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Vol 2. 대마법사의 차원회랑
2023.06.15 10:00 43,222
모험가님, 안녕하세요. 던전앤파이터 스토리 담당자 6호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인사드리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처음이라 떨리지만 기쁜 마음입니다.
지난번, 뮤즈&트래블러 스토리 매거진에서 두 캐릭터의 설정과 스토리를 담당한 6호로 먼저 인사드리기도 했었는데요.
오늘은 제가 메인 스토리를 맡았던 '대마법사의 차원회랑(이하 차원회랑)'을 주제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대마법사 마이어'는 아주 오랫동안 설정으로만 존재했던 인물로 이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기에, '갑툭튀'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많은 고민과 회의를 통해서 스토리를 만들어 갔습니다.
긴 시간 동안 선보인 과거 천계 스토리들을 잘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 스토리 매거진에서는 차원회랑 스토리를 만들면서 어떤 고민이 있었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담으려고 했는지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보며 얘기해 보려 합니다.
차원회랑은 길었던 왜곡된 차원 속으로의 여행을 의미 있게 끝내고 새로운 모험을 준비해야 하는 액트였습니다.
이 때문에 계속 이어지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닫으면서도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실 수 있도록 해야 했고,
동시에 던전앤파이터 전체 스토리에서의 전개를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큰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액트였죠.
그렇기 때문에, 대사 하나에 들어있는 정보들을 세밀하게 조절하여 모험가님들이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번 매거진에서는 이렇게 많은 목표를 스토리 담당자들이 모험가님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려고 했는지 순서대로 짚어 보면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방황하는 칼날>, 한국에서는 영화로 리메이크되어 개봉한 적 있기도 하죠.
관련 소설을 읽어본 적도, 영화를 본 적도 없던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차원회랑의 첫 번째 퀘스트 제목을 보고 누군가 영감을 받았냐고 물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특이한 단어를 조합한 제목이 이미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지만 말이죠.
차치하고 '방황하는 칼날'이라는 퀘스트 제목은 모험가가 이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첫 시작이었습니다.
바하이트 위에서 진행되는 차원회랑의 초반 부분에서, 제가 가장 집중한 부분은 '거대한 사건을 지나온 현재 모험가의 마음가짐은 어떨까?'였습니다.
'7인의 마이스터'와 ' 천계 연합군' 그리고 '폭룡왕 바칼'까지, 그동안 과거로 차원 여행을 하면서 스토리상 조명해 준 것은 모험가가 아닌 과거 인물들에 가까웠으니까요.
폭룡왕 바칼까지의 여정은 무사히 끝났으니, 이제 '모험가'에게 조금 더 집중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여, 바칼에게 진실을 듣고 방황하는 모험가의 심리로 퀘스트의 처음을 시작했죠. 그래서 모험가를 언급할 때 사용하던 '칼날'을 붙여 '방황하는 칼날'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수동적이었던 모험가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했고,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고 믿었습니다.
아이리스의 자각에서부터 의심해 오던 상황에서 미카엘라의 생존과 함께 창신세기의 예언이 빗나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바칼에게서 힐더에 관한 진실을 들었으니까요.
결국, 모험가의 입장에서 얻은 정보들이 진실에 대한 충분한 의심을 만들었고,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죠.
그동안 던파에서는 워낙 거대한 세계관과 많은 인물의 움직임이 있어, 다양한 시점에서 스토리 전개를 하다 보니,
모험가 시점보다 플레이어 시점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요. 이 때문에 모험가에게 조금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 시키면서, 그 많은 인물의 각각 다른 입장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도 했고,
긴 시간 돌고 돌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에 모험가가 바칼을 만나 진실을 마주했습니다.
차원회랑에서는 드디어 모험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상황이었어요.
이번 차원회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모험가가 스스로 나아가고, 자신만의 큰 목표를 가지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결정들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결정하는 지점들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모험가는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기억의 도서관이 있는 차원의 경계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차원회랑에서는 이번 시즌에 계속 이어져 오던 왜곡된 차원이 아닌, 새로운 공간이 등장했습니다.
우주와 우주 사이의 경계인 '차원의 경계'와 한 사람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기억의 도서관'.
아트 담당자분이 일러스트 한 장에 많은 요소를 잘 표현해 주셔서 새로운 공간에 왔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어요.
우주의 깨진 틈 사이로 보이는 다른 우주에 디멘션워커 관련 배경을 배치하여 디멘션워커를 키우신 분들이라면 어떤 공간인지 바로 아실 수 있도록 했고,
마이어의 마법진과 기억의 도서관을 틈 사이에 두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주셨어요.
멋지게 표현해 주신 아트 담당자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차원회랑 업데이트와 함께 공개된 웹툰을 통해서 해당 공간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접하기도 했었죠.
스토리 담당자 5호 님이 담당하셨던 Library of Memory였죠.
이 웹툰을 통해, 공간을 둘러싼 세계관이 확장될 수 있었어요. 직접 웹툰을 보지 않아도 공간에 관해 충분히 정보를 얻으실 수 있도록 준비했지만,
웹툰을 보고 디멘션워커 캐릭터로 퀘스트를 받으면 조금 더 많은 의미를 가지실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디멘션워커로 플레이할 때 볼 수 있는 니알리와 디멘션워커의 대화도 많은 분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차원의 경계라는 공간이 기회가 되어, 기존에 설정적으로만 존재했던 세계관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것도 있고,
니알리가 자기 고향 가까이 왔는데 모험가에게 덕담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5호 님의 의견과 함께 전체적인 대화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깜찍하면서도 때로는 끔찍하기도 한 니알리의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뻤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기회가 된다면 디멘션워커 관련해서 또 재밌는 스토리를 제공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차원회랑은 레벨업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적은 양의 퀘스트로 많은 스토리를 담기 위해서,
다양한 세계에 있는 존재들을 하나의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등장시키기 위한 설정이 필요했어요.
많은 고민 끝에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억의 도서관을 떠올렸죠.
이번 차원회랑에서는 꽤 도전적인 스토리 전개를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순서대로 내용이 진행되면, 정보만 나열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았어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달해 드릴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던 중에,
기억의 도서관에는 직접 기억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억의 책'을 설정하고,
파편화된 기억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적절하게 배치해, 몰입도를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죠.
누군가의 기억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을 이용해 역순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스토리 전개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하시는 모험가님들과 게임 속 인물들이 물음표를 가지고 계속 기억의 책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말이죠.
구조적으로 많이 고민한 끝에 결과적으로 기존의 던파 스토리와 다른 결의 전개를 보일 수 있었어요.
또 아무래도 많은 모험가님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개일 수 있었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는 정보들을 중간에 요약해 두었는데, 많은 분이 따라가기 쉽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미쉘 쿠리오의 3줄 요약은 짧고 명료했죠. 미쉘 쿠리오가 아주 똑똑해서 고마운 순간이었습니다.
'공포의 신', '불경한 신', '태초의 공포 모로스'. 사령술사의 진각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모로스가 처음 스토리에 등장했는데요.
화면을 뒤집어 버리는 연출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텍스트로만 보던 것이 게임적으로 표현되었을 때, 저도 감탄했습니다.
모로스가 하나의 세계를 다스리는 존재라는 점을 화면 뒤집는 연출 한 번으로 전부 느낄 수 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소울브링어의 귀신과 사령술사의 언데드를 겹쳐서 생각하시거나 헷갈리시는 분들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한 차이를 보여드릴 수 있었죠.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의 존재들이 '명계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떠도는 자들'로 정의되면서,
'죽어서 귀신이 된 자'가 아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자'로 표현되어 그로테스크한 느낌과 함께 '공포'라는 키워드로 자기만의 특징을 가질 수 있었어요.
또 모로스를 통해서 차원회랑에서 전반적으로 활용하는 설정 하나를 설명해 주기도 했죠.
'강력한 존재는 기억으로 형상화되어 재현될 때, 본체와 연결된다.'
각 세계의 초월적인 존재들을 모두 만나야 했기 때문에 꼭 필요하기도 했고 자칫 복잡한 설정일 수도 있었는데,
많은 모험가님이 직관적으로 이해해 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모로스가 세계를 뒤집고 땅을 기울일 정도로 워낙 임팩트가 강한 존재인 점이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모로스와 더불어 설정으로만 존재했던 '잠들지 못하는 지옥'을 보여드리기도 했는데요.
지역 이름이 길어서 조금 힘드신 분들이 있으셨을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처음 나가는 명칭이다 보니 조금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지옥이라고 표현되면 다른 개념과 혼동될 위험이 있으니까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진각성 업데이트 때 나갔던 설정을 그대로 맞추는 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차원회랑에서는 캐릭터와 연관된 세계가 다양하게 등장해서 '캐릭터 전용 대사'를 최대한 다채롭게 준비해 보았는데요.
사령술사 전용 대사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은 사령술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공간이라 꼭 전용 대사를 넣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사령술사의 전용 대사의 경우, 실섭 업데이트 때, 스토리 담당자 8호님이 전용 대사를 캐릭터 개성에 맞게 더 살려주었는데요.
사령술사는 힘에 대한 욕망이 상당히 강한 캐릭터로, 모로스의 강한 힘에 취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6계에서 꼭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빛이 나무 위로 흘러내리는 공간이었습니다.
아트 담당자분께서 어둠의 밀도가 높아 빛이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지점을 아트적으로 너무 아름답게 표현해 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컨셉 원화를 모험가님들에게 공유해 드립니다.
다음은 귀신의 땅, 명계군요. '귀신'이라는 설정은 던파의 근본 설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한 번도 직접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많은 분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곳이죠.
명계를 다스리는 문의 주인, 카론의 경우에는 오즈마 레이드의 애니메이션 영상에서 등장해 소울브링어를 키우시는 분들뿐 아니라, 많은 모험가님들이 이미 알고 계셨을 것 같은데요.
카론의 강력한 힘은 소멸의 신이라고 불리는 카잔을 명계로 강제연행하는 모습으로 이미 나온 적이 있습니다.
명계의 경우, 차원회랑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점 중 하나였는데요.
모험가는 6계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에서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5계 명계에서는 '무언가를 지킬 능력'에 대해서 직접적인 증명을 카론에게 요구받게 되죠.
이 결과로, 휘둘러지는 '칼날'이었던 모험가가 스스로 '칼자루'를 쥐게 되는데요.
그동안 수동적이었던 모험가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변화의 지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려고 의도했습니다.
특히, 스토리 담당자 3호 님께서 관련 내용을 연출할 때, 상당히 신경을 써주셨어요.
지금까지 모험가가 만나왔던 인물 중, 죽은 존재들을 다시 등장시켜 직접 마주하게 해서,
스스로 움직인 것이 맞는지, 아니면 모든 것을 운명에 휘둘렸다고 말할 것인지, 질문하고 답을 찾는 구간을 추가해 주셨죠.
해당 연출의 경우, 모험가님들도 '주마등 연출'이라고 불러주실 정도로 많은 관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모험가의 변화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캐릭터별로 카론에게 자신의 답을 말할 때 대사에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명계의 경우에는 소울브링어 캐릭터의 전용 대사를 뺴놓을 수 없겠죠.
眞 소울브링어에게 백귀의 왕이라는 설정이 있기 때문에, 카론이 왕으로 받드는 컨셉으로 전용 대사를 작성했는데요.
많은 모험가님이 소울브링어로 차원회랑 스토리를 다시 보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앞으로도 모험가님들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추가로 연출 중에, 카잔뿐만 아니라 그동안 본체를 볼 수 없었던 귀신들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죠.
아트 담당자분이 컨셉 회의를 진행할 때부터, 세심하게 컨셉 아트를 그려주셨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어요.
아까도 말씀드리긴 했지만, 항상 감사드립니다.
명계와 귀신들 컨셉 원화들도 이번 매거진을 통해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다음은 멸망이 지나간 조각, 마계입니다.
어비스는 무한한 힘을 품고 있는 물질로 카쉬파에 의해, 지젤에 의해 계속해서 다뤄지고, 모험가 캐릭터 중, 남마법사들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 근원이라고 불리는 존재를 마계에 처음 등장시켰습니다.
'어비스의 근원'이라는 새로운 등장인물을 어떻게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공간과 어비스라는 설정 자체는 아주 익숙하지만, 지금까지 언급된 적 없던 새로운 인물을 보여드려야 하고,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많은 분에게 기대감을 드려야 하니까요.
자칫하면 세계관과 붕 뜬 인물로 비칠 수도 있고, 최대한 갑툭튀의 느낌을 피해야 했죠.
그래서 어비스의 근원은 앞으로 펼쳐질 행동을 예고하는 구성으로 가져가고자 했습니다.
그 타이밍을 모로스와 카론을 통해, 모험가가 마음을 잡은 뒤, 또 다른 위협적인 존재가 있음을 드러내면,
새로운 발견의 느낌으로 받아들이시지 않을까? 하는 의도로 해당 구간에 어비스의 근원을 배치했습니다.
어비스의 근원에 대해서 많은 모험가님이 여러 추측을 해주셨어요.
여기서 정체를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스토리에서 직접 만나게 되실 겁니다. 그때를 위해, 스포일러는 우선 참도록 하겠습니다.
어비스하면 역시 남마법사에 관한 이야기가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비스에 관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심장을 어비스로 대체한 남마법사들의 특별한 전용 연출이 있었어요.
어비스의 근원 자체가 남마법사들의 심장을 쥐고 있는 셈이니까요. 이 부분에는 니알리와 디멘션워커의 관계성을 책임져 주셨던 5호 님의 노력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명계에서 전체적으로 모험가가 능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가졌기 때문에,
카쉬파 소속이었던 모험가가 어비스의 힘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 많은 모험을 통해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음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남마법사의 경우에는 캐릭터마다 성격적인 특징이 조금씩 달라서, 대사에 미묘한 차이를 줄 수 있어 재밌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힐더와 마이어의 만남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두 인물이 한 공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 거대한 사건이었죠.
이 장면을 쓰기 위해서 그동안 나왔던 스토리들을 쭉 점검하고 체크하면서, 지속적인 내부 회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장면은 짧지만, 대사 한 줄마다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모험가님들이 플레이하면서 그동안 가지고 오던 기대감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설정적으로 놓치거나, 빼먹은 부분은 없을지 꼼꼼히 체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최대한 많은 분께 의견을 묻고 앞으로의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까지 확인하며 진행했습니다. 업데이트 마지막까지 고민하시면서 대사를 수정했었죠.
이 장면에서 많은 의미가 압축된 만큼,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 볼까요?
다시, 폭룡왕 바칼입니다. 바칼이 끼친 영향은 엄청나고,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요.
차원회랑에서도 폭룡왕 바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이어와 바칼이 이미 만난 적이 있다는 내용에 대한 언급은, 기계혁명 스토리에서 먼저 나왔었는데요.
그래서 바칼과 마이어의 만나는 장면은 차원회랑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둘이 만난 것은 알겠는데, 만나서 뭐 했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을 수도 있고,
그 궁금증을 가장 적합한 타이밍에 해결해 줄 의무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지속해서 내려오는 그 물건에 정보에 집중했죠.
짐작하셨다시피 바로 '바칼의 유산'인데요. 마이어의 제안으로 바칼이 힐더를 꿰뚫기 위해 남겨둔 유산은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꼭 설명해 주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어요.
시즌 스토리에 많은 임팩트를 주었던 바칼의 에필로그 장면이기도 하죠. 이 유산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앞으로의 스토리를 지켜봐 주세요.
대마법사 마이어의 가장 큰 업적, 대마법진이 세워진 곳 아라드는 차원회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차원회랑 스토리를 담당했을 때부터 이곳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다고 팀에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스토리를 쓰기 위해 꼼꼼히 관련 설정을 살펴보면서, 아라드에서 나오는 정보가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유저분들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했던 등장인물을 보여드리는 순간이기도 했죠.
저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쓰기 전에, 간단하게 한 줄 요약을 하고 자세하게 이야기를 쓰는 것을 선호하는데요.
차원회랑 스토리를 쓰기 전,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한 줄의 요약은 다음 내용이었습니다.
자아 없는 칼날이었던 모험가가 마이어의 기억에 따라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면서 '지켜야 하는 것'을 깨닫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차원회랑에서 세리아를 만나는 순간을 그려내기 위해서 엘븐미어의 설정을 함께 담당하면서,
세리아와 대마법사 마이어에 관련된 내용들을 계속 빌드업하기도 했습니다.
엘븐미어 퀘스트 대사에서 '대마법사 마이어'라는 단어가 나올 수 있도록 배치해두기도 했죠.
또 세리아와 슈시아와 관련된 웹스토리를 직접 담당하면서
세리아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모험가님들에게 전하고자 했었습니다.
세리아는 모험가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이면서 자신에 관한 기억이 없는 인물이죠.
그렇기 때문에 차원회랑에서는 자아 없는 칼날인 모험가와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세리아가 만나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는 존재로 변화하는 모습을 꼭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습니다.
차원회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아라드였다면,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가 되는 공간은 이곳이죠.
바로 하늘 아래 첫 번째 세계, 선계입니다.
선계는 마이어가 보여준 기억을 따라, 세리아의 정체까지 깨달은 모험가가 다가오는 위기 속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보여주는 구간이었습니다.
선계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설정으로만 존재해서, 많은 분이 기대하고 계시는 지역이었죠.
그래서 가장 먼저 고민한 지점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까?'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지역과 배경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드리는 것보다, '모험가'와 '대마법사 마이어'에 집중하자는 것이었어요.
확실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었죠. 레기온이라는 콘텐츠 특성상, 많은 배경을 보여드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차원회랑의 컨셉 상, 다양한 세계의 배경들을 보여드려야 하기도 했죠. 그중 선계만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도 없었죠.
그래서 선계가 어떤 공간인지 보다는, 그동안 여러 기억을 보며, 상황 파악은 끝났을 테니
앞으로 선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또 대마법사 마이어의 성격을 유쾌하게 표현함으로 '비장함'보다는 앞으로의 모험에 대한 '흥미진진함'이 조금 더 강조되었으면 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공간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온 것 같은데요.
세리아를 지키지 못했을 때, 펼쳐지는 뒤집힌 멸망의 세계. 이곳에 나오는 빛의 여인은 어비스의 근원과 힐더를 통해서 계속 언급되었죠.
역시 이번에도 한 가지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빛의 여인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을 때,
그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주변 요소들을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저의 선택은 후자였는데요.
우선 세리아를 지키지 못했을 때의 결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세리아를 지키지 못하면 세상이 이렇게 망하는구나. 라고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테니까,
차원회랑에서 나오는 독특한 컨셉을 이용해서 표현하는 방향을 선택했죠.
빛의 여인, 어비스의 근원과 같이 전부 해결되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스토리는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도 등장하게 될 텐데요.
재미있는 스토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차원회랑 스토리를 끝으로 크로니클 기준 시즌 12의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는데요.
한 가지 고백하자면, 대마법사의 차원회랑 스토리는 제가 입사 후 처음 담당하게 된 메인 스토리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동료분의 도움을 받아 가며 열심히 만들었는데, 다들 재미있게 즐겨주시고
이번 시즌의 스토리를 함께 해주신 모험가님들이 많은 피드백과 함께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 행복하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즌부터는 새로운 지역인 '선계'의 스토리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스토리에서 부족했던 지점들을 체크하고 보완해 가면서, 이번 시즌에 주셨던 사랑만큼,
저희 팀에서 다시 좋은 이야기로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즐거운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사랑합니다.
스토리 담당자 6호 드림.
TMI 0.
이번에도 소소한 재미를 드릴 수 있는 많은 TMI를 전달해 드리고 싶었는데요.
차원회랑의 스토리 특성상, TMI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해석이 담긴 정보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쉽지만 생략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더 재미있는 TMI와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마무리하기엔 아쉬움이 남아...
어렵게 끄집어낸 한 가지 TMI를 마지막으로 남기며, 저는 이만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TMI 1.
웹툰의 후기로 게게겍 작가님이 올려주신 기획서는 진짜입니다.
스토리 담당자 5호님이 가장 즐겨하는 캐릭터이죠.
TMI 하나로 끝나는게 아쉬워서 지나가다 참견하는 1호.
대마법사의 차원회랑의 스토리 구조는 '단테의 <신곡>'입니다.
기억의 도서관지기가 베아트리체이자 베르길리우스의 역할이었죠.
어린 시절의 마이어와 함께하는 일곱 세계의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이 다음 여행도 즐겁게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