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1장 - 7
던파 메인 스토리를 각색한 팬픽입니다. 글 쪽 지식도 없고 자기만족용인지라 많이 부족합니다.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거의 DFU입니다. 느낌 정도만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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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스의 의뢰대로 세리아는 찾았으나, 부탁이 이어져 엘븐 가드로 향하지 못한 룬. 그런 그를 포함한 세리아와 케이프 일행은 샤우타의 거처를 뒤로하고 더 깊숙한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일행의 앞장에 선 세리아의 손에는 지도가 쥐여있었다. 토비가 길 안내를 맡았을 때와 같은 이치로 룬이 건넨 것이었는데, 본래 엘븐 가드 주민들의 소유였으니 주인에게 되돌아간 셈이었다. 지도를 건네받은 세리아는 룬의 수완에 잠시 감탄과 감사를 남기고 길잡이 역할을 달갑게 맡아주었다. 세리아와 룬, 이 두 명은 몰랐지만 이미 숲에서 길을 잃은 상태였던 케이프는 가만히 둘의 생각에 따랐다.
그렇게 대마법진을 확인하러 가는 길. 세리아는 일단 일행들에게 목적인 대마법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룬은 지도를 든 채 설명하는 세리아의 모습에서 잠시 토비의 모습이 보였다.
“대마법진은 대현자 마이어가 아라드 곳곳에 만든 마법진이에요. 그 덕분에 아라드가 풍요롭게 유지되고 있죠….”
세리아가 먼저 내뱉은 서두는 룬 같은 모험가들 뿐만이 아닌 아라드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만한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중에서도 대마법진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할만한 땅이 지금 저희가 밟고 있는 땅이죠. 당시에는 황폐한 사막이었지만 대마법진에 의해 대삼림으로 탈바꿈되었어요. 그리고 인간들에게 숲을 침탈당해 대륙을 떠돌던 요정들이 이곳에 정착해 요정어로 ‘흐르는 숲, 그란플로리스’라 명명하고, 숲의 다른 주민들과 조화를 이뤄 이후 대삼림을 지키며 살아갔죠.”
세리아와 룬 사이에서 이 이야기를 잘 모르는 눈치였던 케이프가 세리아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요정들은 어디 있어?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옆에 있던 룬이 감탄했다.
“뭐? 너 어디서 갇혀 살다왔어?”
룬의 진심어린 반문에 언짢은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케이프. 세리아가 케이프의 질문에 대답했다.
“요정들은 거의 모두 사라졌다고 해요.”
세리아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대화재라 불리는 큰 불이 나면서 숲의 절반이 넘게 소실되었어요. 이때, 요정들이 사라지고 샤우타님 같은 숲의 주민들은 포악해졌다고 해요. 그리고….”
‘쩌적….’
전방의 나무 위에서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잔해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일행들은 과거의 잔해들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역시 포악해진 샤우타님은 그 와중에도 숲의 위기를 감지하시고서 숲을 지키기 위해 대마법진을 고치려 하셨다고 생각해요.”
“그 대마법진이 지금 위험하다는 거야?”
“샤우타님의 말씀대로라면요.”
둘의 대화를 들은 룬은 속으로 생각했다.
‘숲의 위기라….’
부탁받을 때 귀찮아하기는 했지만 사실 룬도 속으로는 세리아의 염려에 동의했다. 상대했던 둘의 눈에서 읽힌 복잡한 감정들 때문이었다. 케라하와 샤우타를 죽이지 않고 제압했던 이유. 룬은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자 나오려던 한숨을 참았다.
“뭐, 어쨌든 가보면 알게 되겠네.”
설명이 끝난 세리아가 룬의 말에 끄덕이며 동의했다. 반면에 케이프는 룬에게도 할 말이 있는 모양. 룬을 빤히 쳐다봤다.
“뭐, 왜?”
케이프는 첫 만남 때 품었던 의문을 말했다.
“그때, 어떻게 된거야?”
의미와 목적이 불분명한 질문. 그럼에도 룬과 세리아는 케이프가 무엇을 물어보는지 알 것 같았다. 방금 만난 그들 사이에는 애초에 물어볼만한 일이 많지 않았다.
금세 눈치챈 룬은 대답 대신 케이프를 능청스럽게 놀려주었다.
“왜, 그때 나름 충격이었나봐?”
본인의 가슴을 가리키며 이기죽대는 룬. 케이프는 자신의 실수를 상기시키는 룬의 장난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룬이라고 했나? 성격이 나쁘군.”
케이프의 말에 반박도 않는 룬은 씨익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기가 찬 케이프는 대답 듣기를 포기했는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룬이 케이프를 불러 세웠다.
“그럼 나도 질문 하나 할게. 케이프.”
케이프의 뒷모습에 질문하는 룬. 입꼬리는 여전했지만 눈빛이 조금 진지해졌다.
“넌 정체가 뭐지?”
걸음을 멈춘 케이프.
“날이 설 대로 선 살기에 더해 이 칼에서 진동하던 피냄새는….”
말을 이어가던 룬이 케이프의 검집에 꽂혀있는 흰색 소태도를 쥐었다.
‘쉬익.’
순식간에 발도한 대태도. 칠흑빛 검신이 룬의 목에 닿았다. 살기가 형형한 케이프의 붉은 안광. 선글라스의 어둠을 뚫고 룬을 죽일듯이 쳐다봤다. 그럼에도 여유롭게 시선을 받아내는 룬.
“…사람의 피냄새지.”
“놔.”
이미 부탁이 아닌 케이프의 명령. 룬은 자신의 목에 닿은 대태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점점 깃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룬은 아직도 여유를 잃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딱 봐도 솔직하지는 않은 것 같으니 내가 먼저 서비스해주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쥐고있던 그대로 소태도를 뽑아버리는 룬. 동시에 대태도가 휘둘러졌다. 둘의 분위기에 눈치를 보던 세리아는 역시 놀랐다.
케이프가 눈매를 찡그린 채로 말했다.
“…정말 성격이 나쁘군.”
“뭐, 이런 거지.”
대태도가 휘둘러진 자리에 여전히 서있는 룬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방금 일격으로 대강 이해한 케이프. 대태도를 룬에게 휘둘렀을 때, 베었음에도 베는 감각을 느끼지 못했다. 필시 룬의 능력이었다. 건들거리던 룬이 소태도를 다시 케이프의 검집에 꽂아 넣었다.
“그나저나 유물은 아닌 것 같은데, 명검인걸? 흰둥이랑 검둥이.”
“…백아, 흑요, 금강까지. 은인들의 검이야.”
룬이 지어준 별명이 기분 나빴는지 케이프는 검의 이름들을 정정하고 미리 검집의 이름까지 밝혀주었다. 먼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룬에 대한 예의라 할 수도 있었는데 케이프는 전자의 이유가 훨씬 컸다.
케이프가 밝힌 장비들의 이름을 들은 룬은 케이프를 무표정하게 주시했다.
“이름은 직접 지었어?”
끄덕이는 케이프.
“백아라… 이름 한번 사납네. 너도 대충 알만 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룬은 잠시 멈췄던 걸음을 재촉했다. 묘한 룬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한 케이프와 세리아는 잠시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 룬의 뒤를 따랐다.
어느새 다시 세리아가 선두로 걸어가고 있었고 무표정한 두 명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원래도 서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 상황 이후로 룬의 분위기도 어쩐지 가라앉아있어 세리아는 괜스레 마음이 쓰였다.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풀어볼 생각으로 룬에게 말을 걸어보는 세리아.
“룬님도 전설 속의 ‘신관 지그’님처럼 귀신의 힘을 다루시는 건가요?”
저주라 불리우는 귀수를 오히려 매개체로 이용해 강력한 귀신의 힘을 다루는 귀검사, ‘소울브링어’. 그중에서도 ‘신관 지그’는 최초이자 최강의 소울브링어로 역사에 남은 신화적인 영웅이었다. 룬의 힘을 관찰한 세리아는 영웅을 예로 들어 룬에게 소울브링어가 맞냐고 질문했다.
룬의 눈이 가늘어졌다.
“흐음~ 하필이면 지그라.”
룬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세리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 그런거지. 네 말이 맞아.”
숨길 생각은 없었기에 룬은 싱겁게 대답했다.
“그럼 그 힘으로 샤우타님을 진정시켜 주신 거군요. 룬님 역시 감사드려요.”
대충 대답하고 다시 사색에 잠기려던 룬이 세리아의 말에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 난리 통 속에서 브레멘의 희미한 기운을 발견했는지는 몰라도 정확한 세리아의 추측. 게다가 샤우타를 죽이지 않고 진정시켰다는 것에 감사하는 세리아에 룬은 말문이 막혔다.
룬이 케라하와 샤우타를 진정시킨 이유는 모험가로서의 감이었다. 상대하면서 느낀 둘의 반응과 감정은 선더랜드의 키놀과는 근본적으로 달랐고, 이 때문에 룬은 키놀과는 판단을 달리했다. 그런데 샤우타에게 납치를 당한 장본인인 세리아가 전하는 감사에 룬은 이해가 가면서도 위화감을 느꼈다. 세리아가 그것들을 정말 다 이해하는 듯 느껴졌기에.
“그….”
이런 것들을 대놓고 물어보기에는 애매해 고민하던 룬은 괜히 다른 질문을 꺼냈다.
“…근데 세리아 너는 그런 지식들을 어디서 얻은 거야? 내가 보기엔 케이프랑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룬이 급하게 생각해낸 질문이었지만 막상 뱉고보니 이쪽도 나름 궁금했다. 로리엔에서 만났던 쉬린만큼은 아니지만 세리아도 케이프도 어른이라 하기에는 앳된 모습이었기 때문. 특히, 고생을 많이 겪은 듯 보이는 케이프보다도 엘븐 가드에서 생활했을 세리아쪽이 오히려 아는 것이 많아 보였다.
세리아는 대답을 고심하는지 조금 뜸을 들이다가 답변했다.
“음…… 엘븐 가드가 그렇게 큰 마을은 아니지만 특성상 룬님 같은 모험가분들이 자주 찾아주시거든요. 저는 라이너스 아저씨와 같이 지내다보니 대장간에 들르시는 모험가분들께 이것저것 주워들었을 뿐이에요.”
이제 기억났다는 듯이 설명을 하나 덧붙였다.
“게다가 라이너스 아저씨도 전직 모험가시니까요.”
“응?”
“네?”
자신의 답변에 룬이 보인 이상한 대답과 반응에 뒤돌아보는 세리아. 그런데 룬의 대답은 대답이 아니었다.
“고기 탄내가 나는 것 같은데? 익숙한 냄새도 나고.”
룬이 발견한 이변의 징조를 들은 세리아는 점차 안색이 경악에 물들었다. 눈은 커다래지더니 지도를 잡은 손이 떨려왔다. 갑자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세리아에 룬은 물론 케이프도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불현듯 세리아가 언성을 높였다.
“빨리 가봐요!”
“세….”
진정시킬 새도 없이 냅다 뛰기 시작한 세리아. 케이프와 룬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가 세리아의 뒤를 쫓았다. 금방 세리아를 따라잡은 둘은 세리아의 속도에 맞췄다.
어느새 그락카락을 빠져나왔는지 곧 주변에 몬스터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멈출 생각이 없어보이는 세리아에 룬은 의문을 표했다.
“야! 뭔데?”
정신이 팔려 대답 없는 세리아는 입을 꾹 다물고 달릴 뿐이었다. 그런 세리아가 답답했던 룬이었지만 일단 길을 열기로 마음을 먹고 케이프에게 말했다.
“지켜.”
끄덕이는 케이프의 모습도 확인하지 않고 룬이 앞으로 튀어나가 전방에서 길을 막아서는 몬스터들을 베어넘기기 시작했다. 타우, 고블린, 루가루 등 룬이 숲을 지나오며 상대했던 몬스터들이 종류별로 모습을 보였는데 그중에서 시가브와 반대로 화염 마법을 다루는 고블린 힐가브가 유독 많았다. 시가브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생각해 봤을 때,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그때 힐가브 한 마리가 앞장선 룬에게 마법의 불을 발사해왔다. 룬은 짧게 판단을 끝내고 속으로 귀신을 불렀다.
‘케이가.’
힐가브가 발사한 불이 룬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 지나갔다. 동시에 룬의 형체에 잔영이 겹쳐지더니 검은색의 형체가 나타났다. 룬이 부른 귀신, 케이가의 화신체였다. 케이가가 비어있던 오른손을 가볍게 쥐자 허공에서 드러난 칼이 손에 자연스럽게 잡혔다.
갑자기 쏜살같은 속도로 쏘아지는 룬의 형체. 일직선으로 쏘아진 룬과 케이가의 칼이 교차하며 길을 막은 몬스터들을 단숨에 일도양단했다. 멈춰선 룬의 뒤에서 쓰러지는 수많은 몬스터들 위로 길다란 길이 열렸다.
룬이 앞을 뚫느라 미처 상대 못한 측면의 몬스터들은 케이프가 담당했다. 와이어에 이어진 채 화려하게 휘둘러지는 새하얀 백아. 햇빛이 비쳐 춤추는 휘광에 몬스터들이 피를 휘날리며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룬과 케이프의 호위를 받으며 끝없이 나아갈 것 같던 세리아의 다리도 어느샌가 멈춰 서있었다. 룬과 케이프도 멈출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세리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불의 장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케이프는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피부가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불의 장벽을 둘러보는 룬과 케이프. 높이도 높이지만 가로로 길게 이어진 불의 장벽은 좌우로 쭈욱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쪽과 저쪽을 단절시킨 모습. 세리아는 도착 직후부터 조용히 불의 장벽을 살펴보는 모습이어서 나머지 둘은 그저 기다리면서 펼쳐진 압도적인 장관을 잠시 감상하고 있었다. 가만히 불의 장벽을 보고있자니 아무래도 직전에 들었던 주제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케이프가 그 주제를 입에 담았다.
“대화재?”
그 소리를 들은 세리아의 손에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가 쥐고있던 지도가 구겨졌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질린 표정이 대놓고 드러난 룬은 자신만의 소감이 튀어나왔다.
“아까는 얼음이고 이번엔 불이냐? 진짜 가지가지 하네….”
룬은 프로스트 머크우드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케라하의 마법에 의해 원래 가려던 길이 막혀 다른 길로 돌아가야 했던 룬과 토비.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돌아들어갈 길도 없어보였다.
기다리던 룬은 세리아를 불렀다.
“세리아?”
함축적인 질문을 받은 세리아는 룬의 말을 되뇌었다.
“얼음….”
이내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고 심호흡을 하더니 세리아는 자신이 살펴본 바를 얘기했다.
“화재는 아닌 것 같아요.”
기다려준 둘에게 설명을 시작하는 세리아.
“장벽을 이루는 불이 번지지 않고 있어요. 높이도 비정상적인 것이 아무래도 이 불은 일반적인 불이 아닌 것 같아요. 아마도 마법. 그리고 목적도 화재를 내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때 공중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 놈들이지?”
갑자기 난입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올라가는 세 명의 시선. 그러자 그들 위에 떠 있는 인영이 보였다. 허공을 부유한 채 그들을 아니꼽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여인. 그나마 여인과 같이 떠 있는 지팡이가 세 명에게 여인의 정체를 유추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마법사의 등장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다른 둘과 달리 마법사의 모습이 비교적 낯이 익었던 룬은 입에서 생각이 새어나왔다.
“케라하?”
프로스트 머크우드에서 조우했던 마법사 케라하와 굉장히 닮은 모습의 여성 마법사였다. 케라하가 차가운 기운을 입고 있었다면, 이 마법사는 반대로 뜨거운 기운을 입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룬의 말에 마법사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너희, 케라하를 어떻게 했지?”
마법사의 질문을 들은 룬은 자매 마법사라던 토비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대답하려던 찰나에 세리아가 먼저 외쳤다.
“비노슈님!”
비노슈라 부른 외침을 듣고 세리아를 천천히 훑어보던 마법사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지상에 가까워졌다.
“너… 내 이름을 알고 있구나.”
“이 장벽을 만드신 건 비노슈님이시죠?”
세리아의 추측에 비노슈가 순순히 긍정했다.
“그래.”
그런데 세리아와 비노슈의 문답을 보고 있으려니 룬은 갑자기 어이가 없어졌다. 케라하랑 자매일 비노슈가 이렇게 이성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보자 괜히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눈만 마주쳤는데 미쳐날뛰던 케라하를 상대했던 자신이 억울해졌다.
“저희는 이 장벽을 넘어가고 싶어요. 대마법진을….”
세리아가 대마법진을 입에 담자 조금이나마 누그러졌던 비노슈의 기운이 다시 사나워졌다.
“대마법진? 요정들의 희생으로 되살아난 대마법진을 다시 깨부수려고 온 것이냐?!”
중요한 내용이 포함된 얘기였으나 일단 룬은 익숙한 반응을 보이는 비노슈에 마음이 급속도로 편안해졌다. 반면에 비노슈의 노기에 놀란 세리아는 재빨리 설명을 덧붙였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샤우타님이 숲 안쪽에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셔서 대마법진을 살펴보려고 왔어요.”
“그 미쳐버린 타우를 핑곗거리로 삼는다고 해서 내가 속아넘어갈 줄 아느냐?”
의외로 대담한 세리아는 비노슈의 노기에 굴하지 않고 설득했다.
“그분이 비록 정신이 온전하지는 않으셨지만, 숲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계셨어요. 비노슈님이야말로 어째서 숲에 불을 지르고 계신 거죠? 저희는 샤우타님의 바람대로 숲의 이변을 알아보기 위해 가는 길이에요. 아시는 바가 없으시면 부디 길을 열어주세요.”
세리아의 간곡한 설명과 부탁을 들은 비노슈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용히 비노슈의 대답을 기다리는 세리아.
이윽고 고민을 마친 비노슈가 입을 열었다.
“…그럴 수는 없다. 이 안쪽은 사악한 기운이 가득해. 너희들이 섣불리 들어갔다가 몬스터가 된다면 귀찮은 일이 늘어날 뿐이지⋯ 그럼에도 들어가고 싶다면 내게 덤벼라. 너희의 실력을 확인해 봐야겠다.”
자신의 할 말이 끝나자 비노슈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덤비라는 듯한 비노슈의 모습. 그 모습을 보는 세리아의 표정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룬은 세리아와 달랐다. 연이어 펼쳐진 익숙한 반응과 완벽한 결론에 이미 억울함이 싸악 풀린 룬은 세상 편안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시간이 더 끌리는 건 사양이야. 케이프.”
갑자기 불린 케이프가 룬을 바라봤다. 이어 말하는 룬.
“세리아 잘 지켜라. 저건 내가 상대하지.”
‘사야’
룬의 부름에 나타난 사야의 화신체. 사야가 등장과 동시에 힘을 방출하더니 불로 이루어진 장벽의 한 부분에 구멍을 냈다. 갑작스러운 룬의 행동에 당황하는 세리아와 비노슈.
“루, 룬님?”
“네 놈! 뭐 하는 짓이냐!”
비노슈는 다시 장벽에 난 구멍을 메우려 했으나 그전에 케이프가 재빨리 세리아를 안아 들어 장벽 너머로 넘어갔다. 장벽에 뚫린 구멍은 둘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메워졌다.
당연히 분노하는 비노슈. 이마에 핏줄이 선 채로 룬을 노려봤다. 반면에 룬은 입꼬리를 올린 채로 비노슈에게 말했다.
“이제 실력을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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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다 S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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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가키 카에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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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마스터의 이야기 (1)
2024.03.286780
비질그림 (5)
2024.03.288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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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파 카인 (5)
2024.03.277624
배미랑 해변에서 (21)
2024.03.271,17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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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8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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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8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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