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휙 던졌다. 흩어지는 불씨와 함께 타닥타닥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따뜻한 온기가 차가운 몸 사이사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모닥불 위에 올려 둔 냄비 물도 조용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천천히 살아나는 감각들과 함께, 깊은 밤의 숲이 뿜어내던 스산한 기운도 조금씩 사그라지는 듯했다.
“인생 뭐 있어? 살아있으니까 사는 거지.”
시원하게 내뱉고 나니 모든 일이 아무렇지 않아졌다.
뭘 그렇게 혼자 심각했는지...
어차피 이기고 지는 문제로 그만 둘 마음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우울해질 필요가 없다.
그렇게 마음먹으려 해봐도...
이 패배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땐, 배불리 먹는 게 답이다.
가지고 있던 재료를 전부 냄비에 넣고 알맞게 익기를 기다렸다.
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이 야채들 사이에 배어 깊고 진한 맛을 내기 시작했다.
국물이 어느 정도 우러나왔을 때, 공해에서 챙겨온 귀한 소금으로 간을 맞췄다.
완성된 음식은 제법 근사했다. 다음에 마를렌을 만나면 레시피를 알려줘야겠다.
부른 배를 땅에 붙이니 하늘에 떠있는 별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별을 따라 참 많은 세계를 여행했다.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도움을 주기도, 때로는 받기도 했다.
처음엔 어긋났던 시선도 결국 하나로 모여 힘을 합쳐 위험에 맞섰다.
어떠한 문제가 있어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모든 일이, 참 즐거웠다.
그렇다. 여행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 여행을, 모험을 즐기고 있는가?
고민은 필요 없다. 답은 정해졌다.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새로운 여행을 떠날 차례였다.
새로운 세계가, 사람들이, 그리고 아주아주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