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빛이 없는 세계의 태양 이야기.
기나긴 인고 끝에 악마들을 전이시키던 차원문을 닫았을 때에도
그것이 내 심장에 옮겨붙은 검은 화염을 꺼트리지는 못하였다.
우리에게 유일한 신앙이란 이미 전투 그 자체가 되어버린지 오래.
전투가 계속될수록 우리의 신앙은 굳건해지고,
인간들에게 버림 받았던 악신의 권능 또한 다시 강해진다.
마치 우릴 시험하기 위해 차원문이 닫히길 기다렸다는 듯,
더 강하고 더 교활한 악마들을 풀어놓는 차원 너머 지옥의 거대한 존재.
이 싸움에는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다.
검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저 데몬들의 모습처럼
철처한 힘의 논리만이 뜨고 지는 태양처럼 자리를 지킬뿐.
빛나던 과거를 뒤로 하고 어둠 속에 갇혀있던 검은 태양은
온전한 빛도, 온전한 어둠도 아닌 혼돈의 존재들을 위해 스스로를 불사른다.
나는 빛이 없는 세계의 빛.
내게 복종하라. 그리하면 신의 권능이 펼쳐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