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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FIGHTER

던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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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별한 존재다.

 

우연과 우연만이 전부인 이 빌어먹을 우주가 뱉어낸 더러운 토사물들 중에서 그나마 쓸만한 것은 나 밖에 없다. 나는 용으로 태어났고, 천부적인 싸움꾼이었으며, 몇 가지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 내가 특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스스로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을 경멸한다. 아주 티끌만큼 작은 가능성일지라도, 한 생명이 태어남으로써 이 우주는 또 다른 우주로 탈바꿈할만한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우주를 잊으면, 우주도 그를 잊는다. 그딴 우주는 이제 구더기들에게 살 곳을 제공해주는 질퍽한 음식물 찌꺼기만도 못하다. 나는 그런 우주를 끝장내 버리는 것을 즐겼다. 될 수 있으면 잔인하고 처절하게. 그것이 우주가 나에게 허락한 특권이기도 했지만, 비로소 그의 우주가 의미를 가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점점 더 강한 자들이 나타났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강했으니까. 이 우주의 어지간한 생명체들이 보기만해도 벌벌 떠는 용족들 중에서도 나는 가장 강했다. 사실 내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더 이상 상대할 자가 남아있지 않아 자연스레 용들의 왕이 된 이후였지만.

 

폭룡왕 만세.

 

내가 스스로 믿고 있는 만큼 비로소 저들에게도 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우스운 건 이제 내가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모두가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나를 찬양할지라도, 이제 나의 삶에 창의적인 면이란 없었다. 정작 내 우주는 시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폭룡왕 만세.

 

조용히 해.

 

폭룡왕 만세

 

오늘도 수십의 백성을 죽였다. 어제보다 좀 더 죽였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그것이 재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딱히 기분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그것만이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지금은 온전히 복종하는 척하는 저들은 내가 나이가 들어 쇠약해질 때만을 기다릴 것이다. 때가 되면 합심하여 달려들겠지. 그리고는 내 머리를 몸뚱아리로부터 지저분하게 떼어내 이리저리 질질 끌고 다니며 모욕할 것이다. 몇 십 년 동안이나 그럴테지. 퍽이나 아름다운 최후로군.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고작 그것이란 말인가? 내 머리에 침을 뱉고 싶어하는 녀석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그녀가 나타난 것은 그때 즈음이었다.

신기하게도 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그녀. 금방 울어버릴 것 같은,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 눈매를 하고 있는 그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당장 그녀를 따라나서야 한나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직감하였다. 그녀가 가는 곳에 나의 미래가 있음을. 나의 특별한 – 아니 특별해야만 하는 운명이 바로 거기에 있음을.

 

[힐더]. 그녀의 이름이었다.

아쉽게도 그녀는 원래 내 이름을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었는데…. [바칼]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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