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세상을 가르는 거대한 문이 열려 하나로 통하니
한 세상에 두 개의 달은 존재하지 못하리라.
현세의 달이 숨죽여 모습을 감추고 명계의 달이 모습을 드러내니
귀기에 눌려 잡귀는 흔적조차 내비치지 못한다.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문 안에서 형용할 수 없이 거대한 존재가 걸어 나왔다.
그 옛날, 멸망해가는 제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졌던 신관조차 공포로 내몰았던 존재.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백귀를 떨게 만든다는 명계의 절대자.
명계의 문지기이자 합당한 열쇠의 소유자.
여덟번째 귀신 문의 주인, 카론.
"백귀 위에 군림하려 드는 자여."
그의 단어 하나하나에 마치 저주가 담긴 듯 뇌리를 파고들었다.
허나 백귀 위에 올라 왕이 되고자 하는 이는 도리어 웃음 지었다.
"권능을 내놓아라."
그와 함께 쏟아져 나온 블레이드 팬텀들이 우우- 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을 곤두세웠다.
그를 제외한 여덟 귀신도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대의 말을 따를 이유가 있는가."
"부름에 응하지 않은 귀신들을 명계로 보내주지."
귀음(鬼音)이 요동쳤다.
명계의 문 너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그가 현세에 손을 뻗칠 수 있게 되는,
명계의 문지기로서는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으나, 결국 답은 정해져 있는 듯했다.
시끄럽던 귀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어서 카론의 손에서 검 한 자루가 드러났다.
"그대에게 명계의 열쇠를 줄 것이다. 허나, 업보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니..."
조언이자 경고.
하지만 위태로운 줄다리기 위에서 그는 기꺼이 웃음지어 보인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듯했다. 이를 알아차린 카론은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