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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FIGHTER

던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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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의 외곽 숲. 외곽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곳이야 얼마든지 있겠지만, 굳이 '외곽 숲'이라고 말한다면 할렘 방향에 있는 황무지 근처의 숲을 가리키곤 한다. 넓은 황무지 건너에는 '타락한 숲'과 카쉬파의 본거지인 할렘이 있다. 타락한 숲 역시 원래 케이트의 마법 덕분에 커진 숲이지만 이곳과 달리 무척 어둡고 사악한 기운이 퍼져 있다. 파이는 이름 때문에라도 그 숲이 영영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락한 마법사들의 집단인 카쉬파만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니려나."

"네? 뭐가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앞서 가던 요슈아는 그저 싱긋 웃더니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파이는 그 등을 보며 카쉬파 소속이었던 이 소년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지금의 요슈아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당시의 모습을 설명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밝은 소년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슬픔과 분노에 잠겨 있었다는 걸 누가 믿을까? 케이트와 카시야스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면 소년은 오늘까지도 괴로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요슈아가 센트럴파크로 들어올 때... 카시야스 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어?"

 

무섭고 무뚝뚝한 카시야스가 도대체 뭐라고 말했을지 늘 궁금하던 파이였다.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끌리는 방향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라고. 괴로울 정도로 고민해 봤자 마지막에는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가니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빠져나오는 게 현명하다고."

"정말? 카시야스 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물론 케이트 님의 해석이 300% 정도 들어갔지만요."

"그게 뭐야."

 

소년소녀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어느새 무거운 마음은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파이는 한 손에 든 지팡이를 휘릭휘릭 까불거렸다.

 

"있지. 요슈아는 많이 싸워봤어?"

"자란 환경이 그랬으니 안 싸워보지는 않았죠. 파이 씨는 싸우고 싶나요?"

"아니... 근데 안 싸울 수도 없잖아. 도움이 되려면."

"그런가요?"

 

요슈아는 여상스럽게 말했으나 파이는 왠지 떼를 쓰고 있는 기분이 들어 부끄러웠다. 방해될 게 뻔한데, 싸우겠다고 나서는 것도 민폐 아닐까? 파이는 괜스레 지팡이로 땅을 툭툭 쳤다. 흙모래가 튀었다. 평소라면 지팡이에 상처가 난다며 하지 않을 텐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진흙 같은 우울함에 푹 빠지고 말 것만 같다. 파이는 앞서가는 요슈아가 맞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지팡이를 몇 번 더 휘둘렀다. 요슈아가 파이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입가에 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나무 뒤로 조용히 끌었다. 

 

"누가 있어요... 아까 지나올 때는 아무도 없었어요. 막 황무지를 건너왔나 보네요."

 

두 사람은 바위에 기대어 쉬고 있는 낯선 이를 관찰했다.

마법사라 칭할 정도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지만, 허리에 찬 몇 자루의 단검과 얼굴에 있는 상처를 보면 선뜻 다가가고 싶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모험가나 여행객일까? 요슈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방인을 주의 깊게 살펴보던 요슈아는 조금 멀리 있는 나무를 향해 얼음 조각을 날렸다.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흔들리자 이방인이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자세를 낮추고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니 하루 이틀 이런 생활을 한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흔들린 나무가 아니라 두 사람이 있는 근처로 다가왔다. 

 

"숲의 마녀인가? 해치지 않을 테니 나와줘. 이쪽은 싸울 마음 없어."

 

험상궂은 외모만큼이나 걸걸한 목소리였다. 파이는 지팡이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요슈아가 그녀의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올려다보자 싱긋 웃고 있었다.

요슈아는 파이에게 가만히 있으라 손짓을 한 후 나무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나는 상인이야. 도망치던 중이지. 너 혼자 있는 거냐?"

"센트럴파크를 찾아오신 건가요?"

"말했잖아. 도망치던 중이라고. 갈 데가 달리 생각나지 않았어. 황무지를 건너면서 죽는 줄 알았지 뭐야."

 

자칭 상인은 얼굴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닦았다. 정면을 보니 한쪽 귀의 반이 잘려나가 있었다. 눈만 빼꼼 내밀어 지켜보던 파이는 움찔하였으나, 피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오래된 상처인 듯했다. 

 

"다치셨어요? 어디로 가는 길이세요?"

"뭐, 여기저기 떠돌아 볼까 하고... 그런데 한 명 더 있지 않아?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그쪽도 얼굴을 다 보여주는 게 안심될 거 같은데."

 

파이가 머뭇거리며 얼굴을 드러내자 상인은 껄껄 웃었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안 잡아먹어. 어디 보자. 대가로 줄 만한 건 이 단검뿐인데 써보겠어? 아참. 내 이름은 쇼필드야."

 

쇼필드는 녹슨 단검을 들어 보이며 크게 웃었다. 파이는 그의 커다랗고 싯누런 송곳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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