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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미의 여신, 베누스에 대한 이야기 (12)

  • Peccata00 바칼
  • (등록 : 2024.05.28 04:16) 수정 : 2024.05.28 04:59 25,081



■ 서론


안녕하세요.


예전에 던파캐스트라는 곳에서 베누스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적이 있었는데요.

베누스 떡밥이 공식방송에서 나오기도 했고, 이전에 썼던 게 내용이 오래 됐기도 하여, 다시 글을 작성해보기로 했습니다.


베누스의 존재를 생소하게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베누스는 아라드의 역사에 사도 못지 않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입니다.

액트 퀘스트에서도 여신에 대해서 언급된 적이 있고, 모험 퀘스트나 에피소드 퀘스트에서는 직접 등장하기도 합니다.






<목차>


1. 난쟁이의 탐욕

2. 요정기사의 시련

3. 흑요정의 고난

4. 위대한 왕의 복수

5. 여신의 은총

6. 음유시인의 비극

7. 홍옥의 저주

8. 불경한 자들의 기도






1. 난쟁이의 탐욕


미의 여신, 베누스의 이야기는 기원전, 즉 지금으로부터 1000년도 넘는 과거부터 시작됩니다.


베누스는 나르시스라는 인간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나르시스는 베누스를 두고, 라디아라는 요정 소녀와 몰래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난쟁이 왕국의 군주, 폭군왕 타닉타르는 이 사실을 베누스에게 고발했습니다.

타닉타르의 말을 듣고 분노한 베누스는, 라디아가 사는 마을의 모든 요정들에게 저주를 내렸습니다.


저주에 걸린 요정들은 신성력을 잃고, 하얗던 피부가 검게 물들으며,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바랬습니다.

이렇게 아라드 대륙에 흑요정이라는 종족이 생겨났습니다.


나르시스는 아름다움을 잃은 라디아를 보고 떠나버렸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흑요정들은 나르시스를 배신자 인간이라 불렀으며, 그 증오는 현재까지도 인간들을 향해 남아 있습니다.




타닉타르가 나르시스에 대한 정보를 베누스에게 바친 이유는, 그녀만이 알고 있다는 전설의 황금맥에 대해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타닉타르는 그 어떤 난쟁이보다도 황금에 대한 집착이 심한 자였습니다.


베누스는 타닉타르가 원하던 대로 전설의 황금맥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난쟁이들에게 황금을 얻으면 얻을수록 더욱 불행해지는 저주를 걸었습니다.




타닉타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황금맥을 찾아냈습니다.

이 황금맥에서 얻은 부를 통해 지하도시 노이어페라를 건설했고, 난쟁이 왕국은 역사상 최대 번성기를 누렸습니다.






2. 요정기사의 시련


요정들은 아라드에서 가장 완벽했던 종족입니다.

그 완벽을 잃게 된 만큼 흑요정들의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흑요정이 되어버린 요정들 중에, 요정기사 룽겔이라는 자가 있었습니다.

흰색 요정마 유니오시스를 타고 다니며,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요정이었습니다.

또한 회색의 늪에서 괴룡 기드로갈을 무찌른 것으로 유명한 영웅이었습니다.


룽겔은 저주를 풀어달라고 베누스에게 간청했습니다.

베누스는 그에게 일곱 가지 임무를 부여하고, 모든 임무를 완수하면 저주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 영혼의 달샘에서 물 길어오기

2. 베히모스의 눈물 가져오기

3. 황금 전갈의 독 가져오기

4. 푸른 늑대의 새■를 포획해오기

5. 황금굴에서 실카리온 주괴를 가지고 오기

6. 심록의 콜러서스 무찌르기

7. 고대 신의 무덤에서 타지 않는 향유 가져오기


베누스는 저주를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고, 룽겔은 그 고난들을 모두 극복한 뒤, 여신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베누스는 끝내 저주를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룽겔은 임무 중 얻은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룽겔의 영웅심에 감복한 베누스는, 룽겔만은 요정의 모습으로 되돌려주었습니다.

또한 그를 기리기 위해 무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신 베누스, 요정 룽겔의 영웅심에 감복하여 앗아간 것을 돌려주고 여기 무덤을 만들다.


이곳이 바로 영웅의 지하무덤입니다.

훗날 흑요정들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7영웅의 시신도 이 장소에 안치했습니다.

룽겔은 7영웅 중에서도 제1영웅으로 받들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룽겔의 이야기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베누스는 일부러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아닙니다.

사실은 룽겔이 일곱 임무 중, 두 번째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룽겔은 자신이 정말 베히모스의 눈물을 가져왔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평범한 물로 바꿔치기 되어 있었습니다.

베누스를 숭배하던 누군가가, 룽겔을 시기하여 저지른 일입니다.


이 진실은 베히모스에 있는 여신전에 기록으로만 남아있을 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흑요정들은 베누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룽겔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들이 저주를 되돌리기 위해 희생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습니다.






3. 흑요정의 고난




흑요정들은 저주의 낙인과도 같은 외모를 감추기 위해서, 다른 종족들의 눈이 향하지 않는 곳에 숨어 살고 싶어 했습니다.

이에 어둠의 사제 드비아나는 흑요정들을 지하로 이끌고 갔습니다.




드비아나는 언더풋을 중심으로, 지하의 탁한 공기와 땅에 스민 독기를 정화했습니다.

덕분에 흑요정들은 지하에 삶의 터전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이 업적으로 드비아나는 훗날 7영웅 중 제4영웅으로 받들어지게 됩니다.


흑요정들은 비록 신성력은 잃었으나, 날렵한 몸과 어둠 속에서도 멀리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방 지하의 삶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베누스의 괴롭힘은 저주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창조물인 황금의 사자가 흑요정들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황금의 사자는, 흑요정 역사상 가장 힘이 강했던 괴력의 권사 율크레스에게 퇴치당했습니다.

율크레스는 이 괴물을 맨손으로 때려잡고, 그밖에도 많은 업적을 세워 7영웅 중 제5영웅으로 받들어지게 됩니다.






4. 위대한 왕의 복수


지하의 삶이 안정되었다고 해도, 흑요정들은 절망을 극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군트람이라는 흑요정이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 군트람은 현재 펜네스 왕국을 통치하는 메이아 여왕의 조상입니다.


군트람은 한번 결단을 내리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루어내는 사내였습니다.

그는 이 모든 비극이, 황금에 눈이 먼 난쟁이들 때문에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에 복수라는 명분을 내세워, 흑요정들을 분노로 뭉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흑요정들의 국가, 펜네스 왕국이 건국되었고, 군트람은 흑요정 역사상 최초의 왕이 되었습니다.


백 년에 걸쳐 어마어마한 군대를 양성한 그는, 난쟁이들의 도시 노이어페라를 침공했습니다.

베누스에게 나르시스의 바람을 고발했던 타닉타르는, 군트람의 손에 목을 잃었습니다.

노이어페라는 펜네스 왕국의 도시로 편입되었고, 그곳에 축적된 부를 통해 흑요정들의 국가는 더욱 번성했습니다.




왕을 잃고 쫓겨난 난쟁이들은 지하 깊숙이 숨어 들어갔습니다.

황금을 얻으면 얻을수록 더욱 불행해지는 베누스의 저주는, 이렇게 실현되었습니다.

이 일로 난쟁이들은 베누스를 두려워하게 됐지만, 황금을 향한 집착은 현재까지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군트람 사후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흑요정들은 군트람을 위대한 왕으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군트람의 축복이 있기를"이라는 말은, 흑요정 사회에서 아주 큰 축복의 의미로 통합니다.




룽겔의 이야기가 그렇듯, 군트람의 이야기에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난쟁이들에게 파멸을 가져다 주었음에도, 군트람의 복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백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나르시스는 이때까지도 살아 있었습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요정들이 저주받게 만든 인간.

흑요정이 된 연인을 뻔뻔하게 버린 인간.

그리고, 여신이 사랑하는 인간.


군트람은 그 인간의 숨통을 끊어 놓았습니다.


군트람은 마지막 흑요정의 목을 비트는 그날까지 결코 안식에 들 수 없을 것이니.

다시 일어나거라, 죄인이여.

나는 아직 너의 죄를 사하지 않았으니 안식은 사치일 뿐이다.


격노한 베누스는 군트람에게 저주를 내렸습니다.

그가 자신의 손으로 모든 백성의 목을 부러뜨리기 전까지, 편히 잠들 수 없도록 말입니다.

물론, 군트람은 자신이 여신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이 묘실의 존재를...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라...

흑요정 모두와... 룽겔의... 복수를 위해... 내가 했... 던 일...

묘실을... 봉인해라...


크으... 베누스!

나르시스를 죽인 것은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흑요정을 위해...!


군트람은 자신이 흑요정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자신을 묘실에 봉인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묘실의 위치와 자신의 마지막 복수에 대해, 아무 기록도 남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저주로 타락한 군트람의 영혼은, 수백 년이 넘는 세월을, 아무도 찾지 않는 묘실에서 떠돌았습니다.


기원전 베누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5. 여신의 은총




아라드 대륙의 하늘에는, 날아다니는 대륙이라고 부를 정도로 거대한 생명체, 베히모스가 있습니다.

룽겔의 이야기에서 언급되었던 바로 그 베히모스입니다.




베히모스는 수백 년에 한 번씩 육지로 내려올 때가 있는데, 아라드력 867년에는 팔로만 위로 내려왔습니다.

이때 레슬리 베이그란스라는 인물이 베히모스의 등에 올랐습니다.


* 레슬리 베이그란스는 현재 GBL교의 수장인 오필리아 베이그란스의 조상입니다.




베히모스의 등 위에는 고대 문명의 유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레슬리 베이그란스는 유적에 남은 지식에 심취하여, 그대로 베히모스를 타고 세상을 떠돌았습니다.


레슬리 베이그란스는 십수 년 동안 지식을 탐구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대에서 지식의 정수를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후대에 맡기기 위해, 아라드력 879년, GBL(Grand Blue Lore)이라는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레슬리 베이그란스의 사망 이후, 이 단체는 궁극의 지식을 숭배하는 종교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레슬리 베이그란스의 후손들이 주교 자리를 맡아, GBL교를 계속 이끌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레슬리 베이그란스가 발견한 고대 문명의 유적 중에는, 미의 여신 베누스의 신전도 있었습니다.

여신전에 남은 지식을 조사하던 GBL 신도들은, 단순히 학습을 넘어 베누스 신앙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여신의 유물에 접촉하고, 여신의 은총을 받게 된 일부는, 헌터라는 괴물로 변이했습니다.

피해가 계속 확산되자 GBL은 베누스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여신전 근처에 접근을 금지했습니다.




GBL은 아라드력 995년에 몰락하게 됩니다.

사도 긴 발의 로터스가 베히모스의 위로 전이된 사건 때문입니다.


로터스는 강력한 세뇌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부 GBL 신도들은 여신의 힘으로 세뇌를 물리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은총을 받아 헌터가 되었습니다.




타락한 알소르라는 신도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온 세상을 베누스에게 바칠 계획을 세웠습니다.

로터스가 힘을 되찾아 아라드 대륙 전체를 세뇌하고 나면, 여신의 은총으로 로터스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이는 온전히 신도들이 세운 계획이라기보다는, 베누스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계획은 로터스를 막기 위해 움직이던 모험가의 손에 저지되었습니다.


...그들은 신이었으되 신이 되지 못한 신이니, 영원히 함께하지 못할 운명을 지니었다.

이에 '창신세기'는 이들에 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세상의 끝에 위대한 의지로부터 수많은 신이 태어나니 그들은 하나이자 무한이요 무한이자 하나이되 능히 그 의지와 권능이 닿지 못하는 곳이 없더라."

"그들 중 하나가 문득 슬퍼하여 가로되 원통하고 원통하다 우리가 능히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으되 우리를 찬양하는 이가..."


여신전에는 창신세기에 관련된 기록 역시 보관되어 있습니다.

베누스 역시 창신세기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합니다.






6. 음유시인의 비극


수백 년이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베누스는 사람들에게서 점차 잊혀 갔습니다.

베누스의 저주는 지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다른 종족도 아닌 흑요정들 사이에서 퍼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여신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라드력 997년(추정), 모험가는 라르멘이라는 이름의 흑요정 음유시인을 만났습니다.

라르멘은 흑요정의 역사를 담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했고, 이를 위해 베누스에 대한 자료가 필요했습니다.


모험가와 라르멘은 베히모스에 있는 여신전과, 지하에 있는 룽겔의 무덤을 방문하며, 룽겔의 두 번째 임무에 대한 진실을 알아냈습니다.

헌데 여신전에서는 헌터들이, 무덤에서는 룽겔의 영혼이 나타나 두 사람을 공격했습니다.

라르멘은 베누스가 불쾌해 하고 있다는 걸 느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신의 심기를 거스른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며칠 후 베누스는 직접 라르멘을 찾아가, 그녀의 몸을 빼앗았습니다.




여신께서 우릴 내려다 보시네, 온 세상에 여신의 은총...♪

결국에 하나로 돌아갈 운명, 종말이란 가혹한 천명...♬


베누스에게 홀린 라르멘은 불길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사에는 여전히 자신이 세상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과, 온 세상에 자신의 은총을 뿌린다는 여신의 목표, 그리고 이 세상의 미래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아는 듯한 내용이 있습니다.


고대의 신을 유희거리로 삼은 대가는 똑똑히 치러야지.

너만은 저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기쁨에 ■어 기다리거라.

내 힘이 돌아 오는 날, 가장 먼저 너를 찾아가 네 오만한 심장을 짓뭉개 줄 테니.


라르멘의 몸을 통해 모험가에게 경고를 남긴 뒤, 베누스는 라르멘의 혀를 뽑아버리고 사라졌습니다.

두 번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입 안이 피로 가득 찬 음유시인은, 맨손으로 땅을 긁으며 서럽게 울었습니다.




왕실 보좌관 클론터는 이 이야기를 듣고, 여신의 저주가 다시 흑요정을 향할까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라르멘을 치료사에게 보내주고, 모험가에게 펜네스의 붉은 열매라는 보석을 선물했습니다.

베누스의 저주로부터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7. 홍옥의 저주




아라드력 1006년, 차원의 폭풍이 발생했습니다.

이 경이로운 마력의 소용돌이는 계속해서 차원의 경계에 균열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곳곳에 재앙이 발생했습니다.


펜네스 왕국은 이 폭풍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폭풍에 의해 마계의 땅덩어리가 왕국에 전이됐습니다.

그 이후 왕국에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클론터의 우려가 실현된 것처럼, 흑요정들 사이에서 베누스의 저주가 다시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피부에 검은 반점이 돋거나, 머리카락이 바스라지는 등, 알 수 없는 증상을 보이며 고통을 호소하는 흑요정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에 펜네스의 붉은 열매를 찾는 자들도 늘어났으나, 열매의 원석을 채굴하는 광산에 어두운 기운이 가득 찼습니다.

붉디 붉은 이 보석마저 검게 물들어 버렸고, 사악한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심지어는 펜네스 왕국의 초대 왕, 군트람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나기까지 했습니다.


그야말로 베누스가 돌아왔다고밖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펜네스 왕국은 뛰어난 검사 알리샤 아덴을 필두로 하는 조사단을 파견했습니다.

조사단은 저주의 근원을 찾아, 계속해서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던 펜네스 왕국의 초대 왕, 군트람의 묘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단보다 먼저 이곳을 찾은 이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도굴꾼 무리였습니다.

도굴꾼들은 묘실의 입구를 부수고 들어갔었으나,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보물이 아니라 여신의 은총이었습니다.


넘쳐나는 저주의 기운과, 헌터가 된 도굴꾼들의 습격 때문에, 조사단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알리샤를 돕기 위해 찾아온 모험가의 힘을 빌려, 묘실 내부까지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묘실의 깊은 곳에는 여신의 기운을 뿜어내는 구체와, 그 구체에 저항하고 있는 군트람의 영혼이 있었습니다.

알리샤는 군트람이 베누스에게 하는 말을 통해, 군트람이 행한 마지막 복수에 대해서, 그리고 백성들을 지키기 위한 희생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차원의 폭풍이 나타나자 베누스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이윽고 군트람의 묘실에 그녀의 기운이 가득 찼습니다.

거기에 도굴꾼들이 묘실의 입구를 무너뜨리며, 묘실에서 여신의 기운이 넘쳐나와, 광산까지 저주로 물들였던 것입니다.


네놈... 모험가라고 불린다지?

그 건방진 태도를 보니 기억이 났다.

언젠가 나와 만난 적이 있었지.


내 친히 하찮은 필멸자의 몸을 빌려 너에게 경고를 보냈거늘.

그때 분명 나의 힘을 되찾는 날 너의 심장을 짓뭉개노라고 약속했다.

기억하느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강대한 힘이 바스라지는 날이 올 때에,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 전까진 이 유흥을 즐기고 있거라.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니라.


베누스는 모험가에게 다시 경고를 되새겨준 뒤에, 군트람의 영혼을 폭주시켰습니다.

모험가가 그를 제압하여 일단은 상황이 진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군트람의 영혼은 몇 번이고 다시 깨어날 것이고, 베누스의 저주를 풀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8. 불경한 자들의 기도


이 부분은 베누스가 직접 관여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위대한 왕 군트람의 사후, 흑요정들은 구심점을 잃고 여러 부족으로 분열됐습니다.

아라드력 74년, 한 흑요정이 무력으로 모든 부족들을 자신의 아래 종속시키고, 스스로 2대 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가 바로 공포의 대왕, 학살의 발라크르입니다.




발라크르는 군트람보다도 극단적이고 잔혹한 흑요정이었습니다.

그는 베누스를 저주했으며, 흑요정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종족이라 생각했습니다.

거만한 요정, 배신자 인간, 거기에 변절자 흑요정들까지, 모조리 적대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상은 아라드력 252년, 발라크르가 사도 혼돈의 오즈마와 손을 잡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발라크르가 이끄는 흑요정들은 오즈마가 이끄는 위장자 군단에 합세했고, 인간과 요정들을 향한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그리고 발라크르는 아라드력 253년에 검은 성전에서 전사했습니다.




허나 발라크르는 수백 년이 지난 아라드력 851년,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발라크르의 후손인 벨레리안이 창시한 사령술에 의해, 산 자의 몸에 빙의되는 형태로 돌아온 것입니다.


아라드력 928년, 벨레리안이 보여준 사령술의 위험성 때문에, 펜네스 왕국에서 사령술 금지령을 공표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암암리에 사령술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기도문을 보면 발라크르의 사상 역시 이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생명을 공포에 떨게 했던 궁극의 학살자이자

위대한 흑요정을 진정 자유케 하고자 하였던 공포의 대왕 발라크르여.


지금 이곳에 선 종복의 기도에 응하사

미천한 이 몸을 통해 그 진정한 위엄을 세상에 떨치소서.


거만한 요정들과 교활한 아첨꾼 난쟁이들에게는

징벌의 검을 내리치시어 대왕의 분노를 새기시고

배신자 인간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흑요정 변절자에게는

복수의 불길을 내리시어 영원히 고통 속에 참회케 하소서.


이제 대왕의 부름에 응하여 공포의 군대가 무덤에서 다시 일어나리니

그 앞을 막아서는 모든 적은 헤어날 수 없는 절망에 떨게 되리라.


오! 공포의 대왕 발라크르여.

부디 이 미천한 종복의 간절한 기도에 응하사

원통한 죽음을 이기고 다시 이 몸에 강림하소서.


베누스에게 저주를!

거룩한 흑요정에 영광 있으라!!


아라드력 1007년, 한 모험가가 사령술사의 정점에 올라, 진정한 각성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그녀는 태초의 공포, 모로스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명계에서 거부한 불경한 영혼들이 떨어지는 세계,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

모로스는 그곳을 다스리는 신입니다.




시리도록 창백하군... 베누스의 저주.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구나.


죽음에 더 가까워진 그녀는, 피부가 시체처럼 창백하게 물들었습니다.

다른 신의 권능으로 베누스가 남긴 흔적을 지워버린 것이기에, 흑요정에게는 참으로 의미가 깊은 현상일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아라드 대륙에서의 베누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선계에서도 베누스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 예고되었습니다.






0. 선계의 신수




베히모스는 선계에서 온 신수였습니다.

선계에는 베히모스의 동족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라드에 있는 베히모스와, 선계에 있는 베히모스들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아라드에 있는 베히모스는, 베누스 여신전을 등에 지고 다닐 만큼 거대합니다.

선계에 있는 베히모스들도 크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말도 안 되게 거대하지는 않았고, 실제로 건축물을 지고 있는 베히모스는 없습니다.


모험가는 신수에 대해 잘 알 법한 땅지기 슈므에게, 베히모스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녀는 신수가 선계에서 벗어난 사실 자체를 처음 듣는다고 했습니다.


그 베히모스도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드오...

어떤 이유로 그곳에 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무리에서 벗어나 그런 식으로 이용당하게 되다니...

베히모스의 생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소인이 추측하기에 그 베히모스는 아마 돌아오고 싶었을 것이오.


전해 내려오는 오랜 이야기에 따르면, 모든 신수는 때가 되면 자신이 숨을 거둘 자리를 찾아 태어난 자리로 회귀한다고 하오.

그리고선 죽음이 아닌 또 다른 개체로 다시 태어나 영원히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소이다.


모험가 공의 세계에 사는 베히모스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야 할 때를 놓치고 거대한 모습을 가졌다면...

어쩌면 태어난 이곳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소이다.


아라드의 베히모스는, 1000년이 넘는 세월 전부터, 대륙의 위를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태어난 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숨을 거두지 못하고 그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비정상적으로 거대하게 자란 듯합니다.

또한 슈므는 신전을 지고 다니는 것을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랜 시간 미약한 믿음이 남아 있었지만, 결국 완전히 사라진 신에 관한 이야기.

존재를 믿는 것만으로, 불운하지 않은 면이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했던... 수선화처럼 수수하지만, 감히 올려다볼 수 없을 만큼 고귀하게 아름다웠던 미의 여신이.


불운의 포르스가 언급한 것에 의하면, 선계에는 미의 여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는 그 존재를 아는 이조차 별로 없으며, 신을 잃은 자들은 매우 불운한 삶을 이어온 것 같습니다.


슈므와 포르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여신 베누스도, 여신을 섬기는 문명이 있었던 베히모스도, 모두 선계에서 왔다는 것이 됩니다.

다만, 베히모스가 처음부터 그렇게 크지는 않았을 테니, 여신전 자체는 아라드에 온 후에 지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누스가 어째서 선계를 떠났으며, 원래의 힘을 잃게 되었는가?

그녀가 기다리는 힘이 돌아오는 때, 강대한 힘이 바스라지는 때가 언제를 의미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현재 선계에서 받들어지는 안개의 신, 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신앙이 선계를 장악하여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 후기


예전에 베누스 글을 쓴 게 2020년 4월이더군요.

지금이 2024년 5월이고요.


던파와 함께하면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네요.

다시 베누스가 등장하는 게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하는 중입니다.


베누스의 이야기는 던파 세계관 내에서도, 역사라기보다는 신화나 전설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실제로 있었던 일보다 과장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예 조작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베누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본, 베누스의 모티브가 된 듯한 정보들입니다.

전체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저도 검색으로 찾아본 것이지 전문 지식이 있는 건 아니라서, 직접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한 듯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 키워드로 직접 찾아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미의 여신, 베누스(Venus) → 로마 신화의 미의 여신 비너스(Venus), 그리스 신화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인간처럼 속이 좁은 모습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베누스는 마치 그런 면모들을 집대성해놓은 캐릭터 같습니다.


태초의 공포, 모로스 → 그리스 신화의 운명의 신 모로스

필멸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합니다.


영웅 룽겔(여신이 내린 시련) + 영웅 율크레스(괴력, 맨손으로 황금의 사자 처치 등)

→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괴력, 여신이 내린 시련, 네메아의 사자 교살 등)


나르시스 →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 나르키소스(수선화에 얽힌 이야기, '나르시시즘'의 어원)

나르시스는 수선화라는 뜻입니다.

포르스가 미의 여신을 수선화에 비유하는 부분은 여기에서 비롯된 표현인 것 같습니다. 


흑요정 → 북유럽 신화의 스바르트알프(다크엘프)


황금에 눈이 먼 타닉타르와 난쟁이 → 북유럽 신화의 드워프와 파프니르


요정기사 룽겔(lungel) → 독일 기사도 문학 '니벨룽의(nibelungelied) 노래'


군트람 → 부르군트 왕이자 기독교 성자인 군트람

잔혹한 왕이었지만 성군으로 추앙받는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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