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들이 어둡군. 혹시 내 설명이 부족했나? 빌, 브랜드."
남자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이 모여있던 실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빌이었다.
"확실히 우리가 아니면 시도조차 할 수 없을만큼 어렵겠지만,
구현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조직 전술이 되겠군. 헌데..."
빌이 잠시 말을 멈추자, 브랜드가 기다렸다는 듯 빌의 말을 이어받았다.
"이 전술이 작동하려면 검을 제대로 쓰는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하네.
그것도 나나 빌 정도가 아닌 보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두 사람의 반응에 남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가 무언가 대꾸하려고 할 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총탄 소리를 확인한 브랜드가 굳은 표정으로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보스! 수상한 자가 그곳으로-]
무전기 너머로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정적이 감돌던 문 밖에서 잠시 후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지만, 노크 소리의 주인공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태연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온 이는 낡은 장도 하나를 등에 걸친 중년 여성.
빌은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고
브랜드는 문 밖에 기절한 대원들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력이 예전 같지 않을줄 알았는데... 괜한 걱정이었구만."
"무슨 소리야? 예전 같았으면 선배도 알아보지 못한 녀석들에게 겨우 저 정도 교육으로 끝나진 않았겠지."
"그야 어쩔 수 없지 않나. 롤랑, 당신이 너무 오래 현장을 떠나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보스가 호출한 건가?"
"물론이지. 우리 '자기'가 아니라면 누가 다시 나를 부를 수 있겠어?"
롤랑의 시선이 남자를 향했지만, 그는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다.
남자의 표정을 살피던 그녀가 한숨 쉬듯 말을 이었다.
"여전히 딱딱하긴. 농담이니까 표정 풀어. 하여간 그녀가 아니면..."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반갑군.
그렇지만 예전 추억은 나중에 얘기 하도록 하지. 당신을 부른 건-"
남자의 설명이 이어지자,
롤랑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놀람에서 경악으로 그리고 다시 흥미로움으로 변해갔다.
"...그렇군. 결국 나보고 이 'D.Tactics'인지 뭔지하는 전술의 두번째 날개가 되어달라는 거네.
은퇴한 히트맨에게 맡길 초과 근무치곤 업무가 조금 과중한데?"
롤랑은 앓는 소리를 내었지만 빌과 브랜드는 그녀의 속마음이
이미 승낙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깨닫고 슬며시 미소지었다.
"아니, 그보다 이렇게까지 준비해서 부딪혀야 하는 상대는 도대체 누구지?"
롤랑의 질문에 남자는 대답 대신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혼들이 모여 만들어진 날개가 다시 날아오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