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콘] 어느 날, 대천사들이 기술명 회의를 위해 모였다.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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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귀한 시간을 내어 모여 주셨군요"
나지막한 성자의 목소리가 고요한 회당 내에 울려퍼지자, 순백의 갑주를 걸친 한 대천사가 운을 이었다.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귀빈들께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성자를 향해 경례해 주십시오."
물론 모두가 수호성의 지시에 따르진 않았다. 진리를 관장하는 흑발의 대천사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술을 내밀었고, 녹발의 여인 또한 못마땅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미카엘, 하루에도 족히 세 번은 모이는 자리입니다. 이제 그만 형식적인 절차는 갈음해도 되지 않을까요?"
하나 수호성은 고장난 앵무새마냥 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 누구보다 오롯한 정신을 갖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귀빈들께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성자를 향해 경례해 주십시오."
결국 아리따운 두 여인은 마지못해 상관의 지시에 따르며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성자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말을 잇는다.
"삿된 위장자들과의 전투가 날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그대들도 아시다시피, 저번 회의에서 신격권으로 정형화된 몇 품새의 작명에 관한 사안이 계류되고 있는 바,
여기 제가 밤새어 지어 온 세 가지의 기술명이 있습니다. 고귀하신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우리엘이 어디 한번 계속해 보라는 듯 턱짓으로 답했다.
"저의 첫 번째 기술명은... 코크 스크류 블로우입니다. 코크-스크류..블로우.."
"그게 무슨... 성자님!"
우리엘이 황당하다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답한다.
"지난 검은 성전에서 혹시 오즈마에게 머리만 집중적으로 맞으신 게 아닙니까? 코크는 또 무엇이고요?"
치유의 대천사가 그 말에 호응하듯,
"맞습니다. 코크라... 그것은 하늘 밑 세계의 아라드 대륙에서 유행하는 흑색의 음료가 아닙니까? 일설에 따르면, 무색 큐브가 첨가되지 않은 제로 버전도 있다는.."
두 대천사의 말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 수호성이 두 팔로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코크 스크류 블로우! 코크 스크류 블로우! 하하! 그야말로 천상 군대의 위엄에 걸맞은 지극히도 성서롭고 기백 넘치는 작명입니다! 미카엘라시여!
위장자들은 성자께서 기술명을 읊기 위해 입술을 오므리기만 해도 그 기세에 살가죽이 벗겨지고 육신이 나가떨어져 효수될 것입니다 !"
"...고맙소, 미카엘 경"
성자는 그의 들뜬 답변이 썩 마음에 든다는 듯, 싫은 내색을 비치지 않았다.
"다음은.. 조금 신경써서 지어 보았소. 아마 라파엘과 우리엘 두 분께서도 마음에 들 것입니다."
치유의 대천사가 알겠다는 듯 조신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다음 기술명은... 개틀링 펀치입니다."
침묵. 오즈마와 미카엘라가 검은 대지에서 마침내 서로에게 완전한 적의를 품은 채, 처음 마주했을 때보다 더한 고요가 회랑 내를 잠식한다.
마침내 아득한 비이성의 홍수 속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우리엘이 그 아리따운 두 눈에 확신을 새기고 말했다.
"도대체뭐가맞는건지는모르겠으나,당신을막아야하는게제사명인것임은알겠습니다"
"마음에..들지 않으십니까?"
성자는 당황한 듯 되묻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수준이 아닙니다. 천상 군대의 위엄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작명이 아닙니까? 개틀링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해괴한 단어는 또 무엇이고요?"
"..우리엘"
수호성 미카엘이 창끝으로 회의실의 바닥을 울리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성자를 향한 충심의 순수성이 의심되는 발언을 거듭하시는군요. 제가 그대들에게 성자님의 진의를 이해시키기 위해, 또 한번 '집행'을 거행하여야 할까요?"
명백한 직장 내 수직적 서열관계를 악용한 미카엘의 발언에 우리엘은 이를 악물고, 라파엘은 당황하여 둘을 다급히 중재한다.
"지금 제게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겁박하시는 건가요?!"
"그대들의 처분은 추후 논의하겠습니다. 먼저 나가 대기하고 계시죠."
그러자 두 여인은 온갖 인상을 쓰면서도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
"미카엘 님.. 마침내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끼리 남았군요. 이제 제 마지막 기술명을 공개하겠습니다."
"예, 미카엘라. 부디.."
잔뜩 들뜬 얼굴의 수호성. 잠시의 뜸을 들인 후, 성자가 입을 열었다.
"제 마지막 필살기의 이름은.. 핵..펀치.. 핵펀치입니다."
그러자 마침내 수호성의 가려진 두 눈에서 참아왔던 감정의 둑이 무너져 눈물이 바다를 이뤘다.
"정말..정말이지 감동적인 이름입니다. 핵 펀치.. 핵 펀치라. 아마 그런 고귀하고도 위엄 넘치는 작명은 전 플레인을 통틀어서도 존재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수호성께서는 핵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니오,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지금 당장 제 밑으로 A4용지 480장 분의 감상문을 써서 금일 내로 제출하라 하명하겠습니다."
그러자 미카엘라는 흡사 너무한 처사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미카엘 경. 분명 그대 휘하의 천사들도 이런 저런 업무로 바쁠 것입니다.. 200장 정도로 하시죠."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천상의 오전업무가 종료되었다.

안녕하세요. 기존 원본은 미카엘라 미니콘이 개최되기 전 2026년 8월 10일경 올린 창작소설이었으나,
미니콘 규정 중 기존 근시일 내 작성됐던 콘텐츠도 참가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공홈 업로드 용으로 일부 내용을 약간 수정 및 각색하여 업로드합니다.
기존 원본은 던파IP갤러리에 제가 업로드했던 것이며, 혹시라도 기존 게시글을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응원의 메세지 보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댓글로 홍보 링크 작성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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