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가 전하는 제작노트
2022.11.07 00:00 27,701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제작노트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제작노트에서는 기계 혁명: 개전, 폭룡왕 바칼 레이드 콘텐츠의
연출, 아트, 스토리라는 큰 주제로
제작에 참여한 담당자들이 직접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제작 노트 읽고 더 재미있게 던파 해주시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음악과 함께 해주세요!
"연단된 칼날이여, 불길 속에서 폭룡왕을 맞이하라!"
폭룡왕 바칼을 마주하게 되다
한 시즌 최고의 대곡으로 채워져 온 사도 테마인 만큼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제작 계획이 나왔을 때 담당으로 자원했습니다.
던파의 음악, 특히 사도 테마곡은 제 게임음악 인생에서도 가장 큰 이정표 중 하나였고,
네오플 가족이 된 이후로 그에 대한 제 방식의 헌정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그 기회가 이렇게 생각보다 빨리, 또 던파 역사의 중요한 지점에서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요.
사실 다른 이유는 다 접어두고라도, 폭룡왕 아닙니까.
용에다가 왕인데 못 참지요..!
웅장함-거대함, 그리고.
첫 제작 회의 단계에서, 바칼 테마곡은 기존 사도 테마곡들이 표현해 온 방식의 웅장함과 거대함을 담아내되,
단순히 과거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방향성을 정했습니다.
기계 혁명과 관련된 스토리와 인물 설정들을 곱씹어보면서, 저는 이제까지와는 확실히 다른 감정선을 느꼈습니다.
신이계 시절 다소 단편적으로만 공개되었던 기계 혁명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주 자세하게 드러나면서,
바칼의 폭정과 그에 대항하는 천계 인물들, 모험가 각각의 이야기와 감정들이 훨씬 설득력 있게 와 닿았습니다.
또 창신세기 자체에 대한 의문과 진실을 향한 이정표를 모험가에게 제시함으로써,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갈수록, 어떤 엄청난 고양감을 느낄 수 있었죠.
은유나 줄임말 없이 쏟아지는 진실들의 명확한 단단함, 서사의 종지부를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의 치열함,
또 최후의 결전에서 느낀 강렬한 환희에 가까운 감정은,
"Extreme"
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넘어서는 자만이 숨겨진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지금 혹시 바칼 테마를 입으로 흥얼거리고 계신 분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이 "곡의 중심 테마"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중심 테마는 곡의 "메인 멜로디"가 담당하게 되죠.
이 곡에서는,
“Nur wer mich besiegt wird die verborgene Wahrheit erreichen! 나를 넘어서는 자만이 숨겨진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
---|
바로 이 부분이죠.
작곡가의 스타일에 따라 또 어떤 음악이냐에 따라서도 다르겠지만,
제 경우는 메인 멜로디와 멜로디에 맞는 코드웍과 해당 부분에서 표현할 중심 주제가
무엇인지를 완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작/편곡 과정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Extreme Music
바칼 테마만의 차별성을 위해 저는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장르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제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던파의 음악을 만들게 된 원동력. 바로 헤비메탈입니다.
소위 "NWOAHM"이라고 불리우는 90년대 아메리칸 헤비메탈의 기반 위에,
- 70년대 프로그레시브/아트락에서 보여준 변칙적인 진행 방식
-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의 과격하고 스피디한 연주
- 클래식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바로크 메탈의 기타 라인
- 모던 메탈의 극도로 테크니컬한 연주까지,
이제껏 제가 들어오고 영감을 얻었던 폭넓은 장르의 락/메탈 요소들을 아낌없이 조합해 보았습니다.
여기에 기존 사도 테마곡들의 특징이었던 콰이어와 관현악의 장엄함을 더하여,
"바칼만의 익스트림 뮤직"을 그려 보고자 했습니다.
"한 장의 스크린샷으로는 보여드리기 힘든 수많은 트랙들과의 전쟁이었죠.."
일렉트릭 기타
헤비메탈의 꽃이라면 역시 일렉트릭 기타 아닐까요!
이제까지 대부분의 곡작업에서, 일렉트릭 기타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직접 연주해 녹음했지만,
편곡이 완성된 이 곡의 기타 연주는 제 상상력과 실력을 한 단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래식과 모던함을 넘나들며 진부하지 않은 연주를 들려줄 기타리스트를 찾기 시작했고,
오래 걸리지 않아 제가 찾던 스타일에 완벽히 들어맞는 분을 만났죠. 바로 기타리스트 강민 님입니다!
현재 모던 메탈 씬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테크닉과 정확성에
화려함을 겸비한 화려한 연주는 곡의 화룡점정을 찍어 주었습니다.
던파 최초 독일어 가사
천계 곳곳에 독일어가 사용되고 있는 만큼, 독일어로 가사를 만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선 제가 독일어에 대해 무지하고, 또 라틴어로 쓰여진 기존곡들 특유의 작법과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독일어, 라틴어, 한국어 세 언어를 시적 표현 수준으로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애타게 찾습니다)
독일어+라틴어+한국어 능력자분
처음엔 과연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막연한 느낌이었죠.
외국어 작사 경험이 있는 팀원들로부터, 동시 통역, 종교계에 이르는 다방면의 지인들까지 총동원하여 도움을 구했고,
그 과정 결과 구인에 대한 키워드가 "성악" 과 "종교" 두 가지로 좁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바칼 테마곡 합창 가사 작업에 도움을 주신 이재용 카톨릭대학교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겠네요!
우선 던파를 처음 접하시는 교수님에게 너무 방대한 자료는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바칼의 설정, 힐더와 모험가, 바칼의 인물 관계, 사도 세계관 등의 요약된 참고 자료들,
또 데모곡과 가사에서 표현하고 싶은 분위기를 전해 드렸습니다.
더 많은 자료, 더 완성도 높은 데모곡도 필요없이, "재미있겠네요!" 한마디와 함께 흔쾌히 가사 작업에 참여해주셨죠!^^
제가 곡의 각 부분에 들어갔으면 하는 어떤 내용이나 한국어 노랫말을 교수님께 알려드리면,
교수님이 독일어로 가사를 완성해 주는 방식으로 작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작사 단계부터 녹음 당일까지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악보의 일부>
같은 말이라도 한국어보다 독일어가 발음상 두세배는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교수님의 열정적인 참여와 도움으로
허락된 시간 안에 곡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Wer wagt es den Tyrannen herauszufordern? 누가 감히 폭군에게 대항하는가? Lobe den Tyrannen, Lobe den Tyrannen, Lobe den Drachenkönig! 폭군을 찬양하라, 폭군을 찬양하라, 용의 왕을 찬양하라!
Nur wer mich besiegt wird die verborgene Wahrheit erreichen! 나를 넘어서는 자만이 숨겨진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Nur ein Schwert aus Qual wird alles durchbohren. 시련으로 만들어진 칼만이 모두를 꿰뚫을 것이다. Lobe den Tyrannen, Lobe den Tyrannen, Drachenkönig! 폭군을 찬양하라, 폭군을, 용의 왕을 찬양하라!
Mir wurde ganz bewusst, 나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Ich sehe mich in den Flammen sterben. 화염 속에서 죽어가는 나 자신을 보며. Weinende Frau versucht mich als Opfergabe zu benutzen. 우는 여인이 나를 제물로 삼으려 하는구나.
Lobe den Tyrannen, Lobe den Tyrannen, Lobe den Drachenkönig! 폭군을 찬양하라, 폭군을 찬양하라, 용의 왕을 찬양하라! Nur wer mich besiegt wird die verborgene Wahrheit erreichen! 나를 넘어서는 자만이 숨겨진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Alles wird wieder gut werden durch den Tod, den du mit deinem Schwert vollbracht hast. 네 칼로 이룬 죽음으로 모든 것이 바로잡히리라. Alles wird wieder gut werden durch den Tod, den du mit deinem Schwert vollbracht hast. 네 칼로 이룬 죽음으로 모든 것이 바로잡히리라.
Steche mich mit deinem Schwert auseinander und geh. 네 칼로 나를 찢고 나아가라. Das ist der einzige Weg, um meine Wut zu besänftigen. 그것이 내 분노를 잠재울 유일한 길이리.
Lobe den Tyrannen, Tyrannen, Drachenkönig, Drachenkönig! 폭군을 찬양하라, 폭군을, 용의 왕을, 용의 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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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폭우, 녹음실이 무사하기를..
기도가 전부였습니다.
합창 녹음은 8월 9일 서울에서 진행되었고, 올여름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왔던 바로 그 시기였습니다.
스튜디오에 물난리가 나진 않았을까, 참석이 안되는 합창단원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
정말 오만가지 걱정과 녹음현장에 도착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날 녹음실 근처는 상대적으로 비가 많이 오지 않았고, 녹음실에 피해도 전혀 없었습니다.
딱히 향하는 곳은 없었지만,
그저 하늘을 향해 열심히 드린 기도가 누군가에게 통했던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모험을 하다
상당히 높은 음역대를 꾸준히 내는 구조 때문에 녹음 결과가 생각대로 나오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합창단 동민호 감독님의 의견도 있었고,
과감한 시도가 음악에 주는 생명력을 믿는 제 철학에 의거,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예종 합창단원분들은 제 걱정을 저 멀리 날려보내는 역량을 보여주셨고, 자연스러우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를
막힘 없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상상만 하던 목소리들이 현장에서 울려퍼진 순간은 지금도 잊기 힘든 강렬한 경험이네요."
Phase Change
쉼없이 내달리는 메인 테마가 줄 수 있는 편중된 이미지, 또 과거와의 괴리감을 보완하기 위해,
상황에 맞는 다른 버전의 테마곡을 더 준비했습니다.
바칼전 1페이즈에 사용된 버전은 헤비메탈의 요소를 거의 배제했고,
클래식한 느낌의 완급 조절의 묘미를 조금 더 강조했습니다.
게이볼그와의 최후 결전에 사용된 또 다른 버전 역시 1페이즈와 같이 클래시컬한 기조로 편곡하되,
이번에는 과거 거대 괴수물 음악의 클리셰들을 의도적으로 진하게 입혀,
두 거대한 존재의 대결을 바라보는 모험가님들이 좀 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편곡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모두 합하면 3악장 구조에 7분이 넘는 대곡이 나오게 되었네요.
제작기를 쓰며 그 동안의 작업을 되새기니 저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곡을 써 나가는 과정은 제 짧은 음악적 지식과 표현력을 매순간 실험하는 시도였고,
처음 도전해 보는 분야에서 스스로 막막해지고, 가능 불가능의 기로에 서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작 기간에 아내의 출산과 육아가 겹쳐서 육체적으로도 꽤나 힘들었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오늘도 잠은 거의 못 자고 온 것 같네요. 던파의 모든 부모님들 화이팅입니다..!)
"오늘이 내 인생 가장 편한 날"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창작과 일정, 체력과 싸운 여름이었습니다 ^^;
팀원분들과 외부 전문가분들의 많은 도움으로 포기한 부분 없이 완성할 수 있었던 곡이라,
이 글을 빌어 제작에 참여하고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바칼 레이드와 던전앤파이터를 즐겨주시는, 또 이 곡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모험가 여러분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
<출장길 폭룡왕 바칼과 함께하는 어느 모험가님>
"아, 블루투스 카오디오! 훌륭한 역사공부 수단이지!"
- 작곡가 유동호
fin.
♨다음편 예고♨
이번 편에서 천계에 군림한 폭룡왕에 대해 소개했다면,
다음엔 무슨 내용일까요?
_人人人人人人_
> 마 침 내 !!< ̄^Y^Y^Y^Y^ ̄
맞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천계인들의 노력의 결실,
천계 해방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칼님이 준비한 화려한 불쇼 감상하시면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바칼의 핵심 공격 중 하나인 메테오입니다.
메테오의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 신경썼는데, 실제 인게임에서는 꼬리가 종종 끊겨보여서 약간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모든걸 불태운다는 느낌으로 하되 모험가분이 잘 보이는 정도로 표현해주었습니다. - 이펙트 제작자 h
응? 무슨 말이냐고?
다음 편에서 찾아보라고!!
☞ 아트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1: 폭룡왕 바칼부터 이리네까지
☞ 아트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2: 히스마부터 플로까지
☞ 아트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3: 스카사부터 오스카까지
☞ 스토리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1: 성자 전쟁~파괴된 죽은 자의 성
☞ 스토리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2: 이터널 플레임 연구소부터 마이스터의 실험실까지
☞ 스토리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3: 이스핀즈부터 기계 혁명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