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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FIGHTER

던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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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케이트는 피피와 파이 앞에서 그리 큰일이 아닐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피피는 밝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렇겠죠? 혹여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프레이 님이 처리해 주실 테니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넘기기엔 아서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말해보았지만 케이트는 그의 착각일 수도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금까지 조용한 걸 보면 이미 사태가 끝났을 테니 안심하라며 파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파이는 입을 다물었다.

 

'만약 내가 니우 언니였다면...'

 

강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그랬다면 케이트의 말도 달라졌을 것이다. 분명히 그랬겠지. 솔직하게 걱정을 털어놓고 의논하자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니우는 자리를 비웠고, 피피는 어리다. 그리고 자신은...

 

"나, 산책 좀 다녀올게."

 

파이는 케이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대로 숲으로 들어갔다. 울창한 나무가 작은 몸을 금세 숨겼다. 얼마 들어가지 않아 뒤를 돌아보니 마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센트럴파크의 숲은 넓다. 모험가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조금 더 넓어졌다. 모험가가 사도 루크가 있는 죽은 자의 성으로 떠난 후, 케이트는 슬픈 얼굴을 감추며 '이제 잘 될 거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애써 잊으려는 듯 나무와 풀의 관리에 더 신경을 썼다. 파이도 열심히 도왔지만 의지가 되기는커녕 무리하지 말고 들어가 쉬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케이트 나름의 상냥함이겠지만, 파이는 조금 상처를 받았다. 

나도 할 수 있는데.

천성이 연약하여 마법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도, 가족과 떨어져 니우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도. 모두 걱정만 했다. 파이 스스로도 염려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자신을 믿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왜 모두들 나를 감싸고 보호하려고만 할까.

 

"나도... 마법사야."

 

바위에 걸터앉았다. 마법사는 죽음 곁에서 걷는 자다. 제아무리 위대한 마법사라도 작은 실수 하나에 온몸의 마력이 폭주하여 고통 속에 숨이 끊어질 수 있다. 죽지도 못하고 미쳐버릴 수도 있다. 재능 있는 자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힘들고 무서운 길이다. 하지만 파이는 자신에게 마법적 재능이 있음을 감사하며 살았다. 도망치지 않겠다고 다짐한 후로는 후회 같은 건 한 마디도 한 적 없다. 그런데도 아직 부족해 보이는 걸까?

 

"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빨리 언니들처럼 될 수 있을까? 

니우처럼 카쉬파와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케이트처럼 명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남을 돕고 싶지만 이제 와서 모르는 마을에 찾아가기엔 조금 부끄럽다. 말도 없이 멀리 떠나 걱정을 끼치기도 싫고.

그래서 파이는 센트럴파크의 가장자리에 있는 숲으로 향했다.

그곳은 센트럴파크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자주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간혹 목숨이 위태로운 이들이 쓰러져 있기도 하여 주기적으로 살펴보곤 한다.

혼자서는 자주 가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살짝 긴장한 채 걷던 파이는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나뭇잎과 풀잎에 시야가 가려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의 마력을 감지하려고 해도 얼마 전, 케이트가 숲에 걸어놓은 마법 때문에 방해가 생겨 쉽지 않았다. 파이가 큰 나무 뒤에 몸을 숨겨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에비."

"꺄아아악!"

 

나이스 샷! 온 힘을 끌어 휘두른 파이의 지팡이에 뭔가가 맞았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요슈아였다. 평소엔 하지도 않던 장난을 한 대가로 얻어맞은 소년은 다행히 머리에 직격은 피했으나 등뼈의 안전은 지키지 못했다. 켁켁거리며 괴로워하는 요슈아를 보며 파이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러게 왜 놀래켰어?"

"기분이 나빠 보이길래 장난 좀 쳐봤어요... 어디 가는 거예요?"

파이는 입을 오물거렸다. "외곽 숲."

"거긴 왜요? 저 지금 황무지에서 오는 길인데 별일 없어요."

 

실망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네, 라고 쉽게 말할 수도 없었다. 파이가 어두운 얼굴로 끄덕이는 모습을 본 요슈아가 콧잔등을 긁적였다.

 

"같이 가요."

"같이?"

"바람 쐬러 가는 거라면 혼자보다 둘이 낫죠? 동물이 쓰러져 있다면 혼자보다 둘이 옮기기 쉬울 거고."

 

파이는 잠깐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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