 1
안개 관측 및 이상 없음.
지난밤의 기록과 크게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그 자체로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머물고 있다.
난 종종 생각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안개일 거라고.
이토록 완전한 현상 뒤에 자리한 신은 진정한 절대자일 것이다.
내 연구가 그분의 일부라도 증명할 수 있다면 나의 생은 그것으로 족하다.
#연구 일지 2
비공개 기록. 열람 금지.
구름 없는 밤 이후의 기록.
오늘 선계에서 안개가 일순간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 어떤 측정 장비와 관측자의 지혜로도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제 남은 결론은 하나뿐이다.
안개는 영원하지 않다.
이 명제는 내가 지금껏 믿어온 진리를 무너뜨렸다.
#연구 일지 3
비공개 기록. 열람 금지.
안개신께서 마이어를 통해 힘을 되찾아 가고 있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신이 인간을 통해 완성된다면 그건 더 이상 신이 아니다.
불완전한 인간의 손을 빌려 완전해지는 신이라면
그건 더는 내가 믿어온 신의 모습이 아니다.
난 지금까지 무엇을 믿고 섬겨온 것인가.
#연구 일지 4
연구소 폐쇄 32일 차.
연구실의 창을 닫아둔 지 오래다.
창밖을 감도는 안개를 바라보자니 구역질이 난다.
웃기는 일이다.
한평생 진리를 탐구해 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내 믿음은 보잘것없이 깨졌다.
언제든 사라질 안개를 축복하며 살아온 시간을 모조리 지워내고 싶다.
#연구 일지 5
비공개 기록. 열람 금지.
바니타스와의 접촉 이후 기록.
로페즈, 그자가 보여준 힘은 그 자체로 완전했다.
존재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했고 난 곧장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평생 찾아온 것은 바로 이러한 힘이었음을 깨달았다.
끝내 변질되지 않고 그 본질조차 잃지 않는 절대적인 힘.
지난날 안개를 불멸이라 여겼고 진리라 추앙했던 어리석음을 후회한다.
안개에 관한 모든 연구 자료와 권한은 바니타스 측에 이관했다.
잘못된 신을 향한 기록은 내 신념의 오류를 증명하는 잔재일 뿐이다.
내 연구도, 내 신념도, 내 남은 생도
종말의 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할 것이다.
기꺼이 그 뜻을 따르겠다.
기꺼이 그 앞에 머리를 숙이겠다.
그 힘이 세상의 끝을 예고한다면, 나는 그 끝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안개의 시대는 끝났다.
내 오랜 믿음도, 이 기록과 함께 끝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안개를 추앙해 온 학자가 아니다.
종말의 힘 앞에 복종하며, 파멸을 증명할 자로 남을 것이다.
종말의 칼날 로페즈
안개가 사라졌다.
이유도, 예고도 없이 세상에서 지워지듯이.
그리고 우리는 추락했다.
붙잡지 못한 손들이 있었다.
끝내 불리지 못한 이름들이 있었다.
나만 살아남았다.
이후에 안개는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이어, 그가 그렇게 만들었지.
자기 발 아래 어떤 희생이 벌어지는지 외면한 채,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한때는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다.
만약 그가 미안하다고 했다면,
내가 멈췄을까. 그 순간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
이 긴 시간을 버텨온 이유가 무너지고
붙잡고 있던 모든 것이 사라져,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을까.
하지만, 그마저도 그저 망상일 뿐.
침묵하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묻지 못한 채로 있다.
나는 이제 최후의 수단을 맞이하려 한다.
그 힘을 이용해 너와 마이어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이 세상을 부수겠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이미 나에겐 되돌아갈 이유도, 남아 있는 것도 없기에.
시나리오 퀘스트
시나리오 던전 정보
아포칼립스 : 안티엔바이 시나리오 던전 1종이 추가됩니다.
구분
내용
던전명
자비의 나침반
입장 조건
115레벨 액트 퀘스트, '종말을 향한 칼날' 수락 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입장 레벨
115레벨 이상
인원 제한
1인
입장 명성
없음
소모 피로도
없음
자비의 나침반
신규 시나리오 던전 '자비의 나침반'이 추가됩니다.
선계의 은자 켈돈 자비와 선계의 여러 인재와 함께 만든 최초의 바랗급의 비공정이자 도시 이내의 중심축.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 멀리서 봐도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여 나침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세간에는 요괴로부터 선계인을 구원하기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요기와 안개의 조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는 요기 순환 장치를 가동하고, 켈돈 자비의 마력으로 내부 어딘가에 디레지에의 기운을 봉인하여 천해천으로 떠났다.
기계 마법의 정수라고 불리는 만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다양한 시설들이 있으나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타운
천해천 하층 지역에 신규 타운 '선로 운항실'이 추가 됩니다.
선로 운항실
자비의 나침반 1층에 위치한 나침반의 조종실.
과거에는 비공정으로서 자비의 나침반이 무사히 항해하도록 이끄는 조타실이자
내부 시설의 상황을 관측할 수 있는 관제실이었으며, 기술자들과 켈돈 자비의 연구실이기도 했다.
자비의 나침반이 이내의 중심축으로서 자리 잡으면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으나,
천해천으로 가기 위해 자비의 나침반이 이내에서 분리되면서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