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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1장 - 5

던파 메인 스토리를 각색한 팬픽입니다. 글 쪽 지식도 없고 자기만족용인지라 많이 부족합니다.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거의 DFU입니다. 느낌 정도만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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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스트 머크우드를 빠져나온 모험가는 그락카락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케라하의 폭주로 인해 생겨난 눈보라 폭풍. 그 안에서 마주했던 푸른 눈이 모험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 눈을 통해 케라하의 가슴 깊숙히 응어리진 설움과 절망을 읽어버린 모험가는 이동하는 내내 심경을 복잡해졌다.

 ‘대화재라.’

 모험가는 속으로 대화재를 되뇌었다. 유명한 사건이기에 대화재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모험가에게는 너무 옛날의 일이었다. 모험가 일을 하다보니 여러 정보나 소문들을 들어보기는 했다. 하지만 공국 주변 대부분의 모험가들과 달리 첫 모험을 로리엔에서 시작하지 않았던 모험가는 이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럴만한 여유가 있지도 않았었다.

 발걸음이 멈춘 모험가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 찌푸려진 눈이 시야를 가린 풀숲 너머의 프로스트 머크우드를 찾으려 했다. 당연히 보이지 않는 프로스트 머크우드. 그래도 모험가는 그 방향을 바라보며, 지나간 겨울의 시작을 막연하게 머릿속에 그려봤다.

 대삼림으로 유명했던 그란플로리스. 현재 대화재로 소실되어 반절도 남지 않았음에도 그 위용과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 흔적을 직접 살펴본 모험가는 대화재 이전을 어렴풋이 상상해볼 수 있었다.

 광활한 대삼림이었던 신비한 자연의 보고, 완전한 모습의 그란플로리스가 모험가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파란 하늘에 닿을 듯이 드높게 치솟은 팡고른 나무들이 숲 곳곳에서 위엄을 뽐냈다. 대삼림이라는 이명에 걸맞는 웅장한 자연 속에서 요정족을 포함한 여러 종족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까지 보고 들어왔던 것들을 토대로 생각해보던 모험가는 새삼 자신이 요정의 용모를 모른다는 것을 자각했다. 요정족도 이름과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지 대화재 이후 사실상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요정족의 생존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사실 그들 외에도 소실된 것은 많을 테지만 무엇이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인간에게 배신당한 이후 그란플로리스에 정착한 요정족은 인간들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그란플로리스가 소실된 이후에야 조사되고 기록됐다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다시 모험가가 머릿속에 펼친 그란플로리스에서는 평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무자비한 불바다가 숲을 뒤덮고 있었다. 조화롭고 아름답던 세상에 절규와 고함이 가득했다. 달아오른 공기와 매운 연기가 하늘을 가리고 호흡을 힘들게 했으며, 무너지는 팡고른 나무는 재앙이었다. 멈출 생각이 없는 잔인한 화마가 계속해서 삶의 터전과 가족, 친구들을 포식했으며, 그것을 코앞에서 목격한 숲의 주민들은 자연스레 미쳐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숲의 마법사, 케라하가 보였다.

 요정과 인간의 혼혈인 숲의 마법사, 모험가가 알기로 종족명은 따로 없었다. 요정의 피를 물려받아 생긴 마법의 재능과 외모 때문에 인간 쪽에 섞일 수 없었던 그들을 요정족이 받아주었다고 전해진다. 숲의 마법사들은 받아준 감사함을 담아 그란플로리스를 지킨다는 사명을 가지고 수호자로서 더불어 살아갔다.

 케라하 역시 당시에는 수호자였을 것이다. 대화재로 미쳐버린 주민들의 혼란의 틈바구니 속,  케라하도 이성을 지키기는 쉽지 않았겠으나 처음에는 수호자라는 사명의 존재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덕분에 간신히 이성을 놓치지 않은 케라하는 불을 막기위해 움직였다. 그 정도의 불이 우연히 났을리는 없었다.

 모험가는 모험가들 사이에서 들려오던 소문대로 인간을 그려넣었다. 그 목적과 방법까지는 유추할 수는 없었으나 이미 일어난 대화재 속에서는 맹렬한 악의 정도로 충분했다. 창을 든 인간들이 케라하의 앞에 나타났다.

 가로막아선 인간들과 맞서싸우는 동안에도 화마는 더욱더 번져갔을 테고 그만큼 비극은 늘어났을 것이다. 애초에 그란플로리스의 반 이상을 소실시킬 정도로 거대했던 화재 속에서 별다른 수가 있을리는 만무했다. 불현듯 ‘자매 마법사’라던 토비의 말을 기억한 모험가. 어쩌면 그녀가 자매의 죽음을 목격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당시의 케라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이어졌을 것이었다. 점점 쌓여가는 충격들. 그 위에 얹혀지는 본인의 무능력함. 어느 순간 케라하는 위태롭게 잡고 있던 이성을 놓쳤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폭주했겠지 음.’

 모험가는 그 다음을 쉬이 예상했다. 그때 프로스트 머크우드가 탄생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 차가웠던 겨울은 뜨겁게 타오르던 화마에 대한 공포의 결과로 느껴졌다. 숲에 내리던 눈과 소복이 쌓인 눈밭은 이미 불타 재로 변해버린, 그녀 안의 무언가였던 것이다. 불을 허락하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그곳과 자신을 지키면서 살아왔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불에 대한 공포를 잊지 못하고 있던 케라하. 모험가는 그녀가 자신이 만든 겨울 속에서 추위를 느낄지 궁금했다.

 ‘잠깐 처음?’

 문득 모험가의 뇌리에 하나의 예감이 스쳤다. 케라하의 폭주가 이번이 두 번째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대화재라는 사건은 꽤나 시간이 지난 과거의 일. 평범한 사람들에게 묻기 보다는 책을 보는 것이 빠를 정도였는데, 그동안 이런 폭주가 자주 일어났다면 당연하게도 케라하의 몸과 정신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아니면 모험가 길드나 국가에서 토벌 대상으로 정해져 먼저 토벌되거나. 하지만 막상 모험가는 케라하의 존재도 몰랐었고, 그녀는 마지막에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얼음기둥 속에 갇힌 인간과 몬스터들은 대화재 당시의 흔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토비의 목소리.

 “모험가님!”

 상념에서 깨어난 모험가가 목소리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상념에 꽤 길게 잠겨있었기에 토비는 꽤나 먼발치에 서있었다. 모험가의 반응을 확인한 토비가 재차 외쳤다. 

 “뭐하고 계세요?! 빨리 오세요!”

 “동네 타우들 다 깨워라.”

 “네??”

 “하아.”

 대답대신 한숨을 내쉰 모험가는 토비에게 다가가다가 의문이 하나 들었다.

 ‘그럼 왜 갑자기 폭주한거야?’

 복잡한 상념이 계속 이어지려 하자 모험가는 괜스레 뒤통수를 털면서 생각을 날려보내려 애썼다.

 ‘귀찮아지기 전에 후딱 끝내고 떠야겠다.’

 머리를 환기시킬 겸 시선을 옮긴 모험가의 시야에 시원스레 뚫린 파란 하늘이 들어왔다. 여전히 오랜만인 것 같은 햇빛을 보고 있자니 모험가는 눈이 조금 시렸다.


 “그락카락은 돌이 많은 숲이라고 여기에 써있어요. 어저는 타우들의 영역이라고 들었었는데, 샤우타님 거처 주위에는 타우가 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한데요.”

 모험가가 다시 합류하니 역시 토비의 설명도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익숙해진 모험가는 말없이 토비의 설명을 들으며 걷던 중, 길목을 막아선 타우 무리를 발견했다. 타우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모양새가 모험가가 제대로 찾아왔음을 증거했다.

 길목을 막아선 상아색 털의 타우 아미 셋. 그들도 곧 다가오는 둘을 발견했는지 잠시 저들끼리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토비가 모험가를 힐끗 살펴봤지만 별생각이 없어 보이자 자신도 잠자코 기다렸다.

 조금 뒤 타우 아미 무리 앞으로 흰색 털의 타우 가드가 나타났다. 그들의 대장급 정도로 보였다. 쿵 소리를 내며 도끼를 세운 타우 가드가 토비와 모험가에게 외쳤다.

 “여기는 우리의 왕, 샤우타님의 영역이다! 외부인은 모두 다 죽인다!”

 “히끅!”

 타우 가드의 외침에 놀란 토비가 딸국질 소리를 냈다. 토비 옆에 서있던 모험가도 이번 타우들의 반응은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그란플로리스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받아본 꽤나 상식적인 대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더해 타우들의 말과 행동 속에서 샤우타에 대한 존경심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에는 내심 놀랍기도 했다.

 모험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키놀이 떠올랐다.

 ‘그 놈이랑은 또 다르네.’

 모험가는 이곳의 타우들과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대화는 가능해도 타우들이 방문을 완고하게 거부하고 있을뿐더러 샤우타를 만나러 왔다는 말을 들은 뒤에도 상식적으로 대응해 줄지는 아무도 몰랐다. 알 것 같았던 모험가는 아직 싸울 때가 아니라 생각해 일단 자리를 피했다.

 자리를 피하자마자 토비가 갑자기 모험가에게 지도를 건네왔다. 

 “저는 못 들어갈 것 같지만⋯ 모험가님이 찾던 인간은 꼭 찾았으면 좋겠어요.”

 아쉬워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헤어질 때가 왔음을 예상한 듯 보였다. 모험가는 지도를 건네받으며, 토비의 예상을 굳이 부인하거나 위로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거니와 타우들이 저렇게까지 영역을 지키고 있다면 실제로 토비까지 신경 써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샤우타의 거처를 찾은 이상 냉정하게 봤을 때 토비는 짐이었다.

 지도를 건네받고 가볍게 본인의 상태를 점검하던 모험가는 토비를 쳐다봤다. 풀이 죽은 모습의 토비를 보다가 선더랜드 때가 떠올랐다.

 선더랜드의 키놀이 비록 고압적이고 폭력적이었다고는 해도 알비노 고블린의 능력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을 인간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고블린인 토비는 다른 동족들을 위해서 키놀을 배반하기로 마음먹었었다. 키놀에 대한 공포를 차치하고 본다 해도 계급과 힘에 의해 돌아가는 고블린족의 성향을 생각하면 토비는 확실히 특이한 고블린이였다. 모험가는 이런 토비의 성향 상 원래부터 동족들과는 거리가 있었을 거라 예상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괜찮더라도 토비가 나이 들수록 본격적인 갈등이 생길 확률이 높았다. 어쩌면 이미 느끼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 원래 선더랜드에서 헤어졌을 토비는 어느덧 그락카락까지 모험가와 함께해있었다.

 토비를 바라보던 모험가는 재회의 예감을 느끼며 작별 인사를 님겼다.

 “다시 보자.”

 기대하지 않았던 작별 인사에 놀란 토비가 고개를 들었다. 이미 멀어지고 있는 모험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토비는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토비와 이별한 모험가가 향한 곳은 직전에 타우 가드에게 문전박대 당했던 입구가 아니었다. 그쪽을 우회해서 잠입해 타우들의 눈을 피할 심산. 물론 그런다고 샤우타를 곧바로 조우할 수는 없겠으나 혹시 모를 일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조금의 잠입 덕에 많은 시간을 아끼게 될 수도 있는 법이였다. 이미 상념에 빠져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모험가였다.

 일단 성공적으로 타우 영역에 잠입한 모험가. 그들의 마음가짐이야 어쨌건 타우들 만으로는 세세한 부분에 한계가 있었다. 본래는 길이 아닌 곳이기에 우거진 수풀 사이를 억지로 지나가던 모험가가 한 무리의 타우들을 발견했다. 재빨리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타우 무리는 모험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로 멀어지는 타우 무리. 하나의 타우 무리를 보낸 모험가가 다시 이동하자 잠시 후 또 다른 타우 무리가 보였다. 모험가는 또 다시 몸을 숨겼다.

 이러기를 수 차례. 막상 잠입한 영역에는 모험가의 생각보다도 많은 수의 타우들이 모여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가는 이동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락카락의 특징 덕분이었다. 돌이 많은 숲이라 적힌 지도의 메모대로 그락카락에는 커다란 바위가 매우 많아 몸을 숨기기가 쉬웠기 때문이었다. 이 특징에 영향을 받았는지 부서진 석벽이나 기둥같은 고대 유적의 잔해들도 눈에 띄는 빈도가 늘어나 도움이 되었다. 타우들을 피하느라 유적에 신경을 쓸 겨를은 없었지만 모험가는 그런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숲에 숨어든 모험가는 먼저 세리아나 샤우타의 흔적부터 찾아봤다. 단서도 단서지만 운좋게 그들을 발견하면 보다 빠르게 일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고, 흔적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 모험가도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락카락 초입에서의 상념 이후 점점 더 머리가 복잡해지던 그는 못내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이후에도 수색을 계속하던 모험가는 비교적 경비가 삼엄하고 넓은 공터 주변에서 발걸음을 멈춰섰다. 사실 삼엄하다기 보다는 그저 타우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있을 뿐이었다. 모험가가 대충 둘러보니 주변에 나무들의 잔해나 흙더미들이 어수선한 것이 원래는 공터가 아니었던 곳을 타우들이 정리해 만든 공간으로 보였다. 모험가는 그나마 이런 특징들이라도 있는 이곳이 샤우타의 거처와 연결돼있을 확률이 크다고 판단했다. 나서기 전에 잠깐 귀수와 구속구를 점검하는 모험가의 모습.

 ‘슬슬 괜찮아 지는 것 같네.’ 

 상태를 확인한 모험가는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옷매무새도 고치기 시작했다. 새삼 말이 아닌 본인의 복장을 자각했다. 모험가의 옷은 애초에 그리 좋은 옷이 아니기도 했지만 연이은 싸움을 거치면서 먼지와 피 따위가 묻고 곳곳이 해져있어 매무새를 고친다고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었다. 먼지 정도만 털어내고 어설프게 각을 잡는데에 그치는 정도. 그래도 나름 만족한 듯한 표정의 모험가는 미소를 만든 채로 자연스럽게 걸어나갔다.

 “어이.”

 갑작스러운 모험가의 목소리에 타우들의 시선이 모였다. 그들의 주목을 받은 모험가가 타우들에게 말했다.

 “좀 지나갈게?”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를 지나가기 시작한 모험가의 뻔뻔함이 기가 차는지 타우들 사이에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당연히 모험가가 노력한 옷차림에 대한 칭찬도 들리지 않았다. 그새 타우들을 둘러본 모험가는 거의 모든 종류의 타우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샤우타가 있는지 묻지 않았음을 깨달은 모험가가 질문하려던 때, 대답이 날아왔다.

 ‘쾅.’

 비교적 모험가와 거리가 있던 타우 비스트가 던진 대답은 크고 단단한 게 돌덩이와 매우 유사했는데, 심지어 땅에 부딪히며 박살나기까지 했다. 가뿐히 피한 모험가는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거 반응 한번 차갑네.”

 드디어 깨진 정적. 조용히 전투 태세를 갖추는 타우들과 그 사이로 울음소리를 울리며 모여드는 타우들이 보였다. 익숙한 반응이 나오자 모험가는 피식 웃으며 검을 뽑았다.

 타우들이 모험가에게 달려들었다. 몸이 빠른 회색 털의 타우 어썰터들이 가장 먼저 달려들고 뒤이어 타우 아미나 타우 가드들이 속속히 도착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타우 비스트들은 합류해서 싸우지는 않을 모양인지 멀리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수세에서 압도하니 합류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었고, 합공이 어려울 크기의 몸집이니 타당한 판단으로 보이기도 했다.

 모험가는 위험해 보이는 궤적만 검으로 흘려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집중했다. 출중한 실력 덕에 나아가는 속도는 전혀 느리지 않았고, 잠깐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과감하게 돌진하면서 빠르게 전진해나갔다.

 어느새 거리가 있었던 타우 비스트의 코앞까지 당도한 모험가. 그의 뒤에는 일부러 지나쳐온 타우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앞을 가로막는 타우 비스트들에 모험가는 이동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봤다. 타우들에게 둘러싸여 포위된 형태로 잠시간의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언뜻 수가 더 늘어난 것이 주변에서도 더 합류한 모양이었다.

 좌중을 다 둘러본 모험가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난 대화로 풀려고 했다?”

 ‘사야.’

 말이 끝난 모험가의 곁에 갑자기 서늘한 냉기가 느껴지더니 희푸르스름한 여인의 형체가 나타났다. 모험가가 불러낸 귀신, 사야의 등장에 그 정체를 모르면서도 몇몇 타우들이 물러나거나 움찔했다. 하반신 없이 상반신만이 공중에 떠있었기 때문이다. 사야의 색과 비슷한 색의 냉기가 피어올랐다. 타우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긴장한 채 바라볼 뿐이었다.

 “자라.”

 그 순간 사야를 중심으로 갑작스럽게 냉기가 폭발해 모두를 뒤덮었다. 옅은 연기가 잠시 공터를 희미하게 가렸지만 금방 걷히며 그 여파가 드러났다. 프로스트 머크우드와는 또 다른 얼음세계. 땅은 물론이고 그 위에 서있던 타우들까지 얼어붙은 광경은 꽤나 장관이었고 그 중에서도 타우 비스트들의 압도적인 크기는 웅장함을 자아냈다. 이미 사야도 사라진 공터에서는 오직 모험가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이리저리 흔드는 모험가.

 “아오 그래도 이제 버틸만하네.”

 표정은 불편했지만 말투에서는 은근한 개운함이 느껴졌다. 주위에 여전히 타우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얼어붙은 타우들은 더 이상 모험가를 막을 수 없었다.

 모험가는 본격적으로 세리아와 샤우타를 수색하고 나섰다. 힘을 조절했기에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모험가에게는 충분했다. 타우들은 알 수 없었지만 사야를 부른 것은 모험가가 고민해서 결정한, 현재 상태에서 가장 평화적인 방식이었다.

 이후 수색을 이어가며 마주친 소수의 타우들은 브레멘을 불러 제압하고 지나가기를 몇 차례. 드디어 모험가의 귀에 인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수 없 죄송 요. 저로서는.”

 단편적으로 들리는 목소리. 이내 좀 더 굵직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숲 되살 숲을 우리의 고향 네놈들이 불태운​.

 대화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곧장 달린 모험가의 눈에 금방 현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먼저 눈에 띈 것은 검은색 타우였다. 그 붉은 눈동자와 마주친 모험가는 보자마자 정체를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인상적인 붉은색 갈기털과 여러 종족들의 뼈 따위로 만들어진 장신구가 주인의 특별함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타우가 가진 분위기 자체가 자신이 타우의 왕임을 말하고 있었다.

 

 샤우타에 이어 세리아로 추정되는 은발 소녀의 뒷모습도 보였다. 샤우타의 정면에 서있어 모험가에게 등을 돌린 채인 소녀는 모험가를 발견하지 못하고 정말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샤우타님.”

 그러나 소녀의 말은 샤우타에게 닿지 않았다. 샤우타의 정신은 이미 일찍이 발견한 모험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샤우타가 소녀를 무시한 채 모험가에게 말했다.

 “네놈이냐! 네놈이 대마법진을 위협하는 녀석이냐!!”

 샤우타의 말을 듣은 모험가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야? 내가 그렇게 나쁘게 생겼나?”

 벌써 이런 억울한 누명도 두 차례나 쓰자 이제 모험가도 기가 찼다. 소녀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모험가를 향해 뒤를 돌아봤다.


 모험가는 소녀와 한번 눈을 마주쳤다가 다시 샤우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오해도 오해지만 자신을 향한 샤우타의 상태에서 이상을 느낀 것이었다. 모험가를 노려보는 샤우타는 몸에 착용한 뼈 장신구들이 떨릴정도로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모험가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허, 진짜 이해가 안되네. 내가 문제인가?”

 모험가의 탄식과 동시에 샤우타가 머리의 뿔을 세운 채로 빠르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돌진하는 중에 소녀가 샤우타에게 밀쳐져 넘어졌다. 밀쳐지면서도 눈으로는 샤우타와 모험가를 쫓은 소녀의 눈에 비친 것은 그저 천천히 귀수를 앞으로 뻗는 모험가의 모습이었다.

 ‘카잔’

 머크우드에서보다 더욱 강렬해진 붉은 기운에 몸이 감싸지는 모험가. 귀수를 다 뻗자 동시에 샤우타가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쿵!’

 “꺄악!”

 묵직한 충돌음과 함께 소녀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이 소녀의 비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몸집이 세배 이상 차이나는 샤우타의 강력한 돌진을 받은 모험가가 무리없이 버텨내는 것이었다. 돌진이 너무 쉽게 막히자 샤우타도 소녀만큼 당혹스러워 보였다.

 그런 샤우타가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모험가가 말했다.

 “너도 좀 잠깐 자고 있어라.”

 샤우타의 머리가 그대로 땅바닥에 내려 꽂혔다.

 ‘쿵.’

 전과 비슷한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모험가에 의해 샤우타의 머리가 강력한 충격을 내면서 땅바닥에 금이 그어졌다. 충격의 여파로 샤우타의 뼈 목걸이가 끊어지면서 뼈들이 땅에 널브러졌다. 해골들이 굴러다니며 자잘한 소음이 일어났다.

 그 소음들을 비집고 들려오는 샤우타의 목소리.

 “으그극.”

 땅바닥이 부서질 정도의 충격을 받고도 정신을 잃지 않으려 이를 악무는 샤우타. 충격을 버텨낸 모습에 손을 털던 모험가도 내심 놀랐다. 이내 정신줄을 부여잡은 샤우타의 팔에 힘이 들어가더니 곧장 모험가에게 도끼를 휘둘러왔다. 갑작스러운 샤우타의 맹공에 순식간에 몇 합을 반사적으로 받아친 모험가는 묵직한 도끼와 풍압에 당황하며 밀려났다.

 ‘풍압이 무슨.’

 사우타의 타고난 힘이 담긴 묵직한 도끼는 숲을 지나오면서 타우들을 꽤나 상대해본 모험가를 잠시 당황시켰다. 타우의 왕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위력을 느낀 모험가는 계속 받아내기에 무리가 있다 판단해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도끼 자루를 힘껏 걷어차 거리를 벌리는 모험가. 그 충격에 샤우타는 잠시 비틀거렸다가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마저 되돌렸다.

 그때 소녀가 외쳤다.

 “안돼요!”

 무언가에 겁을 먹은 듯 했지만 둘의 싸움이 잠시 소강되자 싸움을 말리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녀의 노력이 무색하게 여전히 샤우타의 귀에는 아무 말도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모험가와의 싸움이 이어지자 감정이 점점 더 격해지는 듯 도끼를 쥔 샤우타의 손에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이를 악물고 모험가를 노려보는 샤우타. 땅바닥에 내리꽂혔을 때 다친 이마에서 뿜어진 피가 눈가를 거쳐 흘러내렸다. 그 모습은 마치 샤우타가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처럼 보여졌다. 피가 더해져 더욱더 붉어진 눈동자가 힘이 가득 들어간 채로 모험가를 주시했다.

 모험가는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붉은 눈이 자신을 통해 다른 것을 보고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꽂혀오는 시선에서 깊은 원한과 격노를 읽은 모험가의 눈빛도 점차 진지해졌다.

 타우의 왕 샤우타의 격정적인 고함이 숲을 울렸다.

 “인간! 인간!! 네놈들은 도대체 숲을 어디까지! 언제까지 망치려는 속셈이냐!!!”

 대답을 바라고 던지는 질문이 아니였다. 모험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기에 모험가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것은 그저 샤우타가 그동안 참아왔던 응어리가 폭발이었다. 분노로 내비치는 과거의 상처였다.

 “인간!!! 우리는 고향이 흉터 지고, 친우들을 잃었다! 그럼에도 너희들은 아직까지 만족하지 못한 것이냐!!! 네놈들 때문에 숲이 숲을.”

 그 감정의 폭발을 준비하는 샤우타. 양손으로 틀어쥔 도끼가 어깨 위로 올라가더니 그의 두터운 양팔에 근육이 팽창했다. 이에 맞서 모험가도 양손으로 검을 틀어쥐었다. 검에 귀기가 서려갔다.

 “숲을 돌려내라!!!”

 ‘귀참 드라이브.’

 샤우타의 격노로 가득 채워진 우렁찬 고성과 함께 도끼와 귀검이 동시에 휘둘러졌다.

 “모.”

 ‘콰과과과과과.’

 굉음과 함께 도끼의 풍압과 귀검의 참격이 충돌했다. 그 강렬한 충격에 의해 요동치는 숲. 팡고른 나무에 장식된 엘프들의 인공물들은 충격을 버티지 못해 떨어져 내리고, 숲에 세워진 돌탑들도 무너졌다. 놀란 새들이 하늘로 피신하고, 소녀가 내지른 목소리는 굉음에 묻혀 남들에게 비명이 되지 못했다.

 굉음이 끝난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러 소음 속에서 샤우타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마법진을 지켜야 한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뱉고 샤우타는 정신을 잃었다. 몸이 기울어지더니 땅에 꽂힌 도끼에 묘하게 기대어진 모습이 반쯤은 서있는 모양새였다. 미세하게 샤우타를 감싸고 있던 연녹색 기운이 사라진 것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모험가만이 알고 있었다.

 “후우 골로 가는 줄 알았네.”

 금이 간 검 상태를 확인한 모험가는 샤우타의 의식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이내 고개를 가로저은 뒤 소녀에게 다가갔다. 모험가가 지척에 다가와서야 샤우타에게 꽂혀 있던 고개를 드는 소녀. 모험가와 눈이 마주쳤다.

 은발의 소녀 코앞에 도착한 모험가. 소녀가 입을 열려던 그때.

 ‘슈우욱.’

 모험가의 후방에서 갑작스럽게 날아온 백색의 무언가가 모험가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촤르르르륵, 콰직.’

 경악하는 소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소리를 흘렸다.

 “아 모험가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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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v110
  • 김바드¿
  • 진(眞) 사령술사 힐더

    모험단Lv.39 음유시인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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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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