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외길로 어두운 다리 위로 발걸음을 옮기는 자가 있었다.
'찰박-'
그자가 발걸음을 내딛자 땅에 얇게 저며진 것에서 소리가 났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밟고 있는 것은 이 죄인의 피인가, 아니면 다른 죄인들의 피인가?
...중요치 않다.
'찰박-'
이어지는 발걸음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사실 신경쓰지 않았다.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그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일 것이라 다짐했지 않았는가?
...상관 없다.
'찰박-'
이 길의 끝에는 신의 답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자의 답이 있는 것인가?
나는 이 걸음을 멈추어야 하는가? 계속 나아가야 하는가?
...답은 없다.
'찰박-'
어느새 길은 좁은 외나무다리와 같아졌다.
앞으로 더 좁아질 이 길은 결국, 빛으로 향하는 길인가, 어둠으로 향하는 길인가?
...두렵지 않다.
'찰박-'
실처럼 가늘어진 다리 위에 아슬하게 올라선 자는 이제 마지막 한 걸음이 남았으리라 생각했다.
나락일지도 모르는 어둠 속으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행동의 결과가 무엇이든...
...중요치 않을거라 생각했다.
'......'
그자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뎠으나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실처럼 가늘어진 다리를 이은 빛의 길이 그를 받쳐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발걸음 아래에는 빛이 언제나 함께했음을, 그의 신은 언제나 그자를 보살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은 모든 것이 중요했었다.
그자는 외길로 밝은 다리 위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더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레쳐스 데빌라이즈
다이어 스트림
괴멸의 복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