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적대 세력에 포로로 붙잡혔다.
몇 주간 지속된 고문은 내 입을 열기엔 부족했지만, 생을 포기하도록 만들기에는 충분했지.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하고 간다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위안이었어. 비밀 요원에게 부끄럽지 않은 최후라 여겼다.
환각제라도 먹였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상관이 눈앞에 있더군.
생환에 실패한 요원에게 따스한 눈길이라니, 환각이라지만 너무 미화된 상관이었지.
"적에게 신원이 밝혀졌으니, 네 쓸만했던 실적도 여기까지군"
그는 쓸만하다고 했네. 웬일로 칭찬을 하는지 모르지만, 재수 없는 말투까지 소름 돋게 일치했지.
웬 모포를 하나 덮고, 부축받아 두 발로 걸으니 그제야 포기했던 생이 돌아온 것을 실감했지.
나중에야 그가 나의 구출을 위해 포로 교환 협상을 타결시켰다는 것을 알게 됐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나? 그런데 말이야...
지금 생각하면 그 몇 주의 시간이 사실은 내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한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어.
쉴 시간은 충분했나?
이제 그만 심문을 집행하지.
- 인포서, 적대조직 심장부의 밀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