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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FIGHTER

던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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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프레이 님은 또 한 명의 가련한 마계인을 구하셨지요!"

 

어깨를 으쓱거리는 아서의 얼굴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먹으며 말하느라 빵가루를 튀기지만 않았어도 사도의 신실한 추종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시스-프레이 님은 어디서 오신 거죠?"

 

피피의 눈빛을 똑바로 받게 된 아서는 살짝 붉어진 뺨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게... 프레이 님도 잘 말씀해 주지 않아요. 몇 번 여쭤봤는데, 그저 제가 알 필요 없는 곳이라고 말씀하시죠. 갈 수 없는 곳이니 괜히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겠지만... 고향을 생각하시는 프레이 님의 눈빛을 생각하면 저도 조금 슬퍼져요."

"그렇게 열심히 따르면서 아는 건 없나 보네."

 

아서는 곧바로 붉은 마녀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이 여자를 상대로 말싸움을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 아서는 대꾸를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결코 이전의 상처가 아직도 쓰라리기 때문이 아니다. 소년의 마음을 짐작한 케이트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 프레이 님이 마계를 잘 이끌어주셔서 다행이야. 그분이 날개를 펴고 순찰을 나가시면 카쉬파나 도적 떼도 수그러드니까. 그런데 아서. 오늘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니?"

"아 참. 까먹을 뻔했네요. 카쉬파의 동향을 듣고 와달라고 하셔서요. 니우 양은 나갔나요?"

"니우는 할렘 주변을 살펴보러 갔단다. 어쩌면 엘팅 메모리얼에 들렀다 오는 걸 수도 있겠어."

 

아서가 얼굴을 찡그렸다. 

엘팅 메모리얼. 마도학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위험한 실험을 하느라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 하지만 무엇보다 아서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힐더의 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카쉬파에 대항하지 않고 중립을 내세우는 그들의 태도이다.

사실, 엘팅 메모리얼은 이미 카쉬파의 지배 구역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카쉬파들의 본거지인 할렘 바로 옆에 있으면서 그들의 연구 협력 요청에 응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카쉬파의 리더인 검은 눈의 사르포자도 힐더와 척을 지고 싶지는 않은지 그들의 중립 선언을 존중한다는 선언을 했다. 엘팅 메모리얼에서 괴짜를 빼고 나면 남는 거라곤 오래된 책뿐이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소유권을 주장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아서는 더 화가 났다. 엘팅 메모리얼의 마도학자들이 제정신이라면 현 상황에 만족하면 안 된다. 어째서 카쉬파에 대항하려 들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 힐더 님의 지원을 받기까지 하면서. 그들이 센트럴파크의 마법사들과 협력하여 카쉬파를 압박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마도학자가 일반인과 다른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건 잘 알지만, 마계인으로서 자각을 가지고 위대한 이시스-프레이 님의 정의로운 마음을 좀 배워야 한다. 남의 눈을 피해 끔찍한 실험이나 하는 게 아니라.

 

"카쉬파는 할렘 바깥에서 온 사람을 '외부인'이라고 부른다며? 엘팅 메모리얼 사람들도 그럴까?"

"그 사람들도 꽤나 폐쇄적이니 그러지 않을까? 카쉬파도 그쪽을 드나들곤 하니, 영향을 받았겠지."

"좋지 않네요. 마계인끼리 편을 가르는 거. 어서 평화로운 날이 오면 좋겠어요. 착하고 좋은 사람만 남아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마계도 행복해질 텐데."

 

누군가를 떠올린 것인지 우울한 얼굴로 말하는 피피를 몰래, 하지만 뚫어져라 보던 아서가 파이에게 손등을 꼬집혔다. "정신 차려." 얼굴이 새빨개진 아서가 변명을 주워섬기려던 그때.

바람이 불었다.  

돌풍지대에서 오곤 하던 일상적인 바람이 아니었다. 강력한 마력의 파동에 의해 생긴 대기의 떨림이었다. 마나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자일수록 이 움직임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 것이다. 아이들의 대화를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던 케이트의 눈빛이 가장 먼저 변했다. 붉은 마녀는 입술을 깨물었고 피피는 주먹을 꼭 쥐었다. 요슈아는 할렘 방향을 살펴보았으며 파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프레이 님이 노여워하고 계세요."

 

넋이 나간듯 중얼거린 아서가 제 말에 흠칫했다. "프레이 님이 노여워하고 계셔... 그분께 무슨 일이?!" 너무 급하게 일어선 탓에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넘어지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었다.

 

"돌아갈게요!"

"아서! 기다려!"

 

아서는 케이트의 만류도 듣지 않고 달렸다. 바람을 몸에 두르고 달리기 시작한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의 신이나 다름없는, 아니, 신 그 자체인 이시스-프레이의 안위만이 그의 관심사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모처럼의 파티가 갑작스레 끝났다. 붉은 마녀는 고운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더니 인사도 없이 쌩하니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케이트 역시 피피와 함께 숲으로 향했고, 요슈아는 예의 바르게 인사한 후 할렘이 잘 보이는 황무지의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커다란 테이블에 혼자 남게 된 파이는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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