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초상화의 무녀는 누구인가?
곱고 단아한 무녀님이 맑은 눈길로 앞을 응시하고 있다.
갸름한 얼굴은 마른 편은 아니지만 어디에도 살집이 없어 수행자의 얼굴답다.
보통의 많은 초상화는 설사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하더라도 곳곳에 예의와 존중의 의미로 이상화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 무녀의 그림은 전혀 그런 구석이 없고, 있는 모습을 꾸밈없이 표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모습은 우리가 종종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수행 무녀의 반듯한 모습에 다름 없다.
허나 한 가지 비사실적인 부분이 있긴 하다.
신녀 뒤에 뚜렷하고 거대한 푸른 신룡의 모습이 그것이다.
신룡을 현세에 부르는 의식은 어마어마한 법력이 필요하며, 기력을 크게 소모한다.
우수한 무녀가 모든 법력을 소모해 신룡을 부르더라도 신룡은 사람만한 크기를 가지며 흐릿하게나마 볼 수 있다.
즉 이렇게나 거대한 신룡을 편안한 모습으로 부르는 그림은 터무니 없는 이상화인것이다.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당대에 수쥬는 마물들이 가득하고 햇볕이 들지 않아 사람이 살곳이 아니었다 한다.
마침 세계를 떠돌며 수양 중이던 무녀가 수쥬에 도착했고, 무녀는 자연스럽게 수쥬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서 알 수 없는 언어를 편안히 읊조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거대한 신룡이 무녀의 몸에 내려와 감싼 후 폭풍과 뇌우가 몰아쳤다.
무녀 몸에서는 푸른 빛을 내뿜어졌으며 빛에 닿은 마물들은 즉시 소멸하였고 먹구름이 사라져 다신 마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을 지켜본 수쥬인들은 무녀 중에 압도적인 신룡의 힘을 가진 자를 신녀님이라 불렀으며 그때 그 신녀님을 본 자들이 그림을 남겼다고 한다.
이 그림은 무녀가 아닌 신룡의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녀님의 초상화라는 이야기다
일설에는 무녀가 수행을 쌓아 신녀가 되는 것이 아닌 신룡의 선택으로 신녀가 된다는 말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굳이 사실 여부를 따질 것까지야 없지 싶다.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들어두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