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오지 않을 허름한 집 안의 작은 방의 낡은 침대 위에 한 소년이 누워있었다.
그 옆에서 소년을 간호하던 여인이 말했다.
"이봐. 은인. 이제 눈을 뜰 때가 되지 않았어?"
목소리를 들은 소년이 힘겹게 눈을 떴다. 어비스를 담은 심연의 검은 눈은 여전했지만, 한쪽 눈이 달랐다.
세상의 모든 힘을 담으려는 듯한 욕심을 보이는 사악한 눈...
어태껏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그 오드아이(Odd Eye)는 분명 그의 심장에 있는 어비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한한 힘을 발산하는 어비스의 마력을, 무한한 힘을 담을 수 있는 심연의 눈에 담는 데 성공하다니.
"마계 한쪽이 날아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 있었어. 어비스 폭탄이 또 터진 줄 알았다니까?"
여인의 말에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쪽 눈이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쓰며 손을 들어 가렸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성공했어. 네 위험해 보이는 오드아이(Wicked Odd Eye)를 보니 확신할 수 있겠네."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거울을 들이밀었다. 거울을 무심코 받아든 소년은 거울 속에 비친 왼쪽 눈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자리 잡은 짙은 심연속에서 꿈틀대는 어비스의 마력은 마치 작은 우주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어비스를 이식한 자 중에서도... 그런 눈을 가진 자는 여태까지 아무도 없었어."
거울을 바라보던 소년이 여인을 다시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의 마력도 그 눈에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지금... 네가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말이지."
소년은 다시 고개를 돌려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워록이 된 소년은, 그 엄청난 사실에 비하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 안에 담긴 우주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