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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FIGHTER

던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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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아력 4년. 아라드력 995년.

 

<1>

이윽고 나의 고향, 노이어페라 근처에 도착하였다.
이 은은하고도 음습한 공기는 이제 내 기억과는 많이 다르다.
여기저기서 보이는 이 괴생명체들은 무엇인가.
이들 중 몇몇의 복색은 바로 흑요정의 그것이로구나.
나의 동족들은 구울이 되어서도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아스라이 주변을 맴돌고만 있다.
내 가족들도 저들 안에 있다.

 

 

<2>

지금 흑요정을 통치하고 있는 [메이아] 여왕은 어리지만 똑똑하신 분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나이든 원로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항하기에는, 그 힘이 너무나 미미하다.

내가 이곳에서 무언가 밝혀내지 않으면, 또다시 의미 없는 비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아이리스]님의 말대로 이 모든 것이 인간들의 음모라면, 이 세상에서 인간들의 존재가 사라질 때까지 목숨 바쳐 노력할 것이다.

[샤프론]을 비롯한 흑요정 원로들은 분명 이 사건을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더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는 듯 하다.
대부분의 흑요정들은 인간을 싫어하기 때문에, 수적으로 밀리는 데도 불구하고 인간들과 전쟁을 일으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만 있다면, 분명 원로들이 가지게 될 권력은 영원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더, 그들의 논리는 검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의문을 던져볼까. 대체 인간들이 왜?

사실 최근 인간들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궁중 마법사가 인간 대도시에 파견되어 마법을 가르치며 교류에 앞서고 있고, 흑요정의 마가타가 인간의 대도시의 공중을 날아다니는 시대다.

물론 점점 인간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져 간다는 사실자체가, 원로들에게는 더욱더 성급한 판단을 내리게 하는 위험신호였겠지만.

사실 인간들은 별 생각이 없는 존재이기는 하다.
역사책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땅 따먹기인 것 같은데, 그들은 서로의 땅을 차지하려고 동족간에 대학살을 벌이는 무자비하고 미개한 존재인 듯 하다.
하지만 흑요정들은 지하에 사는데, 굳이 인간들이 그 땅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리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고 우리 흑요정들이 세상에 나가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두 번째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아이리스님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일까..?
만약에 그렇다면 왜...?

 

 

<3>

이곳에 온지도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노이어페라 도시 안으로는 발을 들여보지도 못했다.
워낙 괴생명체들이 많아서이다. (그 중 대부분은 우리 동족들이다.)
여기서 죽어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일은 은신술을 사용해서 도시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렸을 적 은신술 수업을 더 열심히 듣는 건데.

 

 

<4>

드디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나의 존재를 알아채는 생명체는 없는 듯했다.

헌데, 이곳에는 구울과 유령들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본 무리들은 분명히 인간, 그래, 인간들이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간들이 이번 일에 관계가 있는 것일까.

 

 

<5>

오늘은 하루 종일 도시 안에 서성이고 있는 인간들의 뒤를 밟으며 정체를 살폈다.

몇 가지 알아낸 바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모두가 하나의 조직처럼 보였으며, (혹은 어떤 종교인 것 같기도 하다. 종교란 것은 천성적으로 심성이 나약한 인간들이 살아가기에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들었다.)

그 단체의 이름은 "그림시커(Grim-Seeker)" 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의식을 지켜보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그 존재의 이름은 [디레지에].

"이곳은 [디레지에]님의 은혜가 내려진 곳이다."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그들을 심판하실 절대신을 맞을 준비를 하라."

[디레지에]라... 어디서 들어봤더라.

 

 

<6>

전염병에 걸린 동족에게 공격을 받았다.
내 은신술 자체가 완전하지 않았으니, 나는 아직 흑요정의 이성이 남아있는 구울이라면 나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

이렇게 공격받은 것만으로도 전염병이 옮을 수 있는 것일까...

가족을 죽인 원흉을 찾지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는 없는데...

 

 

<7>

그림시커라는 인간조직은 대단히 비밀스럽고 위험해 보였다.
이곳에서 무언가 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림시커들 중에서도 직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을 뒤쫓다 보니, 대단히 경계가 삼엄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차원의 틈"이...!?

이 일지를 읽는 당신이 흑요정이기를 바라며, 차원의 틈에 대해 설명을 붙인다.

차원의 틈이란 현세와 공존하는 평행세계의 일종인 "이공간"과 현세 사이에 벌어진 틈을 말한다.

수백 년 전 우리 흑요정이 우연히 발견하여 현재까지 다른 종족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바에 의하면, "차원의 틈을 이용하면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다."

물론 수백 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우리 흑요정조차 차원의 틈의 능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 그 능력을 이용할 때마다 생기는 이상현상들을 아직 제어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

이 사항은 흑요정들 사이에서도 극비이지만, 나는 궁중 연금술사라는 나의 지위를 빌어 이런 사항들을 알고 있다.

이제 차원의 틈은 인간들에게도 그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는 것일까.
또한 차원의 틈은 전염병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8>

전염병에 걸려 죽은 동족들을 조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퍼플 머쉬룸"이라는 특이한 화학적 반응인데, 이것은 수백 년전 인간들에게 닥쳤던 "피의 저주"라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피의 저주란, 인간들의 오래된 문헌에 의하면 인간들이 "위장자화"되는 현상이 퍼져나간 것을 뜻하는데, 위장자란 동족의 피를 갈구하는 괴물로 변이된 생명체를 뜻한다고 한다.

"위장자"의 무서운 점은 위장자화되어도 낮에는 겉모습에 변화가 없다는 것인데, 이로 인하여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어 동족들간의 마녀사냥이 자행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흑요정들은 피의 저주에 걸리게 되면, 피부가 여기저기 보라색 버섯 모양으로 부풀어오르는 반응을 하여 정상적인 이들과 구별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피의 저주의 비극을 비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퍼플 머쉬룸"이라 불리는 반응이다.

그러나, 인간들 사이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위장자를 발견했다는 공식적인 보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와서 다시 인간들의 세계로부터 피의 저주가 시작된 것일까.

피의 저주를 물리친 프리스트라고 불리는 자들은 아직까지도 위장자들을 말살하기 위하여 비밀리에 어디선가 훈련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이 비밀스런 연관고리를 알 수 있을까.

만약 이것이 다시 시작된 피의 저주가 아니라면, 피의 저주를 내린 그 누군가, 혹은 그 무엇인가와 이 전염병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 모든 것은 역시 저 차원의 틈만이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9>

내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비릿하면서도 향긋한, 치명적인 중독성을 지니고 있는듯한..
나는 전염병에 걸려버린 것일까.

 

 

<10>

이제, 조금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디레지에]라고 했지..

그래, 들은 적이 있다.
[아이리스]님이 이야기해주신 아홉 사도 중 하나였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디레지에] 는 전염병을 퍼트리는 사도였지. 아마.

그렇다면.... 나의 논리는 이렇다.

누군가가 차원의 틈을 이용하여 이공간을 통하여 저 멀리 마계에 있는 사도를 대륙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차원의 틈이라는 존재는 스스로 움직이지는 않으니. 분명 이를 조종하는 누군가가 존재할 것이다.
그 누군가가 [디레지에]라는 악마를 현실세계로 보내어 실체화시킨 것이 분명하다.

[디레지에]가 여기 노이어페라로 온 것일까?
[아이리스]님의 이야기로는 디레지에는 자신이 의도치 않아도 주변을 항상 전염병의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노이어페라 주변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전염병에 걸려버렸어야 옳다.
하지만, 일반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일반 동/식물들은 특이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지금 이곳에 [디레지에]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저기 저 인간들도 멀쩡하지 않은가.

[디레지에]는 차원의 틈을 통하여 이곳으로 왔다가 다시 차원의 틈을 통하여 옮겨진 것일까..?
누가 왜 땅속의 작고 조용한 흑요정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도, 그 이름도 거창한 사도를 이곳에...?

조금은 황당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 "누군가"는 여기 흑요정 마을에 [디레지에]를 옮긴 것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사는, 즉, 별로 위협이 안 되는 흑요정들을, 일부러 동요시킬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종족이나 인물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법을 비롯하여 흑요정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능력들이 있기는 하겠으나, 그 힘이 무서웠다면 노이어페라처럼 작은 마을이 아닌, 언더풋에 직접 [디레지에]를 옮겨놓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일순간에 우리 종족은 멸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이 가능하다.
그 "누군가"는 차원의 틈을 통하여 어디론가 디레지에를 옮겨 놓았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노이어페라쪽으로 차원의 틈이 벌어져 [디레지에]의 기운이 일부 흘러나왔다...
차원의 틈의 힘을 이용하는 일은 항상 시공간에 뒤틀림을 낳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또 다른 차원의 틈이 생기는 등의 현상은 아주 기본적인 부작용 중 하나이니.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머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전이!"

현재 인간들의 세계는 "전이"로 인하여 혼란이 극에 달해있다고 들었다.
최초로 전이된 괴생명체 역시 [아이리스]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도였지 아마... [시로코]라고 했었나.

혹시나... 이 모든 일이 연관이 있는 것일까...?
모두 그 "누군가"가 꾸미고 있는 거대한 음모의 일환이었던가...?
이것이 진짜 치밀한 계획의 일환이라면, 이것은 수백 년에 걸쳐서 실행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수백 년 전의 "피의 저주"와 바로 이곳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퍼플 머쉬룸" 현상이 그 증거이다.

차원의 틈...
오래 전부터 차원의 틈의 비밀을 연구해오던 우리 선조들은 항상 말하였다.
이것은 신조차 감추고 싶어하는 조심스런 비밀이라고,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누군가 차원의 틈을 함부로 다루고 있는데, 그 벌을 죄 없는 노이어페라의 백성들이 받아야 하다니.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의문은 이것이다.
차원의 틈이 가진 힘을 이용하는 법은 오로지 우리 흑요정만이 알고 있었다.
과연 그 누가, 또 어떻게, 수백 년간의 흑요정들의 연구결과를 압도할 만큼 차원의 틈에 대해 알고 있어 자유롭게 그 힘을 이용하는 것일까.

게다가 아직 우리 흑요정조차도 차원의 틈을 이용한 공간이동을 완벽히 성공시킬 확률은 희박하다.
거기에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물질은, 마계에나 존재한다는 "테라나이트" 이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그림시커라고 불리는 인간조직이 이 음모의 주체일까?
아니다.
수일간 그들을 관찰했지만, 그들은 차원의 틈의 존재와 기능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도, 그 사용법까지 완전히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인간들도 최근에 차원의 틈을 발견하였으며, 이에 대해 소규모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겁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낸 것을 따라오려면 시간이 배는 더 소모될 것이다.
우리 흑요정도 차원의 틈에 담긴 비밀을 알아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뤄왔던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1>

가끔씩 정신이 몽롱하고 집중할 수가 없다.

공격을 받은 왼팔이 버섯모양을 부풀어 올랐다.
퍼플 머쉬룸이라... 그때 전염병이 옮은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제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나의 일지가 이대로 사라져서는 안 되는데...

이대로 일지를 내 몸에 지니고 있다가는 저기 동족들에 의해서 내 몸뚱어리와 함께 찟겨 사라질 것이 분명하구나.

어딘가 숨겨놓을 곳을 찾아야 한다.

 

 

<12>

그림시커라는 자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종교의식만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는 듯하다.

실험용 인간으로 보이는 생명체를 차원의 틈에서 나오는 어떤 존재(환영이나 사념체라는 말이 더 적당할 듯 하다.)에 노출시킨다.
이후, 그 피실험체에 붕대를 감아놓고 방치한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다.
붕대를 감아 눕혀놓았던 그 생명체가 누워있던 자리에는 인간의 형체는 사라지고 붕대만이 헝클어 풀어져 있었는데, 그림시커의 일원 중 특이한 복색을 하고 있는 자가 그 앞에서 몇 마디 웅얼웅얼 거리자, 붕대는 점점 인간의 형상을 띄면서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위장자를 다룬 인간의 고대 문헌 중 이런 대목이 있었다.

"위장자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띄게 되는데, 늑대나 박쥐, 거미 등 인간의 신체에 동물이나 곤충의 형상이 덧씌워진 형상을 띄는 경우가 대표적이나, 그 종류를 구별할 수 없는 괴생명체처럼 보이는 경우도 수없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

가장 특이한 경우는 형태를 띄지 않게 되는 것인데, 이 경우, 생명체의 형상은 사라지고 모든 생명의 기운은 숙주가 된 사물에 흡수된다.

일반적으로 위장자는 낮에는 평범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그 실체가 드러나는 법이지만, 이 경우의 숙주는 낮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숙주가 된 사물이 인간의 형태를 띄면서 살아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검은성전 때 오즈마의 장군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위장자들을 부릴 수 있었다고 하는데, 특히나 책이나 붕대, 옷가지 등에 위장자의 기운을 투영시켜 적진에 침투시킨 뒤, 이들을 되살려 군대로 활용하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프리스트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어 패배직전까지 몰렸었다고 한다..."

이로서 확실해졌다.

위장자와 전염병은 생명체에 전이된 이후의 반응은 다르지만, 분명히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다.

열쇠는 폐허가 된 우리 흑요정의 마을에서 은밀하게 위장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저들 그림시커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쥐고 있을 것이다.

 

 

<13>

[클론터]는 알프라이라 산 입구에 인간들과 머물고 있겠다고 했다.

그에게 가서 여기서 내가 본 것들을 말해주어야 하는데,
내 일지를 숨겨놓을 곳을 말해주어야 하는데,
그리하여 내가 발견한 것에 이어 누군가가 계속 이 무서운 음모를 파헤칠 수 있어야 하는데,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는 내가 과연 내가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14>

13명의 사도.

그림시커들의 입버릇처럼 외우는 기도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13사도를 모두 지켜낼 수는 없으나, 단 한 명의 사도를 지켜냄으로써, 그가 우리를 멸망으로부터 구원해줄 것이니.."

[아이리스]님의 말대로라면 사도는 9명인데..?

사도였다가 그 자리를 박탈당한 [바칼]을 포함하고도 3명이 부족하다.

가만...
사도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기운을 띄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위장자와 전염병이 관련으로 보아 [오즈마]와 [디레지에]간에도 어떤 연관이...?

그렇다면 [오즈마]라고 불리는 그 악마도 "사도"인가..?

그러나, 대체 "사도"라는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구나.

그리고, 그림시커라는 인간들은 어째서 세상에 혼란만을 불러오는 듯이 보이는 "사도"라는 존재를 숭배하며, 이들이 구원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일까..?

그저 세기말적인 몸부림일까. 아니면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일까.

 

 

<15>

이제 더 이상 정신을 집중하여 무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머리카락은 점점 빠져나가고 몸의 구조가 바뀌어가고 있다. 괴롭고 고통스럽다.

이제 글을 쓸 수 있는 힘조차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하루 종일 여기 숨겨진 동굴에서 고통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꿈틀거리며 누워있기만 하다.

내 기억도 하나하나 지워져만 가는 것 같구나..

제발 내 가족들의 얼굴만은 기억하며 죽어가고 싶다.

 

 

<16>

하루 종일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다 보니, 갑자기 모든 안개가 걷히고, 그 동안 안고 있던 모든 의문들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아.. 그랬구나...
바로 누가 이런 엄청나고도 무서운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겠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그래, 앞뒤가 맞는구나... 아아.. 그런데 왜!!!

 

 

<17>

시간이 거의 다 된 것 같다.

빠졌던 힘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힘이 돌아오고 나면, 나는 완전한 구울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일지를 여기에 숨기고, 조금 힘이 돌아온 이 때, 아직 완전히 내 몸과 정신이 변해버리기 전에 [클론터]가 있는 알프라이라 산 입구로 뛰어야 한다!

[클론터]여...

내가 그대를 만나기 전에 힘이 다하여 구울이 되더라도, 제발 나를 찾아내어 주게나.

썩어 문드러져 흉하게 변한 육신이 혐오스럽다면, 그대를 발견하고도 피가 나도록 소리쳐 갈라지는 괴성 밖에는 낼 수 없는 나를 참기 힘들다면, 그대의 손으로 직접 나를 죽여주게나.

대신,

그대에게 애원하는 슬픔 가득한 눈을,
그 속에 가득히 담겨 흘러내리는 핏빛 눈물을,

그대만은 알아봐주게나...

그리고 나의 일지를 찾아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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