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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Son of Morning 1화

 

 데 로스 제국의 기사 단련소. 이 곳은 제국에서 양성하는 기사들이 서로 자웅을 겨루는 장소이다. 이 곳에서의 결투들은 모두 실전과 다름없었고, 그렇기에 목숨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압!”

 

 제국의 상급기사, 로크 라우터. 수많은 전장을 해쳐온 역전의 용사가 검을 치켜들고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후우...”

 

그의 상대는 1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복면을 쓴 사내였다.  사내는 복면 속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로크를 응시했다. 로크는 거대한 체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사내의 앞에 다가와 검으로 그를 올려 벴다. 사람 하나는 허공으로 날려버릴 수 있을 강력한 참격이 복면 사내에게 쏟아졌다. 

 

제국 검술에는 다양한 올려 베기 기술이 존재한다. 기본기인 [어퍼슬래시], 그것을 조금 개량한 [승천], 그리고 강력한 올려베기로 상대를 공중에 띄운 뒤 연속으로 베는 [비연참].

 

 분명 로크가 시전하려는 것은 [비연참]이리라. 고개를 숙이고 검을 복면의 사내에게 올리는 몸동작은 틀림없이 [비연참]의 것. [비연참]은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니다. 꽤나 숙련된 기사만이 배우고 숙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어디까지나 로크가 상급기사였기에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던 것이다. 

 

키잉

 

 사내는 미끄러지듯이 검을 비껴냈다. 어줍잖게 가드로 막았다가는 힘에서 밀렸을 것이다. 그리고 공중에 떠 공격을 받았을 터. 

 

‘공격에 대처하는 순발력. 그리고 내 검을 능숙하게 흘려내는 실력... 베올 녀석의 추천을 받았다더니, 확실히 대단하군.”

 

 로크는 감탄하며 사내가 나타난 순간을 떠올렸다. 복면의 사내는 불현듯 기사 단련소에 나타났다. 그리고 상급기사의 추천을 받았다며 자웅을 겨루기를 바란다고 말하였다. 상급기사 베올의 인장이 고스란히 찍혀있는 추천서였으니 거짓은 아니겠지.

 

 그러나 상급기사의 인정을 받았다고는 하나 아직 어려보였다. 그런 그를 비웃으며 다가간 것은 하급기사 휴즈. 모두가 휴즈에게 살살 대해주라고 했다. 하지만 휴즈는 기세좋게 연환격으로 다가갔다가 일격에 날아갔다.

 

 방심한 하급기사를 쓰러뜨린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 한번의 공격으로, 그 자리에 있던 기사들은 깨달았다. 사내의 강함은 예사롭지 않다고. 

 

 그 이후로 실적을 어느정도 쌓은 중급기사들이 그를 상대하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상급기사인 로크에게 넘어온 것이다.

 

카가가가각

 

 검과 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뱉어냈다. 힘에서 밀림에도 능숙한 실력으로 로크의 검을 쳐내는 사내의 모습에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놀랍군... 기사 10명과의 연전을 치루고도 이정도란 말인가?”

 

 잠시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로크는 혀를 내둘렀다. 이미 10명의 베테랑 기사들이 그에게 차례차례 무릎을 꿇었다. 그러한 연전을 펼치고도 여전히 자신과 대등하게 검을 마주대고 있는 상대에게 감탄하였다. 

 

‘심지어 살수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모두 큰 부상을 입히지 않은 채 제압했어.’

 

 만약 제압을 목표로 하지 않고 살수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로크는 이 젊은 천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상상하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대단한 실력이군.”

 

 로크는 순순히 인정했다. 이 사내의 저력을. 어지간한 중급기사들만으론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자신했다. 자신의 승리를.

 

“하지만 여기까지다. 내가 너의 무릎을 꺾고 너에게 꺾인 제국 기사의 자존심을 세우겠다.”

 

 로크는 검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로크의 기백이 명백히 바뀌었다. 그간의 싸움은 그저 장난이었다는 듯이. 

 

‘이게 상급기사의 본실력인가…’

 

그러한 로크의 모습에 사내도 긴장하였다. 잠시동안 두 사람은 가만히 대치하고 있었다.

 

“!!!”

 

 먼저 움직인 것은 로크 쪽이었다. 용을 연상시키는 기를 두르고 초고속으로 돌격하여 상대를 베는 [맹룡연환격]. 로크는 순식간에 사내의 앞에 도달하였다.

 

‘직접 부딪혀보니 알겠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녀석이야. 잘 됐군. 이런 인재는 언제든 환영이다.’

 

 이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로크의 간판 기술이었다. 제국의 수많은 기사들을 잡아먹었던 에븐 사막의 거대한 웜도 이 기술에 의해 죽었다. 이 일로 인해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으며 사막의 음유시인들은 지금도 그의 업적을 노래하고 있다.

 

카앙

 

 그러한 자신의 간판기술을 선보였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자 경의였다. 물론 꼭 영입하고 싶은 인재였기에 죽이고 싶지 않아 다소 힘을 줄였다. 그럼에도 [맹룡연환격]을 쳐내려던 사내의 검은 멀리 날아갔다. 로크는 승리를 확신했다.

 

‘연전을 거듭한 후의 대결인게 아쉽군. 그게 아니었다면 더 좋은 승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나 그것은 자만이었고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상대는 검을 놓친 것이 아니었다. 

 

퍼억

 

 “... 어?”

 

 로크의 시선은 어느순간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턱에서 통증이 아려왔다.

 

‘이게 어찌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검을 쥐었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다리에는 힘이 풀려있었다. 느껴지는 것은 턱에서 올라오는 고통뿐. 아마도 사내는 로크의 턱을 가격하여 전황을 뒤집은 것이리라.

 

“와아아아아아!”

 

 로크는 땅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주변에서 사내의 역전에 대해 놀라워하며 함성을 질렀다. 예상치 못한 패배에 로크는 헛웃음을 지었다.

 

‘나정도 되는 자가 방심해서 패배하다니…’

 

 하지만 패배는 패배. 깨끗하게 승복하였다. 그렇기에 사내의 승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몸을 일으키려했다.

 

“후우… 역시 로크 공에게는 방심을 유도하지 않는 이상 이길 수 없는 건가…”

 

 그러나 사내의 목소리를 듣자 로크의 움직임은 멈추었다. 분명 그 목소리는 아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결코 이곳에서, 이런 상황에서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

 

“확실히 나는 여기까지인듯 하군.”

 

 로크는 복면을 벗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1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외모에 윤기가 흐르는 갈색의 머리, 이지적이고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날렵한 코와 여유가 느껴지는 미소. 로크는 그의 얼굴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로크 공. 오늘 대련은 즐거웠네.”

 

 데 로스 제국의 2 황자, 레온 하인리히. 복면을 쓴 사내의 정체였다.

 

.   .  .

 

"저하."

 

 대련이 끝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있던 레온은 자신을 부르는 단호하고 서늘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늑대 갈기 같이 거친 은발머리를 한 젊은 기사가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레온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 베올!" 

 

베올 캘로우.17세의 나이에 상급기사에 오르고, 또 얼마안가 황자를 수호하는 호위대의 대장에 오른 희대의 천재.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분위기를 파악한 레온은 시선을 돌리며 능청스럽게 답하였다.

 

“어허, 인장을 몰래 쓴 것 때문에 화난 것이냐? 하지만 자네의 인장이 없었다면 분명 수상한자로 찍혀 체포되었겠지. 그래서 빌렸다.”

 

 베올은 어이가 없었다. 언제 자신의 인장을 훔친 것일까. 덕분에 로크 공에게 대차게 깨진 것은 알고 있는것일까. 아니, 그런 것보다도...

 

“그것도 그렇지만 다른 이유가 더 큽니다. 제발 그런 위험한 행동은 자제해 주시옵소서.”

 

 자기 발로 위험을 쫓는 황자 때문에 베올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이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애시당초 저 단련장이 단순히 대련을 하는 곳이 아니란 것은 황자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곳에서 그런 싸움을 벌이시는 것은…”

 

 그러나 레온은 더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막으며 혀를 찼다. 이는 황자로서 보여선 안 될 경박한 행동이었을지 모르지만 베올과 그의 사이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내 정체를 드러내고 단련장에 가면 실전성이 결여된 상태로 대련을 할 터인데. 나는 언젠가 실전에 투입될 몸. 미리 단련을 해야 할 것 아니겠느냐.”

 

 물론 레온은 황위 계승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황실의 일원인 황자. 일반적인 기사처럼 최전선에서 검을 휘두르겠는가? 그런 점을 고려하면 레온의 말은 궤변이나 다름없었다.

 

“저하. 저하께서 생각하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희 기사들이 왜 있겠습니까?”

 

 상식적으로는 베올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레온은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이 베올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베올.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야. 누가 아나? 전설 속의 하늘성이나 천계가 실존하여 황실의 사람이 직접 군을 이끌고 올라갈지? 그 곳에서 어떤 몬스터와 적이 기다릴지 모르는 것 아닌가? 그 땐 황자라 한들 다른 기사들과 다를바 없겠지.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단련하려는 거라네.”

 

“저하,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 하아… 아닙니다. 저하께서 그러하시다면 그런 거겠지요.”

 

 베올은 더 이상 말하는 것을 단념했다. 이 황자는 원래부터 고대부터 내려오는 전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런 환상을 굳이 깨려고 해봐야 피곤한 것은 베올일 것임은 자명한 것이었다.

 

“그래도 오늘같이 무모한 행동은 그만둬 주시옵소서. 애초에 제가 항상 대련을 해 드리지 않습니까?”

 

 베올이 2 황자 레온의 호위대장이 된 가장 큰 원인. 옛날부터 재능을 드러낸 레온과 비슷한 나이대의 대련 상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뽑힌 것이 똑같이 천재라 불리던 베올. 그리고 약 7년간 대련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황제는 호위란 믿을 수 있는 이가 맡아야 하는 법이라 하여 베올에게 레온의 호위대장 자리를 준 것이다.

 

‘이정도까지 천방지축이신줄 알았다면 거절했을텐데…’

 

 다시 한번 위험을 무릅쓰고 실전적인 훈련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레온을 바라보며 베올은 한숨을 쉬었다. 레온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뭐든 대비하시겠다는 것은 좋지만 그 기반이 전설이라는 것이 참… 아직 순수하시다는 증거인가…’

 

 그 성안의 미카엘라조차도 하늘성과 천계에 가 본적도, 직접 바라본 적도 없었다고 했다. 무려 수백년 전부터 활동해온 성자가 말이다!

 

 애초에 하늘 위에 바다가 있고 대륙이 있다면 하늘의 태양과 달은 무엇이겠는가. 아마도 고대인들이 ‘신’이 기거하는 곳을 하늘로 설정했기에 생긴 전설이리라. 하늘성은 신과 인간의 연결을 뜻하는 상징일 것으로 추정될 뿐. 이것이 지금 학계의 정설.

 

 아마 레온 또한 이 정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토록 영민하고 학구열이 높은 사람이니. 그럼에도 그 마음속에 호기심은 꺼뜨리지 못한 듯 하다.

 

“그럼 오늘 대련은 일단 여기서 마치고 이제 학문을 갈고 닦아 보실까!”

 

“... 쉬시지도 않고 말입니까?”

 

 베올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자신과의 대련이었다면 대련 분위기도 비교적 가볍고 쉬는 시간도 자주 있다. 그러나 오늘의 대련은 살벌한 분위기 속의, 심지어 10명이상의 기사들과 실전이나 다름없는 대련을 한 상태. 피곤할 수 밖에 없다.

 

“뭐,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멈출 수 없는 것 아니겠나! 대신 오늘은 사라를 만나는건 포기하고 일찍 자야겠지.”

 

 사라. 황자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 모든 것이 훈련과 공부인 황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사적인  만남. 아마 언젠가 황자비는 사라가 되겠지.

 

“그냥 오늘 하루 쉬시는 것은 어떠하십니까? 제가 슈라 공께 잘 말해놓겠습니다.”

 

 그렇기에 베올은 레온이 사라와의 만남을 하루도 거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언제나 숨통 조이는 일정을 소화하는 레온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던 것이다.

 

“아니. 난 아직 부족한 사람이다. 조금이라도 더 익혀서 더 크게 될 것이야. 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15의 나이이다. 꼼수라고는 하나 상급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자가 그리 말한다면 울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재능과 노력이 병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언제나 만족하지 못하고 더 위를 바라보았다.

 

‘엘리자베스님의 유언 때문인가…’

 

 레온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하인리히. 레온의 정신적 지주였고 지금도 그녀의 유언이 그의 삶의 지표이다.

 

‘그 때 좋은 말씀을 하신 것은 맞지만, 이정도로 주박이 된다면…’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긍지로 여기는 데 로스 제국의 관념으로 본다면 레온의 행동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다만 어린 나이부터 의무와 책임의 무게를 짊어진 레온이 안타까웠을 뿐이었다.

 

“오늘은 뭘 배울지 기대되는구나. 이미 역사는 질리도록 들었고 정치나 철학이려나. 혹은 수학일지도 모르겠군.”

 

 그나마 다행인건 레온은 영민했다. 어려운 학문들을 손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남들에게는 고역인 학문도 그에게는 노는 것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흠, 베올.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학문은 실전에 몰래 숨어들어가도 목숨이 위험하진 않으니 슈라공이 부럽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하하! 아직도 꽁해 있는거냐. 알았다. 그정도로 마음에 안드는 행동이었다면 앞으로는 조금 자제하도록 하마.”

 

 조금이 아니라 아예 안하셨으면 합니다만… 이라고 생각하는 베올이었다. 

 

 그순간, 바람을 타고 부드러운 음색이 레온과 베올의 귓가에 맴돌았다. 두 사람 모두 잠시 행동을 멈추고 음악을 경청했다.

 

“그보다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매우 좋구나. 현악기로 내는 소리던가?”

 

“저는 음악에는 문외한인지라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러고보니 얼마 전, 황궁에 새로운 악사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듯 하였다. 어찌나 실력이 좋은지 우는이가 웃게 되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던 자가 하늘이 무너진 듯 통곡하게 만들 정도라고 한다.

 

“내가 악기에는 흥미가 없어 배우지 않았는데 이 음악소리를 들이니 절로 관심이 생기는구나. 이번 기회에 한번…”

 

“그만두십시오. 이미 음악은 몇번이나 하셨다가 그만두시지 않았습니까.”

 

 안타깝게도 레온은 음악 쪽에는 재능이 있진 않은 듯 하였다. 정확히는 평범한 수준. 레온은 생각보다 습득 속도가 느리자 금세 음악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현악기는 그동안 한번도 다뤄본 적이 없었다. 혹시 모르지 않느냐.”

 

 베올은 이 이상 레온이 바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온이 순수하게 흥미를 느낀다는 점에서 음악을 다시 배운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 그럼 사람을 시켜 오늘 일이 있으니 못 갈 것 같다고 슈라 공께 말하겠습니다.”

 

“아냐, 아냐. 금방 끝날테니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레온과 베올은 음악소리를 따라 연주자를 찾아다녔다. 음악은 실로 아름답고 몽롱하였다. 이는 음악에 문외한인 베올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감정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듯 합니다.”

 

 베올이 감탄하며 말하였다.

 

“그러게 말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탐이 나는 재능이구나.”

 

 하물며 황자로서 수많은 명곡들을 들어왔던 레온에게 어찌 다가왔겠는가. 비록 음악을 배우는 것을 포기했지만 그동안 들어왔던 경험이 이 악사는 엄청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저 멀리 황궁의 정원이 보였다. 정황상 저 곳에서 음악소리가 나오는 것 같았다.

 

“저하, 이거 지금 폐하께서 악사를 불러놓고 음악을 듣고 계신게 아닐지…”

 

 그렇다면 대뜸 나타나는 것은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게… 생각해보니 악사가 그냥 음악을 켤 리가 없으니 그런 상황이겠네. 왜 혼자 음악을 키고 있을거라 생각한거지?”

 

“그렇지만 저하께서 황제 폐하를 알현하는 것인데... 문제 없지 않겠습니까?”

 

 황자니까. 당연한 이야기이다. 특히 레온은 특유의 영민함으로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다. 2 황자임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황태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이니. 그 덕분에 1 황자 세른과 그의 측근들과의 관계는 점차 악화되고 있지만...

 

'그렇기에 최대한 1 황자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재능을 드러내시길 바랬는데...'

 

 베올이 오늘과 같은 일에 분노를 뿜어낸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무에서 레온만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세른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다시 한번 질투에 휩싸일테니.

 

“하긴, 그것도 그렇네. 일단 아바마마께 잘 말씀드릴 준비만 해야겠다.”

 

 그러나 그런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레온은 태평하게 황제를 알현할 생각만 하며 걷고 있었다. 그리고 베올도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소리에 의해 점차 무겁고 어두운 생각들이 점차 잊혀지고 있었다.

 

“와, 정말 사람 혼을 빼놓는구만. 전투 중에 사용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전사라 할지라도 이 음악으로 바닥에 눕혀버릴지도 모르겠어.”

 

 하물며 태평하게 길을 걷고만 있던 레온에게는 어찌 다가왔겠는가. 음악소리에 감탄을 자아낼 뿐이었다.

 

“저하… 그건 좀…”

 

 아무리 감탄을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 베올이었다. 무슨 마법적 효과가 떡칠된 무기도 아니고… 그 쯤 되면 이미 전설의 무기로 남았을 것이다.

 

 “왜, 의외로 그런 류의 무기가 있을지도 모르지. 아무리 강한 전사라도 한방에 눕혀버리는... 아."

 

 레온과 베올이 음악소리를 들으며 걷던 사이 어느새 황궁 정원에 도착하였다.

 

 "다 왔군. 그런데...”

 

그곳에는 예상대로 새로 왔다는 악사가 우쿠렐레를 키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것이 있었다.

 

“... 혼자 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레온과 베올은 당황하였다. 황궁의 악사가 황제의 명도 없이 정원에서 음악을 키고 있다는 것에. 자칫하다가는 중죄로 다스려질지도 몰랐다.

 

“...”

 

 그럼에도 우쿠렐레를 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기에, 모든 것이 용서될 것 같았다. 만약 하늘에 있는 천사가 강림한다면 그녀같지 않았을까. 두 사람은 그녀의 자태를 보며 넋이 나갔다.

 

“저하! 일단 저 여인에게 말할 것이 있지 않았습니까!”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베올이었다. 작게 레온에게 속삭이며 원래의 목적을 상기시켰다.

 

“아… 그렇지. 음악을 배우러 온 것이었지.”

 

 정신을 차린 레온은 악사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걸어가면서도 음악소리에 취했는지 점차 정신이 몽롱해졌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하.”

 

그리고 레온이 악사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는 순간, 악사는 음악을 멈추고 레온을 향해 돌아섰다. 처음부터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

 

“새로 들어온 궁정 악사, 아이리스 포츈싱어라고 하옵니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레온과 베올을 앞에 두고 ‘아이리스’라고 하는 천사같은 악사의 입가에 미소가 잠시 스쳐지나갔다. 

 

 

 

 던파 픽션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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