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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자의 산맥

스토리

시놉시스

레미디아 카펠라의 서신
존경하는 대주교님께
 
보내주신 답신은 대심문관을 통해 잘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우려한 것보다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서신의 내용보다 대심문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에 저희쪽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대주교님께서도 아시겠지요.
샨트리는... 숨기고 싶은 제국의 역사와 프리스트 교단의 아픈 기억이 공존하는 곳이지요.
제국에서는 쉬쉬하지만 스트루 산맥에 흐른 수많은 자의 피는 대지가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이제는 풀 한 포기 나기 힘든 그 척박한 땅에서 그들이 무엇을 꾸미려 하는지는 짐작도 할 수 없군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과, 그 발판이 샨트리라는 거겠지요.
레미디오스 신의 망토라 불리는 우리 카펠라는 이 일을 괄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도 성전 이후 레미디아 바실리카의 처신에 대해서는 아직 나눌 이야기가 많지만,
더 큰불이 발등에 떨어진 지금,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는 것 같군요.
 
대심문관의 전달한 내용대로 바실리카의 지원요청을 승인하는 바입니다.
레미디아 카펠라의 신실한 신도들이자, 신의 의지를 투철하는 심판관들이 대심문관의 뒤를 따를 것입니다.
그들의 도끼와 불꽃으로 부디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추신 : 레미디아 크리소스에도 이에 관한 서신이 전달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큰 기대는 마시길...
제국의 수도를 수호하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이 일이 좀 더 확실해지면 기별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 레미디오스의 신실한 망토이자 레미디아 카펠라의 주교, 안토니오 마르셀

 

 

인물


순혈자 데바스타르 (Devastar, the Pure)
어둠 속 생을 보았다.
처절하게 울려 퍼지는 공허 속 메아리 틈바구니로 버석하게 메마른 팔이 나를 붙잡는다.
앙상한 그 생이 나에게 묻는다.
계시는 어디에서 오느냐고.
 
우습지 않은 계시를 들먹이며 그것만이 정의라 논하는 자들의 뒤로 진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쇠가 긁히는 소음과도 같은, 지하 밑바닥에서부터 울리는 듯한 소름 끼치도록 아득한 목소리를...
그 목소리에 발끝이 저릿해지는 전율과 희열을 느꼈다.
입가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핏발 선 눈동자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아...! 이것이 진정한 나의 신이 내린 계시...
 
목소리는 어둠을 말했다.
죽음과 혼돈을... 그 속에 그려지는 혼돈의 찬가를 전했다.
그것은 말이 아닌, 바람 소리였으며, 물 소리였으며, 대지가 요동치는 울림이었다.
 
"들었는가."
태산이 드리웠다 생각했다.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타난 그는 혼돈이자 파멸 그 자체의 존재였다.
아마도 그 순간, 두려움을 비치거나 부정을 했다면, 그자는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등에 지고 있던 그 거대한 칼날로 나를 짓이겼으리라.
부정도 긍정도 아닌 모습에 태산이 움직였다.
 
"따라와라."
마치 언제 그 거대한 칼날을 내려칠지 가늠이라도 하듯 위아래로 살펴보던 존재가 '후웅' 파공음을 내뿜으며 칼날을 옆으로 돌렸다.
대답을 기다린 것이 아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그 존재의 등 뒤에서 웅혼한 기운이 풍겼다.
아, 저자가 그분이 내게 보낸 사자로구나...
파멸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길은 지독히도 어둡고 공허했지만
그 길 끝의 어둠 속에는 찾아 헤매던 답이 옹송그리고 있었다.
 
그렇다. 계시는 누군가가 읊조리는 찬양가처럼 빛 속에서 내리지 않는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도, 고통과 죽음, 혼돈 속에서도
마치 비명처럼 더욱 처절하게 들려오기도 한다.
 
기억하라. 평화라는 안락과 부폐한 향락에 젖어 교만한 자들아
우리는, 혼돈은 모든 곳에 존재함을...
명심하라, 더러운 치부와 지난 과오를 지우려는 세상아
혼돈은 모든 시간 속에서 너희를 바라보고 있음을.
 
우리는 모든 시간에 존재했음을....
 
 
드루이드 미아 (Druid Mia)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있던 미아는 꾸물대며 자신의 볼을 간지럽혀 깨우는 나뭇가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뭇가지가 움직이며 퍼뜨리는 싱그러운 풀 내음에 취한 미아는 무심코 해버린 생각에 놀라고 말았다.
 
"...행복?"
 
감았던 눈을 뜬 미아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흐릿하게 번졌다가 점차 돌아오는 시야에 전염병으로 버려진 마을이 점점 선명하게 보였다.
사이퍼들의 집이 된 이 망가진 마을은 따뜻한 햇살을 머금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원래 노스마이어가 이런 곳이었을까?
우리가 행복할 수도 있는 존재였을까?
행복해 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행복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따뜻함이 행복의 감정 중 하나라면, 미아는 분명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미아."
 
어느새 다가온 데샹의 목소리에 미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단단히 했고, 미아는 그가 오늘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응. 잘... 다녀와야 해?"
"당연하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니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데샹은 가볍게 말하고는 길을 나섰다.
저벅저벅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미아의 가슴에 익숙한 느낌이 찾아왔다.
 
"......."
 
가슴 속을 은근히 옥죄는 이 감정은... 느낀 적 없던 낯선 감정에 대한 거부감일까?
아니면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불행의 전조일까?
 
"괜찮아. 걱정하지 마"
 
데샹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미아는 불안함을 떨치려 나뭇가지에 말했고,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그저 바람에 날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뭇가지가 그녀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주었다.
 
 
벌레 데샹 (Bug Deschamps)
응?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뭐야,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바쁘니까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저리 가.
아, 아! 거참 귀찮게 하네!
당연히 싫지!
어릴 때부터 다르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죽을뻔했는데 그럼 좋겠냐?
됐지!
또 질문이 있다고?
...에휴, 뭔데? 그냥 빨리 말해.
어...
왜 이제 인간하고 싸우지 않냐고?
오늘따라 유독 이상한 걸 묻는다 너.
뭐, 내 힘이면 귀찮게 하는 인간들 몇 명 치우는 건 식은 죽 먹기 긴 하지.
그렇다고 내가 그 인간들을 괴롭히거나 죽이면 나도 똑같은 놈이 되는 거잖아.
그건 싫어.
난 인간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사이퍼는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고.
그래야 나중에 사이퍼가 인정받았을 때...
......
아니다 됐다.
너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자자~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희망 같은 거 품지 말고 지금 여기나 잘 가꾸고 지키자고.
우리에게 정말 흔치 않게 찾아온 안전한 곳이니까.
알았지? 미아.
 
 
밤의 감시자 K (K The Watcher in the Night)
아버지를 살려달라 울부짖었다.
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냐며 분노했다.
위장자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말할 텐가?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나?
내가 보기엔 너희들이 악마였다.
 
신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이리도 가혹할 순 없다.
한평생 부끄럼 없이 살아온 나의 아버지가,
이리도 어리고 순수한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불길 속에서 죽어갈 때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리가 없다.
모두 불타 재가 되고 나서야 나의 기도는 멈추었다.
나의 죽음만을 기다리며 인간을 원망하고 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신의 사자가 찾아왔다.
"신의 대답만을 바란 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을 것입니다. 진정한 구원을 찾으신다면 소승을 따라오시지요."
그날로 나의 신은 바뀌었다.
 
인간들은 악마였고, 나약한 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신은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나의 모든 것이 불타던 그날 나는 죽었다.
다시 태어난 나의 이름은 K.
밤의 감시자 K.
너희들이 혐오해 마지않는 이 힘으로 너희로 인해 고통받는 자들을 구원할 것이다.
누구보다 악한 너희들을 악의 힘으로 처단할 것이다.
 
 
반야 (半夜, Midnight Black)
신을 향한 믿음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신의 구원과 정의는 반드시 소생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깊은 뜻이 있으리라 생각했지요.
허나, 저 굶주린 어린아이를 보십시오.
여전히 온갖 고통과 갈등으로 신음하는 저 가엾은 중생들을 보십시오.
신께서 원하던 세상이란 이런 것입니까?
아니면, 우리의 신에겐 권능이 없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통에서 벗어날 새로운 육체, 스스로를 지킬 새로운 힘...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토록 분노하고 증오에 가려 보지 못했던, 아니, 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
위장자.
하하하, 그런 반응일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위장자가 구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필요에 따라서 악을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요.
그것이 악명 높은 혼돈의 신일지라도 말입니다.
검은 성전에서 우릴 구원한 그 미카엘라조차 간악한 사도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겠지요.
모든 인간들의 번뇌를 끊어낼 수 있다면 악마라도 되어드리겠습니다.
이 한 몸 희생하여 온 세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겠습니다.
이 한 몸 희생하여 고통도, 슬픔도 없는 극락정토를 이룩해내겠습니다.
 
 

지역


버려진 땅 (The Wilderness)
데 로스 제국의 도시, 샨트리는 수도와 멀리 떨어진 국경 지대라는 지리적 특성과
에쉔 사막과 스투루 산맥에 둘러 싸인 척박한 환경 탓에 '버려진 땅'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돌덩이가 뒹구는 모래사장 위에는 먼 과거 반투족과 제국 간에 벌인 전쟁의 잔해만이 남아 있을 뿐,
진짜 사람이 사는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 잿빛 도시 특유의 적막과 황량함도 국경을 넘어 먼 길을 가야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것이라고.
 
 
추방자의 산맥 (Mountain Range of Exile)
사계절 내내 만년설이 쌓여있는 거대한 산맥인 스트루 산맥은
펠로스 제국의 영웅이었던 카잔이 두 팔의 힘줄이 뽑힌 채 추방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공국 북부 지역과 데 로스 제국의 경계를 이루는 이곳은 '추방자의 산맥'이라고도 불리운다.
산맥의 험난한 지형 때문에 설산에서 나고자란 반투족조차 이곳에 오랜 시간 머무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스트루 산맥을 넘는 이들 사이에서는 검은 복장을 한 떼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는 소문이 종종 전해온다.
 
 
혼돈의 밤 (Night of Chaos)
하늘엔 붉은 달이 걸리고, 대지는 검은 불길에 뒤덮인다.
거대한 마법진의 빛이 밤의 어둠을 물리치면 드러나는 것은 오직 파멸과 절망, 그리고 혼돈뿐.
붉은 손을 가진 이여. 살고자 한다면 무기를 휘둘러라.
오래 굶주린 검은 양들에게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일은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니.
 
 
네메시스의 성채 (Fortress of Nemesis)
죽음의 신, 우시르를 숭배하는 우시르 교단의 성지이자 신전.
우시르의 신실한 신자였던 보로딘 왕이 그를 배반한 벨로우의 칼에 무너진 후, 우시르 교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벨로우의 시대가 지나서도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죽음을 숭상하였으며,
이단으로 탄압받던 이들은 스트루 산맥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
그 결과, 우시르의 신전은 외부로부터 자신들을 숨기고 보호하는 성채의 구조를 띠게 되었다.
세상을 향한 복수를 꿈꾸는 이들이 모인 이곳은 '네메시스의 성채'라 불리며,
스스로를 '다크 템플러'라 칭하는 비밀 기사단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
 
 
소멸의 안식처(Resting Place for Extinction)
네메시스의 성채 깊숙한 곳, 카잔의 시체가 안치된 소멸의 안식처를 지키는 것은 우시르 교단의 소명 중 하나다.
하지만 검은 교단에 의해 그 위치가 발각된 지금, 네메시스의 성채는 검은 교단의 끝없는 공격을 받으며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검은 교단의 강력한 위장자 군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결국 순혈자 데바스타르의 눈 앞에 놓인 '소멸의 관'.
검은 성전을 일으킨 위장자들의 군주, 혼돈의 재림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