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무너진 성자 미카엘라

차갑게 식은 푸른빛이 감도는 성당 한가운데, 미카엘라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렬한 통증과 함께 밀려드는 감정들이 그를 잠식해갔다.
내재된 사도의 힘은 종말의 기운에 잠식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을 더해갔다.
아득히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 그는 저도 모르게 되뇌었다.
"저는 항상... 의심했습니다."
"네놈의 꼴이 꽤나 보기 좋구나."
미카엘라의 귓가로 비릿한 음성이 스며들었다.
잊으려 해도 차마 잊을 수 없는 목소리.
그가 지금 이곳에 있을 리 없다. 지금 들리는 것은 분명 환영일 뿐이다.
미카엘라는 애써 그 목소리를 지워냈다.
"그렇기에... 진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혼돈과 다를 바 없군."
그러나 환영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이 저의 힘이었습니다."
"결국 사도의 힘을 받아들이려 하는가?"
미카엘라는 그 환영을 마주 보지 않았다.
"이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힘은 질병처럼... 너를 무너뜨릴 것이다."
환영의 목소리에 또 다른 목소리가 겹쳐 들리기 시작했다.
미카엘라의 내면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의심할 때가 아니었다.
신의 침묵은 그의 의심을 키워왔지만,
다가올 종말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확신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종말을 막을 것입니다."
"내가 무너진 것처럼... 말이야."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의심이 아닌 확신이었다.
"오롯이 나의 의지로서."
환영은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 목소리는 여전히 그를 비웃는 듯 귓가에 맴돌았다.
미카엘라는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오직 그만이 서 있는, 차가운 푸른빛만이 고요히 감도는 곳에서
그는 아주 조용히.
무너졌다.
가려진 정의 미카엘

"저 아래, 진실을 보는 눈을 지키라. 그는 훗날 빛을 대변할 터이니."
레미디오스의 계시는, 대천사 미카엘에게 있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뿐이었다.
'감히 그 누가 빛을 대변할 수 있는가.'
그런 의문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은 그 즉시 지상으로 내려가 계시의 진의를 확인하고자 했다.
레미디오스가 지목한 그 대상은, 한 평범한 여행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의 계시가 잘못될 리 없기에, 미카엘은 그를 눈여겨보았다.
미카엘이 지켜본 그는 확실히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자신을 보살피지 않았기에 행색은 비루했지만, 그의 행동에선 항상 품격과 위엄이 느껴졌다.
또한 그는 항상 선행을 베풀었으며, 행동함에 있어 그 어떤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가는 길에 한치의 의심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여행자는 언제나 세상에 빛을 흩뿌렸다.
사람을 도우면서.
약한 자들을 일으켜 세우면서.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으면서.
그리고, 갈 곳 없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면서.
흡사, 세상을 빛으로 뒤덮고자 하는 성자(聖子)처럼.
그라면 훗날 빛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런 확신에 마침내, 미카엘은 지상에 현신하였다.
광채가 일며 날개가 펼쳐졌다.
광휘가 쏟아졌다.
그곳에 빛의 종이 강림했다.
세상 누구도 보지 못한 신성한 모습에, 여행자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대천사로군요. 이 세상을 위해 내려오신 겁니까?"
진실을 보는 눈.
그제야, 미카엘은 자신이 따르던 계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내가 지켜야 할 이.
"나는 미카엘."
그의 이름을 들은 여행자의 눈빛이 변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미카엘의 한쪽 무릎이 바닥에 맞닿았다.
"그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의 존재까지 바칠 것입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행자는 담담히,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미카엘라. 그것이, 제 이름입니다."
진리의 불꽃 우리엘

"레미디오스시여, 어찌하여 제게 당신의 불꽃을 내리셨나요?"
우리엘을 비추며 내리쬐는 빛, 그녀는 빛의 근원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내밀었다.
그녀의 손안에는, 작은 불씨가 일렁이고 있었다.
얼마 전, 그녀가 레미디오스에게서 하사받은 것이었다.
"진리의 불꽃... 저는 이것을 지킬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분명 저보단, 다른 이에게 내리심이 옳다고 생각해요. "
진리의 불꽃.
그것은 세상에 진리가 존재하는 한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우리엘은 그대로 불꽃을 담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신을 거역했다는 가책과 부담감으로, 그녀의 두 손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느냐?"
그녀의 요청에, 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엘은 더욱 고개를 조아렸다.
"제겐 불꽃을 지킬 능력이 없어요. 저는 지금처럼,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힘을 나눠주어 그들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진리는 불꽃과도 같아 도움을 주지만,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성스러운 목소리에, 우리엘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빛을 바라보았다.
찬란한 그 빛은 강렬히 우리엘을 쬐고 있었다.
"많은 이들을 수호하였듯, 진리를, 그리고 진리로부터 나를 따르는 이들을 수호하거라."
그제서야 우리엘은 깨달았다.
신은 그저 진리의 불꽃을 지키기만 하라 한 것이 아님을.
진리에 다가오고자 하는 이들이 더 이상 상처 입지 않도록 그들을 지키라고 한 것임을.
그 뜻을 알았음에도, 우리엘은 여전히 자신감이 없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지금껏 많은 이들을 지켜온 너라면, 능히 가능하리라."
강렬히 내리쬐던 빛은 점차 약해졌다.
목소리 또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엘의 떨림은, 이미 멈춰 있었다.
"알겠습니다, 레미디오스시여. 당신의 뜻을 따르겠어요."
우리엘은 손안의 불꽃을 꼬옥 안았다.
"이 불꽃과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꼭 지키겠나이다."
치유의 손길 라파엘

과거, 한 천사가 있었다.
그녀는 그 어떤 천사보다 타인의 아픔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으며, 그만큼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누군가의 고통에 가슴 아파했고, 누군가의 슬픔에 그녀 또한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웠다.
자신의 고통보다 타인의 고통을 더욱 마주할 수 없었던 그녀는 한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이 짊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타인의 상처를 자신의 몸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녀의 몸은 성할 날이 없었으며 항상 크고 작은 상처들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작은 상처는 천사인 그녀가 감당할 수 있었지만, 커다란 상처는 그녀 또한 수용할 수 없었다.
죽음에 이르는 상처는 그녀가 나눠 가질 수 없었고, 그렇게 상처를 나누지 못한 이는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그녀는 늘, 구하지 못한 이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으로 더욱 피폐해지고 말았다.
몸과 정신이 모두 한계에 달한 그녀는, 기도를 올렸다.
기도의 내용은 오직 하나.
자신에게 모든 이들을 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기도는 신에게 닿았고, 신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마음에 감복한 신은 그녀에게 타인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그로 인해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상처 입지 않고 타인을 구할 수 있는 천사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신의 치유를 뜻하는 라파엘(Raphael)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신의 일곱 천사가 되어 세상에 회복과 위로를 흩뿌리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도 그녀는 고통받은 이를 위해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하늘의 목소리 지브릴

신의 전언과 계시를 전하는 지브릴은, 처음부터 전령의 역할을 수행했던 건 아니었다.
대천사에 임명되기 이전에, 그녀는 그저 듣는 것을 좋아했다.
신의 말씀은 물론이고, 천상에서 흘러나오는 성가 소리, 그리고 천사들의 웃음소리.
그녀에게 있어 평화롭고 즐거운 소리들은 모두 유희거리와도 같았다.
그런 그녀가 지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빛을 따르라."
신께서 인간들에게 내리신 그 말씀은, 매우 간단했다.
그저 자신을 따르라는 말, 그것은 유약한 인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의 그 말은, 온전히 인간들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어떤 인간은 빛을 의심했고, 어떤 인간은 빛을 등졌으며, 어떤 인간은 스스로 빛이라 칭했다.
이로 인해 세상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신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신께선, 인간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너무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모든 행동들을 존중하고,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이에 지브릴은 신의 말씀을 잘못 이해한 그들의 모습에 신을, 그리고 인간들을 안타까워 했다.
"신은 침묵하시지만, 난 침묵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녀는 고민 끝에 결론을 냈다.
"내가 신의 말씀을 올바르게 전한다면, 그 뜻을 오독하는 사람이 없어질 거야."
그러나 사실 그녀의 목적은 정확한 해석이 아니었다.
지브릴은 그저, 그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을 줄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신의 말씀을 전하는,
그리고 그 말씀을 직접 해석하여 인간들에게 전해주는 목소리가 되었다.
공정의 저울 라구엘

악이란, 무엇인가?
선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망치며 질서를 흩트리고 죄 없는 이를 해하는 것.
수십, 수백, 아니, 수천 년 동안 난 그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으며, 그 기준에 맞게 벌을 행해왔다.
적지 않은 죄인들이 쓰러져 갔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악인들이 스러져 갔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며, 내가 해야 할 마땅한 소명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단죄를 행하던 중, 우연히 빵을 훔치는 이를 보았다.
그는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할 빵 한 조각을 훔쳤기에 상인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는, 망가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에는 병든 아내가 있었다.
쉽사리 몸을 못 움직이는 탓인지, 아내는 그저 침대에 있을 뿐이었다.
수척한 아내에게, 남자는 훔쳐 온 빵을 물에 개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들리는 바로는, 그와 아내는 벌써 일주일째 굶었으며 일조차 할 수 없어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죄를 저질렀다.
그렇기에 그는 죄인이 분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세상을 떴다.
결국 남자는 상인들에게 맞은 상처가 덧나 죽었고 아내 또한 침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죄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형벌은 죽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상황에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들은, 저런 형벌을 받아 마땅한 이들인가.
나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빵 한 조각의 대가로, 둘이 죽었다.
죄를 지은 것은 한 사람이었으나, 스러진 것은 둘이었다.
오랜 시간 나는 행위만을 저울에 올렸다.
그러나 그가 왜 훔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는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 소명은 얼마나 좁고 메마른 것이었는지.
단죄를 멈췄다.
질서를 강조하며, 중재를 내세웠다.
옳고 그름을 논하며, 안타까운 죄가 철저한 단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나는 공정함을 추구했고, 이로 인해 세상의 악은 점차 사라졌다.
내 사명은, 그렇게 바뀌었다.
"신이시여.
당신께서 내리신 단죄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겠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베풀어야 마땅하실 공정함을, 세상 모든 이들에게 베풀겠나이다.
당신의 빛이 세상 모든 이들을 비추듯 말입니다."
영혼의 안내자 사리엘

사리엘이 인간에게 흥미를 갖게 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작고 옅은 기도, 마치 저녁노을의 꺼져가는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오는 듯한 그 기도는 우연히도 사리엘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평소 천상 외의 일, 특히 지상에서의 일에 관심이 없었던 그녀였지만, 작디작은 기도 소리에 눈길을 주었다.
기도를 올리는 이는, 아주 작은 꼬마였다.
인간의 나이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사리엘이 보기에도, 그 아이가 태어난 지 고작 4~5해밖에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그 아이는 아기자기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신 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뿐이었다.
대단한 소망도 아니었고, 거창한 부탁도 아니었다.
그저 일상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올리는 그 기도가, 사리엘의 흥미를 이끌었다.
그때부터 사리엘의 눈은 늘 그 아이에게 머무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점차 성장했다.
아이는 청년이 되었고, 청년은 이내 노인으로 변해갔다.
시간이 지나 늙은 인간은 죽는다, 사리엘은 그 아이의 최후를 눈에 담았다.
결국 이렇게 소멸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신이시여,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작고 옅은 기도가, 또다시 들려왔다.
죽음, 혹은 소멸을 앞둔 존재는 많이 봐왔다.
그러나 살아온 삶에 감사한 이는 손에 꼽았다.
마지막을 앞에 두고 감사를 올릴 수 있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설령 천사라 한들,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필멸자가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 의문은 이내 관심으로 이어졌고, 관심은 결국 흥미로 번져갔다.
그렇기에 사리엘은, 그 존재가 못내 궁금해졌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나약한 육체에 여린 영혼이 머무르는 존재.
사리엘이 인간을 알기 위해, 영혼을 찾아가 그들을 심판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은, 그 사소한 호기심이었다.
희망의 속삭임 레미엘

...그대는 믿음을 유지하던 중, 좌절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과거의 나 또한 그러한 시련을 겪었었다.
끊임없는 고난과 검증, 그리고 증명과 수양.
살아가며 그 모든 걸 해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난,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마티아스 신관(*각주 1)에게 털어놓았음에도, 제대로 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난 1000일 기도를 시작했다.
오로지 기도실에서 성서를 공부하고, 경전을 집필하며 시간이 남을 때에는 기도와 수기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 또한 내 믿음과 신앙을 증명해 주진 못했다.
신의 은총을 갈구하는 내게 매일 밤마다 조급함과 불안감이 찾아왔다.
믿음은 그런 대가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그저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999일째에 이르러서는, 스스로 나에겐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기도실에서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난 999일째의 밤에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신께 죄송하다고, 그리고 내 포기를 결코 질책하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기도가 끝나고 눈을 떴을 때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달빛보다 밝은 빛이 날 비추고 있는 게 아닌가!
피부에 닿는 그 빛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성스러운 신의 빛이라고.
그리고 그 빛을 타고 무엇인가 나에게 다가왔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얀 여섯 장의 날개와 분홍빛의 머리, 그녀는 분명 대천사 레미엘이시라는 것을.
신앙의 끝에 다다른 이만이 볼 수 있다는 지고하신 존재!
그런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레미디오스께선 알고 계세요. 당신의 믿음은 찬란하고 거룩하며 그 어떤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임을. 그리고, 당신의 지금껏 이어온 믿음은 결코 허튼 것이 아님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쌓아온 믿음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레미엘께선 내 믿음을 증명해 주었음을!
그렇게 난 지금까지 더더욱 열렬히 믿음을 가졌으며, 신앙에 인생을 바쳤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신자들이여, 기억하라.
그대의 믿음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 믿음을 의심 없이 유지해나가길.
그리고 기억하라.
그대가 만약 대천사 레미엘을 만나 뵌다면,
그 희망의 속삭임을 듣는다면!
그대의 지난 믿음들은 결코, 쓸모없는 것이 아닐 것이다.
- 성인 살레오르의 수기 일부 -
*각주 1 : *이 당시에는 신관으로 있었으며, 이후 그는 나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상실의 루타리엘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습니까?"
미카엘과 그의 병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격이 낮은 하급 미카엘리타가 내뱉은 돌발적인 발언이었다.
미카엘은 발언의 주인을 확인했다.
최근 좋은 실력으로 두각을 보이는 병사가 손을 들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열정과 의욕이 드러나있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나처럼 되고자 하십니까?"
"강해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강해져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그건...."
목적 없는 목표, 미카엘의 물음은 되려 미카엘리타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제가 그러하였듯, 우리는 천상의 뜻을 널리 알리고, 그 뜻을 수호해야 하는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직한 미카엘의 말은, 온 미카엘리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목표를 더욱 선명히 하면,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미카엘은 싱긋 웃음을 지었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한다면, 분명 더없이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누군가를 지킨다, 그 말에 하급 미카엘리타의 눈이 더욱 빛났다.
"그렇다면, 지키고자 하는 이가 저보다 강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렇다고 한들, 그대가 지키고자 하는 의지마저 퇴색되는 겁니까?"
"......"
미카엘은 하급 미카엘리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손에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소중한 이를 지키는 건 그 어떤 일보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러니, 그걸 해내고자 하면 자연스레 힘을 얻을 테지요."
힘, 하급 미카엘리타는 조용히 읊조렸다.
"그러니 소중한 이를 찾아보십시오. 그리하면, 당신 또한 강해질 겁니다. 루타리엘."
루타리엘, 그는 고개를 들어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미카엘의 뒷모습을 보았다.
나보다 강하지만 내가 동경하는 이.
루타리엘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동경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더욱 강해지겠다고.
그의 주먹은 더욱 굳세게 쥐어졌다.
부리는 자 앤지

앤지는 다른 천사들과 달리 특이한 이 중 하나였다.
그녀는 어린아이를 연상시키는 작은 몸과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날개 또한 작은 몸집에 어울리는 크기에 그쳤다.
이 때문에 항상 앤지는 고민과 자괴감에 빠져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밝은 모습을 보였다.
언젠간 자신도 여타 천사들만큼 성장할 것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그녀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은 시간이 흐르면 성장하지만, 천사는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앤지의 고민은 겉으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는, 한 가지 방책을 떠올린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
그것은 바로 인형을 다루는 것.
그녀는 커다란 인형을 제작했다.
자신의 몸을 감싸면서, 그 속에서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을.
인형을 만든 앤지는 뿌듯했다.
언제든 자신의 몸을 숨기면서 타 천사들과 비슷한 눈높이로 볼 수 있었으니까.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앤지는 늘 인형 속에서 움직였다.
그래서일까, 천사들은 앤지가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걱정하고, 슬퍼했다.
그들은 앤지에게 조언하고, 충고하고, 타일렀다.
그저 크기만 한 건 아무 가치가 없다고.
그러나 그 무엇도 앤지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커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작아 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래요."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앤지는 더 이상 인형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그 누구도 앤지의 본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에 천사들은 안타까워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사들은 더 이상 앤지를 나무라지 않고 그저 인형을 앤지로 대하며 예전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그녀가 인형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말이다.
생명의 엘루미아

"후우우우..."
낮고 무거운 숨이 허파를 오갔다.
다리 또한 한계에 다다르기라도 한 듯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정신 차리자, 라트리.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오로지 신학만을 연구하며 살아온 그는, 반드시 가야만 하는 그곳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의 눈앞에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땅, 별마로가 펼쳐졌다.
별마로, 그곳은 레미디오스의 기운이 흐르는 성지이자 천상으로 승천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
뭇 빛의 추종자들이 꿈꾸는 땅이자, 아무나 함부로 도달할 수 없는 땅.
천상과 지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땅.
수십 년에 걸쳐 세운 신앙심 덕에 라트리 또한 이곳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렇기에 그는 무리해서라도 이곳에 온 것이었다.
라트리는 곧장 자신의 발을 별마로에 내디뎠다.
'그런데, 이제 무엇을 하면 되는가?'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다.
이야기로만 떠돌던 천상으로 향할 수 있는 계단도, 누군가를 옮겨주는 구름도 없다.
그저 비어있는 땅을 두른 회백색의 강만이 존재할 뿐.
혹시 강물에 어떤 비밀이 있는가, 라트리는 강 가까이로 다가갔다.
마치 쇠와 은과 유사한 강물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강물을 만지고자 했다.
"엇?"
순식간에 라트리의 시야가 강물에서 하늘로 바뀌었다.
강물이 떠난 것이 아니라, 그의 몸이 기울어 바닥에 널부러진 것이었다.
그의 머리 위로 짐승의 소리가 들려오며 이내 시야에 소리의 주인이 나타났다.
"...신수?"
별마로에 신수가 있다니, 라트리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사실, 별마로에 대한 이야기는 그 수가 매우 적었다.
다녀온 이가 매우 적기에, 전해지는 이야기 또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알려진 내용은 별마로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뿐.
라트리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으나, 신수는 그저 그를 빤히 쳐다보고는 이내 몸을 돌리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저 신수를 따라가야 한다, 그런 생각에 라트리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신수는 마냥 제 갈 길을 가는 게 아니었다.
라트리가 잠깐 주춤하면 그 자리에 멈추고, 라트리가 느려지면 그에 맞춰 자신의 속도 또한 줄였다.
신수의 행동은 마치, 길잡이 내지는 안내인의 역할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라트리는 신수를 따라 점점 별마로 안쪽으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며 라트리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지고 이내 멈추고 말았다.
별마로까지 맨몸으로 걸어온 탓에, 그에겐 더는 남은 체력이 없었다.
여기까지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신수는 그에게 다가와 물을 건넸다.
강의 것과는 다른, 청아하고 맑은 물.
이에 라트리는 깨달았다.
이 신수는 자신을 돕고 있다고, 말이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고된 행군 끝에 신수는 이내 멈추었다.
그러고는 라트리를 향해 턱 짓을 했다.
이곳이 당신의 목적지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행동에 라트리는 신수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별마로에 비치던 빛이 라트리에게 집중되더니, 이내 하늘에서 빛줄기가 내려왔다.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깨달은 라트리는 신수를 향해 말을 걸었다.
"고맙구나."
신수는 대답 대신, 그저 짧게 그를 마주 보았다.
마치 자애가 담긴 듯한 그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작별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신수는 자신이 온 길로 그대로 걸어 나갔고,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마치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빛을 잃은 피톤

과거 신성의 빛을 머금었던 괴수, 피톤.
깨어나자마자 그의 머릿속에 강렬한 충동들이 일었다.
서로 다른 의지의 충돌 속에서 강력한 의지가 남았고, 그것은 마침내 그를 지배했다.
"미카엘라의 의지를 따르라!"
이전과 달리 퇴락한 빛이 느껴지는 그 의지는, 이내 피톤을 변화시켰다.
가려졌던 눈은 뜨였으며, 피부는 물론 신성한 뿔은 이내 흉흉한 색으로 물들었다.
무엇이든 부술 수 있는 주먹 또한, 흉측한 기운에 뒤덮이고 말았다.
그러나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 피톤은 여전히 미카엘라를 위해 행동한다.
그것이 어떤 방향을 향해 가든 말이다.
"크하하, 오로지 미카엘라, 그를 위하여!"
붕괴한 천사 루치펠

진정한 혼돈이란 무엇인가.
눈이 감긴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왔다.
내가 바라야 하는 혼돈은, 어떠한 형태인가.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혼돈은 무엇인가.
내가 바라는 혼돈은 무엇인가.
그러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마치 멀어지는 내 의식처럼.
다시 깨어났을 때에는 많은 생각이 일었다.
어디선가 스며들어오는 의식.
그것들은 이내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마치 의지를 가진 그것들은 이내 융화되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존재로 뭉쳤다.
그리고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네가 바라는 답은 곧, 네가 비롯된 이에게서 나오리라."
그제야 나의 원천을 마주했다.
이전과 달리 탁한 빛을 띠며 혼돈의 기운이 엉클어져 있었다.
그는, 이전과 달라져 있었으나, 본질적으로 나와 유사해졌다.
드디어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결국 내가 바라는 혼돈이 되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난 바라 마지않던 혼돈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가 어떤 방향을 향하든, 난 그곳을 따라가리라.
"나의 혼돈... 미카엘라 님을 위하여."
천상의 문 베스페라

빛이 일매 신께서 가라사대, 천상의 문지기 베스퍼여. 드디어 네 역할을 끝마치고 소멸의 의무를 받아들인다고 논하시니.
이에 베스퍼가 고개를 숙이노니, 신은 그의 노고를 다시금 칭찬하시었다.
이어 그의 역할을 말씀하시니, 그가 오로지 천상의 문에 머무름을 칭찬하노니.
신께선 그의 의무를 찬란함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하시었다.
그러하나 신께서 못내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시니, 천상은 물론이요 지상에도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가 미처 나누지 못한 인연들이 있었음을 아뢰시었다.
이에 신은 거듭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이르시니, 베스퍼는 그 말씀 앞에 다시 고개를 숙이노라.
이제 때가 이르렀음을 선포하시며, 신은 그 의무에서 그를 놓아주시니, 새 생명을 얻어 그가 원하는 바를 행하라 명하시었다.
그의 뜻은 새로운 문지기 베스페라가 이어받으리라 하시며, 그가 치러온 희생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약조하시었다.
주요 인물
청안의 헤지타

별마로에서 모험가를 찾아온 정체불명의 소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분명 빛의 추종자들과 유사하지만, 그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미카엘라를 구원하고자 하는 목적 하나로 모험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시나리오 퀘스트
시나리오 던전 정보
무너진 성자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 1종이 추가됩니다.
| 구분 |
내용 |
| 던전명 |
별마로 |
| 입장 조건 |
115레벨 액트 퀘스트, '빛을 찾아' 수락 시 수행할 수 있습니다. |
| 입장 레벨 |
115레벨 이상 |
| 인원 제한 |
1인 |
| 입장 명성 |
없음 |
| 소모 피로도 |
없음 |
무너진 성자 미카엘라
신규 시나리오 던전 '별마로'가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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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천에서 가장 높은 곳이자 빛과 가장 가까운 땅, 그리고 빛과 생명의 신 레미디오스의 성지.
성지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레미디오스의 기운이 충만한 땅이다.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순례길에 오른 빛의 추종자가 과업의 전당을 거쳐야 한다. |
타운
천해천 상층 지역에 신규 타운 '신의 정원'이 추가됩니다.
신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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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디오스의 기운이 충만한 정원.
과업의 전당을 지나온 이들이 별마로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지나는 장소이다.
과거 빛을 추종한 최초의 신도가 레미디오스와 마주한 장소이기에 신의 정원이라 불린다. |
기타
던파 크로니클 시즌 15 항목에 '무너진 성자 미카엘라' 관련 내용이 추가됩니다.
무너진 성자 미카엘라 스토리 업데이트에 따라 신규 NPC '청안의 헤지타'가 추가됩니다.
퍼스트 서버 대비 변경 사항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 내 일부 대사의 화자가 비정상적으로 출력되던 현상이 수정됩니다.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 내 일부 몬스터의 이미지가 비정상 출력되는 현상이 수정됩니다.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 내 일부 직업의 데미지 증가 버프가 미적용 되던 현상이 수정됩니다.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 내 일부 배경 애니메이션이 수정됩니다.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 일부 대사의 말풍선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출력되던 현상이 수정됩니다.
외전 퀘스트 '[무너진 성자 미카엘라] 빛과 함께 남겨진 것은'가 추가됩니다.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 진행 중 카시야스의 처형 연출 발동 조건이 완화됩니다.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 내 그림자가 비정상 출력되던 현상이 수정됩니다.
타운 '별마로' 내 일부 그림자가 비정상 출력되던 현상이 수정됩니다.
기존 NPC 대마법사 마이어가 사라지지 않던 현상이 수정됩니다.
미카엘라 시나리오 던전에서 일부 대사의 오탈자가 수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