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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FIGHTER

던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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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돈마이어 남쪽. 밀란평원 근교에 위치한 조용한 시골마을에는 어느덧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벨 마이어 공국민의 대부분의 식량을 책임지는 밀란평원의 밭도랑 사이를 장난기가 넘쳐 보이는 꼬마가 숨도 쉬지 않고 뛰어간다. 집이 가까워 오자 꼬마는 껑충껑충 뛰며 외치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큰일 났어요! 지금 저~쪽 큰 길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있어요.」

 

뙤약볕 아래 소도 없이 홀로 쟁기질을 하던 허름한 차림새의 농부는 땀을 닦으며 멀리서 뛰어오는 아들에게 말했다.

 

「허허 녀석. 그 길이야 도시로 이어지는 길 아니냐? 거기에 사람들 많은게 무슨 놀랄 일이라고 그렇게 야단법석이야?」

 

어느새 농부의 코앞까지 뛰어온 꼬마는 여전히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아이 참 그게 아니라 왠지 모르지만 무지무지 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서 헨돈마이어로 몰려 가고 있단 말이에요. 뭔가 큰일이 난 게 틀림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도 빨리 가봐요 아빠.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이놈아. 이 아빠는 그럴 시간이 없어. 벌써 해가 저렇게 높이 떴잖니. 오늘까지 이 밭을 다 갈지 않으면 곡식이 다 말라 죽어버려요.」

 

농부는 발까지 동동 굴러가며 호들갑을 떠는 아들을 조용히 타일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꼬마는 오히려 농부의 팔을 잡아 끌며 더 난리를 떤다.

 

「아이~ 진짜!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빨리 가봐요 빨리!」

「어허 이 녀석이 왜이래? 어?...... 어?......」

 

하늘 높이 날리는 색색의 종이조각. 소리 높여 손님을 부르는 장사꾼들의 외침. 아들에게 억지로 이끌리다시피 도착한 헨돈마이어의 광장은 어느덧 북적대는 사람들로 인해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거 봐요 아빠. 오길 잘 했죠? 맨날 하루 종일 쟁기질만 할 게 아니라 이런 구경도 좀 해봐야죠. 저 이런 거 난생 처음 봐요. 우와~ 저 사람이 들고 있는 검 좀 보세요! 진짜 멋지다~ 우와~」

 

밭에 두고 온 곡식들이 걱정되어 짐짓 싫은 티를 내고는 있지만 농부 역시 오랜만에 마음이 들뜨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래. 가끔은 이런 활기찬 분위기도 나쁘진 않구나.」

 

농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아들은 멋진 복장의 모험가를 따라 저 멀리 뛰어가버린 후였다.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젓던 농부는 문득 게시판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공고를 발견했다.

 

"제국 황제의 령을 알린다.
그간 제국의 평화에 이바지 해온 모험가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하여,
용사들을 위한 성대한 축제를 개최하고자 한다.
이번 축제는
과거 데 로스 제국과 펠 로스 제국의 위대한 영혼들을 기리는 의미로,
참여자들을 각각의 세력으로 나누어 최후의 전쟁을 재현하여
승리한 세력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길드, 개인 에게 각각 그에 상응하는 후한 보상을 내릴 것이니,
관심 있는 자들은 헨돈마이어로 파견된 베올 캘로우와 글램 링우드를 찾아가기 바란다."

 

「용사들을 위한 축제라...... 그렇군. 유난히 모험가들이 많이 눈에 띄는 이유가 저것 때문이었군.」

 

농부가 공고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던 사이 광장에 설치된 개선문 모양의 거대한 건물 쪽에 서 있던 백발의 군인이 농부를 발견하고는 가까이 왔다.

 

「어?...... 여보게...... 자네 혹시?」

「응? 자네는......베...... 베올? 베올 캘로우?」

 

농부가 백발 사내의 이름을 부르자 옆에 서 있던 금발 청년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백발 사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히려 농부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허허 그래. 나 베올일세. 정말 오랜만이군. 그래 이제 귀수는 좀 잠잠한가? 군대도 그만두고 그간 어떻게 지낸 건가?」
「나야 뭐...... 이젠 그냥 농사꾼일 뿐이네. 자네는 아직 제국 군에 몸담고 있나 보군. 공고를 보니 무슨 축제가 열린다는 것 같던데. 그렇게 근사한 제복까지 갖춰 입고 있는 걸 보니 황제도 꽤 크게 일을 벌인 모양이야.」

 

푸른 망토를 걸친 금발 청년은 농부의 말이 끝나자 마자 느닷없이 농부에게 달려들었다.

 

「황제라고? 황제 폐하라고 해야지. 이 무례한 늙은이가!」

 

베올이 재빨리 손을 들어 청년을 저지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베올의 대처에 금발 청년은 금새 씩씩대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글램! 좀 자중하라고 내가 몇 번이나 일렀나? 미안하네. 이 친구가 아직 젊다보니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말이야...... 」

 

글램을 진정시키느라 흐트러진 베올의 붉은 망토 아래로 수 많은 훈장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어쨌든 이미 공고를 봤으니 자네도 대강은 알겠군. 이번에 황제 폐하의 칙령으로 300년 전 귀신의 전투를 재현하는 모의 전쟁이 칸티온에서 열린다네. 나와 글램은 길드를 상대로 각 세력의 가입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축제가 열리면 모험가들을 칸티온까지 실어다 주는 일도 우리 임무일세. 어떤가? 자네도 한번 도전해 보지 않겠나? 이번 축제는 규모만큼이나 엄청난 보상이 걸려 있다네. 왕년의 자네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름을 날릴 수도 있을 텐데.」

「훗...... 재미있겠군. 그렇게 평가해주니 고맙네만 애초에 변변찮은 실력도 이젠 다 닳아서 이가 다 빠져버렸다네. 그리고 황제가 또 무슨 저의를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글램의 얼굴이 분노로 다시 한번 붉게 달아올랐다. 베올은 흥분한 글램을 등지고 농부의 어깨를 감싸며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나도 사실 그게 궁금하다네. 일단은 명에 따르고 있지만 역시 뭔가 수상한 낌새가 없진 않아. 내 생각엔 요즘 백성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그림시커라는 종교단체를 처리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네.」

 

베올의 이야기를 들은 농부는 조금 놀랐다. 그림시커라니...... 일개 종교 단체에 지나지 않던 무리가 어느새 황제가 견제할 필요를 느낄 정도의 세력으로 커졌단 말인가? 그리고 황제는 그런 일에 왜 군대를 파견하지 않는 건가?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농부의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베올은 갑자기 농부의 어깨를 툭툭 치며 화제를 돌렸다.

 

「뭐 심각한 건 나중에 생각해도 돼. 일단은 축제를 즐기게. 오늘 이렇게 자네를 다시 만나다니 역시 사절을 자청해 대륙을 돌아다니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하지만 지금은 바빠서 다시 저쪽으로 돌아가 봐야겠어. 아쉽지만 회포를 푸는 건 나중으로 미뤄야겠네.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여기 헨돈마이어에 있는 나와 글램을 찾아오게. 아. 그 전에 일단 길드에 가입해야 하지만 말이야. 그럼 기다리고 있겠네 친구.」

 

그날 저녁. 산새들마저 잠들어버린 어둠 속에서 농부는 식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식탁 위에는 여행용 짐 가방과 헝겊으로 둘러 쌓인 막대 같은 물체가 놓여있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 지쳐 곯아떨어진 아들의 고른 숨소리만이 부엌의 무거운 공기 위를 떠돌고 있었다.

 

「용사들을 위한 축제......세력전이라......훗. 나도 어쩔 수 없구만. 명예니 음모니...... 이젠 다 떠나온 줄 알았는데......」

 

농부는 막대 모양의 물체를 싸고 있던 헝겊을 풀었다. 예리한 칼날이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잠시 넋을 잃은 듯 그 휘황한 광채를 바라보던 농부는 열려 있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아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철 모르는 아이. 엄마 없이 자랐지만 언제나 씩씩한 모습으로 꼭 용감한 모험가가 되겠다던 아들.

 

「미안하다 아들아. 이 아빠는 이 축제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참을 수 없이 궁금하구나. 언젠가 너도 어른이 되면 이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겠지. 꼭 네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아비가 되어 돌아오마. 그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다오.」

 

농부는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흥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검을 움켜쥔 손이 어느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현관 앞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아들의 방을 돌아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단호한 모습으로 헨돈마이어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멀리 헨돈마이어의 상공을 뒤덮은 마법진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모험을 자축하는 듯 더욱 화려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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