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모험가를 소개하는 매거진 1탄 - 유글레나
2020.06.11 09:00 23,928
"10년 전 유명했던 모험가씨는 요즘 어떻게 지낼까?"
"요즘 던파에서 핫한 모험가씨의 일상은 어떨까?"
15살이 된 던파의 역사 만큼 그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모험가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평범한 1人인 '나'부터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며 다른 모험가들의 기억속에 자리 잡은 모험가들까지...
2020 모험가를 소개하는 매거진에서는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모험가들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초창기 던파리그에서 여레인저로 활약했던 유글레나(=양자배움, 이하 유글레나) 김상훈님입니다.
※ 실명과 사진이 공개되는 인터뷰 특성상 악플은 경고 없이 삭제될 수 있으며 운영정책에 의해 이용제한될 수 있습니다.
※ 비대면으로 주고받은 문답을 대화 형태로 재구성하였으며 편의상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유글레나씨의 근황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다. 자기소개 부탁 드린다.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서 기쁘고 영광이다. (--)(__) 2005년부터 던파를 즐기고 있는 16년차 던파 유저 김상훈이다. 카인 서버 닉네임 유글레나를 사용하고 있고, 초창기 던파리그에서 양자배움 캐릭터로 출전했었다. 아라드기자단 1기로 활동하기도 했고 던파캐스트에서 캐스트를 연재하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온라인게임 갤러리, 그리고 던전앤파이터 갤러리에서도 활동했고 유글레나의 뻘블로그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은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저씨...다.
[앳되 보이던 시절의 유글레나]
무척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 최근 던파 관련 활동을 안한지 2~3년은 된 것 같다.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때 어땠나?
마지막으로 던파리그에 출전한지 10년이 지났다. 유투브에서 게임 채널을 보면 게임 판 추억 보따리를 푸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런 영상을 보며 그때를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마침 인터뷰 제안이 들어와 정말 반갑고 신기했다.
닉네임으로 유글레나, 양자배움를 사용한다. 두 닉네임의 어원이 궁금하다.
단순하고 둥글둥글하게 살자는 의미를 담아 유글레나 닉네임을 사용한다. 유글레나는 단세포 생물이고 어감이 둥글둥글하고 유해서 맘에 든다. 전에 길드에 충레배움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저가 있었는데 직업은 레인저였다. 당시에는 파티초대 메시지에 직업이 표시가 되지 않아서 많이들 낚였는데 나도 처음 파티사냥 하면서 어이 없어서 헛웃음이 났다. 저렇게 만들면 재밌겠다 싶어 양자배움을 레인저 아이디로 정했다. 배움 시리즈는 내가 유행시켰지만 원조는 충레배움인 셈이다.
[배움 시리즈의 원조 충레배움]
유글레나씨의 선수 시절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보자. 선수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던파를 하면서 오프라인 모임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첫 출전은 3차 리그. 남자 레인저를 플레이하던 시기다. 평소 결투장에서는 별다른 채팅을 하지 않았고 초성체(ㅋㅋ, ㅎㅎ등)를 많이 쓰지 않고 맞춤법을 지켜 글쓰다보니 결투장 유저들 사이에서는 키가 훤칠하고 옷을 깔끔하게 잘 입는 이미지를 상상했다고 한다.
초성체를 쓰지 않는 것과 다른 이들이 상상하는 외모의 상관 관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잘 모르겠지만 1차 구레어 아바타 입은 레인저쯤으로 상상했던것 같다. 물론 현실은... 가뜩이나 그때는 젖살도 덜 빠진 스무살이었다. 선수들이 삼사오오 모여 떠들던 자리에 "안녕하세요. 유글레나 닉네임 쓰는 김상훈입니다." 하고 인사했는데, 뉴페이스가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순간 선수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유글레나“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어어!?“하는 반응이 시끄러웠다. 특히 정덕기(쏴죽일걸), 백창훈(포이즌) 선수가 "나는 얘 구레어 레인저처럼 생겼을 줄 알았어." 하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오랫동안 숙성된 라떼답게(?) 화석같은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1세대 여레인저로서 본인의 명맥을 잇는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심플댄스(SimpleDance) 오태규 선수. 나는 2005년부터 캐넌과 리볼버, 머스켓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는데 오태규 선수도 3개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맵과 직업군, 상황에 따라 스위칭해 견제하고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스타일이었다. 누군가가 위키에 "아직도 많은 유저들이 양자배움의 플레이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고 써놨는데 그렇기 보단 여레인저에게 맞는 플레이스타일이 있는데 마침 내가 1세대 여레인저이다 보니 그 플레이스타일을 가장 먼저 한 유저 중 하나가 아니었다 싶다. 여담으로 내 스타일의 정체성은 무조건 앞으로 달려 나가 들이받는 공격성인데 시원하게 들이받는 결투 유저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선수 시절 당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선수, 라이벌로 생각했던 선수는 누구였나?
김현도, 김창원, 장웅, 유철규. 어떤 직업군을 상대로 하든 어떤 상황이든 안정적인 플레이로 좋은 성과를 내놓는 선수들이다.
[당시 최강자 중 한명이었던 김현도 선수]
그 중에서 가장 껄끄러웠던 상대를 한 명만 꼽는다면?
제일 만나기 싫은 선수는 유재선(히든) 선수였는데 5차 리그 개인전에서 만나게 됐다. 당시엔 인파이터도 강했고 유재선 선수도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개인방송에서 항상 여레인저를 쉽게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패배를 점쳤지만 결과는 정반대여서 얼떨떨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활동중인 선수 중에서는 누가 가장 인상적인가?
김현도 선수와 정종민 선수.
김현도는 아직도 활발하게...
나도 인터뷰 답변을 준비하면서 "아직도 하고 있단 말이야?"라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을 정도였다. 김현도 선수는 초기 리그에서는 최강자 중 하나였는데 그때보다 빛이 바란 거 같아서 아쉽다. 실력이 줄거나 하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유저 실력들도 늘었고 무엇보다 요즘은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현도 선수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어디까지나 유글레나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2017년 던파 페스티벌에서 정종민 선수가 결투하는 모습을 봤다. 아수라(장재원) vs 배메(정종민)의 대결이었는데, 살파에 스치면 죽을 HP에서 원무곤 → 디스인챈트로 살파를 해제하고 기어이 전체 HP의 70% 정도를 까고 죽는 모습에 감탄했다.
[정종민 선수의 활약상 (20분부터)]
'가끔 하는 결투는 실력이 쇠락해 일반인 수준으로 전락했다.' 라고 본인을 설명한 위키 항목이 존재한다.
슬프지만 반박할 수 없다. 그냥 결투 "좀" 하는 일반인 수준. 그래도 열심히 하면 골드는 금방 달고 플레까지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요새는 전처럼 게임을 열심히 못하겠다. 실력이 늘고 티어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때 멈추는 편이다. 그래도 겜돌이 성향이 어딜 가진 않아서 롤 솔랭은 다이아3까지, 롤토체스는 이번 시즌 마스터까지 달성하는 등 나름 열심히(?) 즐기고 있다.
최근 공결이 나왔다.
안 그래도 공결이 나와서 해봤는데, 시동 걸리면 일상생활이 어려울까봐 조금씩만 한다. 이제 결투장 캐릭터들도 생소하고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 적응이 어렵다. 무엇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성기 만큼 높은 곳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이제는 거기까지 올라간들 그게 더 이상 나에게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열의가 들지 않는다. 물론 지금은 열심히 해도 못 올라간다.
선수가 아닌 다른 측면에서도 유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매크로 중국인 유저 사냥으로 유명했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게임 내 버그나 핵 등을 악용해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매우 싫어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2007~2010년 쯤에는 중국인 작업장 유저들이 해킹한 계정으로 장사 매크로를 돌리거나 핵 프로그램으로 파밍하는 모습이 발견 됐다. 그래서 보이는 족족 싸우자로 사냥하면서 블로그에 올리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매크로 계정들이 중국어로 말을 걸어오거나 좋은 장비를 지닌 캐릭터들이 4인 파티를 이뤄 내게 역으로 싸우자를 걸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광룡의 외침을 수십개 구비한데다 결투를 열심히 하던 나를 이길 순 없었다. 어설픈 한국어로 일반 유저인척 하길래 속는 척 하다 끝에는 잡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꾸준히 포스팅 했더니 다른 유저들도 해당 캐릭터들을 쫓아다니며 같이 사냥하게 됐다. 2007년. 매크로 계정 사냥은 하나의 컨텐츠였다. 아쉽게도 싸우자의 폐해가 심해지자 소모 골드값이 올라가는 등의 패치가 이어지며 사라지게 됐지만.
[han gul e an chu ju yo]
선수 활동을 마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군대 ^^7... 2010년 5월에 입대했다. 22살에 입대했으니 늦게 간 편이다. 원래 더 일찍 가려 했으나 리그에 한 번 더 출전하고 싶어서 조금 더 미뤘다.
최근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선수가 있는가?
쏴죽일걸(정덕기), 초붕(박정완), 로사페티다(신철우), 카마엘세라프/게브라(장웅), 포이즌(백창훈), 하루..(조승호) 세카양(민형진), 히사매(김동영), [Soul]광귤(유철규), 전폭배움(김병수), 마리스티아(김형진), 파란제비(오수민), 데들리블로우(차황전), 수천사(정태영), 낙화좡(정상우), 관훈(정준). 이 정도가 생각난다.
낯익은 이름이 많은데 선수들의 근황은 어떤가?
정준 선수는 많이들 알겠지만 게임 방송 캐스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던파 페스티벌에서 반겨줘서 고마웠다. 다른 사람들은 프라이버시 때문에 말하기가 애매하다. 이 외에 언급하지 않은 선수들의 근황은 나도 궁금하다. 전주에 있다보니 선수들 보기가 쉽지 않다. 명실상부 연어 게임인 만큼 아라드 대륙을 헤매다 보면 언젠가 만날지도.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
블로거 유글레나씨
공백기를 가진 후 2017년 2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던파캐스트에서 활동하며 70여건의 캐스트를 작성했다.
내가 70개나 되는 캐스트를 작성했다는게 놀랐다. 재밌을 거 같아 신청했다. 계기는 윤명진 디렉터의 옷차림 분석이 오늘의 던파에 선정된 것. 별 다른 내용 없이 “ㅋㅋㅋ”하는 댓글도 있고 재밌어하는 반응이 기분 좋았다. 게임이 오래된 만큼 재밌는 이야기도 풀고 나름 유용한 정보도 전하고 싶었다.
캐스터로 활동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옛날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니까 한 2005년~2010년 쯤 같이 게임 했던 사람들이 튀어나와 댓글이나 방명록을 남겼는데 정말 반가웠다.
캐스터 활동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소재 고갈과 이직 준비. 플레이 타임이 줄고 게임내 하드 컨텐츠를 즐기지 않다보니 전할 정보나 재밌는 컨텐츠가 고갈됐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손해보험사 교육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본부장님이 업무를 하나둘 얹어주면서 업무피로가 많이 늘었다. 동시에 전주로 돌아가기 위해 이직 준비를 하고 있어서 여유가 없었다.
과거 던파 선수였고 캐스터였으며, 그리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유글레나의 뻘블로그”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낚시터의 즐거움>이라는 BGM을 깔고 쓸데없는 일기를 끄적이는 공간이었다. 공간이 있으니 글을 썼고, 글을 쓰다 보니 다양한 주제를 썼다. 학교생활이나 공부 등등. 초기 던파리그 영상과 분석 글을 업로드 하며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때는 하루 방문자 수가 5,000 ~ 7,000명 정도였다. 사건사고(매크로 계정 사냥 등)가 많고 플레이 하는 모습이 재밌어 보여서 많이 와준 것 같다.
지금은 Do Learn Do Run이라는 타이틀인데.
전역 후에는 나 스스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해 서로 도움이 되고자 블로그를 재정비 했다. 그때 지은 이름이 두런두런(Do Learn, Do Run)이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서로 배우고 달리자는 뜻. 원래 조용히 떠드는 걸 좋아하고 당시에 마라톤을 준비하다보니 떠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포스트를 꼽는다면 띵진룩 분석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사람은 원래 자기 좋아하는 걸 보게 되지 않는가? 책을 좋아하면 드라마에 배경으로 나오는 책장에 꽂힌 책을 보게 되고 게임을 좋아하면 예능을 보다가도 저거 게임에 나오는 효과음인데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 신작 포스터에도, 누군가가 연행되는 모습을 중계하는 뉴스를 봐도 “왼쪽 남자가 운동화 어떤 건지 아시는 분?” 하고 묻는다. 웃긴건 이런 질문에 꼭 답변이 달린다는 점이다. 어쨌든 옷에 관심이 있다 보니 옷만 보이더라. 당시 윤명진 디렉터는 오프라인 행사나 업데이트 소개 영상에 등장하여 패치의 의도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그 모습을 보니 집업 스웨터를 참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스타일과 브랜드에 대한 뚜렷한 취향이 재밌어서 글을 쓰게 됐다.
[평소 옷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찾아낼 수 있었던 띵진룩]
당시 디렉터의 T브랜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포스팅 이후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2016년 던페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린 곳에 가보니 윤명진 디렉터와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줄서서 사진을 찍었다. "안녕하세요. 사진 좀 같이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하는 말에 "네, 물론이죠."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촬영 후 뒤늦게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띵진룩으로 오던 간 사람입니다."라고 했더니 눈이 커지면서 니트 팔 안쪽에 붙어있는 그 브랜드 로고를 보여주면서 "오늘도 T(브랜드 이름) 입고 왔어요!!" 하면서 엄청 반겨주셨다. 그렇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정말 좋고 뿌듯했다. 다른 관계자분들도 많고 바쁘셔서 대화는 못 나눴지만 기억이 생생하다.
[왜 이 사진만 얼굴 가림처리가 됐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성공한 덕후샷]
평소에도 블로그에 데일리룩을 올리는 등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캐릭터에 1차 레어아바타는 입혀도 옷차림엔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러다 전역 후 대학교 대외 활동이나 공모전 등 공식적 자리에 참여하다 보니 옷을 신경 쓰게 됐다. 던파도 가끔 그렇지 않은가. 이른바 "인식게임." 레이드에 끼기 위해 실제 성능 보다는 인식이 좋은 장비를 세팅한다든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블로그에 꾸준히 데일리룩을 포스팅하는 유글레나]
이 글을 볼 20대 초중반 남자 모험가에게 추천하는 데일리룩이 있다면?
남자라면 셔츠 + 슬랙스 + 스니커즈 or 구두 조합을 한번 쯤은 입어보면 좋겠다. 셔츠는 흰색, 하늘색 등 단색이 좋고 슬랙스는 다크네이비나 검정색이 좋다. 신발은 흰색 스니커즈나 나O키 운동화, 아니면 구두도 좋다. 이제 여름인 만큼 셔츠 소재는 린넨이나 시어서커 소재. 바지는 브랜드 별로 나오는 여름 원단. 신발은 로퍼나 흰색 스니커즈, 흰회검 운동화 정도가 좋겠다. 학생이라면 지O다노, 스O오, 탑O 같은 브랜드가 부담이 적을 것 같고 여유가 된다면 백화점에서 더 퀄리티 있는 제품을 구매해도 좋을 것 같다.
[담당자 : 저는 이렇게 입어도 옷걸이가 안 받쳐 주더라고요]
유글레나씨의 일상
100회 넘게 헌혈을 한 것 같다. 헌혈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7년 12월에 헌혈 100회를 달성해 명예장을 받았다. 30회 은장, 50회 금장, 100회 명예장을 준다. 100회 동안 50L 정도를 헌혈했다. 테이크아웃 커피잔에 담으면 약 140잔 정도. 그리고 지금도 헌혈을 이어가고 있다. 첫 시작은 호기심. 다음은 영화표나 비는 시간을 때울 겸 하기도 했다. 그리고 헌혈 횟수가 늘어가며 헌혈이 남을 돕는 이타적인 행동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어 좀 더 성실하게 헌혈에 임했다. 예를 들어 성분 채혈기로 혈소판만 채혈하는 혈소판 성분 헌혈이라는 게 있는데 혈소판은 항암치료 과정에도 필요하고 보관 가능 기간도 짧다. 헌혈에 소요되는 시간도 60분 가량. 비중검사나 단백/혈소판 수치도 양호해야 할 수 있다. 수요는 많은데 항상 공급이 부족한 혈액 제재라 혈소판 헌혈을 하기 위해 음주를 피하고 컨디션 관리를 하는 등 평소보다 더 신경 쓰게 됐다.
[유글레나 : 제 팔 맞아요]
담당자도 헌혈을 종종 하는 편인데 이제 18회라 은장 받으러 갈 길이 멀다. 100번 넘게 헌혈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는 없는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환자 옆에 나란히 누워 수혈하는 모습도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흔치 않다. 다만, 지인의 가족이 수술할 때 지정헌혈을 하거나 헌혈증을 기부한 적이 있다. 또, 모교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돕기위해 헌혈증을 모집 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기증한 적도 있다. 매일 수혈이 필요한 급성 골수 백혈병 환자를 여섯 자녀를 둔 어머니가 간호하고 있으나 가정형편이 넉넉치 못해 매일 필요한 수혈을 감당할 수 없어 헌혈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모집공고를 보고 지금까지 모아둔 헌혈증을 모두 기증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AML : Acute myeloid leukemia)은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골수성 백혈구의 줄기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 즉 암의 일종인데 정상적 골수기능이 마비되어 면역기능이 저하되며 지혈기능이 장애가 발생해 조금만 다쳐도 출혈이 발생한다. 또한 암 중에서 치료비가 가장 많이 드는 암에 속한다. 이때 헌혈 시 지급하는 헌혈 증서를 사용하면 1장당 혈액제재 1단위를 무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이런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헌혈을 하는 자체만으로 혈액 공급을 안정시키며 긴급 수술이나 치료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고 있으니 뜻 깊은 행위다.
[이 형 평소에 인별그램좀 하는듯]
50km 마라톤, 제주도 자전거 여행 등 활동적인 면모도 보인다.
취미로 자전거를 탔고 본격적으로 운동다운 운동을 시작한 건 다이어트 하면서였다. 뛰면서 마라톤도 나가게 됐고, 자전거는 원래 탔으니까 수영까지 배워서 철인 3종도 나가보고 싶다. 예전엔 레인저로 결투 할 때 짤짤이 잘하려고 팔 운동을 시작했다. 짤짤이는 리볼버를 들고 xxx, 평타를 세 발씩 끊어 쓰는 기본 콤보다. 사람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팔의 전완근(하박부)을 긴장시킨 뒤 따다닥하는 느낌으로 x키를 연타하면 된다. 전완근 등 근력을 키우면 키보드를 연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계기는 좀 웃기지만 덕분에 지금도 홈트레이닝 기구를 두고 틈틈이 운동하고 있다.
[표정만 봐도 완주 인증됨.jpg]
요즘 가장 즐겨하는 취미 생활은?
홈카페. 집에서 커피나 음료. 그리고 디저트를 만든다. 먹는 취미가 있는 만큼 운동도 열심히 한다.
[라떼는 말이야... 이건 카푸치논데요?]
유글레나씨의 회사 생활
어린 시절부터 던파를 했던 모험가들도 지금은 직장인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던파 유저 유글레나에 대한 인터뷰였다면 김상훈의 학교 졸업 이후부터 취업, 그리고 이직등의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2008년 경제학과 전공
- 재밌어서
2012년 은행 목표로 준비
- 전공 안에서 내가 잘하고 재밌어 하는 일
2014년 초등교사로 목표 전향
- 워라벨 및 음주 + 흡연이 적은 교직문화
2016년 보험사 입사
- 수능이 망함 (싸웠지만 잘졌다)
- 수료금 받고 먹튀 하려다 재밌을 것 같아서 정착
- 2017년 보험사 본부 교육매니저로 근무
2017년 하반기부터 대한적십자사로 목표 전향
- 평소 헌혈을 하며 관심이 있었음
- 단순히 실적/수익 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음
- 당시 본부 간 이동이 어려워 전주 발령 가능성이 없어 보였음
2018년 상반기 은행 공채로 입행
- 토익점수가 만료되어 대한적십자사 공채에 지원을 못함 (멍청)
- 전주로 돌아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다 공채를 보고 지원
던파는 2005~2010년 사이 가장 열심히 했고 그 뒤로는 가볍게(?) 했다.
[은행 방문 퀘스트 수행중 (42/42), 퀘만 완료하고 다른 은행 입사했다고...]
현재의 직장인 은행에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가?
수신(受信)파트에서 카드, 신탁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은행에서 말하는 수신은 고객으로부터 신용을 받는 일. 고객이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도록 응대하는 업무를 뜻한다. 특히 카드업무가 담당이라 지점 내 카드 채권 관리에 대한 업무도 담당한다.
회사 생활을 하며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때는 언제인가?
좋은 실적으로 지점 내 포상금을 받았을 때. 직장인의 가장 큰 보람은 승진과 상여금이라 배웠다.
"좋은배움"이다. 나 역시 그렇게 배웠다. 반대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낄때는 언제인가?
은행원은 서비스직이자 영업직이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고 스트레스가 많다. 5월 공휴일이 끝난 뒤 재난지원금 업무로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대기 인원이 20명이 넘어가고 대기 시간이 30~40분 되다보니 언성을 높이는 고객들도 많고 쉴 틈도 없어 지쳤다. 특히 이런 기간에는 전화도 많이 온다. 나는 손도 빠른 편이고 업무처리도 빠르게 하는 편이지만 고객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전산이 처리하는 물리적 시간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5월에는 마감시간이 되고 한숨 돌리며 생각하면 화장실 한 번 못간 날이 부기지수였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나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직업적으로는 그렇다.
직업적으로'만' 목표 달성인가?
원래 게임업종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내가 사는 곳이 서울에서 가깝거나, 던파리그에 출전한 시기가 군필이었다면 게임회사나 게임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주는 게임 관련 회사가 거의 없다. 전주 버스터미널 옆에 아이템 거래 관련 회사가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전주를 벗어날 생각이 없어 더 이상 목표로 하진 않았지만 가끔은 게임회사나 방송국에 들어가 회의에서 기획안을 보고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인게임에서 구현되면 구글링해서 유저들 반응도 보고... (아련)
[게임회사는 수 많은 게이머들이 가졌던 첫 번째 꿈일지도 모른다]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이런 부탁 자주 받지 않는가? 본인만의 재테크 방법이 있다면 살짝 알려달라.
다이어트나 재테크나 비슷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살 빠지듯 적게 쓰고 많이 벌어야 돈이 모인다. 뻔한 소리 밖에 해줄 수 없다. 우선 가계부를 써서 자신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는게 중요하다. 여유 자금은 저축하고 장기적으로 본다면 펀드나 주식, ELS 등도 좋다. 투자 상품은 반드시 자신이 공부하고 알아보고 설명 듣고 가입하자. 그리고 요즘은 금융사기 유형이 굉장히 다양하니 높은 수익률에 솔깃해서 속지 않도록 하자.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도 생각해보면 “군대 가서 겜 접습니다 1원 상점 열어요.”와 다를 게 없는 사기다.
유글레나에게 던파란?
던파 인터뷰인걸 잊고 있었다. 공식 질문이다. 요즘도 던파를 하는가?
물론이다. 양자배움(여레인저)으로 가끔 결투장에 간다. 날 알아보거나 옛날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사냥 캐릭터로는 낫든애(세라핌)와 장ㅋ웅ㅋ(아이올로스)이 있다. 친한 사람들이랑 떠들며 던전을 돌거나 프레이 레이드 등을 돌면서 가볍게 플레이한다.
던파는 유글레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게임이라고 생각되나?
나를 키운 것은 절반이 게임이었다. 비록 포스트잇처럼 떼기만 하면 쉽게 떨어지는 관계라지만 그래서 더 쉽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사람들. 10년 만에 접속해도 어제까지 봤던 것처럼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 우연히 들어온 내 블로그에 놀라 옛날 추억을 꺼내주는 사람들. 때론 미친 듯 몰입할 수 결투장. 다른 유저들과 파훼법을 찾아내며 공략했던 신 던전들. 편하게 이야기 하면서 돌았던 파밍 던전. 던파리그에 출전한 것도 좋았고 그때 만난 사람들도 너무 좋았다.
[던파 블로거 유글레나 - 던파 모험가 - 모험가의 여자친구로 이어지는 인연]
[던파의 모든 것이 좋았던 그 시절]
2020 모험가를 소개하는 매거진의 시작을 함께해주셔서 고맙다.
앞으로도 즐거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고, 이렇게 즐거운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들 그때까지 건강하고 즐거운 아라드생활 되시길!
비대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였지만 던파 선수로서, 블로거로서, 내 주위에 있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유글레나가 걸어온 길이 생생하게 펼치지는 듯했습니다. 어떤 분야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10년전 던파에 열정을 불태웠던 앳된 소년은 은행을 가면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재가 되었지만 앞으로도 그의 블로그 타이틀처럼 배우고(Do Learn) 달리는(Do Run) 삶은 계속될 것 같네요.
2020 모험가를 만나는 매거진 첫 번째 주인공 유글레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6월 18일에 만날 수 있습니다.
유글레나씨의 베스트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