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 고합니다.
신께서 주신 이름으로 신념을 전하고 헌신으로써 죄 많은 자들을 구원하였으나,
아직 제 안에 자리 잡은 어둠이 모두 사라지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부디 이 어둠을 몰아낼 가르침을 내려 주시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들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77일째 기도드리는 날이었다.
혹자는 신께 기도가 닿지 않은 것이라 말했고
혹자는 인간으로서의 능력 밖의 권능이라 신께서 듣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밤낮을 거듭한 여인의 간절한 부름과 물음을 신은 저버리지 않았다.
77일간의 기도 끝에 들린 답은 새벽을 깨우는 아침처럼 찬란했으며,
아침을 지저귀는 새소리처럼 감미롭고도 포근했다.
그 목소리는 빛이었으며 음악이었고, 천사들의 속삭임이었다.
신의 답을 구하며 메마르고 여윈 여인에게 천사들이 내려앉았다
'구하고자 하는 답이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인가.'
그 소리는 신의 목소리였으며, 천사의 연주였고, 내면을 꿰뚫는 빛의 창이었다.
'아닙니다.'
여인은 마주 쥔 두 깍지에 힘을 주며 고개를 내저었다.
'얻고자 하는 것이 세상을 군림할 힘인가.'
아스라이 들리는 바이올린과 플룻 소리에 여인은 다시 한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마디마디 툭툭 불거져 나온 손에 힘을 주며 여인은 간절히 읊조렸다.
'이 몸은 신의 권속이며 일부이니, 그저 스스로의 어둠에 굴복하지 않을 신념을 바라며
죄 많은 자들의 고통을 대신할 의지를 바랄 뿐입니다.'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손마디를 부여잡은 그녀에게서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과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또 다른 대천사의 탄생을 목도하듯, 일곱의 어린 천사가 그녀 곁에 내려앉아 눈을 감았다.
눈 부신 빛과 함께 십자가의 형상이 그녀의 목 언저리에서 밝게 빛났다.
'네 부름에 일곱의 천사가 응답할 것이매, 너는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전할 것이라.'
또렷하고도 선명한 그 목소리에 여인의 메마른 뺨에 눈물이 흘렀다.
'이는 나의 권능이니, 샤피엘로 하여금 이로써 모두를 이롭게 하고, 악한 것을 멸하게 하라.'
새로이 탄생한 대천사의 곁에서 다른 대천사들이 기쁨에 겨운 듯 날갯짓을 했다.
샤피엘, 레미디오스의 신념과 의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전하는 대천사가 지상에 내려앉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