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어떤 자세로든 상대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노인은 시가를 입에 물고 크게 한숨 들이켰다.
이내 스으- 하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서 희뿌연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레인저(Ranger)다. 우리 늙다리 세대부터 전해져 오는 교과서 같은 말이네."
노인이 시가를 탁탁 털었다.
"하지만 좀 더 원론적으로 들어가 보세.
우리가 그런 묘기에 가까운 사격술을 연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 시발점부터 말일세."
잠시 고민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무법지대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네.
때문에 언제든 벌어질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신경을 날카롭게 세워두고 있지.
그리고 긴장된 상태는 마침내 전투가 벌어졌을 때 최고조에 이를걸세.
그 최고조의 긴장 상태에서,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탄환이 느려지는 감각을 느낀 적이 있나?"
젊은이는 입은 꾹 다문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초인적인 힘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말하려는 것도 이와 같네.
신경이 극한으로 곤두서게 되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네.
하지만 주변의 모든 것은 그대로일세. 다만 그때의 자네가 초인적인 힘을 내고 있을 뿐."
젊은 날의 자신과 닮은 눈빛을 알아본 노인이 씩 웃어 보였다.
실마리를 찾은 젊은이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가끔 이 경지에 오른 자를 상대하고 있자면 마치 예지력을 가진 자를 상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
하여 다들 이 경지를 '프리비전'이라고 부르고 있지. 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말을 마친 노인이 손에 들고 있었던 중절모를 머리에 눌러썼다.
"물론 터무니없는 이론일세. 다들 경험은 해봤을지언정 그 실체를 잡은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자네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노인은 인사는 필요 없다는 듯 젊은이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답을 찾았길 바라지."
젊은이는 석양을 향해 나아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무법지대의 전설에게 썩 어울리는 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