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현재에 이르러서,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신이 누구냐 묻는다면 '기억과 안개의 신'을 이야기할 것이다.
풍부한 마력을 지닌 안개는 사람들과 가장 밀접하게 작용하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그보다 먼저 사람들과 가까이했던 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가장 잘 말해주는 문구는 아래와 같다.
그 신은 가장 화려한 신이었으며, 또한 가장 수수한 신이었다.
그 신은 가장 친근한 신이었으며, 또한 가장 낯선 신이었다.
그 신은 가장 관대한 신이었으며, 또한 가장 엄격한 신이었다.
사람이 가진 모든 면을 이해하며 받아들였고, 그것을 아름다움이라 칭하던 신이라고 했다.
그런 신을 미워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고, 그 신도 사람들을 모두 신뢰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신을 '진실과 미의 여신' 이라 불렀다.
(중략)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두 신은 한때에 함께 머무르지 못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여신의 이름은 점점 퇴락하기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끝내 진실을 고하는 이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악신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현재에 남겨진 기록 대부분은 바로 그 악신으로 변모한 후 일으킨 사건뿐이다.
저자를 알 수 없는, 이 오래된 문헌에서 언급된 모습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아니, 진실을 고하는 이들에게 저주를 내렸다고 했으니, 남길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만약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그 여신이 다시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 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니, 그 신은 우리를 어떻게 대할까?
고대 유적 전문 여행가 네아(Nea)의 기행문
진실을 말하지 못한 자들 중에서 발췌.
몬스터 스토리
미의 여신 베누스
나의 소중한 나르시스.
그렇게 무서워하지 말거라.
이런, 역시 나를 원망하는구나.
그래. 너의 작은 머리로는 그럴 수 있지.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는 존재는 없더구나.
너희들은 언제나 유리한 방향으로 진실을 왜곡하곤 하지.
그리고 결국 처음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은 채로
자신조차 불사를 욕심 속으로 거리낌 없이 몸을 던지곤 한단다.
네가 사랑한 요정은, 감히 나의 것을 넘보았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눈감아 주었단다.
그 욕심 많은 난쟁이의 왕이 직접 고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결국 나는 은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단다.
너희가 영웅이라 불렀던 기사는 내가 내린 과업을 모두 완수했었지.
나는 아직도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에 깊이 감명받았단다.
자신들의 저주를 풀어줄 영웅을 시기한 동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결국 나는 그와의 약속을 지켜줄 수 없었단다.
그래. 너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나는 언제나 너를 소중히 여기었고, 지금도 너를 해칠 생각이 없단다.
너의 연인도, 너의 영웅도 소중히 여겨줄 수 있었단다.
하지만 너희의 욕심은 결국 내 생각을 바꾸고 말지.
너의 연인은 난쟁이의 왕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고,
너의 영웅은 자신의 동료에게 배신 당해 목숨을 잃었지.
나의 소중한 나르시스.
너는 결국 누구에게 죽을 것 같니?
자신이 넘치는 루디스
베누스 님은 너무 다 받아줘서 문제였어!
미의 기준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이야.
아름다움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예쁘고, 깔끔하고, 가지고 싶은 것들을 말하지.
베누스 님의 나르시스를 봐봐. 저 소박한 모습 안에서도, 모든 것을 갖췄잖아!
그러니까 네가 가졌을 뿐인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포장하지 마.
그저 네가 버릴 수 없을 뿐인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포장하지 마!
그렇게 흔해서 별 볼 일 없는 건 아름다움이 아니야.
아름다움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거니까!
"네가 가진 건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다 너희 때문이야!
자격도 안 되는 것들이, 감히 아름다움을 따르겠다고 멋대로 나대는 바람에
베누스 님의 나르시스가 사라지고 말았잖아!
가여운 베누스 님.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베누스 님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이니까.
아아. 내가 가진 이 가위로 옷감을 재단하는 것처럼,
너희들을 모두 재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럽고 불결한 것들은 모두 가차 없이 잘라 내버리고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들만 곁에 둔다면, 베누스 님은 영원히 빛날 수 있을 텐데!
자조하는 세레이나
아름다움이시여.
당신은 나의 은총이자 저주.
본래의 모습은 가려진 광기의 휘광만이 가득하지만
저는 여전히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묻지 않겠나이다.
당신이 왜 그렇게 변하였는지
당신이 왜 그 빛 속에 숨어들었는지
따지지 않겠나이다.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길로 나를 움켜쥐어도
따스하게 감싸주던 말투로 나를 윽박질러도
떠나지 않겠나이다.
한때 완벽하던 당신의 모습은
여전히 저의 눈에 아로새겨져 있음에
당신의 손끝에서 부드러이 하늘거리던 비단과 같은 머리칼이
이제 피를 머금고, 축 처진 시체처럼 걸쳐졌다해도
그럼에도 저는 의심하지 않겠나이다.
아름다움이시여.
당신은 나의 저주이자 은총.
광기의 휘광만이 가득해 가려진 본래의 모습이지만
저는 여전히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