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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FIGHTER

던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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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필드는 아직도 차가운 팔과 다리를 문지르며 카쉬파의 조직원이 맞다고 실토하였다. 하지만 도망쳐 나온 것 또한 사실이라고 했다. 관리하던 노예가 없어졌는데 찾질 못해서 본인이 노예로 끌려갈 뻔했다는 것이다. 파이는 노예라는 단어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요슈아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말은 되는 것 같네요. 진실이라는 보증은 없지만요."

"좀 믿어 봐. 평생 속고만 살았어?"

"사실은 그래요."

 

한 마디로 쇼필드의 입을 다물게 한 요슈아는 그에게서 압수한 단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단검 자체로는 특별한 게 없네요. 누가 마법을 걸어준 거예요?"

"엘팅 메모리얼에서 책을 하나 훔쳐 와 달라기에 그때 쓸 만한 걸 내놓으라 했지. 이번에 도망치면서 다 망가지고 마지막 남은 게 아까 그거였어. 쳇, 내 마지막 남은 무기였다고!"

 

쇼필드는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묻는 말에 대답했다. 파이의 눈에는 더없이 부드러운 요슈아의 웃음이 그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던 탓이다. 

연락을 받은 케이트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정령에게 들려주는 노래를 부르던 그녀는 아이들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다가오자 어서 오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었다. 파이는 왠지 자신의 어린 행동을 모조리 들킨 기분이 들어 어깨를 움츠렸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얼핏 보니 요슈아 역시 켕기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할렘에서 온 분이 당신이로군요. 환영해요. 저는 센트럴파크의 케이트라고 해요."

 

케이트는 상대가 카쉬파라 하더라도 다른 손님과 똑같이 대했다. 그러면서도 얕잡아 보이는 일 없이 남을 압도하였다. 상대가 불쾌해지는 굴복이 아니라, 저절로 마음을 열고 싶어지는 친화력이었다. 씩씩거리던 쇼필드는 어느새 꼬리를 말고 동그란 코를 긁적였다.

 

"나는 쇼필드인데... 도망쳤거든. 카쉬파였지만 더 있기 힘들어서... 여기서 싸울 생각은 없어."

"그러시군요. 잘 오셨어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쇼필드는 눈을 크게 떴다. 짧지 않은 인생을 험하게 굴리며 이렇게 따뜻한 말을 들어본 적은 처음인 것만 같았다. 털려 먹힐 각오를 한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한단 말인가? 오래된 경계심으로 따뜻한 말 뒤의 속셈이 무엇일지 경계했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눈앞에 있는 케이트라는 여자는 모든 것을 이해해 줄 것 같았다. 

쇼필드는 어린애들이 보고 있는 것도 잊고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있지. 사실은 내가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거든..."

 


여행에 필요한 물자를 얻은 쇼필드가 센트럴파크를 떠난 후, 파이는 마법약을 만드는 케이트를 도우며 슬며시 운을 떼었다.

 

"케이트 언니. 궁금한 게 있는데... 언니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무슨 말이니, 파이?"

"언니 앞에선 누구나 자기 고민을 털어놓잖아.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 거야? 모두가 언니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는데."

 

피피는 붉은 마녀를 찾으러 갔고, 요슈아는 바깥에서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파이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지금 케이트밖에 없다는 사실이 머뭇거리는 마음의 등을 조금 밀어주었다. 덕분에 파이는 금방이라도 기어들어 갈 것 같은 목소리로나마 고민을 토해놓을 수 있었다. 두꺼운 책을 꺼내던 케이트는 일손을 내려놓고 다가와 고운 손가락으로 파이의 분홍색 머리카락을 빗겨 주었다.

 

"나처럼 되고 싶은 거니? 하지만 파이. 모두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과연 좋은 걸까?"

"응?"

"아까 그분은 카쉬파였지. 길을 잘못 들어서 고생했다지만, 과거에 사람을 죽였을지도 몰라. 어쩌면 나중에 우리 친구를 상처 입힐지도 모르지."

"...하지만 언니는 아까 그 사람을 도와줬잖아."

"나는 선택을 한 거야.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마계에서 누군가의 힘이 되겠다고. 하지만 나라고 모든 사람의 사정을 알 수는 없어. 내가 도와준 사람이 마계의 걸림돌이 된다면 나는 올바른 일을 한 것일까?"

"언니는 거기까지 알 수 없잖아."

"그래. 그래서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최대한 돕는 거야. 그 사람이 선량하다고 믿으면서. 백을 도우면 두셋 정도는 바뀔 수 있다고 믿으면서."

 

파이는 무언가를 더 물어보려 했으나 곧 입을 다물었다. 

요슈아는 카쉬파를 경계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속임수까지 써가며 시험했고, 카쉬파임이 밝혀지자 바로 공격했다. 반면 케이트는 상대가 카쉬파 출신이란 걸 알면서도 도망쳤다는 쇼필드의 말을 믿고 성심껏 도와주었다. 누가 맞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요슈아는 착하고 다정한 소년이며, 케이트는 필요에 따라 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응... 난 조금 더 생각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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