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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전해지지 않는 편지 (3)

  • 眞안유진 디레지에
  • (등록 : 2026.01.12 01:31) 수정 : 2026.01.13 09:12 450




전해지지 않는 편지-상





촛불 하나를 킨다.



책상 앞에 앉아

약간은 낡은 편지지를 펼치고 펜을 들었다.


잉크가 번지지 않게 조심스레 글을 이어나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존경하는 발리언트 크로웰 후작님께.

 


그 곳은 평안하신가요.


기사단 숙소의 고요함이

오늘따라 저를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

 

이렇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자니,

자연스레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오늘,

견습 기사에서 정식 기사로의 승급이 발표되었습니다.

내일이면 황제 폐하 앞에 서게 됩니다.

어릴 적 막연히 꿈꾸던 순간이

어느덧 제 앞에 다가왔습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의 길을 돌아보면

크로웰 후작님의 은혜로 시작되었죠.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졌던 제가

기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 생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했으니까요.


어린 시절, 라트라이아 고아원에서의 생활은 참 고되었습니다.


원장님은 그리 다정한 분은 아니었습니다.

체력을 기르는 일만큼은

혹독할 정도로 엄격하셨지요.

돌이켜보면 저희가 세상에 나가서도

쓰러지지 않을 강인함을

심어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매일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까지

연무장을 달리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법을 먼저 배웠던

그 시간들이 어쩌면 지금의 저를 만든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고된 체력 단련과 대련 수업의 나날 중

대련장을 바라보시던 크로웰 후작님의 시선과

제 머리 위에 얹힌

크로웰 후작님의 손의 온기를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크로웰 가문의 후원 덕분에

저는 기사 학교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었고,

이제 제국의 기사로 서임 받길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내일,

제국을 수호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기사로서

크로웰 가문에 부끄럽지 않게 검을 들겠습니다.



서임을 하루 앞둔 밤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달 될 수 없는 편지를

고이 접어 서랍장에 넣어두었다.



촛불이 잔잔히 타들어간다.











*********




전해지지 않는 편지-하




젊은 제국의 기사는 다시 책상 앞에 섰다.


촛불에 불을 붙이고,

결심을 마친 듯한 표정으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존경하는 발리언트 크로웰 후작님께.

 


며칠 전,

후작님께 편지를 썼던 밤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날의 저는

제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삶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임식 이후의 며칠은

그 믿음에

작은 금을 남겼습니다.

 






황제 폐하의 서임을 받은 이후,

히리아 제 1 황녀 전하의 직속이며

고위급 자제들로 구성이 된 걸로 유명한

골든 리들에 속하길 제의받았습니다.


크로웰 후작가의 직접적인 후원을 받으며,

기사 학교 내에서 우수했던 성적이

황녀 전하의 마음에 들으셨던 모양입니다.


현 크로웰 당주께서도

제가 골든 리들에 속하길 거부하지 않으셨기에

저는 그것을

크로웰 가문의 뜻이자

저라는 기사에게 내려진 운명이라

여기고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비공식으로 받은 첫 임무는

전이 실험 생존자의 생포.

 

그녀는 하얀 머리칼의

여성 검사였습니다.

 




우리는 검과 창을 맞댔습니다.

제국의 창에도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그녀의 검에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전투는 길지 않았으나,

쉽게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빈덱스 단장의 말대로

전이의 힘을 다루는 강적이었습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의 손등에 있는 보석이 빛나며

전이의 힘으로 저를 압도하곤 했습니다.


그녀의 검과 제 창은 서로 공명하며

부딪히길 반복했습니다.

 

결국 승부는 나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검과 창이 물러난 순간,

그녀는 제국을 향한 증오를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말처럼

차분히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전이 실험에서

모든 이가 죽었다고 공표한 것은

제국의 거짓이라고.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제국의 기사로서

적의 간계에 흔들릴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말을 모두 부정하기엔

지금 눈 앞에

그 전이 실험의 생존자가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어떻게 실험에서 살아남았는지를 묻자,

그녀는 잠시 침묵한 뒤

낮게그러나 분명하게

익숙한 이름 하나를 말했습니다.

 


“크로웰…”







 

그녀는 더 설명하지 않고 떠났고,

저 역시

그 의미를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기를 거두는 순간까지도

그 이름과

그녀의 눈빛은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국 기사로서의 공식 절차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기록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기밀 문건들은

그간 배워온 역사와

맞물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발리언트 크로웰 후작님께서

임무 수행 중 명예롭게 전사하셨다는 보고와,

그 시기에 정리된 전이 실험 관련 문서들 사이에는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 존재했습니다.

 

후작님의 이름은

여러 기록에 등장했으나,

마치 의도적인 것처럼

언제나 핵심을 비켜간 위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기밀 문건 중에는

라트라이아 고아원에 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론 아이들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동시에 빌마르크 제국 실험장으로 보내질

실험 대상을 선별·관리하는 기관으로도

그 이름이 남아 있었습니다.

 

여러 기밀 문건들을 읽던 중,

저는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습니다.

 

라트라이아 고아원 소속의,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히 강했고,

일찍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으며

 

크로웰 후작님의 선택을 받기 전까지

몇 차례

원장과 방문자들로부터

‘적합’이라는 단어가 오갔던 기억.

 

그 정황이

우연이었는지,

혹은 어쩌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더 이상의 조사는 힘들 것으로 판단되어

기밀 문서고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후작님께서

전이 실험과 사라지는 아이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계셨다는 흔적이

여러 기록의 가장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의문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크로웰 후작님께선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는

지금의 저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작님은 지금도

제국민들에게

명예로운 전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명예를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후작님께서 지켜오신

크로웰 가문과 크로웰 후작의 명예를

저의 단정과 추측만으로 훼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믿어왔던 제국과

현실 속 제국의 모습이

다를 수 도 있다는 생각은

이제 외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

그럼에도, 저는

아직 제국의 기사입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며,

제국민을 수호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자,

제게 은혜를 준

크로웰 후작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지금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황제 폐하께

제국의 위협이자,

전이 실험의 생존자인ㅡ

그 여자 검사가 소속된

레지스탕스 토벌을 자청했습니다.

 

그리고 골든 리들의

빈덱스 단장에게는

황녀 전하께서 비밀리에 명하신

전이 생존자의 생포 임무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다만

 

이 임무의 끝에서

제가 무엇을 알게 될지,

그리고

어디까지 알게 되어도 되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크로웰 후작님.

 

제가 가는 이 길이

제국을 거스르는 길인지,

혹은

제국을 지키기 위한 길인지는

지금의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녀를 다시 한 번 만나야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편지의 끝자락에 촛불이 닿았다.

 

불길은 천천히 종이를 삼켰고,

문장은 형태를 잃어갔다.

 

그녀는 남은 재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털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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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v115
  • 眞안유진
  • 진(眞) 블레이드 디레지에

    모험단Lv.40 안유진

오던 1회
일부 아바타는 게임과 다르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 코디
  • 피에몬 (2)

    해풍의군무

    2026.02.28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