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믿었을 때가 있었다.
그건 어쩌면 눈앞에 보이는 희망을 놓치기 싫어 만든 단순한 위안이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한 치 앞에서 일어나는 일도 모르고 있던, 허울만 좋은 눈뜬장님이었다.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 모든 계획은, 단 하나의 진실에 무너져 내려버린 한낱 꿈에 불과했으니까.
이 꿈은... 정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이대로는 모든 것이 끝나리라 생각했을 때 그가 나타났다.
처음 만난 사람이었지만, 얼굴을 마주한 순간 알 수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그것은 분명 나... 아니 우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나에게 그저 한마디 질문을 했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많은 것이 생략된 물음이었지만, 이미 선택을 마친 후였던 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 선택을 말해주자 그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내가 그런 선택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
몇 번의 기회가 주어져도 절대 바뀌지 않을 선택이 있다.
지금 내가 이해하고 있는 기술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지만
만에 하나... 혹시나 만에 하나 내가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이 생을 다시 한 번 반복할 수 있다고 해도.
이 선택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 또 다른 왜곡된 시간, 곧 사라질 테네브의 기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