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 스토리 :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 그리고...
2022.02.17 10:00 118,982
안녕하세요.
던전앤파이터 스토리 담당자입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모험가님들께 선보여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준비한 이야기를 보여드리기만 하고, '왜 이야기가 이렇게 만들어졌는지?'를 말씀드린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매거진을 통해서 던파로ON과 던파 페스티벌에서 말씀드린 '스토리 리뉴얼 제작 비하인드'와
'앞으로 보여드릴 스토리'에 대해서 짤막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많은 모험가분들께서 지적해 주셨던 천계전기의 이야기를 먼저 드리고자 합니다.
늦었지만, 이번 매거진을 통해서 '왜 이렇게 스토리가 전개되었는가?',
그래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다소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최대한 자세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천계전기 스토리 제작과정, 그리고 리뉴얼에 이르기까지
천계전기의 시작은 천계내전이라는 외전 퀘스트였습니다.
후속 스토리를 논의하던 천계내전의 정규 스토리 편입이 확정되었습니다.
사도 시로코에 맞서고, 폭룡왕 바칼에게 향하는데 큰 도움을 줄 천계(天界)
그러려면 천계내전이 종료되고, 재건과 함께 큰 발전을 이루어야 했습니다.
'100레벨 확장 업데이트'는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스토리를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웹툰과 웹스토리를 준비하기도 했고, 빠듯한 개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모험 퀘스트를 추가하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스토리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장 많은 인게임 영상을 편성하기도 했죠.
퍼스트 서버에 업데이트와 함께 스토리가 공개되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결과는...
[부정]
이게 끝이야? 이게 끝이라고?
[분노]
끝일리가 없어! 우리가 몇 년을 기다렸는데!
[공포]
아니죠? 끝이 아니죠? 실섭에는 제대로 나오는거죠?
[흥정]
퍼섭이라서 그런거지? 실섭가면 다 고쳐줄거지?
[해탈]
잭터는? 네빌로는? 에라이 황제 폐하의 선물이다.
퍼스트 서버에서 천계전기를 접한 모험가님들의 반응은 위와 같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해 주신 많은 이야기를 분석하고, 정리하고, 추려보니 모든 문제를 일으킨 세 가지의 큰 줄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잘못된 방향성
2. 사라진 인물들
3. 부족한 개연성
이 밖에도 수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 여기에서 파생되거나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가지를 중심으로 리뉴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방향성 재정립
1 .천계내전은 정치극이다.
2. 정치극이기 때문에 모든 인물이 정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 것이고, 취해야 한다.
3. 정치극으로는 전투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 구성으로 퀘스트 전체를 채우면 지루할 것이다.
4. 전투 요소를 넣기 위해서 '황녀 에르제 성장기'에 집중하자, 보여주지 못한 정치극은 길게 스토리를 풀어주는데 적합한 웹 스토리와 웹툰으로 풀어내자.
위 네 문장은 당시에 실제로 논의했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천계전기의 전체적인 방향을 틀어 실패로 향하게 하는 치명적인 원인을 제공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왜 잘못되었을까?"
이 생각으로 하나하나 뜯어보게 되었습니다.
Q. 천계내전은 정치극이다?
A. 아닙니다. 그리고 아니어야 합니다.
정치가 일부 소재로 사용되었지만, 이것만으로 풀어낼 스토리가 아니었습니다.
더 큰 시야에서 봐야했으며, 정치라는 소재에 국한되어서는 안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천계라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역사이고, 저희는 이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잘못된 방향성은 이를 미흡하게 만들었고, 이야기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죠.
Q. 정치극의 모든 인물은 정치적이여야 한다?
A. 이것도 아닙니다.
모든 인물이 정치적이 되어버리면, 입체적이었던 인물들조차 평면적이 되어버립니다.
대립을 위해 착한 편과 나쁜 편을 나누고, 하나의 신념만을 추구하는 집단의 일부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는 선과 악을 구분 짓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이유와 신념을 가진 다채로운 인물들이 대립해나가며 이야기를 만들어낸 천계내전 스토리에 치명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정치와 상관없는 인물인 메릴 파이오니어를 비롯한 많은 인물들이 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Q. 정치극으로는 전투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어렵다?
A. 역시 아닙니다. 이건 저희의 착각이었습니다.
지루한 일상조차도 지루하지 않게 쓰는 것이야 말로 스토리 담당자가 가져야할 소양이라고 생각하기에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전투 요소를 넣기 위해서 '황녀 에르제 성장기'에 집중하자,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는 다른 방식으로 풀자.
A. 너무 성급했습니다.
다음에 이어나갈 시로코 스토리를 위해서 천계는 내전을 끝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천계 전체가 모험가에게 호의적이어야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선대 최고사제 '벨드런'의 후계이자 천계의 영웅 '잭터 이글아이'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녀 에르제'가 천계의 대표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에르제는 카르텔에게 납치당하고, 내전으로 쫓겨나는 등의 고난을 겪으면서 모험가님들의 많은 동정을 얻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네빌로 유르겐'과 달리 모험가들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호의를 보이고 있기도 했죠.
천계전기 3부가 끝날 무렵에는 황녀 에르제가 성장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어서, 내밀한 묘사는 잠시 미뤄두고 이 방향에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황녀 에르제의 성장기'의 서사가 만들어졌고, 그 이외에 보여주어야 하는 내전과 얽힌 이야기는 웹스토리와 웹툰으로 보여준다며 제외하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웹스토리와 웹툰으로 보여준다던 이야기는 분량 문제로 반의반도 보여드리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오류들을 바로잡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방향성을 재정립하려고 했습니다.
다시 한번 천계내전 스토리를 살펴보았고, 기존에 생각했던 주제인 '황녀와 귀족의 정치싸움'을 '천계의 역사'로 바꾸었습니다.
위에서 언급 드렸듯이 리뉴얼하기 전의 스토리에서는 서로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구도에만 집중을 해서 큰 그림을 못 보았습니다.
그 결과, 천계에서 일어난 역사의 한순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바칼 시대부터... 어쩌면 더 이전부터 이어져온 천계의 역사를 무너트렸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옳고 그름을 구분 짓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이유와 신념을 가진 인물들을 선과 악으로 나뉘어 싸우게 하는 평면적인 구도를 만들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정치와 상관없던 메릴 파이오니어에게도 적용되어 '황제 폐하의 선물이다!'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우선적으로 바로잡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다시 돌아온 인물들
방향성을 재정립하니 바로 다음으로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갑자기 퇴장한 인물들이 보였습니다.
매력적인 악역이었던 하이람 클라프와 그와 함께 내전에 가담한 뮤와 허크의 행방불명, 잭터의 죽음과 함께 묶음으로 산화한 코엔,
무언가 할 것처럼 있어 보이게 등장했다가 서서히 비중이 줄어들면서 분량조차 없어진 휴 피츠래리와 린지 로섬, 지나 데오도르 등의 세븐샤즈 일동. 일회성으로 소모된 테미, 루카스, 젤딘, 에드윈 등등...
수많은 인물들이 버려지다시피 했으며, 이들과 연결되어 있던 복선도 함께 증발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되찾고 부족한 서사를 채우기 위해 사라졌던 인물들의 비중을 늘렸습니다.
어이없이 죽음으로 처리되었던 뮤와 허크의 처우가 개선되었고, 세븐샤즈의 비중도 조정되었습니다.
테미, 루카스, 젤딘, 에드윈에게도 개성을 부여하고, 이번이 아니더라도 이어질 천계의 스토리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었습니다. 분량의 문제로 모두 담진 못했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세 번째. 개연성 되찾기
'황녀 에르제'는 아버지 같은 '잭터 이글아이'와 엄격한 스승과 같은 '네빌로 유르겐'의 신념을 계승하여 천계를 이롭게 이끌어 간다. 내전을 겪은 모든 이가 화해하고 한마음이 되어서 천계를 재건하고, 이를 도운 모험가는 영웅이자 친구가 된다.
천계전기에서 가장 보여드리고 싶었던 내용이었고,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위해서 필요한 결말이었습니다.
천계 스토리를 선두에서 이끌어 온 두 인물의 격에 맞지 않은 퇴장은 스토리를 무너트리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오류와 문제점들이 개연성을 무너트렸습니다.
스토리와 연관된 영상은 빠짐없이 감상하지만 시로코 레이드는 지금까지도 볼 수가 없어 ESC 연타로 종료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말 레이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론. 더 잘 만들겠습니다.
당시, 한 모험가님이 남겨주신 반응입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있죠.
그렇게 늘 모험가님들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서도 만족시켜드리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친구이면서 동료이고, 최고의 조력자로서 함께할 예정입니다.
※ 이제는 지나간 천계전기 제작 비하인드
천계전기 제작 비하인드. 하나.
천계전기 공개 이후부터 시로코 레이드 스토리까지 긴 텀이었지만, 시로코 레이드 스토리 자체는 프레이 - 이시스 레이드 스토리와 함께 기획되었습니다.
이렇듯 콘텐츠 공개에 앞서서 사전에 스토리가 기획된 경우에는 영상 제작을 위한 대본이 먼저 작성되어 제작됩니다.
영상 대본이 작성될 당시의 시로코 레이드 스토리 초안은 죽은 소륜의 원념이 오큘러스에 떠도는 그림시커 단원들의 원혼을 흡수하여 탑을 오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연합군이 탑을 오르는 컨셉이었습니다. (죽어서도 고통받는 소륜이...)여기에서 천계는 '운 라이오닐'이 에를록스를 이끌고 하늘성 주변을 돌변서 '절망의탑에서 내려온 그림시커 강경파'들이 펼친 마법진을 부수고, 연합군을 돕기위해 포격을 하는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이드 개발 방향에 맞추어서 컨셉이 수정되었고, 등장이 예정된 운과 에를록스호의 역할이 삭제되면서 애니메이션에서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는 듯한 모양이 되었습니다.지금은 아라드에 차원의 폭풍을 조사하러 내려온 에를록스만 남게되었네요.(이 과정에서 모험가 길드의 역할도 함께 실종되었습니다... 눈치챈 분이 계실지도...?)천계전기 제작 비하인드. 둘.
'황제폐하의 선물이다!'는 운 라이오닐의 대사였습니다.천계전기 제작 비하인드. 셋.
공개된 영상에서는 메릴 파이오니어만 등장했는데요.원안에서는 세븐 샤즈가 무선으로 만담까지 하면서 함께 추임새를 넣어주는 장면이 앞에 있었습니다.휴 피츠래리의 주접과 이걸 구박하는 세븐 샤즈의 모습을 보여주어, 내전이 끝나고 안정을 이룬 천계를 보여주고자 했으나...너무 길어서 메릴 파이오니어만 나오게 되었습니다.모험가 길드의 역할이 삭제되면서 서사가 줄어들어 메릴 파이오니어의 등장이 뜬끔없어지기도 했습니다.천계전기 제작 비하인드. 넷.
'이름없는 병사의 묘'는 처음에 잭터를 위한 비석을 작게 만들었다는 의미로 넣게 되었습니다.다만, 이건 잭터 이글아이의 격을 떨어트리거나 비중을 줄이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습니다.황제가 된 '황녀 에르제'가 잭터를 애틋하게 생각하지만, 마음 놓고 표현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요소로 표현하고자 한 장치였습니다.잭터에게 헌정하는 기념비는 천계 최초의 비공함정 '에를록스' 그 자체입니다.앞으로 천계를 지킬 수호신이면서, 눈부시게 발전할 천계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이자 상징 정도는 되어야 잭터를 기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래서 '잭터 이글아이'의 본명인 '잭터 에를록스'의 이름을 빌려 '에를록스'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프레이 - 이시스 레이드 스토리, 그 사이의 잃어버린 이야기들
천계전기에서 주어진 분량을 모두 소진했지만... 프레이 - 이시스 레이드 스토리의 이야기도 드리고 싶어 준비했습니다. (매거진 담당자님 죄송합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은 흘렀고, 결국에는 타이밍을 놓쳐버렸죠.
∨ --- [완료되었습니다] ---
> [190214][퀘스트] 프레이 - 이시스 레이드
> [190523][퀘스트] 마계회합
> [190725][컨텐츠] 퀘스트 리뉴얼/모험 퀘스트 추가
> [190822][컨텐츠] 마계대전
> [190919][컨텐츠] 천계전기
> [191031][컨텐츠] 솔도로스의 선택
> [191228][컨텐츠] 레미디아 바실리카
> [191228][컨텐츠] 폭풍의 계시
> [200109][퀘스트] Lv. 100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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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6][컨텐츠] 검은 차원 : 균열의 징후
> [200514][컨텐츠] 시로코 레이드 시나리오 퀘스트
[완료되었습니다] 페이지로 옮겨진 스토리 기획서
설정부터 스토리, 프로모션까지... 모든 것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폭풍의 계시는 100레벨 업데이트를 위해, 차원의 폭풍을 목격한 80여종의 NPC의 대사를 새로 추가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아쉬움은 3월 만렙확장 업데이트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계속 남아있습니다.
빈 구간을 다시 채울 수 있었던 건, 많은 모험가님들께서 지금까지도 이 이야기를 좋아해주신 덕분입니다.
앞으로 보여드릴 이야기
3월에는 만렙확장 업데이트에 걸맞게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모험가님들은 이들과 함께 '진실을 여는 열쇠'를 지니고, 가장 강대한 시절의 '폭룡왕 바칼'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3월 만렙확장 업데이트 이후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프리퀄에 해당하는 짧은 이야기가 되겠지만, NPC로 등장하는 '그녀'를 만나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0레벨 스토리에서 그녀의 최후를 본 모험가님은 제자를 대신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준비 단계에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드릴 수는 없지만, 세인트 혼도 다시 주목받게 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기능이 드러나고, 루드밀라와 연관된 이야기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설계도 밖에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스토리 매거진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모험가님들께 스토리 담당자 올림.
※ 이 인물은 누구일까요?
힌트
- 휴 피츠래리 아닙니다.
- 이 인물이 나오는 장면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세요.
- 어쩌면 22년도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