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높은 탑, 두 남자가 잠시 멈춰 섰다.
정적이 싫었는지, 혹은 그저 궁금해서였는지 젊은 남성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어떠셨습니까?"
"가장 태산에 어울리는 자였네."
무심한 듯 대답을 내뱉는 늙은 남성을 보며 젊은 남성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투지를 가지고 있는 자라는 것은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태산이라...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다.
늙은 남성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꺾이지 않은 자가 있었던가.
"당신이라면 태산마저도 베어 넘길 수 있지 않으십니까."
"하여 베었네."
휘어지지 않는 자는 결국 부러지기 마련이고, 자칫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그러한 성향을 굽히지 않았던 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로를 맞이했다.
"이번 비무를 계기로 그는 유연함을 배웠겠지요."
"묻겠네. 그의 흉물스러운 마창이 어떻게 느껴졌나?"
젊은 남성은 그가 끝내 손에서 놓지 않았던 마창을 떠올렸다.
어찌 잊겠는가. 마치 혼자서라도 싸울 듯 쏘아대는, 주인마저 잡아먹을 듯한 그 흉흉한 기운을.
"다시 묻겠네. 그에게 유연함이 필요해 보이나?"
이미 확정된 패배 앞에서도 오기에 가까운 투기를 형형하게 뿜어냈던 자.
그리고 그가 쥐고 있었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했던 마창.
그가 이번 패배를 계기로 한층 더 단단해지기만 한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마창을 뛰어넘는 때가 온다면.
깨달은 듯 잠깐 눈을 휘둥그레 뜬 젊은 남성이 픽 웃어 보였다.
"비무가 아니라 재련(再鍊)을 하셨군요."
늙은 남성이 말없이 몸을 휙 돌렸기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젊은 남성 역시 그의 뒤를 따랐지만, 머릿속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장면을 계속해서 상상해냈다.
전장을 가로지르며 천멸(踐滅)의 마창을 휘두르는 불사자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