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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혁명 : 개전

스토리

  • 시놉시스 - 개전 

    "이리네 님. 플로입니다."

    "...들어오세요."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잠깐 풀어지며, 이리네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얼굴에 가로로 긴 상처가 난 남자가 이미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리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압박을 본 플로는 곧바로 말하려던 것을 멈추고 잠시 기다렸다.

     

    "플로? 말씀하세요."

    "아, 천계 연합군 전원, 출정 준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주베닐이 밖에서 기다립니다."

    "주베닐이... 네. 드디어 준비된 모양이군요."

     

    곧바로 나온 바깥에는 주베닐과 오스카와 함께 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것들이 함께 보였다.

    오직 바칼을 죽이기 위해 설계되어 대 바칼병기라 불리는 세 종의 병기는 한눈에 봐도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마감을 확인하던 오스카가 조금 늦게 이리네를 발견하고는 반겼다.

     

    "오, 왔는가? 하하하!"

    "병기들의 상태는 어떤가요?"

    "완벽하네. 정확한 위치로 전송할 수만 있다면... 어떤 용이든 박살을 내버릴 수 있을 걸세."

    "그렇군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스카의 말에 안도한 이리네가 옆에 서 있는 주베닐을 바라보았다.

    주베닐은 대 바칼병기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주베닐."

    "......"

     

    이리네의 부름에, 주베닐은 고개를 돌려 묵묵히 이리네를 바라보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되었나요?"

    "...그래.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준비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제 바칼을 삼킬 거대한 불꽃이 될 일만 남았군요."

    "그래."

     

    이리네는 주베닐을 시작으로 오스카, 플로, 로자, 그리고 천계의 희망을 바라보는 모든 천계 연합군 병사들을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로자. 작전은?"

    "준비되었습니다."

     

    로자의 말에 이리네는 눈을 감았다. 방금 바라본,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두려는 듯. 

    지금까지 희생한 사람들과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 순간에도 바칼의 곁에서 목숨을 걸고 있는 사라까지 떠올렸을 때, 다시 눈을 떴다.

    이제 필요한 모든 조각이 준비되었고, 그렇기에 이 전쟁은 승리해야만 한다.

     

    "이제 개전을 위한 마지막 작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 모험가님, 안녕하세요. 스토리 담당자입니다.
     
    영광스럽게도 2022년 9월 22일,
    모험가님께 '폭룡왕 바칼'의 스토리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폭룡왕 바칼'은 이번 시즌을 넘어서 던전앤파이터 전체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에서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상징 중에 하나이면서 목표이며,
    스토리적으로는 모험가님의 모험에 답을 전해주고, 새로운 전개를 위한 방향과 목표를 세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험가님께는 17년간 저희와 함께 만들며 쌓아온 큰 추억이면서 역사이실 겁니다.
     
    이런 의미 안에 오롯이 담은 건, 모험가님이 느끼실 재미 하나였습니다.
    모험가님께서 무엇을 가장 좋아하실지 몰라서 맛있어 보이는 재료를 모두 쏟아부으면서도
    문장을 한 줄 적을 때에도, 설정 하나 검토할 때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하나하나 살폈고,
    이를 위해서 네오플의 수많은 동료들도 '바칼!'이라는 열정적인 마음으로 제작에 힘써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스토리는 '폭룡왕 바칼이라는 인물에 대한 예우'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모든 걸 지켜보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온 모험가님께 드리는 헌정입니다.
     
    네오플의 모든 동료들과 함께 성심성의껏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플레이해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이후에 진행될 '대마법사의 차원 회랑' 스토리를 비롯하여 다음 스토리, 그다음 스토리도 기대해 주십시오.
     
    존경과 사랑을 담아서.
    스토리 담당자 올림.
     
    PS
    스토리 담당자 4호입니다.
    화면 흔들림을 불편해 하시는 모험가님이 계신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옵션에서 '화면 흔들림 이펙트' 기능을 켜신 뒤에, 적정 명성의 장비를 착용하시면, 훨씬 더 스토리에 몰입하실 수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한 번쯤은 기능을 사용해 보시는 건 어떠실지 조심스레 권해드립니다.
     
    PS2
    퍼스트 서버에 업데이트되었던 스토리 중에서 전해드리고자 했던 사실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내용들이 있어, 일부 내용을 명확하게 수정했습니다.
    퍼스트 서버 스토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다양한 의견과 해석을 전해주신 모험가님께 감사드립니다.

기계 혁명 : 개전 시네마틱을 고화질로 감상하세요.
잠깐! 게임을 먼저 플레이하고 감상하시길 권장합니다.

몬스터

폭룡왕 바칼
폭룡왕 바칼
 
감히 누가 그를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천부적인 싸움꾼이며,
불길 속에서 죽어갈 운명을 타고난
특별한 용.
 
폭룡왕을 찬양하라!
모든 용들의 왕.
 
그대들의 머리 위에서 일렁이는
거꾸로 된 도시의 신기루를 본 적이 있는가.
 
이토록 거대한 계획은
아주 작은 변수로도 무너지기 마련.
 
폭룡왕을 찬양하라!
모든 용들의 왕.
 
수천, 수만의 목숨을 짓밟고
이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구할
'구원자'가 올지니.
 
폭룡왕을 찬양하라!
용의 왕을, 폭군을!
 
폭룡왕 만세.
폭룡왕 만세.
조용히 해.
폭룡왕 만세.

광룡 히스마
광룡 히스마
 
크아아아아
 
바칼이 창조한 세 마리의 용 중 가장 강인한 육체를 지닌 존재. 광룡 히스마가 울부짖었다.
히스마가 내려앉은 지붕의 기와들은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들썩거렸고,
바닥과 벽면에는 선명한 발톱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지층은 선명한 균열을 내비치며 괴로운 듯 조금씩 뒤틀리고 있었다.
 
"그놈, 목청 한번 좋구먼. 데려다가 병사들 기상나팔로 쓰면 제격이겠어. 하하!"
 
오스카는 팔짱을 낀 채 히스마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바칼의 궁과 꽤 거리가 있으면서도, 그곳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이의 봉우리였다.
육안으로는 점처럼 보일 정도로 먼 거리였지만, 땅을 울리는 진동과 소음이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생생히 들려왔다.
주베닐이 눈에 가져다 대고 있던 쌍안경을 내리며 대꾸했다.
 
"저 녀석의 무기는 저 엄청난 신체를 통해 만드는 순수한 물리력이겠군요."
 
"하하! 그렇다네. 사라의 말에 따르면 웬만큼 담이 큰 용족들도 저 광룡의 멸진당(滅盡堂)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지.
성격도 더러워서 한 번 날뛰기 시작하면 주변의 모든 것이 부서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더군."
 
"저렇게 날뛰고 싶어 하는 녀석이 어떻게 바칼의 궁 안에 얌전히 머무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보다 더 커진 듯한 광룡의 외침이 다시 들려왔기에,
주베닐의 물음에 대답하려던 오스카는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말을 멈췄다.
장비로 귀를 보호하고 있음에도 고막이 찢어질 듯이 아파져 왔다.
심지가 약한 이들은 멀리서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을 느끼며 몸이 굳는다는 광룡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만큼 바칼에 대한 충성심이 절대적이라는 거겠지."
 
오스카는 물끄러미 주베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봉우리에 지고 있던 석양이 내려앉았기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비장해 보였다.
 
"더 있다 갈 텐가?"
 
"먼저 내려가십시오, 영감. 난 저 녀석을 좀 더 지켜보다 가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오스카는 생각에 잠긴 주베닐을 뒤로하고 천천히 봉우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룡 스피라찌
사룡 스피라찌
 
사아아아- 사아아-
 
죽음의 장막이 드리운다.
사룡의 숨결은 저승의 길목에 안개를 흩뿌리고 망자를 헤매게 하는구나.
 
찢긴 날개는 죽음에 맞서 발악하던 망자들의 침통함이오.
발톱에 눌어붙은 깃발은 사명을 부르짖던 망자들의 집념이니,
애석하고 원통하구나.
 
죽음을 각오하고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을 자처했거늘,
부르짖던 사명과 원한은 고작 한숨에 맥없이 으스러지고 말았구나.
각오했던 다짐은 부질없고, 목 놓아 부르던 외침이 허망하다..
 
자유를 위해 죽음으로 뛰어들었으나,
죽음이라는 자유조차 얻지 못한 가련한 전우들이여.
기다리게나, 곧 그 자리에 함께 할 터이니.
 
우리의 비통함이나마 부디 바람을 타고 한 줌 씨앗이 되어 잔가지에 닿기를...
부대끼는 잔가지가 부디 죽음을 집어삼킬 겁화의 불씨를 피워주기를...
그리 염원하고, 희망하며 안갯속에 몸을 누인다.
 
숨이 차구나.
하늘이 검구나...
허기지는 갈증과 원한 속에 이렇게 또 하나의 망자가 헤매는구나.....

냉룡 스카사
냉룡 스카사
 
"...지독한 한기구나."
 
바칼이 창조한 세 마리의 용 중 가장 강한 냉기를 지녔으며,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것들을 얼려버리는 힘을 가진 자. 스카사.
 
임무를 위해 그런 스카사의 권역에 들어선 사라는 아직 권역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싸늘한 냉기에 표정을 찌푸렸다.
그러나 예상했던 상황이기에 미리 준비해놨던 방한복과 체온을 보존할 도구들로 몸을 데운 그녀는, 거침없이 권역 안으로 들어섰다.
 
"누구...! 아, 네 녀석이군..."
 
권역 안에는 일부 용족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권역에 들어온 이가 사라임을 알아보고 말없이 길을 비켜주었으나,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는 눈길은 거두지 않았다.
이때까지 용족의 편에 서서 천계 연합군을 잡는 데 수많은 공을 들였지만, 여전히 그녀를 탐탁지 않아하는 이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라는 당당하게 행동했다.
그녀는 마실이라도 나온 듯 편안한 기색으로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그 행동으로 인해 큰 의심 없이 먹구름과 얼음 조각으로 뒤덮인 누각을 지나,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연못까지 전부 둘러볼 수 있었다.
 
'...둘 다 위치가 적절하지 않아...'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에 사라는 거칠게 휘몰아치는 눈바람을 뚫고 더 안쪽으로 이동했고,
마침내 끝없는 넓이의 얼음 호수가 펼쳐져 있는 투한당에 도착했다.
 
"...이곳이, 스카사가 잠들어 있는 곳..."
 
주변은 지금까지 지나왔던 곳과 같은 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우 고요했다.
가볍게 떠오른 옅은 안개 층이 호수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거대한 크기의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물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얼어붙어 하얗고 푸른 빛만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린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고, 서늘한 칼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사라는 몸의 감각이 점점 마비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위험함을 느낀 그녀는 호수 곳곳에 박혀 있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을 피해 빠르게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의 시선이 한 위치에 고정되었다.
 
'...하필 이곳인가... 많이 힘겹겠군...'
 
호수 정중앙에서 아주 옅은 붉은 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아래, 불투명한 얼음 사이로 거대한 동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천둥의 에클레어
천둥의 에클레어
 
함성과 비명, 그리고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한 전장의 한가운데.
갑자기 어두운 먹구름이 들어차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어두워지고, 동시에 커다란 낙뢰가 내리쳤다.
그리고 그 여파로 세찬 바람과 함께 커다란 충격파가 일어나 근처에 있던 수많은 이들이 큰 상처를 입은 채 쓰러졌다.
 
"무,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멀리 있던 이들이 주춤거리며 낙뢰가 내리친 곳을 바라보자,
이제는 자욱한 먼지가 깔린 그곳에서 거대한 그림자 옆으로 자그마한 그림자가 뛰어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바칼 님의 자비로 살아있는 것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반란을 일으키는구나."
 
이후 그림자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천둥 소리와 함께 그 근처에 있던 연합군이 우르르 쓰러졌고,
 
"이번 기회에 전부 싹을 잘라버려야겠어."
 
동시에 눈앞의 먼지들이 전부 걷히며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연합군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무슨...! 드래곤나이트가 이곳에 나타난다는 말은 없었는데...!"
 
"모두 정신 차려! 일단 공격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힐 수 있게 어떻게든...!"
 
하지만 상황 파악이 빠른 연합군 병사 한 명이 급하게 소리치는 것을 기점으로, 그곳에 있던 모든 연합군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에 드래곤나이트가 짜증 어린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고,
동시에 그녀의 뒤에 있던 거대한 용이 검붉은 번개를 내리쳐 달려드는 천계 연합군을 공격했다.
 
"으아아아악!"
 
살벌하게 내리치는 번개 사이에서 천계 연합군의 수가 하나둘 계속해서 줄어갔다.
연합군은 쓰러져가면서도 어떻게든 그녀에게 피해를 주고자 노력했으나,
애석하게도 번개처럼 움직이는 드래곤나이트에게는 그 무엇 하나 닿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번개가 잠잠해졌을 즈음에 전장에 서 있는 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단 한 대도 맞지 않을 수가..."
 
순식간에 홀로 남은 연합군 병사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눈동자에는 경악이라는 감정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모습에 검붉은 번개가 맺힌 검을 들고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던 드래곤나이트가 비웃음을 지었다.
 
"멍청하긴. 그러게 왜 주제도 모르고 바칼 님께 대항해?"
 
동시에 시끄러운 천둥소리가 들려왔고, 마지막으로 살아있던 연합군 병사도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병사의 시체를 경멸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드래곤나이트는 검을 어깨에 걸쳤다.
그 뒤 완전히 조용해진 주변을 둘러보다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려 이동했다.
 
"가자, 토네르."
 
전장의 열기로 가득 차 있던 장소는 더 이상 없었다.
스산한 바람이 한때 전장이었던 곳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요룡 님파
요룡 님파
 
초록이 무성한 숲 가운데, 님파가 가지 사이로 살랑살랑 날아다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풀잎을 사뿐사뿐 밟고 다니는 그녀는 마치 요정 같았다.
하지만, 생기 넘치는 푸름을 자랑하던 식물들은 그녀의 손길과 발길이 지나자 마치 양분을 빼앗긴 듯 시들시들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님파가 시든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 울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런,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측은하게 꽃잎을 바라보던 님파의 날개가 별안간 파르르 떨렸다.
뭔가를 감지한 듯 퍼뜩 고개를 든 님파의 입가에는 어느새 짓궂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손님이 온 모양이야."
 
꽃잎 낱장 같은 날개를 파득파득 떨어대던 님파는 이내 신이 난 몸짓으로 허공을 뱅글뱅글 돌았다.
어린 아이의 흥얼거림 같은 콧노래를 흘리며 춤을 추던 그녀가 별안간 우뚝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시든 꽃잎 앞에 웅크리고 앉은 님파가 말갛게 미소 지었다.
 
"조금만 기다려. 네 양분이 되어줄 손님을 이리로 초대할 테니까."
 
천진난만한 미소를 흘린 님파가 날개를 퍼덕이자, 일순 자리에는 연분홍 꽃잎과 꽃가루만이 허공에 휘날렸다.
덩그러니 남은 시든 꽃 위로 요정의 날개 같은 꽃잎 한 장이 사뿐 내려앉았다.

아홉 꼬리 블로나
아홉 꼬리 블로나
 
"시시하긴... 너희들 영혼은 이 꼬리에 잘 담아줄게."
 
블로나는 맥없이 스러진 천계인들의 시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어간 이들의 표정을 보자니, 우습고 한심했다. 
 
"어차피 죽을 건데 꼭 덤벼든단 말이지... 곱게 죽으면 덧나나."
 
블로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망자들의 시체에서 혼령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영혼들은 서로 뒤엉켜 블로나의 꼬리로 흡수되었고 순식간에 꼬리의 개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누군가 숨죽인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 그 짓도 오늘이 마지막일 거다.”
 
정체를 가린 남자는 결연한 눈빛으로 탄환을 장전했다.
그는 블로나의 꼬리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곧이어 굉음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꺄아아아악! 내 꼬리… 꼬리가…!!!”
 
블로나는 온몸에 밀려오는 뜨거운 열기에 거친 숨을 토해내다 이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우선... 몸부터... 몸부터 숨겨야겠...어..."
 
겨우 늘려 놓은 꼬리가 다시 하나가 된 꼴을 보니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었다. 
블로나는 구석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자욱한 연기가 서서히 걷힐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곧이어 저 멀리 천계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희미하게 아른거렸다. 
 
“…감히 인간 따위가... 조만간 네 영혼도… 이 꼬리에 넣어줄 테니까 기대해…”
 
블로나는 멀어져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저 천계인과 다시 마주할지도 모르겠단 예감이, 아니 확신이 들었다. 

악동 스완
악동 스완
 
함께 세상에 났던 용인들은 어느새 멋진 발톱과 비늘을 가진 멋진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작은 용인의 발톱은 누구보다 물렀고, 여린 비늘은 옅은 한기조차 막아주지 못했다.
천계 어느 곳에서도 작은 용인이 머무를 땅은 없었다. 그 누구도 그에게 먼저 손 내밀지 않았다.
작은 용인에게 허락된 것은 폭력과 멸시, 그리고 이어지는 차가운 말들뿐이었다.
 
너 같은 실패작은 바칼님의 계획 안에 없었을 거라고.
 
언제 그칠 줄 모를 구타와 핍박,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이제는 자신을 받아줄 무리를 찾는 것조차 의미 없게 느껴졌다.
 
"이딴 녀석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지?"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스러웠다. 작고 여린 몸뚱어리가 더욱 서럽게 느껴졌다.
정말 자신에게는 조금의 힘조차 허락되지 않은 것인지 몇 번이고 되물어보아도 소용없었다.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서라도 네 목은 꼭 내가 부러트려줄게..."
 
할 수 있는 말이 고작 이것뿐이라는게 서글퍼졌다.
차가운 바닥에 처박힌 작은 용인은 눈을 감았다. 이대로 삶이 끊어져도 미련은 없었다.
뒤이어 지옥 같은 기억이 작은 용인의 머릿속을 헤집어놨다. 발톱에 베이고 짓밟힌 순간들이 뒤섞여 흘러들어왔다.
삶의 마지막에서 작은 용인을 가장 비참하게 만든 건 저항하지 못한, 아니 시도해 보지도 않은 자신에 대한 혐오였다.
억울함과 분함에 바닥을 움켜쥐었다. 작고 여린 발톱이 부러져 나가도록 원통함을 쏟아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마지막 순간, 갑자기 따스한 기운이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이내 고통도 사라졌다.
뒤이어 자신을 괴롭히던 용인들의 비명 소리가 작은 용인의 귓가를 울렸다.
 
"크억... 뭐야 이 자식... 갑자기 어디서 이런 힘이..."
 
작은 용인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조금 전까지 그를 짓밟던 용인 무리는 작은 용인의 거대해진 왼팔에 짓이겨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그 사이로 볼품없는 발톱 위로 새로 돋아난 날카로운 발톱과 세 마리의 용만큼이나 거대해진 팔. 넘치는 힘을 가진 용인, 스완이 서있었다.
찰나의 참극이 끝난 후 살아남은 용인 한 마리가 일 순간에 뒤집힌 상황에 놀라 하얗게 질려 스완을 바라보았다.
 
"너... 너 뭐야...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압도적인 강함에 도망칠 의지조차 상실한 용인의 곁으로 스완이 단숨에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을 상대방의 목에 가져다 댄 스완은 용인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 목은 꼭 내가 부러트려주겠다고 했지? 아닌가? 이미 죽어버린 저 자식이었나...?"
"뭐... 상관없어. 어차피 다 죽일 거니까."
 
스완의 왼팔이 용인의 목을 움켜쥐었다. 점점 막혀오는 숨 탓에 흐릿해져가는 시야 속에 웃고 있는 스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목덜미를 붙잡힌 채 마주한 눈앞의 스완은 목을 쥔 왼손에 힘을 주며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스완은 좀 더 강하게 왼손을 쥐었다. 이내 주변을 울리는 비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하아... 이 재밌는 걸 여태 너희들만 한 거야?" 

한기의 게르다
한기의 게르다
 
그분의 연못을 어지럽히다니...
 
서늘한 냉기를 두른 아름다운 여인이 고고하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창백하고 고혹적인 여인의 모습에 모두가 넋을 잃고 말았다.
어쩌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머릿속마저 얼어붙어 사고가 둔해진 것일지도 몰랐다.
 
"감히... 그 더러운 발로 그분의 권역을 밟다니요."
 
분노와 혐오감이 묻어난 말이었지만, 여인은 지독하리만치 무감각하고 냉랭한 표정이었다.
눈앞의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흘러나온 말이 아니라고 믿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감상도 잠시, 숨이 얼어붙어 호흡조차 힘들 정도의 한기가 밀려들었다.
일부는 그 추위에 선 채로 혼절했고, 일부는 신체에 뚫린 구멍으로 파고드는 한기에 고통을 토하며 울부짖었다.
 
지옥은 살과 영혼을 녹이는 겁화로 이루어진 구렁이라지만,
이곳이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극한의 추위와 고통마저 무디게 하는 한기 속에서 서서히 감각을 잃고 굳어져 가는 동료를 바라보는 인세의 지옥....
 
사지의 감각이 무뎌져 가는 와중에도 눈앞에 여인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황홀했다.
마치 얼음으로 빚은 여신처럼....
 
"차가운 안식이 당신에게 닿기를...."
 
한기에 스러져가는 생명을 바라보고 있다기에는 지극히 평온하고 냉랭한 말투였다.
얼음에 감정을 새긴다면 저런 창조물이 탄생하는 걸까...?
빌어먹을, 머리가 굳어져서 도저히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발끝부터 서서히 무뎌져 가는 감각을 느끼며 나는 그저 멍하니 여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무치게 차갑고도 지독히 아름다운 결정....
어쩌면 저 빌어먹게 생긴 용인들이 아닌 그녀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게 차라리 다행인지도...  
그렇게 나는 조소를 흘리며 무뎌져 가는 몸을 한기 속에 내맡겼다.

전격의 스테이츠
전격의 스테이츠
 
네 용맹함을 시험해 보겠다.
 
눈앞에 놓인 창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스테이츠는 마른침을 삼키며, 굳은 표정으로 크라체의 창대를 움켜쥐었다.
 
"으으음!"
 
악다문 입술 사이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창대를 잡은 손에서 시작된 떨림이 몸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눈을 부릅뜬 채, 그는 느릿한 동작으로 크라체를 허공에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섬(一閃)
크라체의 전류에 노출된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묵묵히 자세를 잡았다.
허공의 한 점을 찌를 때마다, 방출된 전류가 주변으로 튀었다.
보는 이마저 지루할 정도로 느리던 찌르기는 어느새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변해갔다.  
 
이연(二連)
한 점만을 향하던 크라체의 창날이 기이하게 비틀렸다.
내밀어지던 것보다 더 빠르고 강한 힘에 꺾인 궤적이 파공음을 내며 사방을 찢었다.
황금빛 기운이 환상처럼 그 뒤를 따랐다.
 
스테이츠의 전신에서 희미한 연기가 피어났다.
보기 좋던 피부와 비늘들이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거의 춤사위에 가까워진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몰려온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다른 용족들이 아직 잠든 새벽, 먹구름 누각에는 연신 천둥이 내리치고 있었다. 

마룡 바실리스크
마룡 바실리스크
 
왕께서 마안(魔眼)을 하사하시며 이르시길, 그 어떤 인간도 감히 용족을 마주 볼 수 없게 하라 하셨다.
마안의 주인이 된 용인 바실리스크는 그 말을 되새겼다. 절대로, 인간은 용족과 공존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용족에게 짓밟혀야 하는 존재이다. 힘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용족에게 인간이란 한없이 약하고 보잘것없었다.
태생의 강함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니까, 인간은 그저 뭉쳐 다니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니까.
 
그런데, 너는 왜 그런 나약한 인간 따위를...
 
바실리스크는 거처를 벗어나 전장으로 향하는 길에 자신에 의해 돌이 된 천계인들의 석상을 마주했다.
석상 사이를 지나는 그의 몸 주변에 감도는 푸른 기운이 마치 죽어간 이들의 혼처럼 부유했다.  
석상들의 역동적인 모습과는 대비되는 느린 발걸음의 진동만이 주변에 퍼져나갔다.
 
돌이 되어버린 아이를 붙들고 흐느끼는 어머니의 석상을 지나쳤다.
사람들을 지키려 품속에서 무기를 꺼내던 이의 석상도 지나쳤다.
느린 발걸음은 길의 끝에서 한 석상 앞에 멈춰 섰다.
서로를 지키려다 함께 돌이 되어버린 연인의 모습을 한 석상 앞, 바실리스크는 그곳에 서 있었다.
바실리스크는 잠시 멈춰 석상을 바라보곤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네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구나."
 
바실리스크는 석상들을 뒤로 한 채 전장으로의 걸음을 이어갔다.  
 
"메지리아...너는 틀렸다. 아니, 너의 생각은 틀렸어야만 한다."
 
떠나는 발걸음의 진동이 한층 무거워졌다. 

졸린 눈의 로턴드
졸린 눈의 로턴드
 
부우우웅- 
 
로턴드는 육중한 몸으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는 느릿하게 바람을 가르며 공중을 유영하듯 지나다녔다. 
여느 때와 다르게 가벼이 뜨는 몸이, 넘쳐나는 힘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던 잠이 조금도 오지 않았다.  
 
"에잇! 오늘 같은 날에 스완을 찍어 눌러야 하는데..."
 
로턴드는 스완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구석구석을 살폈다.
이내 한쪽 구석에 멍하니 서 있는 스완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기필코 스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리라. 
 
"스완! 오늘은 내가 단번에 이겨주마!"
 
"......"
 
"말도 못 할 정도로 겁먹은 거냐? 흐흐흐!"
 
로턴드는 스완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했고, 온몸에 힘을 실어 찍어 내렸다.
그는 제 몸도 못 가눈 채 힘없이 쓰러지는 스완을 보며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흐하하! 그렇게 센 척하더니 별거 없잖아?"
 
그때 사방이 쏟아져 내리듯 무너지기 시작했고 온 세상이 춤을 추듯 일렁였다.
주변이 온통 흐릿하게 번져가자 로턴드는 눈을 천천히 끔뻑였다. 
쓰러져있는 스완의 형체는 마구 조각나 흩어졌고 로턴드는 몽롱한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고 있음을 느꼈다. 
 
'설마...'
 
로턴드는 꿈은 아니겠지, 간절히 바라며 질끈 감은 눈을 번쩍 떴다. 허무하게도 예감은 맞아들었다.
 
“또 자고 있냐? 쯔쯧... 일어나. 인간들이 오고 있다고 하니까.”
 
뒤통수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로턴드는 찬찬히 뒤쪽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차는 스완이 눈에 가득 들어찼다.
로턴드는 이 모든 게 꿈이었단 사실에 화가 치밀었지만,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을 들어 올릴 여력조차 없었다.
그는 이번만 자고 다음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완을 이겨버리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현룡 자미르
현룡 자미르
 
어린 용족은 전신의 감각을 일깨우고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그만 언덕 위에 그가 목표로 하는 늙은 용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양탄자를 깔고 앉아 가부좌를 튼 채였다.
처음엔 명상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졸음을 이기지 못해 꾸벅꾸벅 졸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문득 자신을 만류하던 다른 용족들의 경고가 떠올랐지만, 어린 용족은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아무리 봐도 눈앞의 대상은 소문처럼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이건 기회야.
 
며칠 동안 노쇠한 용을 관찰한 끝에 그는 자미르에 대한 소문이 와전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럼에도 이것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용족들에게 자신의 용맹함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길 기회.
생각을 정리한 어린 용족은 발톱을 세우고 두 다리에 신경을 집중하며 몸을 웅크렸다.
 
며칠 간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기습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자신의 발톱이 저 볼품없는 비늘을 찢어발길 것을 의심치 않는다는 듯한 동작이었다.
눈앞의 늙은 용이 잠시 흐릿해졌다고 느낀 순간, 시야가 뒤집히며 그의 몸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어떻게..."
 
어린 용족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어느새 두 팔과 다리가 마력으로 생성된 칼날에 꿰뚫린 채 결박되어 있었기에,
그는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힘겹게 고개를 돌려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현룡의 모습을 확인했다.
 
"어리석은 것..."
 
어린 용족은 그제야 자신이 찢어발겼다고 생각한 자미르의 모습이 환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용족의 감각으로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할 정도로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상황을 파악한 어린 용족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나를 만만히 보고 기습한 녀석이 그동안 너밖에 없었을 줄 알았더냐?"
 
늙은 용은 양탄자에 올라탄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손짓했다.
허공에 새로 생성된 몇 개의 칼날들이 그 손짓에 따라 춤추듯 움직이며 가까워졌다.
자미르의 등과 허리는 여전히 굽어 있었지만, 어린 용족의 눈에는 어떠한 용족보다도 거대해 보였다.
그것은 곧 어린 용족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떠올린 생각이 되었다.

지역

건화문
건화문
 
바칼에게 점령당하기 전, 궁전의 정문으로 쓰였던 문.
용족의 침략 이후 현판이 사라져 이름 잃은 문이란 이름으로 불렀고, 수백 년간 바칼 압제의 상징이 된다.
현판이 있던 자리는 비어 있고, 양옆의 벽은 허물어졌지만 두 기둥과 지붕은 온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다.

폭룡왕의 정전
폭룡왕의 정전
 
바칼의 궁에서 가장 위엄 있고 큰 건물.
과거에는 천계 궁전을 상징하는 건물이었다고 전해지나, 바칼에게 점령당한 뒤 그 내부마저 드락발트를 떠올리는 곳으로 변하였다.
불꽃으로 타오른 동료들의 염원을 등에 지고, 천계 연합군은 최후의 결전을 위해 폭룡왕의 정전으로 향한다.

폭룡왕의 길
폭룡왕의 길
 
바칼의 정전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길.
바칼을 만나기 위해 지나야만 하는 길목으로, 바칼의 수하들이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이 길 끝에서 폭룡왕을 만나게 될지, 이 길목에서 폭룡왕의 군대에게 전멸하게 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폭룡왕의 권역
폭룡왕의 권역
 
용의 압제, 빼앗긴 땅, 천계인의 분노... 그 수많은 단어들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상징, 바칼의 궁.
그 안의 모든 것은 오직 하나의 용을 위해 존재하고, 움직이며, 죽어가는 것이니. 결국 천계의 모든 곳이 바칼의 궁이요, 모든 곳이 폭룡왕의 권역이다.

광룡의 멸진당
광룡의 멸진당
 
광룡 히스마가 머무르는 곳.
워낙 난폭하고 흉포한 히스마 탓에 멀쩡한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주변이 폐허가 되어있다.
동족인 용족들조차 히스마의 발과 꼬리에 짓이겨질까 봐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투의 옥
사투의 옥
 
바칼이 천계를 지배하면서부터 그에게 대항하는 천계인들을 가둔 옥사.
근처에 히스마의 영역이 있던 탓에 천계인들에게는 이곳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큰 공포나 다름없던 장소이며, 한 때 붙잡은 천계인들을 대상으로 투기장을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
후에 히스마의 난동의 여파로 옥사가 부서지며 그 역할을 잃었지만, 지층이 갈라진 탓에 험난한 지형이 형성되었다.

폐허 위의 화원
폐허 위의 화원
 
광룡 히스마의 영향으로 무너져내린 폐허 위에 생겨난 화원.
본래는 이끼나 덩굴로 뒤덮인 정원이었으나,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한 존재에 의해 정원 내에 수많은 꽃들이 자라나 화원이 되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식물들이 뒤엉킨 탓에 기괴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곳을 정말 화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룡의 혼백당
사룡의 혼백당
 
사룡 스피라찌가 머무르는 곳.
그에게 죽임을 당한 후 저승으로 향하지 못한 망자들의 혼백이 남아있어 음습하고 차가운 기운이 서려있다. 
스피라찌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후, 강력한 죽음의 기운이 퍼지자 동족인 용족들조차도 출입을 꺼려하고 있다. 

공허한 혼창
공허한 혼창
 
블로나가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의 영혼을 빼앗아 모아둔 창고.
그녀에게 제압당한 이들, 즉 천계인과 힘이 약한 용족들의 영혼이 마구 뒤섞여 있다.  
블로나는 거듭된 싸움으로 기력이 소진될 때마다 이곳에 모아둔 영혼들의 생명력을 흡수해 원기를 회복하곤 한다. 
그때마다 영혼들의 처절한 절규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고 한다. 

빛바랜 금주고
빛바랜 금주고
 
스완이 천계 전역을 약탈하며 모은 금을 저장해둔 곳.
금화 더미와 각종 금괴가 한가득 쌓여 있으나, 오랫동안 방치된 듯 희뿌연 먼지로 뒤덮여있다.
스완에게 빼앗긴 금을 도로 되찾고자 금주고를 찾는 이들이 종종 있지만, 그때마다 스완에게 걸려 호되게 보복을 당하곤 한다. 

냉룡의 투한당
냉룡의 투한당
 
냉룡 스카사가 자리 잡은 호수.
본래 천계의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장소였으나, 스카사가 머문 이후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땅과 호수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얼어버린 호수와 옆 사람조차 알아보기 힘든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의 땅이다. 

부동의 연못
부동의 연못
 
시간이 멈춘 듯 움직이지 않는 연못.
스카사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연못의 흐름은 마치 이곳의 시간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 듯 멈춰있다.
물 위를 장식하던 아름다운 식물들마저 모두 얼어붙어, 작은 바람에도 바스러질 듯 위태롭게 연못을 지키고 있다.  

먹구름 누각
먹구름 누각
 
호수로부터 피어난 냉기가 모여 언제나 먹구름이 깔려있는 누각. 
사방이 트여있는 거대한 누각은 본래 호수의 조망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호수를 방문한 천계인들의 쉼터였다.  
하지만 아름다운 물의 흐름과 자연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스카사의 영향으로 돋아난 거대한 얼음조각만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