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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FIGHTER

던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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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필드는 카쉬파가 지배하는 할렘에서 왔다고 했다. 애인에게 차여 실의에 빠진 마음을 달래러 도박을 하러 들어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할렘에서 장사를 하셨다고요?"

"어어, 그래. 내가 마법은 못 배웠어도 그런 쪽으로는 아주 타고났거든. 처음엔 눈치 보기 바빴지만 요령이 생기더라고. 조금씩 밑천을 모아서 이것저것 팔았지. 번 돈은 그날그날 날려 먹었지만, 뭐, 적당히 놀 만했어."

"그런데 왜 도망치신 거죠?"

 

쇼필드는 털이 군데군데 엉킨 꼬리에 묻은 흙을 털어내었다.

 

"그거야, 그거. 치정 싸움. 치정 싸움에 얽혔어. 카지노의 보스는 호색한이거든. 이쁘장한 딜러하고 분위기가 좋게 흘렀는데 하필이면 보스가 그 여자를 마음에 들어 했나 보더라고. 알자마자 바로 도망쳤지. 간부가 힘없는 외부인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잖아? 그런데 나오다가 사냥꾼에게 잘못 걸렸어."

"헤에..."

"황무지까지 건너서 쫓아올 거 같진 않지만 기력이 없어. 밥 좀 얻어먹으면 살 것 같은데..."

"알겠어요. 이곳에서 조용히 계실 수 있다면 식사 정도는 드릴게요."

 

요슈아는 쇼필드가 무섭지도 않은지 시종일관 붙임성 있는 태도였다. 반면 파이는 요슈아 옆에 숨고선 이 말 많은 방문객을 곁눈질로 관찰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깜짝 놀라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다. 어물쩍 넘기기에는 너무나 빤히 보이는 모습이었기에 쇼필드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낡은 단검을 모두 바닥에 버렸다.

 

"이러면 돼? 조심성 많은 건 좋은데 나는 진짜 배고픈 도망자라니까. 로카족 중에서도 내가 좀 무섭게 생긴 건 인정하지만, 그렇게 계속 흘끔거려서야 얻을 패도 다 놓치고 만다고."

파이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미안..." 

 

그렇게 얼마쯤 걸었을까. 본격적으로 센트럴파크라고 할 만한 중심부의 숲에 이르렀을 때, "어이쿠!" 쇼필드가 요란하게 넘어졌다. 살펴보니 침입자를 막기 위한 덫 마법에 그의 다리가 걸린 것이었다. 파르스름한 마법의 빛이 쇼필드의 마르고 억센 다리를 꽉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는 쇼필드 앞에서 요슈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마녀님의 마법이라 저희는 못 풀겠는데요... 잘못 해제했다간 이 일대에 숨어있는 덫 마법이 일제히 폭발해 버릴지도..."

"뭐? 아이고... 이거 점점 죄어온단 말이야! 빨리 어떻게든 해 봐!!"

"마녀님을 찾아올게요. 파이 씨, 이곳에서 같이 기다려 줄래요? 금방 갔다 올게요!"

 

요슈아는 파이의 말을 듣지도 않고 홀로 숲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파이는 낯선 사람과 단둘만 남은 상황이 무척 거북했다. 하지만 쇼필드가 땅에 드러누워 나 살리라고 고함을 지르는 통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숲에 사는 난폭한 정령이나 사나운 동물들이 몰려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파이는 쇼필드의 다리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조금만 참아. 덫의 힘을 조금 약하게 할 테니까..."

"아야야, 아야, 야야야야, 약하게 하고 있는 거 맞아? 아야야야야야!!"

 

쇼필드의 비명은 점점 더 커졌지만 덫은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파이는 입술을 깨물며 술식을 해석하기 위해 집중했다. 

 

'요슈아가 도와주면 좀 더 빨리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옆에서 아픈 비명을 지르니까 집중하기가 힘들어...'

'이 술식은 뭘까? 내가 보던 거랑 많이 달라...'

 

파이는 쇼필드를 보았다. 크고 작은 상처가 몸에 남아 있다. 저렇게 험한 일을 겪은 사람이 참지 못하고 아파하는데, 자신은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 자신의 부족함이 너무나 한스러웠다. 파이는 요슈아가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 마녀를 데리고 오겠다던 소년은 아직 소식이 없다. 멀리 있는 걸까? 지금 어디쯤일까? 어서 왔으면 하는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파이의 손을 쇼필드가 잡았다.

 

"하, 아무리 꼬마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네."

"어..."

"뭐해? 빨리 일으켜!"

 

호통 소리에 어깨를 움츠린 파이가 조심조심 쇼필드를 도와 앉혔다. 쇼필드는 갖은 상스러운 욕을 내뱉으며 뒤춤에서 잘 벼린 단검을 꺼내었다. "앗..." 깜짝 놀란 파이가 뒤로 물러섰다. 쇼필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다리를 구속하고 있는 마법의 덫을 단검으로 끊었다. 채앵! 맑은 소리를 내며 푸른색의 마력이 사방으로 튀었다. 

 

"어어? 이거 뭐야?!"

 

깨어진 마법의 파편은 공기 중의 마나와 섞이어 없어진다. 그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마나로 변환되는가 싶더니 다시 푸른색의 빛을 내며 얼어붙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덫에 걸려 있던 쇼필드의 다리는 물론, 단검을 쥔 그의 손에도 달라붙더니 순식간에 얼음 속에 가두어버렸다. 지지지직. 얼음은 금방 무릎과 팔꿈치까지 올라왔다. 쇼필드는 단검으로 억지로 얼음을 깨려고 했으나, 오히려 심한 통증을 느끼며 그만두어야 했다. 다시 땅바닥에 드러누워 비명을 지르는 쇼필드를 앞에 두고 파이는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역시 카쉬파였군요."

 

요슈아였다. 파이는 그의 말보다 기척도 없이 다가온 것에 더 놀랐다. 차가운 표정으로 걸어오던 요슈아는 파이의 놀란 눈을 보고 쑥스럽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쪽으로 간 건 제가 아니라 마력이 담긴 제 눈꽃이었어요. 저는 마력을 숨기고 근처에서 보고 있었지요."

"그럼 이 덫은... 요슈아가 만든 거야?"

 

파이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는 요슈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분명 전날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그 상냥한 소년이 맞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요슈아는 너무 낯설다. 카쉬파 출신의 소년은 그 시선에서 도망치려는 듯 얼굴을 살짝 돌렸다.

 

"이상하잖아요. 추적자가 따라온다기엔 태도가 너무 여유롭고... 느껴지는 마력은 저한테 익숙한 종류였어요. 어비스까지 아니어도, 카쉬파의 조직원이 즐겨 사용하는 마법의 부류인걸요. 아, 파이 씨가 해제 못 한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카쉬파가 쓰는 술식이라 낯설었을 거고... 또, 아파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당황하지 않는 게 이상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요슈아는 쇼필드의 단검을 치웠다. 쇼필드에게 걸린 얼음 마법은 이제 허벅지와 어깨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극심한 추위와 고통으로 벌벌 떨던 쇼필드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 아냐. 난 카쉬파가 아냐. 그 단검은 내가 도박에서 따낸 거라고...!"

"거짓말 하지 마세요. 마법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해제할 수 있지만, 마법을 모르는 사람이 그것만으로 깰 수는 없어요. 카쉬파가 아니면 어디서 카쉬파의 마법을 배웠단 말이에요?"

 

요슈아는 파이를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눈으로 쇼필드를 보았다. 추궁을 받은 쇼필드는 대답이 곤궁한지 잇소리만 내며 몸을 비틀었다. 둘의 모습을 보던 파이는 지팡이를 양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요슈아의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하였다.

 

"아야! 아아, 파이 씨... 뭐 하시는 거예요?"

"이제 그만 괴롭혀. 아파하고 있잖아. 사정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왜 그러는 거야? 상대가 카쉬파라도 이런 방법은 요슈아가 하고 싶은 게 아니잖아?"

"그럼 어떻게 해요? 다른 방법이 없는걸요. 저는 케이트 님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요..."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요슈아를 보며 파이 역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요슈아도 고민이 많구나. 내가 니우 언니처럼 강했다면 진작 털어놨을까? 내가 조금 더 의지할 만했다면 요슈아가 지금 싫어하는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됐을지도...' 파이의 팔이 아래로 처졌다.

 

"...아니야."

 

파이는 고개를 저었다. 요슈아가 기껏 마음의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우울해할 수만은 없다. 그건 요슈아에게도, 요슈아가 믿은 파이 자신에 대해서도 실례다. 파이는 요슈아의 팔을 잡았다. 빙결 마법의 영향 탓에 꽤 차가웠지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조금 느릴 뿐이야.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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