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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블론의 멸망

  • Kupei 카시야스
  • 2017.08.04 13:19 2,598

​오래 전, 우주의 어느 한 곳에 헤블론이라는 행성이 있었다.

찬란한 기계문명을 이룩한, 위풍당당한 곳이었다.

곳곳에 솟아있는 마천루들 가운데, 특히나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헤블론의 왕, 빛과 어둠의 군주인 루크가 기거하는 왕궁이었다.

그 루크는 지금, 왕궁 복도에서 초조한 얼굴로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 아직도 멀었는가......"

그 옆에 새의 얼굴을 하고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빛의 세계의 수호자, 호루스가 섰다.

"루크 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잘 될 겁니다."

"으음......"

루크가 안절부절못하던 그 때,​

"응애, 응애......!"

닫힌 방문 안에서, 우렁찬 아이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오오......!"

루크와 호루스는 부리나케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안에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기계로 된 광대, 골드 크라운이 두 명의 아이를 강보에 싸고 있었다.

"아, 감축드립니다 전하. 건강한 남녀 쌍둥이입니다. 왕비마마도 건강하십니다."

"그...그런데 왜 의식이 없는가?"

"워낙 난산이었던지라 지쳐 잠드신 듯 합니다. 허나 옥체 무고하오니 안심하시옵소서."

"휴우......"​

일단 한숨을 돌린 루크는 그제야 자신의 두 명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나신지라 네 개의 팔과 세 개의 눈이 두 분에게 각기 나뉜 듯합니다.​ 보기 드문 일이군요."

골드 크라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루크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안아올렸다.

수백 년 동안 자식이 없어, 고대 태양신에게 천일제까지 지내며 ​간신히 얻은 아이들이었다. 아버지가 자기 아이를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게 이 아이들이 지니는 의미는 너무나도 각별했다.

"이 아이들은 장차 내 뒤를 이어 헤블론의 차기 왕이 될 것이다. 그래, 이름이 뭐가 좋을까...... 늠름한 내 아들은 골고타, 사랑스러운 내 딸은 칼바리가 좋겠군. 골드 크라운, 호루스. 내 아이들을 잘 부탁하네."

"물론입니다, 전하."

"꺄하하하하하! 신난다!" 

​"잠깐 기다려, 칼바리! 정원을 어지럽히면 안 돼!"

궁전 뒤에 위치한, 수풀이 우거진 광대한 왕궁 정원.

 ​칼바리와 골고타는 신이 나서 뛰어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칼바리 혼자 신이 나서 난동을 피우고 있었고, 골고타는 그런 그녀를 제지하는 역할이었다. 조그맣던 아이들은 커 가면서 점차 팔이 기이하게 커졌다. 루크가 거대한 몸집과 굵은 팔을 지닌 반면, 아이들은 체격은 작았으나 팔은 루크와 비슷할 정도로 기형적으로 커졌다. 칼바리는 그런 거대한 팔을 마구 휘두르며, 땅바닥을 쿵쿵 내리치거나 삽처럼 정원의 흙을 퍼내거나 하면서 놀고 있는 것이었다.

"아하하하하!"

"정말이지, 공주님...... 이 정원을 관리하는 저의 입장도 좀 생각해 주시지요."

물뿌리개를 든 골드 크라운이 해바라기 뒤에서 나타났다.

"공주님께서 이렇게 정원을 헤집어 놓으실 때마다 제 일거리가 늘어난단 말입니다."

"그치만 재미있는걸! 꺄아!"

"칼바리, 그만 해! 오빠 말 좀 들어!"

"싫어! 꺄하하하!"

골드 크라운과 골고타의 잔소리를 피해 달아나는 칼바리. 그런 모습을 왕궁 발코니 위에서 루크가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녀석들, 많이 컸구나. 활달하게 노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걸......하하."

"오늘도 정원이 멋지게 망가졌군요. 골드 크라운의 일이 늘겠습니다."

루크 곁에 서 있던 빛의 우상 호루스가, 장시간의 추가 노동이 예약된 불쌍한 광대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저 정도 말썽은 부리는 걸세. 골드 크라운은 내 나중에 위로해줘야겠군."

​루크가 웃으면서 말하던 그때였다.

 

쿠웅-!

​하늘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검은 물체가, 서서히 그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뭐, 뭐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경악하는 둘에게, 왕궁의 방어 시스템인 비통의 부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별이 헤블론으로 접근 중입니다. ​미상의 유독성 물질과 유해가스를 뿜고 있습니다.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뭣이......!"

루크는 경악했다.

한 눈에 봐도 저 별은 보통 크기가 아니다. ​게다가 저것이 모두 유해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면, 헤블론의 국민들의 안위가 경각에 달렸다.

"골드 크라운, 호루스! 준비해라! 빛과 어둠의 힘으로 저 별을 막아야 한다! 어둠의 세계에 있는 ​아누비스도 호출해라! 지금 당장!!"

"명을 받들겠습니다!"

​정원에서부터 달려와서 어둠의 우상 아누비스에게 연락을 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골드 크라운을 두고, 루크와 호루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빠, 무슨 일이야?"

​"아버지, 저도 돕겠습니다...!"

"아니 된다! 너희들은 지금 당장 왕궁의 방으로 돌아가거라! 위험하니 나와서는 안 된다!!"

루크는 다급하게 외치며, 정체불명의 검은 별을 향해 달렸다.​

고오오오오오......

헤블론의 하늘이, 눈부신 빛과 칠흑의 어둠으로 가득 찼다.

루크를 필두로 호루스, 아누비스, ​골드 크라운, 그리고 어둠의 피조물 거인 아르고스가 자신의 힘을 모두 동원하여 검은 별의 낙하를 막아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은 점점 헤블론의 땅을 향해 내려앉고 있었다.

"크윽......"

루크는 분통한 신음을 내뱉었다. 가진 힘을 모두 동원해도 이 거대한 별의 낙하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낙하는 막을 수 없다...... 낙하지점의 모든 백성들을 대피시켜라. 우리는 최대한 힘을 써서 이 별을 완착륙시켜야 한다. 그 이후...... 나는 이 별로 들어가겠다."

"루, 루크 전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폰의 말에 의하면 이 별은 유독성물질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 이대로 둔다면 이 별이 헤블론에 내려앉은 후 내 백성들은 유독물질에 의해 전멸할 것이다. 나는 독성물질로부터 내 몸을 지킬 수 있으니, 저 별에 가서 토양의 성분을 연구해 중화제나 해독제를 알아내야 한다.​ 골드 크라운만 나를 따라오도록 하고, 호루스와 아누비스, 아르고스는 이곳에 남아 골고타, 칼바리와 함께 백성들을 이끌며 헤블론의 멸망을 저지토록 하라. 내 금방 해독제를 알아내어 돌아오겠다."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명을 받들겠습니다. 부디 옥체 보전하시옵소서. 신들은 이곳에서 기다리겠나이다."

​"고맙네. 내 아이들을 잘 부탁하지."

"지독하군. 이것은. 땅이 모두 죽어버린 건가? 살아있는 생명체는 없나?"

"방사능 오염 수치가 너무 심합니다, 루크 님. 대체 이 별에선 무슨 일이......"

검은 별에 올라탄 루크와 골드 크라운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검게 죽어버린 광​활한 대지였다.

"이래가지고야 해독제 연구를 하기에도 힘들겠군......"

"두 분, 어서 오세요."

"누구냐!?"

갑자기 들려온 여인의 음성에 고개를 돌린 그들의 눈에, 검은 망토를 두르고 지팡이를 든 여성이 보였다. 한쪽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문양이 있는 백발의 ​여인이었다.

"마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마법사, 힐더라고 합니다."

"헤블론의 왕 루크라고 하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헤블론을 공격하기 위해 온 것이오?"

​루크가 세 개의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유감이지만, 이 별은 스스로 우주를 떠돌 뿐, 제가 그 행로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곳에 다다른 것도 우연의 산물이지요."

"허어......"

"​보시다시피 이 별은 오염되어 있으며 끔찍하게 거친 환경에 있습니다. 곧 루크 님의 세계에도 그 오염물질이 퍼져 갈 것입니다. 허나 정말로 유감스럽게도, 저도 그것을 막을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제가 이 지옥 같은 세계에서 아직 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은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마법사로서의 능력 덕분일 뿐, 저조차도 이 독성물질들의 해독제를 알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그......그럴 수가! 그러면 나의 백성들은 어찌 되오?"

"루크 님처럼 강인하신 분들은 이 독을 견디고 살아남으실 수 있겠지만, 약한 분들은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진실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강인한 이들만 데리고 이 곳, 마계로 올라타셔야 합니다. 루크 님의 고향...... 헤블론이라고 하나요?​ 그곳은 곧 이 별의 독성이 퍼져 같이 오염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살아가기 매우 어려워질 거예요...... 저희와 합류하여 같이 이 세계를 재건할 방법을 연구하지 않으시렵니까?"

"그......그럴 수는 없소! 나는 나의 백성들을 살려야 하오! 하루속히 해독제의 연구를 해야 한단 말이오! 나를 도와주겠다면, 해독제 연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시오!"

"...알겠습니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허나 서두르셔야 합니다. 이 곳 마계는 일정 주기로 계속하여 우주를 떠돌아다닙니다. 지금은 여기 헤블론에 잠시 머물러 있지만...... 곧 마계는 헤블론을 떠나 다른 곳으로 또 움직일 것입니다."

"그런......"

"저를 따라오십시오. 제가 거주하고 있는 곳에 루크 님께서 연구를 하실 만한 시설이 있습니다."

등을 돌려 걷기 시작하는 힐더를, 루크는 애끓는 심정으로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조금만 기다려주게...... 내 반드시......!'

"빌어먹을, 또 실패인가!"

루크의 분노에 찬 외침이 실험실에 가득 찼다.

테라나이트라고 불리는 이 곳 마계, 고대 테라 행성의 흙과 돌들을 수집하여, 각종 중화제들과 해독제들을 시험해보길 수백, 수천 차례. 그러나 그 강렬한 독성을 중화해낼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간이 없어. 어서 연구를 완성하여 돌아가야 하는데......"

초조함에 애간장이 끓는 루크. 그와 동시에 깊은 절망감이 그를 지배해 가기 시작한다.

영원히 해독제를 발견할 수 없으리라는 공포와 절망.

그는 애써 고개를 저어 그 최악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이것이 헤블론의 마지막일 리가 없다. 그의 예언에 의하면 그 자신과, 헤블론에 두고 온 사랑스러운 왕자와 공주, 그의 심복들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다.

​그 순간, 거대한 땅울림이 그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뭐......뭐냐!"

경악하며 연구실을 뛰쳐나오는 루크. 그때 골드 크라운이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루.....루크 님! 마계가 헤블론을 떠난다고 합니다!"

"뭣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힐더가 그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서둘러라, 골드 크라운!"​

루크와 골드 크라운이 황급히 달려나가려던 찰나, 그들은 거대한 마법의 기운이 감지되는 것을 느꼈다. 마계에 온 지 꽤 시간이 지났기에 루크는 그 마력의 주인공이 누군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힐더......!"

당장이라도 헤블론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저렇게 심상치 않은 마력이 모이는 것을 그냥 두고 가는 것도 영 마뜩잖았다.

"골드 크라운...... 순간이동으로 헤블론에 가라. 그리고 만일 헤블론의 주민들이 위험에 빠졌다면...... 너의 능력을 사용해서 이 곳으로 그들을 대피시켜라. 나는 힐더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내야겠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눈부신 빛을 뿜으며 사라지는 골드 크라운을 뒤로 하고, 루크는 힐더의 거처로 향했다.

"힐더, 뭘 하고 있는 겐가?"

"어머, 어서 오세요. 루크 님."

루크는 힐더가 지내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그 앞에 섰다.

"마계가 지금 이동하는 경로에 헤블론 행성이 걸려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마계 전체에 물리 방어 마법을 펴는 중이었어요."

"무엇이......? 그런 짓을 하면 나의 헤블론이 위험하오!"

"그대로 충돌하게 되면 저희도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앉아서 죽을 수는 없으니 부디 이해해 주시기를......"

"......으윽!"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두 별이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어느 쪽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테라를 지키기 위한 힐더의 노력은 타당하지만, 이렇게 강한 방어 마법이 걸린 별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면, 헤블론은 그야말로 갈가리 찢겨 우주의 먼지가 되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루크는 일면 타당해 보이는 힐더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것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대 예언자의 감이었다.

'이 여자, 날더러 협력해서 이 세계를 되살려 달라고 했었지. 자신은 테라의 항로를 결정할 수 없다곤 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가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없을까? 설마 헤블론으로 온 것도, 나를 만나 마계에 올라타도록 권유한 것도, 연구실을 제공한 것도, 방어막을 펼쳐 헤블론을 충돌시켜 사라지게 만드는 것도, 전부 이 여자가 의도한 결말이 아닐까? 이 세계의 재건을 위해서?'

​깊은 고민에 빠진 루크를 뒤로하고, 힐더는 보호 마법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력한 땅울림이 일어나며 루크와 힐더를 넘어뜨렸다.

"으윽......"

​루크는 머리를 흔들며 일어났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헤블론 행성의 잔해와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날리는 마계의 하늘이었다.

"안 돼......! 나의 헤블론!"

루크의 비통한 외침을 뒤로 하고 일어나 돌아선 힐더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어렸다.

'또 사도가 하나 늘었구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열둘의 사도를 전부 모아, 그들을 희생시킨다면...... 이 죽음의 땅을 다시 녹음이 우거진 옛 내 고향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가능하겠지.​.....'

힐더는 우러난 미소를 애써 감추며, 루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비탄에 빠진 루크에게는 그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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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v115
  • Kupei
  • 진(眞) 넨마스터 카시야스

    모험단Lv.37 천칭의수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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