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별조차 뜨지 않는 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어둠을 보았다고 생각하나?
네가 본 어둠은 그저 빛의 부재일 뿐.
나의 어둠은 공간을 왜곡하는 힘이자
존재를 잠식하는 권한이고
빛을 물들이는 저주이면서
어둠마저 삼켜버리는 역병이며
아무것도 아닌 것(無)에서조차 퍼져나가는 권능.
어둠이 엄습하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무지한 놈아.
심연을 쳐다보면서 심연이 널 보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니.
이미 목까지 잠식되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겠지.
무엇으로도 볼 수 없을 테니, 공포에 몸서리쳐라.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으니, 고통에 몸부림쳐라.
네놈이 살고자 발버둥 칠수록 수렁은 널 더욱 깊이 끌어당길 테니.
그러다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마침내 너의 힘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울 것이다.
잠식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