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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레인저와의 대화 (By 지그하르트 From 성주의 궁) (260)

 

 

 

 

한 대 필래? 라고 버릇없게도 반말로 권하며 그녀석이 건넨 것은 종이를 말아놓은 하얗고 긴 물체였다. 얇고 늘씬하면서도 작다. 라고 이름 붙일만한 그것은 마치 여인의 손가락을 옮겨놓은 것 같았다.


 

“천년 묵은 노땅 할배는 모를래나? 담배라고 하는 건데, 일마치고 한 모금이면 죽이거든”


 

그렇게 한마디 내뱉더니 실성한 사람처럼 낄낄거리면서 그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달칵 하고 그 녀석의 손위에 올려진 은색의 네모난 물건은 얌전한 불꽃을 달고 있었다. 종이 끝자락에 불을 붙이자 그 불꽃이 종이를 머금다 이내 사그라졌다. 그 놈의 볼이 가볍게 담배를 빨아들이자 담배 끝에서 심홍색의 빛이 깊이 타들어갔다.


 

“난 파이프 담배 세대야. 그런 종이를 말아 피우는 담배는 우리 땐 싸구려였어.”


 

“그거야 병신같이 필터도 없이 말아 태웠으니 그렇지, 지금은 이게 훨씬 잘 먹힌다고.”


 

“허- 참... 한 대 줘봐.”


 

그러자 그놈이 다시 낄낄거리며 담배갑을 툭툭 쳤다. 삐죽이 새하얀 담배 끄트머리가 튀어나오자 달칵 하는 차가운 금속의 소리와 함께 끝에 불을 붙였다. 건네주면서도 그냥 주기는 싫은지 ‘이거 돗댄데..’라며 아쉬운 소리부터 했다.


 

“새끼 그럼 니가 쌍담배 피던가.”


 

“아니, 뭐 그렇게 까진 아니고...”


 

어울리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은 그놈이 정작 당황한 이유는 담배를 어디에 물려줘야 할지를 몰라서 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것도 그럴 것이 온몸이 갑옷으로 둘러싸여있는데 입이 보여야 말이지....


 

“거기 마스크 근처에 대충 걸쳐, 알아서 필테니까.”


 

“할배는 입도 없으면서 잘도 피시겠네”


 

물론 잘도 피우지. 난 몸이 없는 게 아니니까.

예전에 피던 담배의 기억을 되살려 한 모금 빨아들이자 연기가 타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맛은 많이 다르지만, 담배의 역할이란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연기에 쩌는 몸을 느끼면서 씁쓸한 뒷맛을 음미하면 되니까. 도너츠도 만들 줄 안다.


 

“뭐야? 그 병신같은 노땅 흉내는?”


 

“이런 거 안 해봤냐? 아직 애송이구만. 담배 맛을 좀 알게 되면 연기 랑도 친해지지.”


 

“할배가 그딴 소리 안 해도 충분히 연기랑 밤새 뒹굴며 사는 인생이오.”


 

“쯧쯧, 화약연기 따윌 어디 신성한 담배연기에 대고 그래?”


 

“그거나, 그거나...... 아이 씹! 아까운 돗대 줬더니 잔소리나 하고 지랄이야?”


 

“나이 먹어봐라, 느는건 말주변이랑 어린놈 등쳐먹는 기술밖에 없다”


 

낄낄, 나에게 제대로 된 몸이 있었다면 분명 성대를 시원하게 울리며 목소리가 궁 안 전체에 퍼지도록 쩌렁쩌렁 웃어댔을 거다. 아니, 분명 제대로 된 몸이 있었다면 저 녀석과 시원하게 몸싸움이 벌어져, 땀범벅이 되어서 웃고 있을 테다. 비쩍 말라 키만 멀대 같이 큰 녀석이긴 해도 발길질 한방에 성벽이고 분수고 부서져 나가는 행태가 꽤나 놀아봤던 인종 같으니.


 

거기다 방금 전까지 생사가 오락가락하도록 총질하던 상대, 것도 웃어른과 맞담배를 필 정도의 배짱이면 꽤나 마음에 드는 녀석, 그런 녀석 앞에 있는데 웃음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갑옷과 갑옷이 서로 공명함 웅웅거리는, 간간히 일어나는 스파크 이런걸 보고 ‘웃는다’라고 하긴 힘들다.


 

“뭐야 지금? 캐틀링 모터 돌아가는 소리로 웃는거?”


 

“.............”


 

그래, 웃었다. 웃을 수 있는 온전한 몸을 가진 네놈은 그게 얼마나 고마운 건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것도 그럴 것이 남의 아픈 곳을 후벼 파놓고는 멀쩡한 반응을 바란 놈이 미친거다.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것 나름대로 놈도 뻘쭘했는지 한참을 멀뚱히 날 쳐다보더니 ‘소심하기는’이라며 중얼거린다.


 

“당신...... 심심하겠네, 이런 곳에서 천년이나 살아야 했으니까. 근데, 정말로 천년동안 한번도 침입당한적이 없어?”


 

 

 

 

어디서 은근슬쩍 말을 돌리려고, 하지만 그냥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백번은 더 침입 당했고 수백명의 부하가 죽었지.”


 

“호오, 근데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때 그딴 뻥을 쳤단말이지? ‘천년동안 감히 이곳을 어지럽힌 자가 없거늘~’ 폼은 잔뜩 잡으면서 말야.”


 

“아무도 죽지 않았거든.”


 


 

 

그 놈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는게 사뭇 통쾌하다. 나는 한번더 웃었다. 아니 내 몸이 한번 더 일렁이며 작은 스파크를 튀겼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을수 없다는 것이 더 확실한 말 일 것이다. 폭룡왕 바칼, 나의 주군. 그분의 명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 하늘성의 특이한 점일까. 이곳을 지키기 위해 왔을 때부터 나는 하늘성의 내부에 있는 부하들 한명 한명을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 건방진 모험가들이 침입하여 최하층의 용인들을 도륙했을 때 내 분노와 슬픔은 극에 달했다. 육체는 모두 파괴되고, 심장이나 힘줄, 눈따위는 귀하다며 잔인하게도 남김없이 다 발라 가버리는 행태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있었기에, 그 녀석들이 성주의 궁까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는 깨끗하게 놈들을 구워 도륙하여 어린 용들의 먹이로 넘겼다.


 

하지만 며칠이 지났을 때, 나는 내 부하들이 살아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온전한 몸’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 느낀 공포가 어리석은 모험가에 대한 분노보다도 더 컸다.


 

되살아 난 것이다.


 

그들의 영원한 사명을 위하여. 죽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로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그저 그들은 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날짜가 하루정도 더 지나갔다는 사실에 아무런 위화감 없이, 평소와 같이 ‘지키는’일을 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러웠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은 누가 알게 되는 거지?


 

아주 오랜시간동안 살아오면서 부하들이 죽는다는 사실조차 심드렁해 진지 오래인데, 하루 이틀의 날짜따위 알게 무엇인가. 그렇다면 나의 죽음은 누가 알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나는 부활하지 못하는 존재인걸까? 이 성을 지키는 성주이기 때문에?


 

만약 내 부하들이 나 때문에 삶도 아닌 삶을 이어가는 거라면,

내가 만약 죽게 되면 그들 모두 먼지가 되어 날아가는 것일까?

아니, 내가 죽어야만 그들이 의무와 명령에서 해방되는 것일까?
 


 


 

 

툭툭, 건방진 청년이 피우던 담배의 불이 사그라들며 까만 재로 변했다. 녀석이 못내 아쉬운듯 계속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도 고개를 쉽사리 들지 못한다.


 


 

“오래 끌 거 없이, 깔끔하게 끝내지?”


 

내가 말했다. 그래, 적어도 이 순간, 주군의 명을 이행하지 못하고 패배한 내가 죽을 거란 사실은 확실하게 알고 있으니까. 이 순간 지그하르트란 자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기억해두고 싶었다. 그래서 굳이 입으로 내뱉었다. 어서 죽이라는 싸구려 대사를...


 


 

“아니, 당신 피던건 마저 피도록해. 돗대니까.”


 

“그러고 보니, 일마치고 마지막 남은 한 개피를 태울 때의 성취감이 가장 크다고 했었던가? 미안하게 됐군. 네놈 보람을 하나 가져가서.”


 

아직 어린놈인데,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우는거 아냐? 라는 실없는 생각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손에 든 담배가 갑자기 귀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까?


 


 


 

“뭘, 병신 같은 소릴........ 근데 그거 어디서 들었어? 혹시-”


 

“......................?”


 

“아니, 아무것도 아냐.”


 

뭐지? 라는 생각에 되물으려 하다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말투에 묻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재주도 좋지 저 놈은. 이라며 있는 힘껏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를 빨아들였다. 이내 목을 타넘는 연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게 느껴졌다. 하얀, 손가락 같은 종이 끝에 달려있던 빨간 불꽃이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달칵 거리며 총알이 장전된 리볼버를 이리저리 돌리며 손장난을 치는 녀석의 표정이 몇분 말 나눴다고 정이라도 들었는지 꽤나 착찹해보였다.


 

 


 

“그런데 자네 이름은 뭐지?”


 

문득, 궁금해졌다. 적어도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 해줄 녀석의 이름.


 

“글쎄.”


 

비싼이름이란 건가. 딱히 입으로 내뱉지는 않은채로 난 다시금 자조적으로 웃었다. 분명, 죽기 전에 이렇게 재미있게 웃을수 있다는 점은 꽤나 행운일테지.


 


 

 

 

 

 


 

[탕!]


 


 

 

 

 

 

 

 

 

“단골손님 이름정돈 기억하라고. 지그하르트.”


 


 

그런 소리가 들린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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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용 소설? 지그하르트는 꽤나 멋있어보입니다.

 

어이쿠야~ 하면서 팔을 내려찍는게 아니라 머리카락 비슷한걸로 후려치는(...ㅅㅂ) 공격기라거나, 조금만 다가가면 까칠하게도 벼락을 내려주신다거나(ㅅㅂ)

 

 

 

 

 

......................아니, 제 소설에서 저놈은 단순히 붕어인걸까요.

 

 

 

 

 

추가 :

우와아앗, 메인에 뜰줄 몰랐습니다 ㅠ,ㅠ!!!! 추천해 주신분들, 리플, 악플이든 관심 가져주신분들 감사하구요!!!

 

뭔가, 레인저(산림감시원;;;)랄까, 방랑자의 이미지다보니 상당히 거칠것 같다는 느낌에 욕이라거나, 돗대같은 참 저와는 무관[...]한 단어들을 좀 넣었는데;;

거슬리시더라도 예쁘게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ㅅ//

 

+메인에 그림이 참 멋있게 나왔더라구요. 편집자분도 감사해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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