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담당자가 전하는 제작 노트 1
2022.11.14 00:00 56,636
모험가님, 안녕하세요.
던전앤파이터 스토리 담당자입니다.
22년 2월 17일. 스토리 매거진으로 인사를 드린 이후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그 사이에 업데이트 공지에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전해 드리긴 했지만,
업데이트에 한정된 짧은 이야기였고, 모험가님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 모험가님과 우리가 함께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기 위해서 이렇게 매거진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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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05년 처음 던전앤파이터를 시작했습니다. 거의 초창기였죠.
그때부터 모험가였고, 아라드라는 세계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아라드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스토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죠.
이후 긴 시간이 흐르고 기획자로 많은 경험을 한 뒤에 네오플에 오게 되었고, 스토리 담당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메인 스토리 담당자로 이름을 올린 직후에 가장 먼저 선보인 스토리는 이시스-프레이 스토리입니다.
그 이전에 미션 퀘스트를 시작으로 여러 업무를 수행했지만, 메인 스토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공개 직전까지 많이 긴장했었습니다.
하지만 즐겁게 봐주시고, 많은 호응을 주셔서 힘을 얻을 수 있었고 큰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좋지 못한 결과를 내어 죄송스러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덕분에 지금까지도 기쁜 마음으로 스토리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은 그 모든 순간 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매거진에서 언급 드린 것처럼 모험가님의 호응과 질책이 모두 약이 되어 이롭게 받아들여졌고,
쌓아 올린 하나하나를 다시 돌아보고, 검토하고, 새로 쓰기도 하면서 이번 시즌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모험가님과 함께 노력해 준 동료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스토리 매거진에서는 이번 시즌을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풀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스토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서 설계하고 쌓아 올렸는지,
그리고 어떤 비하인드들이 있었는지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분량이 상당히 많아서 총 3부에 걸쳐서 진행이 될 예정입니다.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모험가님과 우리가 함께 만든 이 스토리를 나누고 싶습니다.
세 번에 걸쳐서 업데이트될 예정인 스토리 매거진 3부작을 끝까지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매거진은 '스토리 담당자 1호 (이하 1호)'인 저와
이번 시즌 스토리 전체에서 큰 활약을 해준 '스토리 담당자 3호 (이하 3호)',
그리고 최고의 연출을 위해서 국가가 허락한 근무 시간을 매달 모두 소진하면서 열정을 불태워준,
이미 한차례 기계 혁명 : 개전 업데이트 공지에서 얼굴을 비추었던 '스토리 담당자 4호 (이하 4호)'가 함께해 주실 예정입니다.
1부. 성자 전쟁부터 파괴된 죽은 자의 성까지
이번 시즌 스토리의 특징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스토리들이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 구조에 맞추어서 배치되었다는 점입니다.
떨어뜨려 놓고 보면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사건과 인물들이
인과 관계를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죠.
조금만 틀어져도 주제가 흐려지고, 사건의 개연성이 무너지고, 인물의 개성이 사라질 우려가 매우 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도 8시간씩 회의를 하고, 여러 번 스토리 구조를 무너뜨리고 쌓기를 반복하면서
가장 좋은 방향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성자 전쟁부터 기계 혁명'까지 이어지는 현재의 스토리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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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이번 시즌의 시작을 알린 '성자 전쟁'으로 시작하여, 하이라이트로 진입하기 직전인 '파괴된 죽은 자의 성'을 살펴보면서,
각 파트의 스토리에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더 크게는 전체 스토리 구조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개발 비하인드가 있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1) 성자 전쟁, 새로운 시즌의 시작
1호
성자 전쟁은 이전 시즌인 '검은 교단과 오즈마 레이드'의 마지막 스토리였습니다.
하지만 업데이트 방향의 변화로 오즈마 레이드가 끝난 뒤에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되었죠.
이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성자 전쟁 스토리를 이번 업데이트에 반영하지 말자'였습니다.
4호
진짜, 아찔했죠.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3호
맞아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현재 시점에서 멈추고, 완전히 다른 스토리 전개인 다음 시즌을 시작하는 건데...
4호
오즈마 레이드의 마지막 스토리가 미카엘라의 등장으로 끝났는데, 기대만 하게 하고 등장하지 않는다?
'미카엘라가 임팩트 있게 등장했는데 어디로 사라졌느냐?'라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을 거예요.
바로 등장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완전히 등장하지 않는다는 건 다른 이야기였죠.
물론 완전히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서 스토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붙일 수 있는 다음 기회는 아마도 '대마법사의 차원 회랑'이 끝난 다음이었겠죠.
거의 1년이었습니다. 모험가님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즐기시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1호
사실 그것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시점도 다른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순간일 것이 뻔했으니까요.
어떻게 들어간다고 했어도 모험가님 입장에서는 갑자기 뜬금없는 스토리로 시작되는 것이고...
무엇보다 다음 시즌의 시작은...
3호
거기까지만... 더 이상 이야기하면 위험합니다.
1호
어... 쨌든... 미카엘라가 등장하는 성자 전쟁 스토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렸습니다.
미카엘라 자체도 매우 중요한 IP였고, 이번 시즌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도 그의 행적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죠.
결국엔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스토리적으로 잘 녹여보겠다고 설득을 했습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스토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상황이고,
중요한 스토리가 삭제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으셨기에 바로 납득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성자 전쟁 스토리는 시즌을 바꾸어 이번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4호
하지만 새 시즌 시작인데, 이전 시즌 엔딩 스토리가 들어오면 이야기 전체가 무너질 수 있었어요.
애초에 시즌 마무리를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단순히 떼어다 붙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죠.
3호
맞아요. 그래서 했죠. 마라톤 회의...
4호
하루 종일... 그것도 며칠이나... 정말 피 말리는 일정이었습니다.
1호
그래도 해야죠.
네, 해야죠.
3호
그래도 회의에서 많은 걸 얻을 수 있었습니다.
크게는 각각의 스토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었고,
작게는 소소하게 들어갈 만한 이스터에그에 대한 아이디어도 모을 수 있었죠.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모험가님에게 선보인 현재의 스토리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1호
그렇게 스토리 구조를 만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문제가 남아있었죠.
가장 컸던 게 성자 전쟁 스토리의 추가로 늘어난 퀘스트의 수량이었어요.
이때 처음 산정된 퀘스트 수량이... 현재 공개된 110레벨 만렙 확장 퀘스트의 2배에 달했거든요.
4호
실제로 플레이 시간도 매우 길었어요. 레벨 업도 2배나 힘들었고, 피로감도 2배였고...
테스트 한번 시작하면 거의 하루 종일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3호
다른 동료분들도 많은 의견을 주셨어요. 우리 시나리오 기획팀 내부에서도 같은 의견이었고요.
결국 퀘스트 수량을 반절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훑어보면서 불필요한 스토리와 동선을 찾았어요.
성자 전쟁, 차원의 폭풍, 노블레스 코드, 파괴된 죽은 자의 성, 이터널 플레임 연구소까지 전부요.
대본의 뼈대만 남기고 사건과 인물을 처음부터 다시 배치한 거죠.
그렇게 모든 스토리를 손봤습니다.
1호
산 넘어 산이라고 이다음 과정에서 더 큰 산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바로 제작이었죠.
어느 정도 제작을 하고 있었지만, 스토리와 스토리 구조의 변경으로 거의 처음부터 다시 만들다시피 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로 매우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획자들과 아트 디자이너들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셨어요.
4호
정말 이때 지원이 없었으면 완성하지 못했을 겁니다.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죠.
1호
네, 맞아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우리는 스토리와 시나리오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그리고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획했던 모두를 제대로 만들어서 모험가님께 보여드릴 수 있었죠.
마치 처음부터 계획한 것처럼 최대한 이질감 없는 스토리로 말이죠.
1-1) 성자 전쟁 스토리의 역할
1호
바뀐 스토리 구조에서 성자 전쟁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3호
갑자기 질문? 제일 잘 알고 계신 분이?
1호
아니, 뭐... 매거진이니까... 모험가님도 아실 수 있게... ㅎㅎ
4호
정석으로 답하자면, '오즈마 스토리의 마무리와 다음 시즌의 기폭제가 되는 사건과 주제를 던지는 역할'이겠죠?
1호
하나 더 있어요.
3호
시로코라는 변수에 의해서 서서히 틀어져가는 힐더의 계획을 알려주고,
창신세기 예언에 따라서 사도만 처치해 오던 반복되는 스토리 패턴을 깨는 첫 번째 기점?
이게 마라톤 회의에서 내린 결론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1호
맞습니다.
말씀처럼 긴 시간 동안 '창신세기 예언과 힐더에게 끌려다니는 모험가'라는 단순히 반복되는 패턴을 깨려고 했던 거였습니다.
그동안 '기-승-전-힐더'라는 전개가 이어져 왔죠.
이런 패턴을 답답해하는 모험가님의 동향과 보내주시는 이야기를 계속 체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시스-프레이 스토리를 쓰면서부터 염두에 두며 많은 준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스토리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 연속성은 개연성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요.
이를 위해서 마계 대전 마지막에 차원의 폭풍을 터뜨리기 위한 설계를 했고, 이걸 핑계로 모험가님을 아라드로 보냈죠.
그 사이에 천계를 지나가도록 해서, 천계 내전을 수습하고 필라시아를 얻는 것까지 함께 고려했습니다.
지난 2월 매거진에서 말씀드렸듯이 다음 전개를 위해서 천계 내전이 종결되어야 했으니까요.
다음으로는 아젤리아 로트 사망 사건을 포인트로 삼아서 그림시커를 움직이고...
솔도로스와 시로코를 아라드에 풀어놓기도 했죠.
4호
그 사이에 황.폐.선도 있었죠.
3호
아... 그건... 좀...
1호
인정합니다. 정말 잘못된 판단이었죠.
참고로 황폐선은 현재까지도 시나리오 기획팀에서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교재로 삼고 있습니다.
정말로 그 한 마디에 수많은 것들이 담겨 있으니까요.
4호
지금도 뭔가 잘못되어간다 싶으면 '그거 황폐선됩니다.'라고 할 정도니...
3호
이번에도 지겹도록 들었죠. 1호 님에게서 말이죠.
1호
뭐... 어쨌든... 오늘은 '어쨌든'이라는 말을 많이 쓸 거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래서 어쨌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시로코 이후에는 루실을 등장시켰어요. 다른 의미로 엄청난 반응을 얻었었죠.
그리고 검은 교단을 움직여서 추방자의 산맥을 시작으로 카잔과 오즈마를 부활시키기도 했고,
이에 맞추어 미카엘라를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4호
그리고 미카엘라를 통해서 지금까지의 전개에 의문을 품게 했다... 맞죠?
1호
네, 그렇죠.
그동안 우리가 창신세기를 비틀기 위해서 준비하고 쌓아 올린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무게에 맞는 '전달자'가 필요했어요.
그래야지 받아들이는 모험가님도 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예상대로 미카엘라가 던진 말은 이번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었고,
기계 혁명 스토리에 도달하면서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주었죠.
3호
오즈마 레이드 마지막에 제국이 오즈마의 기운을 흡수하는 걸 반야가 방해하고,
반야가 미카엘라에게 저지 당하고 봉인되는 장면도 의미가 있었죠.
1호
반전의 반전인 건데...
3호
반전 이상의 의미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먼저 '창신세기의 예언이 맞추어지고 있다는 착각'을 모험가님께 드리는 게 목적이었어요.
미카엘라가 오즈마의 기운을 흡수함으로 인해서 두 사도의 기운이 한 몸에 담긴다는 걸 보여주고,
이 상태에서 '미카엘라'가 죽으면 '창신세기의 예언처럼 되는 거 아님!?'이라고 유도하려 했죠.
그리고 이조차도 힐더가 계획했을 것 같다는 오해를 가지게 하고요.
이 상황으로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죠.
1호
여담이지만 모험가님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주셨었죠.
'미카엘라는 착한 사도인데 왜 싸워야 하지?' 또는 '왜 죽여야 하지?'...
여기에 맞추어서 '난 미카엘라 죽이기 싫은데?'라는 이야기도 주셨었죠.
우리도 여기서 많은 고민을 했죠. '과연 미카엘라를 죽여야 하는가?'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와 한 번을 싸워야 했고, 미카엘라의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싸워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했죠.
이런 고민의 끝에서 3호 님이 말씀처럼 전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4호
'그럼 결국 '기-승-전-힐더'가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3호
맞아요. 그래서 이다음에 이야기할 내용이 중요한 거죠.
바로 또 다른 의심을 주는 것이었어요.
'힐더가 계획했을 것 같다'라는 오해를 준 이유도 이것 때문이죠.
1호
간단한 이야기예요.
'본래 힐더가 세운 계획하고 틀어졌지만 어쨌든 예언이 맞았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 같지 않나요?
3호
맞아요. 억지죠. 어떻게 보면 억지로 스토리를 끼워 맞추려는 시도 같아 보이고...
1호
그걸 이용한 거죠.
'힐더는 계획을 세워 예언을 실현'하는데... 이 경우에는 '예언은 맞아떨어지고 있지만 계획은 틀어졌다.'가 되니까요.
여기서부터 모험가님이 이상함을 느끼고 조금씩 무언가가 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4호
이 의심이 성자 전쟁에서 미카엘라를 살림으로써 확신으로 바뀌길 원했던 거죠.
기존의 '기-승-전-힐더'의 전개를 부술 겸 해서.
1호
역시 성자 전쟁 메인 담당자.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4호
이를 기점으로 반복적으로 이어진 틀을 부수고, '힐더의 계획이 비틀어졌다!'라는 강한 임팩트를 주어서
이번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에 서막을 올렸죠.
바로 '진실로 향하는 길'의 시작을 위해
'우리가 알고 있던 힐더의 계획과 창신세기의 예언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도록 하면서요.
3호
제가 110레벨 만렙 확장 스토리 구조 전체를 짜 맞추었을 때, 이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죠.
4호 님이 잘 정리해 주었기에 좋은 스타트를 할 수 있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1-2) 레미디아 바실리카와 레미디아 카펠라, 그 사이에서 미카엘라가 가지는 의미
1호
레미디아 바실리카와 레미디아 카펠라의 대립에도 의미가 있었죠?
4호
물론이죠.
오즈마 스토리에서 쌓아 놓은 두 진영의 대립 구도의 폭발과 함께 시작된 것이 성자 전쟁 스토리에요.
앞선 시즌에서 두 진영의 인물들을 모험가님과 밀접하게 협력하게 만들었고,
그들의 각자의 생각과 사정을 모험가님의 입장에서 이해하시도록 설계했어요.
그게 레미디아 바실리카이던, 레미디아 카펠라이던 말이죠.
그리고 이렇게 한 건 앞서 이야기 드렸던 '미카엘라를 죽이느냐 살리느냐'와 관계가 있는데...
3호
간단하게 말해서 두 진영 간에 명분을 주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였죠.
1호
레미디아 바실리카의 오베리스나 레미디아 카펠라의 루실이나...
둘 다 우리가 했던 고민 속에 있던 내용이니까요.
우리는 오베리스의 입장도 되어보고, 루실의 입장도 되어 봤었고 그렇기에 미카엘라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었죠.
'미카엘라를 살리는 것이 정의인가?', '반대로 죽이는 것이 정의인가?'라는 두 가지 생각이 계속 충돌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건...
4호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 고민 그대로 스토리에 녹인 거였죠.
이 고민을 모험가님과 나누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기존 던파의 스토리대로 선한 사도인 미카엘라를 적대했을 때,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경험을 할 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예상을 이용해서 딜레마를 주고자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명분에 대한 밸런스를 치밀하게 고민했고, 지금의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도 예상은 레미디아 바실리카 쪽의 우세를 생각했어요.
미카엘라를 선하게 생각하고 그가 해온 희생에 공감하시는 동향이 많았기 때문이었죠.
저희도 감정적으로 마찬가지였고요.
3호
결과도 예상대로였지만, 예상과 다른 부분도 있었었죠?
1호
아... 그거...
4호
네, 당연히 레미디아 바실리카를 많이 선택하셨지만...
우리가 고민하고 계획하여 스토리에 녹인 명분에 따라서 선택하신 건 아니었죠.
생각보다 아주 심플한 명분이었는데...
바로 '루실에게 예의범절(물리)을 가르치고 싶다'라는 이유였습니다. 압도적이었죠.
1호
제가 설정을 잘해놓긴 했죠.
3호
아... 네... 인터넷 작명소에서 이름도 받아오고, 대사도 직접 쓰셨죠....
이런 걸 뿌듯해하는 걸 보는 건 또 처음이네요.
4호
루실의 캐릭터성이 절대적으로 적대적인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미 '죽은 자의 성' 스토리에서 진영 선택이 스토리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학습된 것도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이번 선택에서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명쾌하게 '루실에게 예의범절(물리)을 가르치자!'라는 결정을 내리게 한 거라고 봅니다.
만약에 이 스토리가 '미카엘라 레이드'였고, 분기에 따라서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었다면,
모험가님의 고민이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하면 유의미한 변화와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답을 찾기 위한 한 걸음, 차원의 폭풍 속으로
1호
다음 차례는 차원의 폭풍 스토리겠죠?
3호
네, 맞아요. 이번 스토리에서 두 번째로 신경 많이 쓴 내용이죠.
1호
첫 번째는....
3호
당연히 '이터널 플레임 연구소'부터 '기계 혁명'까지의 스토리죠.
이건 2부와 3부에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우선은 차원의 폭풍 스토리를 이야기해 보죠.
차원의 폭풍은 '과거'라는 소재를 사용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과거로 향한다는 소재는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 정말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죠.
1호
조심스러운 이야기죠.
자칫하면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니까요.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오래전에 공개된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죠.
3호
성자 전쟁 스토리가 끝난 다음부터 과거에 있는 '폭룡왕 바칼'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로 전개가 됩니다.
여러 가지 단서를 모으고 시로코의 사념이 남긴 흔적을 찾고, 그 끝에서 우리가 만나야 할 하나의 사도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죠.
이 과정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렇게 도착한 과거에서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이전에 공개한 이계 던전이나 공식 홈페이지의 '폭룡왕 바칼' 스토리의 요소도 보여주어야 했고,
그 맥락에서 개연성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했으니까요.
지나가던 7호
오...
3호
그래서 이 차원의 폭풍 스토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미 모든 차원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던 차원의 폭풍 설정과
이걸 이용해 여러 차원으로 뻗어 나가는 시로코의 사념을 뼈대로 삼았고,
시란과 아이리스를 통해서 모험가님이 과거로 향할 수 있는 길과 방향을 제시했죠.
그리고 그 안에서 알게 되는 여러 정보를 통해서 '바칼'을 만나야 한다는 목표를 새겨 놓기도 했고요.
하지만 여기서 또 커다란 벽이 생기고 말았죠.
4호
'나비효과'말이죠?
3호
맞아요. 가장 크게 걱정하던 게 바로 '나비효과'였어요.
모험가님이 과거에 개입하면, 그 여파로 현재가 바뀔 수 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는 고민이었죠.
이걸 방지하기 위해서 '왜곡된 차원'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설명을 넣었어요.
'현재 차원과 다른 별도의 '왜곡된 차원'이 발생한 것이고,
왜곡이 크지 않으면 왜곡점들을 해결하는 것만으로 나비효과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영향력이 커질 경우에는 현재를 대체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죠.
바칼을 만나러 가는 모든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반 설정이었지만,
모험가님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정보를 가진 상황에서 예측만으로 답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전달을 해야 했기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이 스토리를 통해서 기존에 보여드렸던 루크나 안톤, 디레지에와 로터스의 스토리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죠.
1호
그 부분을 노리긴 했었죠.
정말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풀렸습니다.
4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극복하고 바칼이라는 소재를 넘어서 더 먼 이야기의 시작까지도 설명할 수 있었으니까요.
3) 닫힌 진실의 문을 열기 위해, 노블레스 코드
3호
제 이야기만 계속한 것 같은데요.
다음 이야기는 뭐죠?
4호
노블레스 코드네요. 이것도 고생이 많았죠.
스토리 담당자 2호 님이 이걸 쓰다가... 결국엔...
3호
네, '1~100 스토리&성장 구간 개편'으로 잡혀가고 제가 마무리했었죠.
그래도 스토리는 완성하신 다음이라 수월하게 제작했었습니다.
1호
그럼 이것도 3호 님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역시 '기-승-전-3호'.
4호
여기에서도 표면적인 스토리 이외에 의미가 있다고 들었어요.
3호
네, 이걸 설명하려면 전체 스토리 구조를 다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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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전체로 보면 노블레스 코드는 '기-승-전-결' 중에서 '승'에 부분입니다.
차원의 폭풍 스토리에 이어서 전개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위기에 해당하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파괴된 죽은 자의 성 스토리'로 분위기를 밀어주기 위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1호
표면적으로는 천계 전기의 연장선인 스토리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 이야기를 돌파하고 나면 '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죠.
이 '보상'은 차원의 폭풍 스토리를 통해서 바칼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목표를 알게 된 모험가님께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건 바로...
3호
그 보상은 뒤에 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시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니 말입니다.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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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차원의 폭풍 스토리 마지막에서 본 다가갈 수 없었던 두 개의 왜곡된 과거의 차원으로 향하는 것은
사도인 시로코 조차도 자신의 존재를 모두 소모해야지만 겨우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모험가님은 길이 가로막혀진 지금 어떻게 그 뒤를 쫓아 과거로 갈 수 있을까요?
이 '어떻게'를 해결하기 위한 스토리가 바로 '노블레스 코드'입니다.
4호
그렇죠.
'바칼을 만나서 무엇을 물어볼까'보다 먼저 고민이 필요한 내용이죠.
만나지 못하면 물어도 볼 수 없으니까요.
3호
네, 맞습니다.
그리고 1호 님이 말한 '보상'이 바로 이 '어떻게'와 연결이 되어있죠.
노블레스 코드는 무리하게 새로운 전개를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른바 '황폐선'으로 대표되는 천계 전기 스토리에서 이어지는 것이 맞는 전개라고 생각했죠.
그러기 위해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천계 전기'를 리뉴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실 리뉴얼 자체는 천계 전기 업데이트한 이후에 좋지 않은 반응을 보았을 때부터 계획을 했었지만,
대대적으로 개편을 할 일정과 선보일 업데이트가 없어서 미루어지고 있던 상황이었죠.
맥락 없이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되면 주목받지 못하고 리뉴얼 사실 자체가 묻혀 버릴 가능성이 높았으니까요.
그렇게 타이밍만 보다가 이 시즌 스토리를 기획하면서 지금이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하지 않는다면 노블레스 코드의 스토리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이 시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바로 동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무리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천계 전기 리뉴얼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호
새로운 시즌에 이슈가 몰려서 천계 전기 리뉴얼이 주목받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죠.
그때, 때마침 스토리 매거진을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정말로 좋은 기회였죠.
바로 주제를 '천계 전기 리뉴얼'로 선정하고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매거진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3호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노블레스 코드 스토리의 기반이 마련되었어요.
고민할 것 없이 천계 전기에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스토리로 구상했습니다.
설정으로만 언급되었던 '바칼의 유산', '헤르만의 설계도', '미쉘 쿠리오'를 스토리에 본격적으로 등장을 시켰고,
귀족들의 본거지인 노스피스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총검사 전용 스토리를 만들기도 했죠.
여기에 새로운 인물인 '루퍼트 도스타'와 '매드 리케'를 등장시켜서 데 로스 제국의 음모를 비롯한 이후의 소재도 확보하려 했습니다.
4호
루퍼트도 인기가 많았지만 리케는 공개했을 때부터 정말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1호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파괴된 죽은 자의 성에서 나온 칼바리를 더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데 '보상' 이야기는 안 하나요?
3호
이제 해야죠.
차원의 폭풍 스토리를 통해서 바칼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목표를 알게 된 모험가님께 반드시 필요한 그것.
아마 눈치챈 분도 계실 거예요.
바로 새로운 동료인 '미쉘 쿠리오'와 진실을 여는 열쇠, '데 슐뤼셀 주어 바하이트'입니다.
1호
폭룡왕 바칼을 만나러 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이 '바하이트'였어요.
차원의 폭풍을 뚫고 무려 과거로 갈 수 있게 해주는 함선이죠.
첨단의 과학력과 뛰어난 기술력이 있어야 겨우 만들 수 있는 물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함선을 만들려면 하나의 세계가 통째로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던전앤파이터 세계관 안에서 이걸 할 수 있는 곳은 천계뿐이었죠.
3호
그렇기 때문에 천계 전기를 종결시켜야 했죠.
내전 중이라면 미쉘 쿠리오와 만난다고 해도 바하이트를 만들 여력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정도의 규모의 함선을 건조한다는 건 전쟁 중에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천계를 안정시키고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성급했죠.
4호
그래서 천계 전기가 더 안타까웠어요.
리뉴얼을 통해서 개연성을 맞추고, 오류들을 고쳤지만 모험가님 마음속에는 아직도 멍처럼 남아있으니까요.
1호
매번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더 좋은 스토리가 나올 테니까요. 하하....
이어서 말하자면 바하이트를 모험가님께 안겨주기 위해서 노블레스 코드에서 많은 설계를 했습니다.
미쉘 쿠리오와 헤르만의 설계도를 우선적으로 투입했어요.
그리고 바하이트는 이 설계도의 '일부'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다고 설정했습니다.
4호
그거군요. 대사도 병기.
지금으로서는 그걸 완성시킬 수 없지만, 설계도를 이해하고 있는 미쉘 쿠리오라면 그 일부를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바하이트'...
1호
맞아요. 하이람이 가지고 있던 헤르만의 설계도는 '반쪽'이었죠.
나머지 반쪽이 있어야 설계도를 이해할 수 있던 거죠.
하이람은 그걸 몰랐고 당연히 자신의 계획에 이용할 수도 없었죠.
미쉘 쿠리오가 처음 등장하는 영상에서 '하이람, 이 망나니가...'라고 말하는 대사에는 이에 대한 한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따르던 '스승님의 설계도'도 못 알아보고 그의 유지도 무시한 채로 함부로 날뛴 망나니라는 의미였죠.
3호
정리하자면, 미쉘 쿠리오가 돌아와서 완성된 설계도가 만들어졌고, 그에 더해서 차원 항해선 바하이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바하이트는 차원을 넘어 모험가님을 바칼에게 데려다줄 것이다...
맞을까요?
1호
간단히 정리하자면 그렇습니다.
노블레스 코드의 보상이 미쉘 쿠리오와 바하이트라고 말씀드린 것도 이 정리의 연장이기도 하고요.
4호
새삼 궁금한 내용인데요.
대사도 병기는 만들어질 수 있나요?
1호
어...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4호
아... 네...
다음으로 넘어가시죠.
4) 마지막 조각이 있는 파괴된 죽은 자의 성으로
4-1) 창신세기 4장과 헤블론의 예언소
1호
동료로 미쉘을 얻고, 미쉘이 헤르만의 설계도로 바하이트를 만들고...
하지만 부족한 게 하나 있었죠.
4호
네, 맞습니다. 왜곡된 차원 속에 바하이트를 보내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죠.
그건 바로...
3호
베키였죠. 베키.
1호
맞아요. 베키.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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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하지만 베키를 말하기 이전에 다시 한번 스토리 구조를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파괴된 죽은 자의 성은 '기-승-전-결' 중에서 '승과 '전' 사이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절정으로 치닫기 전에 위기를 부여하고, 가려져 있던 진실 중에 하나가 드러나야 하는 곳이죠.
그러면서도 모험가님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무언가도 있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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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정말로 많은 소재를 고민했습니다.
앞선 성자 전쟁 스토리에서 시작을 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면, 차원의 폭풍에서는 구체적으로 목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노블레스 코드에서는 목표로 향하기 위해서 필요한 동료와 도구를 부여했죠.
여기서 '파괴된 죽은 자의 성에서는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보면 줄 건 다 준 상황이었으니까요.
3호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명확했거든요.
바로 루크가 남긴 '헤블론의 예언소'와 차원 속 모험을 해결해 줄 '말괄량이 베키'였습니다.
1호
먼저 헤블론의 예언소는 성자 전쟁에서 던진 의심을 확신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도록 마련한 장치였습니다.
미카엘라의 생존이 힐더의 계획이 틀어짐을 의미한다면, 헤블론의 예언소는 '창신세기 예언'에 대한 반박으로 생각한 것이었죠.
3호
이번 '기계 혁명 : 바칼 레이드' 업데이트 공지로 '창신세기 4장'이 공개가 되었죠?
그 식물로 된 위키에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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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네, 이번에 전부 공개를 했죠.
공개 후에 눈치채셨겠지만, 창신세기의 구절들은 이미 이시스-프레이 스토리부터 하나하나 공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힐더가 직접 등장해서 직접 읊어 주었죠.
스토리의 연속성을 이용한 일종의 '퍼즐'같은 개념으로 시도한 방식이었습니다.
중요한 인물이 매번 같은 패턴으로 '어떤 구절'을 전달한다면 그 이유를 궁금해하실 것이고,
'구절'을 하나하나 모아서 조립해 보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조립된 결과물을 보고 창신세기를 유추하시길 바랐습니다.
3호
그 퍼즐의 끝이 이번 파괴된 죽은 자의 성이었던 거고요.
하지만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완성되자마자 헤블론의 예언소로 반박을 해버렸죠.
그리고 '기계 혁명 : 바칼 레이드' 업데이트 공지로 창신세기 4장 전체를 공개했고요.
그런데 말이죠... 스토리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게 화두를 던지는 건 좋은데...
감질나게 조금씩, 그것도 중간에 페이크를 넣어 오해를 만든 건 좋은 취미는 아니죠.
매번 느끼는 거지만 1호 님은 정말...
1호
하하... 그건 3부쯤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어쨌든 이런 요소로 모험가님이 루크를 다시 떠올리길 바랐어요.
루크가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기 위해서 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길 원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바칼과 힐더에 대해서 떠올리시길 바라기도 했죠.
3호
이 내용이 베이스로 깔려야 할 이유가 있었죠.
루크의 행동을 '다른 시선'으로 보길 원했던 이유가 말이죠.
4-2) 새로운 동료, 말괄량이 베키
4호
드디어 제 차례군요.
3호
베키 차례죠.
1호
맞아요. 베키 차례.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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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말괄량이 베키'는 파괴된 죽은 자의 성에서 모험가님께 전해드릴 '마지막 조각'이었습니다.
베키가 가지고 있었던 아주 중요한 설정인 '차원 항법 장치'에 대한 것 때문이었죠.
이 하나로 베키는 차원의 폭풍을 뚫고 과거로 향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바하이트가 있어도, 차원을 여행하는 고차원적인 기술은 천계에 없었으니까요.
이런 개념을 생각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은 한 명 밖에 없었죠. 바로 '건설자 루크'.
그리고 루크는 이걸 '베키'를 통해서 이루고 있었고요.
4호
파괴된 죽은 자의 성 스토리의 메인 담당자가 되었을 때가 떠오릅니다.
1호 님이 이야기 한 것처럼 정말로 많은 소재들이 있었으니까요.
오랜 시간 던전앤파이터를 해온 모험가로서도, 스토리 담당자로서도 버릴 수 없는 소재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의 중심을 이끌어 갈 하나의 소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담당자로 지정되자마자 바로 '베키로 모두를 울리겠다'를 떠올렸으니까요.
3호
저도 '울리겠다'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했었어요.
중요도가 높은 것도 그렇지만, 베키라는 인물의 서사가 너무 매력적이었으니까요.
4호
이번 베키의 스토리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성장'이에요.
루크 레이드 스토리에서의 베키는 모두에게 보호받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이었죠.
진심으로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기도 하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말 그대로 '말괄량이'였어요.
하지만 루크와 그의 피조물들이 사라지면서 베키는 이 커다란 성에 혼자 남게 되죠.
그런 베키를 죽은 자의 성에서 꺼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바라던 대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러기 위해서 한 번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동안의 베키가 루크의 보살핌 안에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성장'하여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걸 그려보려고 한 거죠. 자유롭게요.
1호
스토리에 베키의 비중을 올리고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인물의 비중을 줄여야 했어요.
보여주어야 하는 스토리의 분량이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골고타와 칼바리의 비중이 적어졌죠.
그 외의 파괴된 죽은 자의 성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가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요.
4호
그래도 모든 걸 설명하기 위해서 지젤의 실험 과정이나 다른 인물들의 스토리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소중한 것들을 망치고 있는 지젤을 바로 곁에 두고도 아무것도 몰랐던 베키를 그리는 것이 감정이입에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검귀와 심연을 걷는 자 사이의 분기 스토리도 준비했지만, 베키에게 집중되어야 할 감정선이 분산될 우려가 있어 포기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덕분에 이 과정을 통해서 베키가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이 시즌 전체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로 부각 시킬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베키가 동료가 되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서 이 시즌을 넘어서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죠.
3호
역시, 베키에 진심인 사람.
1호
인정합니다.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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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던파 최장기 빌런의 최후를 위한 초석
1호
지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3호
2부의 주제이긴 한데, 여기에서도 이야기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지젤이 언급되는 첫 스토리이니까요.
오히려 설명을 안 할 수가 없지 않을까요?
4호
파괴된 죽은 자의 성 스토리의 반응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건, 지젤에 대한 모험가님의 평가였어요.
얼굴 한 번 보이지 않았는데, 그 행보만 보고도 비난하는 반응이 많았죠.
1호
사실 지젤이 하던 짓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말이죠.
천계와 마계에서도 이미 인체 실험을 일삼고 있었죠.
그 결과 중 하나가 거너의 다섯 번째 직업인 어썰트이기도 하고...
4호
그럼에도 이번 스토리에서 지젤의 비난이 많았던 이유는 베키라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단순히 개조 취향(?)이 남다르고, 남들 보다 조금 더 도망을 잘 치는 코믹형 빌런에서,
분노할 정도의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승화 시킬 수 있었죠.
그리고 차곡차곡 쌓은 분노를 '마이스터의 실험실 스토리'에서 해소할 수 있었고요.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감정인 '지젤에 대한 분노'를 시즌 후반부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모험가님이 가진 베키에 대한 감정이 클수록 영향력이 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1호
오랜만에 베키가 등장해서 좋았어요.
그 덕분인지 크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었고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내부 테스트하다 말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4호
이번 스토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준 것은 모험가님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의 스토리에서 느꼈던 베키에 대한 감정을 잊지 않고 간직해 주신 덕분이죠.
그 감정을 기억하고 계셨을 거라고 믿고, 과감하게 스토리를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5) 1부를 마무리하며...
성자 전쟁부터 파괴된 죽은 자의 성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스토리 매거진과 다르게 혼자서 길게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실제 나눈 대화를 각색하는 것이 지루함을 덜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해준 스토리 담당자 3호와 4호를 모셨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매거진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부록으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스토리 TMI』를 준비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이터널 플레임 연구소'와 '마이스터의 실험실'의 스토리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7인의 마이스터에 대한 이야기, 지젤에 대한 이야기, 게이볼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부에서는 '기계 혁명'을 주제로 '빼앗긴 땅, 이스핀즈'와 '기계 혁명' 스토리를 살펴볼까 합니다.
이번 시즌의 '절정'에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던전앤파이터 전체 스토리에서도 가장 큰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여기에서는 기계 혁명에 대한 이야기와 폭룡왕 바칼, 그리고 창신세기에 대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2부와 3부에 대해서 미리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스토리 TMI』를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1부에 덧붙이는 1편은 사전에 모험가님의 질문을 받을 수 없어서, 모니터링 등을 통해서 선정한 내용으로 구성하였지만,
2부와 3부에서는 모험가님의 질문을 받아서 답변을 하려고 합니다.
[Q&A] 모험가님의 질문을 기다립니다.
스토리 매거진 덧글을 통해서 11월 16일까지 2부와 3부의 주제에 대한 질문을 남겨주시면, 그 안에서 질문을 선정하여 2부와 3부에 덧붙여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 2부 주제 : 이터널 플레임, 마이스터의 실험실, 7인의 마이스터, 지젤, 게이볼그 - 3부 주제 : 기계 혁명, 빼앗긴 땅,이스핀즈, 폭룡왕 바칼, 창신세기 ※ 스포일러, 비속어,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 등은 선정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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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스토리 TMI』 1편
성자전쟁
TMI 1. 성자 전쟁 네이밍의 모티브는 아시는 분은 다 아는 그 전쟁이 맞습니다. 미카엘라가 성배인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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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2. 우시르 교단의 기사단장인 아드라스의 풀네임은 '아드라스 테이아'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복수의 여신 '아드라스테이아'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
TMI 3. 우시르 교단이 강성했을 당시에는 가장 높은 '교황'아래에 사제단과 기사단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시르 교단이 몰락한 이후에는 기사단만 남게 되었죠. 그 결과 현재 우시르 교단을 이끄는 건 '기사단'의 최고 직위인 '기사단장'이 되었습니다. 기사단장인 아드라스는 꽤 어린 나이에 기사단장이 되어 우시르 교단을 이끌고 있는 것이죠. |
TMI 4. 오즈마 레이드의 이야기이지만...성자의 땅에 있는 나무의 우시르 교단의 문양이 있습니다. 이건 코믹스로 공개되었던 ' '다크 템플러 : Another Story'에서 아드라스가 새겨 놓은 것이죠. 게임과 코믹스를 연결 짓는 요소로 넣었는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시더라고요... |
TMI 5. 프리스트 교단의 제2위계 레미디아 캄파넬라의 주교인 클로체 그레이스는 오즈마 레이드 참전부터 시작해서, 성자 전쟁에 레미디아 바실리카 측의 인물로 등장하는 걸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스승으로서 테이다 베오나르를 맨손으로 후드려 패는(?) 역할이었죠. 하지만 밝힐 수 없는 모종의 이유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등장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
TMI 6. 루실 레드메인은 훗날 의외의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
차원의 폭풍
TMI 1.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 일부 연출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레니'의 죽음에 대한 내용이 있었죠. 연출로 인한 한순간의 오해로 엄청난 변화가 생길 뻔했었습니다.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레니의 생존을 표현할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당황했었습니다. 바로 수정에 들어갔고, 그 부분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보완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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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2. 아젤리아 로트와 눈이 마주치는 부분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젤리아'는 그 순간 미래에서 온 '나'를 본 것이 맞을까? 그렇게 보이도록 하면 아젤리아를 좋아했던 모험가님도 좋아하지 않을까?... 결국 최소한의 표현만으로 뉘앙스 정도만 느끼실 수 있도록 연출을 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모험가님이 알아봐 주셔서 기뻤었습니다. |
노블레스 코드
TMI 1. 히링 제도는 천계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입니다. 하지만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이스핀즈 섬과 노스피스 섬 사이에 있는 이곳을 주요 군사 기지로 삼게 되죠. 내전이 종결된 이후에도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조금씩 예전의 활발한 휴양지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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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2. 히링 제도는 현재 미쉘 쿠리오의 거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녀의 연구실에서 '차원 항해선 바하이트'의 기초 설계가 이루어졌죠. |
TMI 2. 이번 내전에 은근히 참전했던 사장일귀의 세례 요한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훗날 다시 등장할 수도 있겠네요. |
파괴된 죽은 자의 성
TMI 1. 스토리 담당자 4호는 루크 레이드 업데이트 당시에 갓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이었습니다. 당연히 레이드도 갈 수 없었죠. 그 한을 담아서 이번 파괴된 죽은 자의 성 스토리를 썼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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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2. 베키가 루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추억' 시네마틱이 진행되는 장소는 '매달린 망루'입니다. 항상 바깥세상을 동경하던 베키에게 루크가 준 선물이었죠. 망루의 전원을 내림으로써 베키에게 더 이상 이 장소가 필요 없어짐을 보여주고, 루크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았음을 보여줍니다. 시네마틱의 제목인 '추억'처럼 성장한 아이가, 어린 시절을 추억으로 남기고 세상 밖으로 향한다는 의미인 것이죠. |
그럼 여기에서 1부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봐주신 모험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부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와 존경, 그리고 사랑을 담아.
스토리 담당자 드림.
☞ 아트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1: 폭룡왕 바칼부터 이리네까지
☞ 아트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2: 히스마부터 플로까지
☞ 아트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3: 스카사부터 오스카까지
☞ 스토리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2: 이터널 플레임 연구소부터 마이스터의 실험실까지
☞ 스토리 담당자들이 전하는 제작노트 3: 이스핀즈부터 기계 혁명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